수년간의 실험을 거친 유전자 개량 벼는 올해 후반 인도네시아, 인도, 그리고 방글라데시에서 재배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캄보디아, 라오스, 네팔, 태국, 필리핀, 베트남에서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재해에 강한 작물 보급이라는 측면에서 획기적인 진전이다. 실제 재해에 내성을 갖춘 작물은 앞으로 세계 식량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아시아인의 하루 열량 중 70%를 책임지고 있는 벼의 유전자 개량은 생명공학의 발전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끊임없는 침수와 높아지는 해수면, 그 외에 여러 가지 재해로 침수된 벼는 빛과 산소가 공급되지 못할 경우 4일이면 죽고 만다. 하지만 이 새로운 품종은 최소 8일에서 18일까지 견딘다.
아시아에서 재배되는 벼들은 이 같은 내성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 마닐라에 있는 국제 쌀 연구소(IRRI)의 수석과학자인 데이브 맥킬은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벼 재배 면적 중 적어도 6만4,750㎢가 침수에 취약하다”면서 “특히 이곳의 침수 빈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지난 2007년 발생한 사이클론 시드르는 방글라데시의 벼 125만 톤을 못 쓰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많은 태풍이 베트남의 논을 초토화시켰다.
일반 벼의 경우 침수되면 빛과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4일 밖에 살 수 없지만 새로운 품종은 최고 18일까지 견딘다.
침수에 내성을 가진 벼를 찾던 맥킬은 인도의 FR13A 품종에 주목했다. 농부들은 생산량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 품종을 외면하고 있지만 맥킬은 이 품종의 뛰어난 내수성에 매혹됐다.
맥킬은 이 같은 특성을 갖게 해주는 게놈을 알아내기 위해 FR13A의 강한 파생 종을 4,000가지의 다른 벼와 교배시켜 보았다.
이에 앞서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의 유전학자 파멜라 로널드는 이 벼의 DNA를 조사한 결과 ‘서브1A’라는 유전자가 침수 때에도 에너지를 보존해 준다는 점을 알아냈다.
맥킬은 최종 벼 품종을 만들기 위해 서브1A를 함유한 벼를 생산량이 많고 맛도 좋은 인도산 벼와 타화수분 시켰다. 타화수분이란 곤충이나 바람, 그리고 물 등의 매개를 통해 다른 꽃에서 꽃가루를 받아 열매나 씨를 맺게 하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국제 쌀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출아 단계에서도 침수 때 살아남을 수 있는 유전자를 이용, 서브1A가 든 벼를 보강할 계획이다.
침수 외에 가뭄과 염분에 내성을 갖춘 벼 역시 거의 모든 동남아시아 국가와 중국에서 시험 되고 있다. 아시아 내륙과 해안지대의 토양 중에는 벼의 성장을 저해하는 염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 쌀 연구소는 이미 벼 종자를 다른 연구기관과 아시아 농부들에게 무상으로 배포하고 있다. 이 종자가 시장에서 판매될 경우 일반 벼에 대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맥킬은 “침수가 흔하게 일어나는 지역에서는 이 벼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특히 이 벼가 성공한다면 기후에 내성을 가진 여타 작물이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도 보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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