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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상천 한국기계연구원장

Q.일반인에게 기계라는 분야는 무척 포괄적인데.

A. 기계는 모든 산업 분야와 연결돼 있습니다. 단 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장비가 필요하고 선박을 만들기 위해서도 조선장비가 필요한데, 그것이 모두 기계입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조선·자동차 분야가 세계적인 수준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의 토대가 되는 기계 분야는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대부분 수입 에 의존하는 것이죠.

현재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들은 하나같 이 기계 산업 비중이 4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28%에 불과합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반도체·조 선·자동차 산업이 아무리 발달해도 이들 국가의 기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Q.만성적 대일(對日) 무역적자도 이 때문이죠?

A. 그렇습니다.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는 328억 달러인데, 이중 3분의 2가 기계·부품·소재입니다. 특히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지난 2006년부터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에서 번 돈을 일본에 갖다 바친 꼴이 된 거죠. 특히 대일 무역적자는 구조적이라는데 더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출과 투자가 증가 하는 경우에는 대일 수입이 같이 늘어나고, 경기침체로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감소한 다는 것입니다.

이는 일본에 대한 기술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계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이 강화돼야 합니다.

Q.기계연구원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겠군요.

A. 기계 분야는 워낙 영역이 넓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연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기계연구원은 백화점식 연구개발 포트폴리오를 통해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운용해왔는데,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기계연구원은 현재 초정밀 기계 및 부품 기술, 플랜트 요소기술, 그리고 롤 투 롤(Roll To Roll) 기술 에 기초한 인쇄 전자회로를 핵심 연구 분야로 선정한 상태입니다. 이들 기술 가운데 초정밀 기계 및 부품 기술은 대일 무역역조를 개선하는 추진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Q.최근 발표한 2020 중장기 발전계획도 이 같은 취지에서 나온 것인가요?

A. 2020 중장기 발전계획은 오는 2020년 기계연구원이 어떤 위치에 서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 입니다. 기술 상용화를 위한 특허의 경우 지난해에는 20개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100개 이상 보유 할 계획입니다.



또한 기계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민 간기업과 함께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연구소기업도 10개 이상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는 단순히 민간 기업에 기술이전만 하는 형태가 아니라 기계연구원이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연구소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핵심 기술을 늘리고 기술사업화를 위한 연구소기업 설립을 확대하면 기술이전료 수입도 늘어날 것입니다.

Q.롤 투 롤 인쇄 전자회로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큰데?

A. 롤 투 롤 인쇄 전자회로는 무선인식(RFID) 태그는 물론 센서·디스플레이·태양전지 패널·전자 종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현재 기계연구원이 보유한 롤 투 롤 인쇄 전자 회로 기술은 독일이나 일본 등의 기술과 비교해 경쟁우위에 있으며, 우리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상당한 수익 발생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인쇄 전자회로 시장은 오는 2015년 약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기계연구원로서도 남다른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Q.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력 연구과제에 자기부상열차가 포함됐었는데?

A. 저속으로 운행되는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는 연구개발을 통해 이미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으며, 지금은 시속 550km급의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와 관련한 기술은 단기간에 개발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하에 R&D 투자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세계기술 대비 50% 수준인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 요소기술을 오는 2011년까지 60% 수준으로 끌어 올릴 방침입니다.

또한 철도기술연구원이 ‘튜브 트레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와 연관성이 있는 분야는 양 기관 사이의 협력을 통해 공 동연구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천 한국기계연구원장의 인상은 대학 총장을 보는 것처럼 무척이나 부드럽고 온화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 원장은 실제 대학 총장 출신이다.

영남대 교수와 총장을 지낸 이 원장은 연구기관을 운영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지만 한국산업단지공단 창원혁신클러스터추진단장을 지내는 등 산학연 모두에 밝다.

취임하자마자 단기간 내 기계연구원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로드맵까지 만들어낸 것도 이 같은 이력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담=정구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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