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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의 혁명, 수술 로봇

마이크로 전자기계 시스템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의료용 로봇의 개발과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 로봇 특유의 정밀성과 안정성에 힘입어 의료정보의 분석 및 응용, 정밀진단, 치료, 수술, 재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것.

국내 또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수술을 할 때 환자의 출혈과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술 로봇의 채용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최근 개발된 수술 로봇은 환부를 10~15배로 확대한 3차원 입체영상, 사람을 능가하는 정교한 움직임 등의 첨단기술을 통해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로봇 의사 선생님

지난 2005년 7월 연세 의대 세브란스병원. 일반외과 이우정 교수가 한 환자의 담낭 제 거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 교수는 환자 곁에 있지 않았다. 환자와 몇 m 떨어진 곳에서 모니터를 보며 무언가를 조종했을 뿐이다.

이날 수술을 실제 집도한 것은 다빈치 (daVinch)라고 불리는 수술 로봇이었다. 당시 수술 팀은 환자를 마취한 후 복부에 직경 8~12mm의 구멍 4개를 뚫고 내시경과 가위·집게·갈고리가 달린 로봇 팔을 넣었다. 이 교수는 내시경으로부터 전송된 3차원 입체영상을 보며 자신이 직접 수술하는 것과 동일한 손동작을 했고, 이것이 로봇 팔에 그대로 전달돼 수술이 이루어진 것이다.

수술에 걸린 시간은 단 10분에 불과했으며, 담낭 제거 이후에도 출혈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국내 최초의 수술 로봇을 활용한 담낭 제거 수술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 교수는 “배를 절개해야만 했던 수술 대부분이 내시경 수술로 대체됐듯 내시경 수술 또한 수술 로봇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로봇 조종기를 수술실 외부에 설치할 수만 있다면 지구 반대편에서의 원격수술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말처럼 앞으로는 유명한 의사 보다는 수술 로봇의 성능을 보고 병원을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 할 전망이다. 인간의 눈과 손을 능가하는 정밀함과 안전성을 갖춘 수술 로봇들이 일선 병원에 속속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수술 로봇의 장점을 인지한 환자들이 수술 로봇을 보유한 병원을 직접 수소문해 찾아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수술 로봇의 등장으로 향후 20년간 전 세계 의료계가 대변혁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200년에 걸쳐 이루어진 의료기술의 발전을 10분의 1기간 만에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이라는 얘기다.

의사보다 재발률 낮아

수술 로봇은 지난 1990년대 후반 미국, 유럽 등 의료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 했다. 초기에는 일부 병원에서 시범적으로 운용됐지만 마이크로 전자기계 시스템 (MEMS) 등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수술 로봇의 신뢰성 및 안전성이 확보되자 수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에만 무려 5만여 건에 달하는 로봇 수술이 시행됐을 정도다. 수술 로봇의 최대 장점은 정확성과 안정성이다. 사람은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조금씩 글자의 모양이 바뀌지만 로봇은 100만 번을 반복해도 항상 동일한 글자체를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수술 로봇도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항상 최고의 정밀도를 발휘한다.

이 때문에 수술 로봇을 활용하면 인간의 손기술로는 불가능한 미세절단이나 봉합도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다. 게다가 수술 로봇은 인간 의사보다 수술 효과도 뛰어나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숙련된 의사가 행하는 수술의 재발률은 20%에 육박하는데 비해 수술 로봇의 재발률은 1%대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개발된 수술 로봇은 최소 침습수술(MIS) 로봇, 관절 수술 로봇, 미세 수술용 원격수술 로봇 등으로 분류된다. 이중 최소 침습수술 로봇은 환부를 개복하지 않고 2~4개의 구멍을 뚫은 뒤 이곳에 로봇의 수술도구와 카메라를 삽입, 모니터를 보면서 시술하는 방법을 말한다.

미국인 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 컴퓨터 모션의 제우스, U.C 버클리대학의 버클리 수술 로봇 등이 여기에 속한다. 관절 수술 로봇의 경우 미국 ISS사의 로보닥(Robodoc)을 필두로 독일 오트로 마퀴사의 캐스퍼, 영국 임페리얼 대학의 아크로 보트 등이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상용화된 수술 로봇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대학이나 연구소 차원에서 심층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설립한 휴먼웰페어 로보틱 서저리센터가 좋은 예다. 이 센터에서는 수술 위치를 빠르고 정확하게 안내해 주는 고관절 수술 로봇을 개발했으며, 지금은 복강 내부의 영상을 보여주는 위복강경 수술 로봇 등 수술 로봇의 국산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7년 ISS의 로보닥 관련 기술특허와 산업재산권을 인수받은 국내기업 큐렉소와도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얼마 전 정부로부터 수술 로봇과 영상시스템을 주제로 한 의료 로봇 개발자로 선정돼 기술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통증 적고 후유증 최소화

수술 로봇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 두개 있다. 바로 로보닥과 다빈치다. 이 두 모델은 현존하는 가장 안전한 수술 로봇으로 꼽히며, 세계 각지에서 환자들을 맞아들이고 있다. 먼저 관절 수술용 로봇인 로보닥은 외과 수술에 도입된 최초의 수술 로봇이다.

인공 관절이 삽입될 환자의 뼈를 로봇으로 가공함으로서 수술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는 찬사를 받고 있다. 로보닥은 의사가 직접 뼈를 자르고 위치를 잡았던 역할을 대신 수행한다. 수술 전 멀티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뼈의 정면· 측면·횡단면 모양을 확인하며, 섬유조직까지 구분한 뒤 자동으로 뼈를 절삭해준다.



로보닥은 절삭의 오차가 0.1mm 이내에 불과해 부작용이나 합병증 발생률이 전혀 없다. 시술자의 숙련도 등에 따라 성공률이 크게 달라졌던 기존 관절 수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 또한 인공관절의 정확한 삽입 위치를 결정해주기 때문에 부적절한 인공관절 삽입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을 방지하는 효과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2년 정형외과 전문인 이춘택 병원에서 처음 로보닥을 도입했는데, 지금까지 3,500회라는 경이적인 수술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최근 개원한 화순 전남대병원도 로보닥을 도입해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갔다.

이 병원에서는 무릎 관절, 엉덩이 관절, 골괴사증을 위한 인공관절 치 환술에 로보닥을 이용할 계획이다. 이춘택 원장은 “로보닥의 도입 이후 시술 의 정확성 향상은 물론 수술 후 부작용 등의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며 “환자의 입장에서는 고통이 적고 회복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 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빈치, 3차원 입체영상 제공

다빈치는 내시경을 활용하는 위복강경 수술 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외과전문 수술 로봇이다. 모두 4개의 로봇 팔을 가지고 있다. 수술은 환자의 몸속에 다빈치의 로봇팔과 초소형 카메라를 넣고, 의사가 3차원 영상을 바라보며 원격 조종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각각의 로봇 팔에는 손가락처럼 생긴 핀셋이 달려 있어 의사들의 손끝 움직임을 정확히 재현해낸다.

다빈치가 제공하는 최대 메리트는 환부를 절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실제 외과수술에서는 보통 20~25cm의 환부 절개가 요 구되지만 다빈치는 로봇 팔을 넣을 수 있도록 8~12mm 정도의 절개부위 몇 개만 만들어주면 수술이 가능하다.

당연히 개복수술 이나 위복강경 수술과 비교해 회복기간 및 후유증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 다빈치는 지난 2005년 신촌 세브란스 병원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래 14개 대형병원에서 18대가 운용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한 곳에서만 지난해 1,000건의 시술을 돌파했을 만큼 적용 속도 역시 빠르다. 용도는 대개 전립선암, 위암, 대장암, 부인암, 식도암, 갑상선암, 간암 등 암 수술이며 그중에서도 전립선암 수술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전립선암의 대표적 수술 후유 증인 요실금, 발기부전 등의 발병 가능성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주대병원의 한상욱 교수는 “의료진의 손기술과 첨단공학이 접목된 수술 로봇의 채용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다빈치의 경우 세밀한 영상과 정교한 움직임으로 수술 성공률을 월등히 높일 수 있다는 게 특징”이 라고 말했다.

물론 수술 로봇에도 단점이 있다. 바로 고가의 가격이 그것. 실제 다빈치는 대당 가격이 25억 원에 이른다. 로보닥 또한 17억 원이다. 특히 로보닥은 3차원 영상기능을 구현하려면 10억 원 상당의 멀티 CT를 추가 구매해야 한다.

이들의 도입이 대형병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로봇 수술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비도 비싼 편이다. 일반적인 로봇 수술은 700만~2,000만 원선이며, 전립선 암 수술은 1,500만 원대 수준.

이는 기존 수술에 비해 5~7배 비싼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수술 로봇의 국산화에 힘입어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 이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시기의 문제일 뿐 의사와 환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수술 로봇 시대의 도래는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구본혁 기자nbgkoo@sed.co.kr




초정밀 신경외과용 수술 로봇 뉴로 암






캐나다 캘거리 대학과 캘거리 지역건강 발전시스템이 공동 개발한 뉴로 암(neuroArm)은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안에서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신경외과용 차세대 수술 로봇이다. 양측은 5년의 연구기간과 2,700만 달러의 연구비를 투입해 지난해 뉴로 암의 개발에 성공했다.

정교한 신경외과 수술을 집도해야하기 때문에 뉴로 암에는 12개에 달하는 미세 해부용 기구와 미세 가위, 흡입관, 봉합용 바늘, 소독장비 등이 장착돼 있다. 이처럼 초정밀 외과수술기구와 실시간 영상제공 장치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뉴로 암은 1~2mm 단위의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며, 사람 머리카락 직경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50미크론 크기의 절개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뉴로 암을 사용하는 의사는 환자가 누워있는 MRI 근처에 갈 필요조차 없다. 현미경에 부착된 고해상도 카메라 2대가 의사가 있는 통제실로 환부의 영상을 전송해주기 때문이다.

의사는 모니터를 활용, 수술 전 스캔 내용과 수술 진행 상황을 확인하면서 조종간으로 뉴로 암을 조작하면 된다. 이때 별도의 제어시스템이 의사의 미세한 손 떨림까지 완벽히 제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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