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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의 나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저울이 없는 현대문명을 생각할 수 있을까. 시장에서 식료품을 살 때는 물론 금이나 은 같은 귀중품을 거래할 때 우리는 저울의 도움을 받는다. 몸이 아플 때 먹는 약의 성분을 밝히고 불순물의 양을 체크하는 일에도 정밀한 저울이 사용된다. 심지어 유명 화가가 그린 미술품의 진위를 밝히는데도 저울이 사용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과거의 비밀을 푸는데도 저울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유적지의 건축물이나 유물의 나이를 밝히고, 미라의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척척 알아낸다. 인류가 기록을 남기기 훨씬 전인 고대 이집트, 안데스 산맥, 알프스 산맥에서 발굴되는 미라의 연령을 알아내는데 저울이 쓰인다는 얘기다.

무게를 측정하는 저울로 어떻게 과거를 알 수 있을까. 물론 일반 저울로는 불가능하다. 대신 극미량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정확하게 잴 수는 가속기 질량분석기(AMS)라는 특별한 저울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가속기 질량분석기로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14C)의 양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유물이나 미라의 나이를 알아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탄소(12C)는 양성자 6개와 중성자 6개로 이루어져 있지만 유물이나 미라의 연대 측정에 쓰이는 탄소는 중성자가 8개인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 즉 희귀탄소다. 희귀탄소는 대기 중의 질소(N-14)가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과 반응해 만들어지는데, 일반적으로 1조 개의 탄소 원자 가운데 1개 정도가 존재할 정도로 희귀하다.

지구상에 살아있는 식물이나 동물은 대기를 호흡하기 때문에 체내에서 일반 탄소와 희귀탄소의 비율이 일정하게 나타난다. 탄소가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되더라도 그 비율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동식물이 죽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되면 일반탄소는 거의 변함이 없는데 비해 희귀탄소는 붕괴돼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방사성 동위원소의 경우 원자핵과 중성자로 구성된 원자가 방사선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원자로 바뀌게 된다. 이때 원자 중에 붕괴되지 않고 살아남은 원자 개수가 처음의 반이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半減期)라고 부른다.

반감기는 원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100분의 2초에 불과한 것도 있고, 수십만 년이 걸리는 원소도 있다. 희귀탄소의 경우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5,730년이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면 유물이나 미라의 나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즉 희귀탄소의 양을 측정한 다음 1조분의 1이라는 기준 비율보다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계산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땅속에서 찾아낸 유물이나 미라의 샘플에서 희귀탄소의 양을 측정한 결과 일반탄소에 대한 농도가 2조분의 1로 나왔다면 그 유 물이나 미라의 나이는 5,730년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만약 희귀 탄소의 농도가 4조분의 1만큼 나왔다면 이 유물이나 미라는 약 1 만1,460년 전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1950년 이후로는 1년 단위로 연대 추정이 가능해졌다. 1년 단위로 희귀탄소의 감쇄 비율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 이다. 이 같은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 측정법은 고고 학에서 3만~4만 년 정도까지 절대 연령을 측정하는 데 많이 활용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나 유기물에는 탄소가 포함돼 있어 검출이 쉽다는 점도 유물 및 미라의 나이를 측정할 때 희귀탄소를 이용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기원전 4,000~5,000년경에 이집트에서 처음 천칭(天秤)이 등장했을 땐 단순히 곡식의 무게를 재는 도구에 불과했 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원자 단위의 극미량 질량을 잴 수 있게 만들었고, 저울은 이제 인류가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 비밀을 꺼낼 수 있는 도구로 발전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저울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글_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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