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를 깨우칠만한 나이에 자라나는 치아라는 뜻인 것. 이 같은 사랑니는 음식을 삼키기 쉽도록 갈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사람의 경우 사랑니가 나면 대개 뽑아내는 것이 상례다. 사랑니는 맹장이나 꼬리뼈처럼 퇴화된 조직이어서 자라날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다른 치아 사이를 뚫고 나오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치열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탓이다.
사랑니가 날 때 상당한 치통을 느끼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사랑니는 오직 사람에게서만 나는 것일까. 아니다. 미국 U.C. 버클리의 진화생물학자 레슬리아 흘루스코 박사는 "치아가 있는 포유류는 모두 사랑니가 난다"며 "특히 포유류는 사람과 달리 사랑니가 날 공간이 따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흘루스코 박사는 이어 "사람 역시 네안데르탈인 등 원시인 시절에는 사랑니를 위한 자리가 별도로 있었지만 지금은 퇴화돼 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랑니가 퇴화한 이유는 식생활의 변화가 직접적 단초를 제공했다.
과거 원시인들은 짐승을 사냥한 후 날고기를 씹어 먹었지만 불에 익혀먹는 문화가 도입되면서 음식이 한층 부드러워져 사랑니의 존재가치가 퇴색돼 간 것이다. 이렇게 여러 세대가 지나면서 현재 인간의 턱은 농업혁명시대 이전의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졌으며, 사랑니가 자라날 공간마저 사라졌다.
흘루스코 박사는 "사람에게 있어 턱의 크기와 모양은 기본적으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며 "하지만 어렸을 적에 음식을 씹는 경험도 턱의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설명을 뒷받침하는 것으로서 어렸을 때 당근, 감자 등 덩이줄기를 날 것으로 많이 먹게 되면 턱이 커져 사랑니의 공간이 생긴다는 학술적 증거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현대인들에게 사랑니는 그 효용성이 거의 없는 만큼 대다수 사람들은 평생토록 사랑니가 나지 않는 15%의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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