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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약의 위험한 실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다활동 및 충동성을 보이는 질환이다. 이 같은 질환의 치료를 위해 암페타민, 메틸페니데이트, 아토목세틴 성분이 들어간 약이 쓰인다.

그런데 이 같은 성분은 불안, 우울, 환각, 정신이상 등의 부작용이 수반된다. 그럼에도 이처럼 위험한 약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 이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과 보건지식의 부재 때문이다.

즉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를 먹으면 집중력이 높아져 성적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과 이 틈새를 노린 제약업체의 마케팅이 맞물려 돌아간 산물이라는 얘기다. 차제에 과도한 교육열을 잠재우는 약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8월. 그동안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졌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의 취급 부주의에 대한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한국얀센의 콘서타가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의 광고 조항 위반으로 취급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은 것.

한국얀센은 지난해 4월부터 보건소와 정신보건센터 등을 통해 관내 초등학교에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산만한 아이, 현명한 부모'라는 주제의 이 공문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관련 학부모 강좌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에 대한 각성과 학습장애에 따른 성적저하 우려를 강조한 다음 강사로 섭외한 의사를 통해 자사 제품을 소개했던 것.

지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의 박은수 의원은 한국얀센의 내부 자료인 신규환자 창출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서는 체크 포인트로 강의 내용 중 타사 치료제는 언급하지 말 것과 약물치료의 필요성을 언급할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강의를 해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환자가 찾아올 가능성이 없는 정신병원 의사는 강사로 섭외하지 말 것도 주문했다.

한마디로 약의 판매를 위해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열을 이용하고, 자녀의 학업성적 콤플렉스를 자극하며, 멀쩡한 자녀도 환자로 보이게 해 약을 팔겠다는 마케팅 의도인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얀센에 대한 행정처분이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 고 있다.

박 의원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의 원료로 사용되는 중추신경 흥분 물질, 즉 메틸페니데이트는 호흡곤란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처방과 투여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린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산만함이나 집중력 부족이 이 같은 학부모 겁주기 마케팅에 의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로 오인돼 불필요한 처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거대 다국적 제약업체도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즉 공부 잘하는 약에 대한 잠재수요가 엄청나다는 뜻이다.

공부 잘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의 실체

세간에 흔히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암페타민, 메틸페니데이트, 아토목세틴 계열의 약은 원래 인간의 학습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다. 바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약들인 것이다.

신경행동발달장애로 분류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는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다활동 및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자극에 선택적으로 주의 및 집중하기 어렵고, 지적을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고, 말이나 행동이 많으며, 규율을 알고 있는 경우에도 급하게 행동하려는 욕구를 자제하지 못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 같은 증상은 유아 및 소아에게서 눈에 띄게 나타난다. 미국 소아정신과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학령기 소아의 평균 주의력결핍과잉 행동장애 유병률은 3~5% 정도라고 한다. 유병률이란 특정기간 내에 존재하는 환자의 숫자를 의미하는데, 특정기간 내 발생하는 신규 환자의 숫자를 의미하는 발병률과는 다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는 12~20세 사이에 완치되는 경우가 많지만 청소년기 이후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30~50%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이 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현재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 또한 환자의 대부분에서 중추신경계의 뚜렷한 구조적 결함 증거 역시 나타나 있지 않다.

이처럼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질환인 만큼 어떤 아동이 심한 주의력 산만을 보인다고 해서 비전문가가 곧바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로 판정해서는 안 된다. 판정은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정밀검진을 통해 내려져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집중력과 기억력이 낮고 충동에 따라 움직이기 쉬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환자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은 물론 하다못해 일상생활이라도 무리 없이 해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환자의 집중력을 개선해 충동을 억제하고, 원만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치료제가 나와 있는 것이다.

ADHD 치료제에 들어있는 성분의 효능과 부작용

현재 나온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에는 주로 암페타민, 메틸페니데이트, 아토목세틴이 주요 성분으로 포함돼 있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향정신성각성제로 의사의 처방 없이는 이 성분이 포함된 약을 구입할 수 없다. 이는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을 자극해 치료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

암페타민: 졸음과 피로는 물론 식욕을 내쫓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대표적 향정신성각성제다. 계열 약물로는 메타암페타민, 덱스트로 암페타민 등이 있다.

뇌 내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증가시키고, 행복감을 증대시키는 작용을 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기면증으로 인한 주간의 졸림, 만성피로 증후군, 뇌손상 등의 치료에 쓰인다. 초기에는 식욕억제효과 때문에 체중감량에도 많이 쓰였다. 현재 아데랄, 비밴스, 데속신, 덱세드린 등의 주성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암페타민이 처음으로 합성된 것은 지난 1887년 루마니아의 화학자 라자르 에델레아누에 의해서다. 하지만 약용으로 쓰인 것은 지난 1927년 정신의약학자 고든 앨리스가 몸소 복용해 보면서부터.



지난 1935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의사인 M. H. 나탄슨이 병원 직원들을 상대로 이 약을 임상실험해 보고 나서 이 성분이 복용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업무에서 오는 피로감을 줄여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얼마 안 있어 터진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군인들과 방위산 업체 직원들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대량으로 사용됐다.

일본에서는 지난 1918년 화학자 오가타 아키라가 에페드린 사용량을 줄이고 적린과 요오드를 대신 사용해 합성한 암페타민 계열 약물인 메타암페타민을 만들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사용됐는데, 이것이 흔히 말하는 히로뽕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하나 둘씩 보고됐다. 실제 암페타민을 오남용해서 역치가 늘어날 경우 표준 투여량으로는 만족감을 느끼기 힘들어진다. 이는 과용으로 이어지고 과다복용 때는 정신이상, 흉통, 고혈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또한 만성 투약자가 복용을 중단할 경우에는 불안, 우울, 흥분, 피로, 과수면, 식욕의 무절제한 증대, 참을성 저하, 자살충동 등의 금단증상도 일어난다.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난 탓에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965년 처방 없이 암페타민이나 계열 약물이 들어간 약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특유의 효능 때문에 아직도 마약은 물론 업무 및 학업능률 향상제로 암암리에 찾는 사람들이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암페타민 1g당 10~15유로 정도에 암거래되고 있으며, 미 공군에서도 여전히 전투 조종사들에게 처방을 통해 암페타민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3년에는 암페타민을 복용하고 출격한 미군 조종사가 캐나다 군을 오폭해서 4명을 사망케 한 일도 있다.

메틸페니데이트: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공부 잘하는 약의 주성분이다. 한국얀센의 콘서타는 물론 리탈린, 아텐타, 메틸린, 메타데이트, 에쿠아심, 루비펜, 모티트론 등에 쓰인다.

지난 1944년 처음 합성됐으며, 각성효과는 1954년에 드러났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는 물론 기면증 등의 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모노아민 전달물질의 재흡수 억제를 통해 체내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암페타민과 유사한 화학적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약효 자체의 특성은 코카인과 비슷한 편이며, 암페타민에 비해서는 강도가 덜한 편이다.

복용자의 키를 약간 줄어들게 하고, 심장마비 위험성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FDA에서는 아직 이 같은 보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라벨에 표시하도록 하지는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다 복용했을 때는 위험하다. 흥분, 환각, 정신이상, 기면, 뇌졸중, 고혈압, 고열, 호흡곤란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정 처방량의 100배 이상을 복용하면 사망하게 된다. 복용을 중지할 경우 정신질환, 우울, 짜증 등의 금단현상이 일어난다고 보고돼 있다. 이 계열의 약물을 이용한 자살시도 역시 있었다.

아토목세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 성분이다. 스트라테라, 아테틴, 토목세틴 등의 약에 사용된다.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치료하는 작용을 한다. 이외에도 우울증을 치료하는 효과, 폭식억제 효과 등이 연구되고 있다.

과다 복용했을 때의 부작용으로는 비몽사몽, 흥분, 과잉행동, 비정상적 행동, 위장질환, 시야 흐려짐 등이 일어난다. 이 외에도 불면증, 구토, 식욕부진, 변비, 어지럼증, 발한, 성기능 이상, 체중감소, 맥박 및 혈압 증가 등이 나타난다. 또한 계열 약물을 복용한 환자가 우 울증, 정신이상, 자살충동 및 자살시도, 자해시도를 일으켰다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한 까닭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는 애당초 학습능력의 향상이 목적이 아니라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인 만큼 이것이 공부 잘하는 약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약들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해 팔리고 있으며, 이 같은 약의 판촉에 거대 제약회사까지 뛰어들고 있는 것일까. 이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과 보건지식의 부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한 사람에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일반인이 쉽사리 진단할 수 없는 해당분야 전문의의 영역이다. 게다가 6세 이하 아동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환자의 증상과 분간하기 힘든 행동 양태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부모들은 주워들은 얕은 지식으로 자신의 아이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환자라고 단정해 버리며, 아이의 성적부진 원인도 여기에서 찾는다. 여기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를 먹으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성적이 오른다는 잘못된 환상이 겹쳐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일부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성적 향상을 위해 주의력결 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라는 금단의 엉뚱한 열매를 따먹으려고 혈안인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교육현실과 이 같은 틈새를 비집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제약회사의 욕심이 자리잡고 있지만 말이다.

자녀의 성적을 올리겠다는 의지는 과다한 반면 그에 걸맞는 인식과 지식은 부재한 상태라면 과학시대의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이런 일은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과도한 교육열을 잠재우는 약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글_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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