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이론상으로 태양은 성가신 방사능 폐기물을 버리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의 장소로 보인다. 태양에서는 끊임없이 핵반응이 일어나고 있고 그 크기도 지구의 33만 배에 달할 만큼 거대해 지구에서 발생한 수만 톤 정도의 폐연료봉을 더한다고 해도 대형산불 현장에 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린 것처럼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는 기술적으로도 가능하다. 현재 미 항공우주국(NASA)이 보낸 2대의 탐사선이 태양의 고열을 견뎌내며 그 주변을 돌고 있음을 감안할 때 우리가 원한다면 충분히 지구의 방사능 폐기물을 태양으로 가져가 폐기할 수 있다.
하지만 화산과 마찬가지로 태양에 방사능 폐기물을 버리려는 시도 역시 득보다는 실이 너무도 많은 장사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폐기과정에서의 안전을 100%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알 수 있듯 방사능 사고는 단 한번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온다. 그런데 NASA를 포함해 현존하는 전 세계의 우주기구와 민간우주기업 중 무사고 우주선 발사기록을 보유한 곳은 없다.
최근에도 지난해 초 NASA가 2억8,000만 달러를 들여 개발한 궤도탄소관측위성(OCO)을 싣고 발사된 로켓이 발사 직후 남극대륙 인근의 바다에 추락한 적이 있다. 이런 사고조차 큰 뉴스거리가 되는데 만일 수백kg의 우라늄을 적재한 로켓이 동일한 사고를 당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예상이 될 것이다.
자칫 로켓이 공중 폭발하여 우라늄에 불이라도 붙는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방사능 재가 수개월간 하늘을 떠돌며 전 지구로 퍼져나가 지구촌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 100만 번을 성공하고 단 1번만 실패해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이를 감안한다면 태양에 방사능 폐기물을 투기하는 것은 결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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