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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 헌터

140명의 과학자들이 서울시 면적 보다 4배나 넓은 2,588㎢의 공간에 '토네이도 덫'을 설치하고 세상에서 가장 야심찬 기상 실험을 하고 있다. BY COREY BINNS

구름이 잔뜩 낀 지난 5월 10일 아침. 필자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페리의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호텔에 긴급히 마련된 한 지휘센터에 있었다. 지휘센터에서는 토네이도를 연구하는 35명의 과학자들이 연구장비를 탑재한 채 주차장에서 대기 중인 50대의 트럭을 어느 곳에 배치할지를 논의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까운 텍사스 남서쪽에 슈퍼셀(supercell)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커다란 폭풍이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셀은 회오리치는 거대한 뇌우(雷雨)를 말하는 데 하나 또는 다수의 토네이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토네이도 연구자들에게 슈퍼셀은 토네이도 발생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다. 그런데 이 때 레이더스크린을 살펴보던 미국 국립재해기상연구소(NSSL) 루위커 팀장의 눈에 문제가 발견됐다. 폭풍의 이동속도가 시속 80㎞나 됐던 것. 이들에게 이는 너무 빠른 속도다.

일반적으로 토네이도 추적이라 하면 여러 대의 트럭이 먼지를 휘날리며 토네이도를 쫓아가는 모습을 떠 올린다. 하지만 토네이도 회전의 근원 검증 실험(Verification of the Origin of Rotation in Tornadoes Experiment)의 약자를 따 '보어텍스(VORTEX)2'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에서는 이와는 매우 다른 방식의 토네이도 추적이 요구된다.

미국 정부가 2년간 1,200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한 보어텍스2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토네이도에 접근하는 것을 넘어 토네이도를 완전히 포위한 뒤 컴퓨터로 토네이도를 정확히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는 폭풍 속으로 뛰어들 두둑한 배짱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수 십 대의 트럭과 밴, 140명의 팀원, 그리고 12m의 이동식 무선 안테나, 기상관측기구, 무인항공기 등 수 톤에 달하는 방대한 기자재의 유기적인 조합이 성공의 핵심이다.

특히 실험을 시작하려면 방대한 부분에서 체계적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여기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수집이 선행돼야 한다. 미국 재해기상연구센터(CSWR)의 조쉬워먼 팀장은 "우리가 하려는 실험은 천천히 움직이는 폭풍을 만나도 결코 쉽지 않다"며 "오늘처럼 시속 80㎞의 폭풍이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빨리 일을 시작하지 못해 조급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도 5주 뒤에는 폭풍우 시즌이 끝나 연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미국 내에서 보고되는 토네이도는 연간 1,000건에 이른다. 피해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토네이도 추적자들에게 이는 연구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적은 숫자다. 토네이도는 예고 없이 나타나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홀연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구자들이 다음 토네이도의 발생 위치를 예측하려 해도 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너무 부족한 실정이다.

그만큼 토네이도 추적은 어려우며 신뢰성 있는 경보를 발령하기는 더욱 힘들다. 실제로 미국에서 발령된 토네이도 경보 중 무려 70%가 오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토네이도 경보가 발령돼 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오클라호마대학의 기상연구팀장 돈 버지스는 설령 오보가 되더라도 소용돌이를 발견하면 일 간 경보를 울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소한 경보 없이 토네이도를 맞는 것은 막을 수 있는 탓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코자하는 보어텍스 2 연구팀은 연구초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이론적 미궁에 빠졌다. 많은 토네이도를 추적하려면 지금보다 우수한 예측모델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토네이도를 추적해야했던 것이다.

토네이도의 대부분은 시속 24㎞ 속도로 이동하므로 차량을 타고 토네이도를 따라 달리면서 센서와 장비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연구팀의 일반적 전략이다. 하지만 토네이도의 이동 속도가 빠르다면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다. NSSL의 위커 팀장에 따르면 이 때는 팀원들이 신속히 산개해 토네이도를 앞지른다. 그리고 2,588㎢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어떤 상황에서도 데이터 측정이 가능한 장비들을 설치한 후 토네이도가 그쪽으로 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여러 시간에 걸친 철저한 준비와 방대한 작전 지역에도 불구하고 살아 움직이는 재해 덩어리의 포위는 말처럼 쉽지 않다. 사실 지난해에 연구팀이 포위에 성공한 토네이도는 와이오밍주 라그랑지에서 기록한 단 1건 뿐이다.

이것도 분명 큰 성과지만 충분한 성과는 아니다. 위커 팀장은 말한다. "시속 80㎞로 움직이는 폭풍을 따라잡는 것은 혼자라도 힘든 일입니다. 차량 50 대를 이끌고 그렇게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걸핏하면 소변이 마렵다며 차를 세워달라는 아이들이 가득한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심부름을 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때로는 모범운전자도 필요할 듯싶다. 인터뷰 도중 한 엔지니어가 사고소식을 전해 주차장으로 가보니 도플러레이더 탑재 트럭 10대 중 한 대가 작업을 위해 후진을 하다가 다른 도플러레이더 트럭과 충돌해 있었다.

이 때문에 레이더와 컴퓨터의 연결이 끊어졌다. 수리에는 몇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위커 팀장은 "지난 10년간 부서진 트럭을 무수히 고쳐가며 일을 진행했지만 이번이 단연 최악의 사고"라며 고개를 저었다.






토네이도에 대한 근본적 의문

보어텍스 프로젝트는 토네이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야심찬 연구다. NSSL이 지난 1994년 과 1995년 처음으로 보어텍스 관련 현장실험을 하면서 NSSL 위커 팀장과 CSWR 워먼 팀장은 헤롤드 브룩스, 돈 버지스 등의 기상학자들과 함께 토네이도를 포위한 최초의 과학자가 됐다.

이들은 트럭에 탑재된 도플러레이더로 토네이도를 지면 높이에서 보는 흔치않은 기회를 얻었고 토네이도의 수명주기 전체를 처음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 궁금해 했던 근본적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토네이도는 왜 생기는 것일까. 왜 어떤 토네이도는 유달리 다른 토네이도들보다 강한 것이며 이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원천은 무엇일까. 이에 위커 팀장과 그의 연구팀은 토네이도의 기본 메커니즘을 파악, 현재 발생 13분 전에야 예고되고 있는 토네이도 경보를 50분전으로 앞당겨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고자 한다.

보어텍스2 프로젝트에는 1994년의 보어텍스 프로젝트에서보다 더 많은 연구자가 참여하며 최신 이동식 기상센서 등을 통해 한층 발전된 예측시스템을 갖췄다. 이처럼 발전된 능력 덕분에 지난해 라그랑지에서 연구팀에 의해 포위된 토네이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철저한 분석을 당했다.

이번 달 과학자들이 미국 콜로라도에서 만나 이 자료를 분석할 예정이다. 자료들은 기존보다 굵은 빗방울, 강한 바람, 높은 습도 등 서로 다른 입력조건을 계산하는 수십 개의 컴퓨터 모델을 개발하는데 활용된다. 이 모델들을 동시에 구동시키면 생성된 폭풍 데이터를 분 단위로 실시간 분석할 수 있고 그 결과를 토대로 토네이도로의 진화 가능성, 진로, 파괴력 등을 지금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지금은 도시 인근에서 슈퍼셀이 발생하면 도시 전체에 경보를 발령했지만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토네이도가 지나갈 장소를 예측, 해당 지역에만 경보를 발령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미국의 재해 기상 경보는 미국 기상청이 운영하는 159개의 고정식 도플러레이더 네트워크인 '차세대 기상 레이더(NEXRAD)'에서 수집된 정보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고정식 레이더들은 종종 폭풍우로부터 너무 멀어져버려 데이터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항공기 장착형 레이더도 활용되지만 단 1대만 투입되기 때문에 대기권 아래는 제대로 관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보어텍스2는 슈퍼셀에 과거보다 가까운 거리로 다가가 연구자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각도에서 토네이도를 관찰, 기록하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이다. 무선 조종되는 무인항공기가 구름을 분석, 슈퍼셀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공기흐름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면 연구자들은 지붕에 관측장비를 매단 차량들을 타고 폭풍 속으로 달려 들어가 온도, 습도 등을 측정하게 된다. 이때 토네이도의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지지대에 부착한 캠코더가 토네이도의 내부를 촬영한다.

보어텍스2 프로젝트에 의해 토네이도 예보가 정확해진다면 공항의 항공 운항 형태, 산불 지수, 도시 계획 등도 개선된다. 브룩스 박사는 "지난 30년 간, 그리고 그동안 만들어진 폭풍 예측 모델을 사회적 관점에서 본다면 토네이도 경보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NEXRAD를 최신 이중 편파 레이더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보어텍스2 연구팀의 기본 장비이기도 한 이 레이더는 수평과 수직으로 극초단파를 발사, 하늘의 상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눈·얼음·빗방울까지 구분한다.

이와는 별도로 전국의 휴대폰 중계탑과 건물들의 지붕에 수천 대의 도플러레이더를 설치하는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토네이도를 찾는 최선의 방법은 트럭을 타고 직접 현장을 누비는 것이다. 위커 팀장의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장에 가보지 않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생각지 않습니다."




토네이도를 잡을 덫

위커 팀장과 다른 팀의 리더들이 머리를 맞대고 추측한 결과, 시속 80㎞로 이동하는 텍사스 남서쪽의 폭풍은 오후 4시경 오클라호마 북동부를 타격할 것으로 예견됐다. 그 전에 50대의 차량을 2,588㎢ 면적에 완벽히 배치해야 했지만 오전 10시30분이 되도록 연구팀은 호텔 주차장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오전 11시가 돼서야 위커 팀장 이 자신을 돕는 대학원생과 함께 미니밴을 타고 호텔을 출발했고 2대의 도플러레이더 트럭이 그 뒤를 따랐다. 목적지는 토네이도 포위망의 북쪽 경계 지역으로 호텔에서 약 40㎞ 거리였다.

부서진 레이더 트럭을 수리한 나머지 연구자들도 위커 팀장으로부터 64㎞ 떨어진 포위망의 중심부로 출발했다. 각 도플러레이더가 측정한 데이터는 폭풍의 발달상황 파악에 더없이 유용하며 이를 다른 장비들이 보내온 데이터와 통합할 경우 정보의 정확성과 깊이가 강화돼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수준의 3차원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

위커 팀장은 30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절대로 차량을 아무 곳에나 세워두는 것은 아니다. 레이더의 탐지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탁 트인 공간이 필요하다. 이에 이들은 산과 나무, 주택 등이 시야를 가리지 않는 공터를 찾아 2시간여를 더 헤매야 했다.

이곳은 폭풍이 토네이도로 변할 예상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토네이도 추적에 있어 안전한 곳은 존재치 않는다. 미국의 경우 토네이도는 제트기류와 멕시코만 난류의 작용에 의해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상례인데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며 갑자기 방향을 바꾸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때 붉은색 픽업 트럭 한 대가 위커 팀장 쪽으로 다가와 멈춰 선다. 그리고 트럭 운전사가 묻는다. "이곳에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건가요?" 위커 팀장은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뒷부분이 톱니모양인 회색 뭉게구름이 있었다. "저건 따뜻한 하강기류가 폭풍의 후미를 감쌌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앞으로 1시간 이내에 토네이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죠."

트럭 운전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제 갈 길로 떠났다. 이후 번개가 번쩍이고 굵은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기 시작했다. 위커 팀장은 긴장을 유지한 채 다른 팀의 레이더 가 보내온 데이터와 문자메시지를 살피며 대기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1시간 후폭풍이 남쪽으로 경로를 바꿔 오클라호마시티를 향했던 것.

얼마 뒤 위커 팀장은 국립기상센터(NWC) 노먼 지부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토네이도가 관측되기는 했지만 당초 예상대로 오클라호마시티 근처는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이 토네이도의 상륙지는 위커 팀장의 고향이기도 한 노먼이었다. NWC 노먼 지부에서 채 2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리고 곧 토네이도에 대한 뉴스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왔다. 토네이도가 날려 보낸 돌이 주택을 강타했고 40번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들이 전복됐으며 주유소 하나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뉴스를 듣던 중 워먼 팀장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의 아버지가 그의 안전을 묻고 있었다. 워먼은 대답했다. "더 이상 안전할 수 없을 만 큼 잘 있어요."

올해 오클라호마에서만 최소한 58 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했고 이날 하루에만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토네이도 추적 장비
홈메이드 방탄 전차


토네이도의 운동에너지는 가히 폭탄 수준이다. 따라서 디스커버리 채널의 시리즈물 '폭풍 추적자'에도 출연한 고참 토네이도 추적자인 리드 팀머와 그의 팀은 4톤짜리 전차 '도미네이터(Dominator)'를 직접 제작, 안전성을 제고하고 있다.

전차의 토대는 2007년형 시보레 타호 SUV 차량이다. 타호의 외피를 제거하고 그 대신 16게이지 강철 외피를 씌웠다. 또한 여기에 케블라 수지와 폴리우레탄수지의 혼합물인 라이노 라이닝(Rhino lining)이라는 방탄소재를 6㎜ 두께로 도포, 강철을 강화했다. 이렇게 이 차량은 대형 해머로 내리쳐도 끄떡없다.

또한 도미네이터에는 두께 13㎜의 폴리카보네이트 방탄창도 채용됐다. 이 창은 시속 240㎞로 날아오는 수박만한 돌덩이가 직격해도 견뎌낸다.

폭풍 속으로 돌진할 때 연구자들은 나스카 경주차용 5점식 안전벨트를 맨다. 팀머도 원칙적으로는 예외일 수 없지만 소형 파이프총으로 기상관측 측정장치를 발사하느라 너무 바빠 안전벨트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만일 풍속이 시속 160㎞에 이르면 도미네이터는 전복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연구자들은 마치 007 영화의 제임스 본드처럼 스위치를 작동, 배터리 구동식 유압시스템을 이용해 차량을 지면에 바짝 붙인다.

도미네이터의 하단에는 별도의 고무 소재 테두리가 있는데 지면과 차량 사이에 진공을 형성, 비산물의 침입을 막고 차량의 다운포스도 높여준다. 한가지 유감스러운 부분은 연비다. 도미네이터의 연비는 실제 전차보다도 좋지 않은 1ℓ당 6㎞에 불과하다.






토네이도의 모델링

지난 8월 노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다시 만난 위커 팀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의 예상이 근소한 차이로 빗나가 토네이도의 포위에 실패하면서 1주일가량 프로젝트 전체에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일이 있은 후 우리는 더욱 노력하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더 일찍 일어나고 휴식시간도 줄여 연구를 하기로 한 것. 결국 보어텍스2 연구팀은 기상청과의 협력을 통해 모든 추적이 종료된 지난 6월까지 무려 20개의 토네이도를 포위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2년간의 프로젝트 기간을 통틀어 연구팀은 총 50TB 용량의 막대한 데이터를 획득했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그 어떤 자료보다도 토네이도를 가장 속속들이 파헤친 자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워먼 팀장은 "우리는 순식간에 자료의 벼락부자가 됐다"며 "이 자료만 있어도 몇 년은 걱정 없다"고 웃음 지으며 말했다.

특히 연구자들은 토네이도의 내부와 주변의 풍향·풍속과 관련된 자료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토네이도가 주택의 지붕을 날려버리고 마을을 초토화 시키는 원리 규명에 직접적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위커 팀장의 말이다. "최고등급인 F-5급 토네이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설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약한 토네이도들은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습니다. 집을 지을 때 조금만 더 투자하면 됩니다."

택시를 타고 오클라호마시티 공항으로 가는 길에 필자는 지난 5월의 토네이도로 파괴된 잔해를 목격하며 위커 팀장이 말한 투자가 현명한 선택임을 새삼 깨닫았다. 고속도로 주변에는 지면에서 뽑혀진 나무들이 무수히 있었고 부서진 주유소는 벽과 천장이 사라진 채 골격만 남아있었다.

택시기사는 자신의 여동생이 토네이도를 피하기 위해 그 주유소의 대형 냉장고 속에 숨었었다고 설명했다. 여동생의 전화를 받고 주유소로 달려갔을 즈음에는 이미 토네이도가 지나간 후였다고 한다. 다행히도 그녀는 목숨을 건졌다. 택시기사는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토네이도는 정말 순식간에 끝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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