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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케이팝 대신 판소리에 빠진 아이들

국립극장 '창극아카데미' 수강생들

초중생 24명, 매주 토요일 아침부터 판소리, 연기 등 배우느라 구슬땀

"어렵지만 매력있어요" 재수강생도

강의 나선 안숙선 명창 "어릴 때 국악 쉽고 편하게 접할 환경 만들어야" 강조

명창 안숙선(뒷줄 오른쪽에서 네번째)이 9일 오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창극 아카데미’ 수업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펼치고 있다./사진=국립극장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작은 손으로 박자를 타며 진양조의 구성진 소리를 뽑아낸다. 아이돌 가수의 음악이 어울릴 법한 앳된 외모의 아이들은 가사의 의미를 알든 모르든 그저 이 순간의 흥에 흠뻑 젖어있다. 열정만큼은 여느 전문가 못지않은 소리꾼들의 노래에 눈을 감고 북을 치던 명창 안숙선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지난 4월 9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 아래 자리 잡은 일취월장 연습실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인 ‘사랑가’가 흘러나왔다. 진중한 어른의 선창을 뒤따르는 것은 어린아이들의 음성. 매주 토요일 오전 열리는 국립극장 창극 아카데미의 세 번째 수업, 국악인 안숙선의 ‘마스터 클래스’ 시간이다.

창극 아카데미는 안 명창이 젊은 국악인 양성을 위해 국립극장에 제안해 만든 것으로 이번에 4기 수강생을 맞이했다. 하반기 예정된 전공자 중심의 심화반과 달리 초중생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입문반에는 취미로 소리를 배우러 온 학생도 많다. 중학생 황영빈(14) 군은 “평소 가요를 즐겨듣는 편은 아닌데, 우연히 접한 판소리는 정말 매력적이었다”며 “지난해 창극 아카데미를 수료했는데, 또 배우고 싶어 이번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악을 배웠다는 이수민(12)양은 “성악과 판소리는 발성부터가 많이 다른 것 같다”며 “판소리의 저음과 꺾기가 아직도 어려운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부모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적성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인 만큼 상당수가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다리를 다친 2명의 여학생은 목발을 짚고 와 의자에 앉아 안무 수업까지 모두 소화했다.



명창 안숙선이 9일 오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창극 아카데미’ 수업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펼치며 웃고 있다./사진=국립극장


입문반 학생 24명은 6월 말 아카데미 수료식을 창극 공연으로 펼치는데, 이번 졸업작품이 바로 춘향전이다. 기수마다 2회 마스터 클래스를 여는 안 명창은 이날도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며 소리에 대한 흥미를 키워줬다. “여러분, 웃어야 사랑가지. 지금은 장송곡인데”라고 흥을 돋우다가도 “오늘 집에 가서 이 노래를 백 번을 불러야 한다. 그래야 내일 부를 때 달라질 수 있다”며 엄격한 스승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 명창이 창극 아카데미를 제안한 이유는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우리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다. 어릴 때 접할 기회라도 있어야 자라면서 국악 장르를 낯설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 명창은 “우리 고유 음악을 지켜야 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어른이 되어서야 우연히 듣고 ‘어렵다’는 생각만 할 뿐”이라며 “어릴 때부터 소중한 우리 음악을 자주, 쉽게,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속에서 엄청난 영재를 발굴할 수도 있겠지만, 국악에 관심을 쏟는 아이들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 아니겠느냐”고 웃어 보였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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