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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변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R&D·혁신 집념 LG의 새로운 미래를 꽃피운다

LG그룹이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그동안 LG는 조금 조용했다.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복이 있었던 이유도 있다. 하지만 LG는 내부적으로 권토중래의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LG전자는 생각의 틀을 깨는 새로운 스마트폰 ‘G5’를 내놓았다. 그룹 계열사들이 힘을 합쳐 키우고 있는 미래 스마트카 부품 사업과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사업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1등 기업’의 자리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

구본무 LG 회장은 주력사업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을 적극 육성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 목표에 도달하는 원동력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와 혁신에 대한 집념이다. 변화의 봄기운이 LG에게서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 3월 17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타워 3층 대회의실에서 한 행사가 열렸다. 참석자임을 알리는 인식표를 목에 건 400여 명이 대회의실 안팎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부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개발자’들이었다. 이 행사의 명칭은 ‘G5 개발자 대회’였다.

대회의실 로비에는 LG전자가 새로 내놓은 스마트폰 ‘G5’와 함께 색다른 여러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제조사는 제품을 개발해서 팔면 그만이다. LG전자는 왜 개발자들을 초청했을까. 이유는 G5에 있다. G5는 다양한 기능을 지닌 주변기기를 결합해 사용하는 모듈식 스마트폰이다. 여러 주변기기를 연결해 스마트폰의 기능을 보다 확장시킬 수 있다.

이날 LG전자는 개발자와 상생하는 ‘열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를 ‘LG 플레이그라운드’라고 소개했다. LG 플레이그라운드에서는 G5와 연동되는 주변기기(LG전자는 이를 ‘프렌즈’라고 한다)와 콘텐츠를 개인이나 기업 누구든지 자유롭게 개발하고 제작해서 판매까지 할 수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가 말했다. “지금까지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은 더 좋은 스마트폰, 즉 ‘스마트폰 끝판왕’에 집중했습니다. 이제 LG전자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합니다. G5를 통해 스마트폰 이상의 경험과 재미를 만들고자 합니다. LG전자는 누구든 함께 들어와 G5와 놀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나갈 테니 여러분들이 G5와 결합 가능한 기기를 직접 만들거나 아이디어를 내주시기 바랍니다.”

이어 조준호 LG전자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장이 말했다. “LG 플레이그라운드는 말 그대로 ‘함께 만드는 놀이터’입니다. 개발자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LG전자 개발팀과 기기를 함께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습니다.”

스마트폰 열풍을 주도하지 못했던 LG전자다. 잘나갔던 피처폰은 하루아침에 스마트폰에 밀려났다. 대부분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애플이 세상에 내놓은 스마트폰(아이폰)을 따라가기에 바빴다. LG전자도 예외라고 할 수 없었다. 악착같이 스마트폰 신제품을 만들어냈지만 시장의 호응을 얻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모방하고 추격하는 것만으로는 원조를 이기기가 어렵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하지만 G5는 LG가 여전히 혁신 DNA를 가지고 있다는 걸 세상에 보여줬다. G5 개발자 대회에서 만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는 LG전자의 시도에 대해 극찬했다. “심리학에 ‘선택의 자유’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인간은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죠. 그래서 ‘레고’가 기가 막힌 장난감이라는 겁니다. 왜? 내가 원하는 걸 마음대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G5도 선택의 자유를 주는 제품이에요. 애플이 만들어 놓은 스마트폰의 정의를 벗어 던진 ‘물건’이 드디어 하나 나온 겁니다. 그것도 한국에서요.”








▶ 게임의 틀을 바꾸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해 3분기 776억 원, 4분기 438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연속 부진한 경영실적을 올리자 회사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LG전자 MC사업본부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G5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일순간 변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이 말한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G5 출시 효과로 인해 2분기부터는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입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 덕분에 후속 스마트폰 모델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봐요.”

LG전자는 ‘게임의 틀’을 바꾸는 시도를 했다. 그러자 G5 같은 전혀 다른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변화의 중심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있었다. 구본무 회장은 2015년 3월 ‘LG 연구개발 성과 보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산업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 · 복합이 일상화되면서 기존의 완제품 개발 역량에 더해 소재와 부품의 개발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한발 앞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남들이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원천기술 개발에 혼신을 다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구본무 회장은 올해 들어 ‘변화와 혁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임을 알기 때문이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3월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도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기술 발전과 치열한 경쟁으로 기존 산업의 지형이 바뀌는 파괴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흐름을 고려하여 집중해야 할 사업을 정하고 사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 당부했다.



구본무 회장이 추구하는 변화의 핵심 전략은 주력사업의 시장선도 강화와 신성장사업의 집중 육성이다. 주력사업에서 시장을 선도하자는 구 회장의 의지를 대표하는 사례로 ‘G5’를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LG 시그니처’, ‘올레드(OLED · 유기발광다이오드) TV’도 빼놓을 수 없다. 모두 기술력이 뛰어나고 독특한 프리미엄 제품들이다.

LG 시그니처는 LG전자가 지닌 핵심 디자인 역량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1월 선보인 슈퍼 프리미엄 가전 통합 브랜드다. LG전자는 그동안 냉장고(디오스) · 세탁기(트롬) · 에어컨(휘센) 등 제품군에 따라 별도의 브랜드를 사용해 왔지만 여러 가전제품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에서 LG 시그니처를 소개한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는 “최고의 제품을 지향하면서 감각적 안목 또한 탁월한 고객에게 새로운 차원의 사용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CES 2016에서 선보인 LG 시그니처 제품은 올레드 TV와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다. 본질에 집중한 최고 성능, 정제된 아름다움, 혁신적인 사용성으로 최고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LG 시그니처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LG 시그니처 냉장고는 새로운 개념의 수납공간인 ‘매직스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매직스페이스를 두드리면 냉장고 속 내용물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문도 자동으로 열려 전시 기간 내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역시 큰 관심을 받았다. IT 전문매체 ‘와이어드(Wired)’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TV에 ‘최고 제품상’을 수여하며 “불가능할 정도로 제품 두께가 얇고 화질이 뛰어나다”고 호평했다.

LG전자는 앞으로 주요 가전제품에 선별적으로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적용할 계획이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가 가전 사업의 질적 성장과 양적 확대를 동시에 이끌면서 LG 브랜드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현철 연구원이 말한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세탁기와 냉장고 등 신모델 출시로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크게 늘 겁니다. 여기에다 고부가가치 대형 제품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영업이익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연결 기준으로 올해 영업이익 2조2,750억 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90% 급증한 수치다.




‘CES 2016’에서 선보인 LG 시그니처 제품들. 왼쪽부터 냉장고, 올레드 TV, 공기청정기, 세탁기.


▶ 주력사업에서 시장을 선도하라
LG전자가 올레드 TV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LG디스플레이’가 있어서 가능했다. LG디스플레이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지난 2013년 대형 올레드 패널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LG디스플레이의 사업 성공 이면에도 구본무 회장이 있었다. 시작은 LCD 패널이었다. 1998년 당시 정부는 대기업 간 반도체 사업 빅딜을 추진했다. LG는 반도체 사업을 당시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게 넘겨야 했다. 결국 구본무 회장은 당시 LG전자와 LG반도체가 각각 영위하고 있었던 TFT-LCD사업을 따로 분리해 LCD 전문기업인 ‘LG LCD’를 설립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 정부와 현대전자는 LG반도체에서 LCD 사업을 분리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은 “이번 빅딜은 반도체 사업 빅딜일 뿐, LCD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관철시켰다. 디스플레이 사업을 살리는 단호한 결단으로 LG의 미래에 새로운 길을 예비했던 것이다.

LG는 LG반도체를 내준 몇 달 뒤인 1999년 5월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민간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16억 달러에 달하는 외자를 유치했다. 구 회장은 3개월 후 필립스와의 합작법인 ‘LG필립스LCD’를 출범시켰다. 디스플레이 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LCD 분야에서 고급 원천기술을 보유한 필립스와 응용기술이 강한 LG LCD의 공동 합작을 성사시킨 것이다.

‘G5 개발자 대회’에 참석한 한 개발자가 G5로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그 후 LG는 필립스와 결별하고 2008년 단독법인인 LG디스플레이를 출범시켰다. 구 회장은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LG디스플레이를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구 회장은 LG가 LCD 사업에 처음 진출한 1995년 이후 지난 20년간 총 40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1995년 경북 구미에서 첫 번째 공장을 가동할 당시 임직원 수 1,100명에 매출액 15억 원 규모였던 회사는 현재 임직원 3만 2,500명에 20조 원 중반대 매출을 올리는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성장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대형 LCD 패널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3.9%를 차지하고 있다. 2009년 4분기부터 2015년 4분기까지 25분기 연속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록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뒤늦게 LCD 패널 생산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2013년 삼성전자가 TV용 올레드 패널을 포기한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그때 LG에서는 구본무 회장이 더 강하게 TV용 올레드 패널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또 당시 시장에서는 LCD 패널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LG디스플레이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올레드 패널을 육성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10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2~3년 뒤 각종 디스플레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구부릴 수 있는 ‘플렉시블 올레드 패널’과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 올레드 패널’ 등 미래형 디스플레이를 계속 선보이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확실하게 기선을 잡기 위해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향후 올레드 패널 시장은 TV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선제적 투자 효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 마련된 LG 전시관. LG의 미래 스마트카 부품 사업을 보여주고 있다.


▶ 새로운 신성장동력, 스마트카 부품 사업
구본무 회장은 LG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거듭나는 것을 독려한다. 그 스스로가 게임 체인저로 앞장서기도 한다. 구본무 회장은 미래 자동차 개발 트렌드로 자리잡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에 주목해 스마트카 부품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자동차 부품처럼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곳에 자원을 집중해 남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스마트카 부품 사업은 LG에게 또 다른 ‘1등 사업’의 훈장을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 말한다. “LG그룹이 신사업으로 준비해 온 스마트카 부품 사업에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성장성이 돋보이며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LG전자는 현재 스마트카 부품 사업에서 15조 원 이상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 업계와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LG의 스마트카 부품 사업 매출은 지난해 4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5조 원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스마트카 개발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투자와 혁신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LG의 자동차 부품 사업도 이런 산업 흐름에 맞춰 지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자부품 업계 관계자가 말한다. “구본무 회장이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성을 미리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것은 놀라운 안목이었습니다. 미래 스마트카 부품 사업에서도 과감한 투자 결단으로 성공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휘어지는 플렉시블 올레드 패널.


LG는 현재 각 계열사들이 지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동차 부품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구본무 회장이 그룹 핵심사업에 계열사들이 힘을 합쳐 집중하도록 만든 것이 스마트카 부품 사업 성장의 추진력을 확보하게 된 주요인이라고 평가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 말한다. “구 회장은 LG전자를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들이 전기차 사업에서 힘을 합쳐 프리미엄 가치를 창출해내는 ‘밸류체인’을 만들었습니다. LG그룹이 LG전자와 LG화학 등 계열사를 통해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은 향후 매출 성장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장기 성장을 위한 동력을 확보한 상태라고 봅니다.”

LG의 스마트카 부품 사업은 그룹 내 핵심 주력 계열사가 협력하는 구조를 지녔다. LG전자가 자동차용 부품을, LG디스플레이가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한다. 특히 LG전자는 자동차 고객사를 늘리며 스마트카 부품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차세대 전기차에 구동 모터 등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유럽과 북미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자율주행차 개발 협력 관계를 맺는 등 미래 스마트카 핵심 부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밖에 LG이노텍은 차량용 센서 · 카메라 모듈 · 발광다이오드(LED)를, LG하우시스는 자동차용 원단과 경량화 소재 등을 각각 소화해낸다. 여기에 LG화학도 매우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크라이슬러와 자동차용 2차전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LG는 GM · 포드 · 크라이슬러 등 북미 3대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현재 20여 곳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수백만 대의 차량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LG화학 오창공장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 구본무 회장의 뚝심 있는 R&D 투자 결실
LG화학은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의 2차전지 사업 시작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그룹 부회장이었던 구본무 회장은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영국을 찾았다. 영국에서 구 회장은 한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니라 충전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를 처음 접했다. 그는 2차전지가 미래의 새로운 성장사업이 될 가능성을 직감했다.

구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 2차전지를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럭키금속의 2차전지 연구조직은 1996년 LG화학으로 옮겨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 하지만 성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1997년 LG화학 연구진은 시험용 소형 2차전지 생산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대량 생산하기에는 품질이 따라주지 않았고, 일본 선발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을 따라잡기도 역부족이었다.

1990년대부터 수년간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2차전지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러나 구 회장은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와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고 독려했다. 2005년 2차전지 사업이 2,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을 때도 구 회장은 “끈질기게 하다 보면 꼭 성과가 나올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다시 한번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그런 뚝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한 덕분에 현재 LG화학은 중대형 2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1위로 평가받는 등 2차전지 시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세계 최대 친환경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난징에 고성능 순수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공장(연간 5만대 생산 가능)을 준공해 미국 홀랜드(연간 3만대 생산 가능), 한국 오창(연간 10만대 생산 가능) 등 전 세계 주요 거점에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LG화학은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 리서치’가 발표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기업 평가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제조사 국제경쟁력 평가’ 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LG화학의 자동차용 2차전지 매출이 지난해 7,000억 원에서 올해 1조2,000억 원으로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도 순항 중이다. LG의 스마트 마이크로 그리드 솔루션을 나타내고 있는 미니어처


▶ 친환경 에너지 사업 ‘완결형 밸류체인’ 갖춰
LG는 스마트카 부품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LG가 만든 흥미로운 지면 광고가 하나 있다. 광고를 메우고 있는 것은 근사한 그림이다. 이 광고 한 장에는 LG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 전략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청정한 자연을 상징하는 넓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안에는 스마트 빌딩이 서 있다. 길 위에는 전기차가 다니고 섬 곳곳에는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세워져 있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해 전기차를 움직이고 빌딩에 불을 밝힌다. 쓰고 남은 에너지는 ESS에 저장한다. 건물에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빌딩 시스템을 갖춘다. 바로 LG가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도 완벽한 밸류체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LG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태양전지 모듈,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부터 저장(ESS), 효율적 사용(시스템에어컨, 창호 · 단열재,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은 물론, 관리(에너지관리시스템)에 이르는 사업을 모두 추진할 수 있는 완결형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다.

LG전자가 고효율 태양전지 모듈과 ESS를, LG화학은 ESS용 배터리, LG CNS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과 스마트 마이크로 그리드 솔루션(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을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를 작은 지역에 맞게 적용한 것), LG퓨얼셀시스템즈가 연료전지(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반응 시켜 전기를 생성하는 미래 동력원) 발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국내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이런 독자적 생산체계를 구축한 곳은 LG가 유일하다.

구본무 회장은 LG전자-LG화학-LG CNS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무기로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도 1등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의 에너지 사업 매출이 지난해 3조 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4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올해 구미공장의 태양광 모듈 생산시설에 1,600억 원을 투자했다. 또한 앞으로 5년 동안 에너지저장장치 사업 육성에 1,2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표한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 전략’도 LG가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오는 2030년 10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키우고 온실가스 5,500만 톤을 감축하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LG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성장세도 갈수록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LG는 현재 울릉도와 제주도 등 국내 도서 지역을 ‘100%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구축하는 대규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LG유플러스는 최근 서울시와 ‘에너지 효율화 및 사회공헌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서울시에 있는 아파트와 서울시 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소비 효율화 사업을 공동 추진해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등을 구현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3월 9일 열린 ‘LG 연구개발 성과 보고회’에서 구본무 회장이 홍언표 LG전자 수석연구원(앞줄 왼쪽)에게대 상팀 상패를 전달하고 있다.


▶ LG 변화 이끄는 R&D 육성
LG는 주력사업의 시장 선도를 가속화하고 신성장사업을 집중 육성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올해도 R&D 투자를 아끼지 않고 선제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올해는 중국 경기침체와 유가 하락 등 세계 경기 불황에 따라 경영환경이 예전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미래 준비를 위한 R&D 투자는 줄이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LG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김한얼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가 말한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변화 속에서 혁신을 통해 살아남는 것은 모든 산업계의 화두가 됐어요. 선두 기업은 지속성장에 대한 압박이 훨씬 큽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과거의 성공방식에서 탈피해야 해요. 매우 어려운 일이죠. 강력하고 통찰력 있는 리더가 그래서 중요한 겁니다. LG가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고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LG그룹은 2011년 R&D에만 4조3,000억 원을 투자한 이후 연평균 5,000억 원 이상 꾸준히 R&D 투자를 늘려 왔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6조3,000억 원을 투자해 처음으로 6조 원대를 돌파했다. 구 회장의 R&D 중시 철학은 R&D 인력 규모 증가로도 나타나고 있다. LG그룹의 전체 R&D 인력 규모는 2015년 기준 3만 2,000여명으로 지난 5년간 약 32% 증가했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LG사이언스파크’ 조감도.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로 LG의 R&D 메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그룹의 주력사인 LG전자는 지난해 신성장사업인 태양전지 분야 R&D에 5,272억 원을 투자했다. 전 세계 태양광 발전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에 맞춘 투자 확대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기존 8개 태양전지 생산라인에 6개를 추가해 총 14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2018년까지 이뤄지는 태양전지 사업 신규투자를 통해 현재 연간 1GW(기가와트)급 생산능력을 3GW까지 확대한다. 3GW 규모의 태양전지는 1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급락해 글로벌 태양광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주력 제품인 고효율 프리미엄 태양광 모듈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계속 증가하는 상황” 이라며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위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 올레드 패널 생산공장 건설에 1조 8,4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향후 3년간 총 10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2018년 상반기에 완공될 경기도 파주 공장에서는 미래형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대형 올레드 패널 및 플렉시블 올레드 패널이 생산될 계획이다.

또 LG화학은 최근 5,152억 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농자재 생산업체인 동부팜한농을 인수했다. 또 다른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LG화학은 2014년 미국 수처리 분리막 필터 생산업체인 ‘나노H2O(NanoH2O)’를 인수한 데 이어 동부팜한농을 품에 안음으로써 농업 · 바이오 분야까지 진출하게 됐다. 기존 기초소재(석유화학), 정보전자소재, 전지 사업과 함께 더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LG이노텍도 디지털 기기의 슬림화, 소형화에 따라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소자 · 소재사업을 제2의 신사업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올해 말까지 R&D에 700억 원을 투입한다.



구본무 회장의 R&D 사랑은 매년 열리는 ‘LG 연구개발 성과 보고회’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구 회장은 1995년 취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이 보고회에 참석해 각 계열사의 핵심 기술을 일일이 살펴보고 있다. 그는 뛰어난 성과를 거둔 연구개발팀을 직접 시상할 정도로 R&D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또한 LG 연구개발 성과 보고회를 통해 실력을 뽐낸 우수한 인재는 임원급 대우를 받는 연구위원으로 승진시키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9일 열린 보고회에 직접 참석해 이렇게 강조했다. “R&D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철저하게 고객과 시장, 그리고 사업의 관점에서 진정한 고객 가치를 위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목표를 세우고 혼신의 힘을 다해주십시오. 그러한 노력들이 인정받고, 충분히 보상받는 조직문화 환경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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