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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향한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우리의 데이터를 활용해 인간에 더욱 가까운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는 페이스북의 야심찬 도전





페이스북을 소셜 미디어 기업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과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현재 이 회사는 드론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를 추진 중에 있으며, 가상현실(VR) 헤드셋 업체 오큘러스를 매입해 VR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얼마 전부터 인류 삶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인공지능(AI)에도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세계 최고 첨단기술 연구기업의 하나가 된 것이다.

AI에 국한하자면 이 분야는 공룡기업들의 각축장이 된지 오래다. 구글과 IBM 등이 미래 시장의 패권을 놓고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또한 이들이 각 분야에서 거둔 결실들이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날을 앞당기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이미 그것을 해냈다. 눈에 띠지 않게 커튼 뒤에 숨은 채 조용히 이뤄냈을 뿐이다. 페이스북만 해도 매월 15억명의 사용자들에게 관련기술을 서비스하고 있다.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들이 뉴스 피드에서 무엇을 보길 원하는지 예측,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다만 AI 업계는 한 가지 큰 난제를 갖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AI, 다시 말해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끼며 움직이는 기계를 완성하려면 이른바 ‘인공일반지능(AGI)’을 구현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적 활동을 모사하는 AGI를 구현하려면 컴퓨터가 기존의 선형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에서 사람만큼 무형식의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페이스북의 경우 다면적 접근법을 통해 이 문제의 해결을 도모했다. 페이스북 인공지능 연구(FAIR) 팀이 AI의 일반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동안 랭귀지 테크놀로지나 페이스북 M 등의 팀들이 사용자를 위한 실용적 기능과 서비스를 내놓는 형태다.




페이스북의 FAIR 수장인 얀 레쿤 교수. 그는 페이스북의 뉴욕 지사에서 주로 근무하기 때문에 여전히 뉴욕대학에서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차세대 성장동력
페이스북이 AI 분야에 눈독을 들인 것은 창업 후 10년 즈음인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 슈뢰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한 주요 중역들과 함께 향후 10~20년간 회사의 성공을 이끌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AI가 낙점된 것이다. 저커버그 CEO는 AI 초기부터 그 잠재력에 주목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지하다시피 페이스북에는 이미 기계학습 기술이 적용돼 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뇌 속 신경세포의 정보 처리 방식을 모방한 최신 AI 구현 기법인 ‘신경망(neural network)’에 비하면 단순하고 기초적인 알고리즘에 불과하다.

이에 현재 몇몇 엔지니어들이 최근 대세로 떠오른 기계학습 기법이자 이미지의 식별에 널리 쓰이고 있는 ‘나선형 신경망(CNN)’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와 관련 저커버그 CEO는 AI를 미래 먹거리로 정한 뒤 기계학습 전문가인 마크 아우렐리오 란자토 박사를 구글의 AI 연구그룹인 구글 브레인 팀에서 영입했다. 그리고 CNN을 발명한 얀 레쿤 뉴욕대 교수를 찾아갔다.

현재 FAIR의 수장이 된 레쿤 교수는 AI 연구에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1988년 벨 연구소에서 AI와 인연을 맺은 이래 AT&T 랩을 거쳐 2003년부터 뉴욕대학에서 관련연구를 지속해왔다. 오늘날의 CNN은 평생에 걸친 레쿤 교수의 연구 산물인 셈이다.

“저커버그와 슈뢰퍼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제 얘기에 빠져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두 사람은 제게 할 수 있다고 확신을 주더군요. 저커버크 같은 사람이 찾아와 ‘당신이라면 세계 최고의 AI 연구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권을 위임할 테니 마음껏 해보세요’라고 말했다고 생각해보세요. 누구도 거절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실제로 레쿤 교수는 세계 정상급 AI 연구실을 만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최고의 인재를 원한다면 그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최고의 연구실과 야심찬 장기 목표를 가져야합니다. 또한 그들에게 연구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한편 지금까지 이뤄낸 연구성과들을 공유해야 합니다. 이는 ‘개방성(openness)’이라는 페이스북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죠.”




페이스북 FAIR 팀의 뉴욕지사 사무실 내부. 좌로부터 레온 보토우 박사, 얀 레쿤 교수, 롭 퍼거스 교수.


인재영입 작전
페이스북의 미래를 창조하라는 막중한 임무에 비해 FAIR 팀의 규모는 생각보다 작다. 레쿤 교수에 의하면 30여명의 연구 과학자와 15명의 엔지니어가 전부다. 이들은 총 3곳에 나뉘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 뉴욕의 FAIR팀 본부에서 레쿤 교수가 20여명의 팀원을 지휘하고 있고,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지부에 20여명이 근무한다. 그리고 작년 6월 프랑스 국립정보기술자동화연구소(INRIA)와 함께 문을 연 파리 사무소에 5명이 배치돼 있다.

“페이스북에는 FAIR 외에도 랭귀지 테크놀로지 등 AI 관련 팀들이 존재하지만 FAIR 팀은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부분에서 여타 팀들과 차별화됩니다.”

FAIR의 팀원들은 모두 기술분야에서 이름깨나 날리는 인물이다. 고급 AI 연구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팀원 중 다수는 FAIR에 합류하기 전 레쿤 교수와 협업한 경험을 갖고 있다.

물론 우수한 팀원의 영입이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고 한다. 예컨대 레쿤 교수가 배출한 제자들 중 다수는 AI 관련 벤처기업에 몸을 담았고, 이들 벤처기업 대부분은 트위터와 같은 큰 기업에 인수된 상태였다. 알파고에 의해 널리 알려진 신경망 기반 기계학습법 ‘딥러닝(deep learning)’의 대가인 캐나다 토론토대학 제프리 힌튼 교수와 몬트리올대학 요슈아 벤지오 교수도 친분이 있었지만 각각 구글과 앱스탯(ApStat)이라는 데이터 마이닝 기업에 합류한 뒤였다.

하지만 다행히 그는 AI 연구계의 최상위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전문가들의 영입에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레온 보토우 박사와 뉴욕대학 롭 퍼거스 교수, ‘서포트 벡터 머신(SVM)’ 기계학습법의 창안자인 런던대학 블라디미르 배프닉 교수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중 MS에서 기계학습과 기계추론을 연구하다가 2014년 3월 FAIR 팀으로 옮겨 언어 관련 연구그룹을 이끌고 있는 보토우 박사는 레쿤 교수의 오랜 동료다. 1987년부터 아미가 운영체제(AmigaOS)를 활용해 신경망 시뮬레이터를 공동 개발한 전력이 있다. 2014년 11월 컨설턴트로 영입된 배프닉 교수 역시 레쿤 교수가 벨연구소에 근무했던 시절의 동료다. 당시 두 사람은 기계학습 능력 측정 기법이 포함된 AI 관련 논문을 공동 발표하기도 했다.

“제가 벨 연구소에서 처음 팀장을 맡았을 때 상사가 이렇게 조언하더군요. ‘여기서는 두 가지를 명심해야 돼. 하나는 절대로 부서원들과 경쟁해선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반드시 자네보다 똑똑한 사람만 채용해야 한다는 거야’라고요. FAIR 팀의 영입 기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명백한 지능
FAIR 팀은 규모와 구성원의 면모가 화려하다. 수행 중인 연구 주제들의 학술적 가치도 크다. 때문에 페이스북에서도 FAIR 팀의 장기적 목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페이스북 뉴욕 지사의 한 회의실에서 만난 레쿤 교수는 그 목표를 자칭 ‘명백한 지능(unambiguously intelligent)’이라 불렀다.

“현존하는 최고의 AI 시스템조차 멍청이와 다름없습니다. 상식이 전혀 없으니까요.”

그는 자신이 필자에게 탁자 위의 음료수를 들고 회의실 밖으로 나가라고 명령하는 상황을 묘사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이 정도의 상황은 아무 문제없이 간단히 예측해 처리할 수 있다. 반면 기계는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전체 시나리오를 완성하기에는 정보가 너무나 누락돼 있다.

“아마도 당신은 의자에서 일어나 병을 집어 들고 문으로 걸어갈 거예요. 그런 다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뒤 문을 닫겠죠. 어떤 추가 정보나 부가 설명도 없이 말이에요. 인간은 현실세계의 제약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듯 많은 것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일일이 말해줄 필요가 없죠.”

이와 달리 AI 연구자들은 아직도 기계에게 이 정도의 추론 능력을 가르칠 방법을 알지 못한다. 이에 페이스북은 자신의 주변 환경을 인간만큼 충분히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계의 개발에 AI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레쿤 교수는 이의 구현을 위한 최대 장벽이 ‘비(非)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 이라 말한다.






현 기계학습 기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이 있다. 예를 들어 기계가 강아지를 인식하도록 하고 싶을 때 강아지의 모습을 이해할 때까지 수천~수만장의 사진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방식이 이것이다. 구글의 AI 이미지 소프트웨어인 ‘딥드림(Deep Dream)’은 이 방식을 역으로 적용해 추상화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다른 하나는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다. AI 스스로의 판단에 근거해 미션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성공확률을 높여가는 기계학습법으로 특정한 정보를 주면 AI가 ‘예’ 또는 ‘아니오’ 가운데 하나를 선택, 그 결과를 분석해 실수를 보정한다.

이런 강화 학습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지도 학습과 병행하면 탁월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 앞서 프로 바둑기사들의 지도 학습과 하루 3만번 이상의 가상대국(강화학습)으로 단시간 내 괄목할만한 실력 향상을 이룬 알파고가 그 실례다.

이와 달리 비지도 학습은 인간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기계학습을 의미한다.

“인간은 스스로 외부를 관찰하고 추론해서, 그 결과를 지식이라는 창고에 저장해 둡니다. 즉 비지도 학습은 인간이 배우는 방식을 의미해요. 별도의 데이터 입력도, 피드백도 필요 없습니다.”

문제는 이의 구현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아직 인간이 학습하는 기본원리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를 규명하고자 많은 연구가 추진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AI를 위한 비지도 학습 아이디어들도 여럿 도출됐죠. 하지만 어떤 것도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AGI를 향한 첫걸음
그렇다고 지금껏 AGI로 가기 위한 연구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레쿤 교수의 경우 CNN과 융합, AI에게 정보 유지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일명 ‘기억 네트워크’ 연구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이 새로운 기억 보존 모드를 인간 뇌의 해마와 대뇌피질에서 각각 담당하는 장·단기 기억에 비유한다.

“5억개의 노브(knob)를 가진 블랙박스를 연상하면 됩니다. 연구자는 이 기억 모듈을 이용해 네트워크에게 특정 정보를 주게 됩니다. 그러면 네트워크는 나중에도 그 정보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요. 인간처럼 정보를 기억하게 되는 거죠.”

구체적으로 레쿤 교수팀은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을 앞서 말한 특정 정보로 사용했다. 그것도 책 전체가 아닌 핵심 줄거리를 요약한 내용만 제공했는데, 추후 연구팀이 소설의 특정 시점을 지목한 뒤 현재 반지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AI는 짧고 확실하게 정답을 답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의 슈뢰퍼 CTO는 이를 놓고 AI가 물체와 시간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이 기술을 페이스북에 접목하면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찾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그는 지난해 3월 열린 한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이렇게 언급하기도 했다.

“세상의 맥락을 이해하는 시스템이 완성되면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이해해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저희는 모든 사용자가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모든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만 정확히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향합니다.”



FAIR 팀은 ‘임베드 더 월드(Embed the World)’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기계가 현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미지와 포스팅, 댓글, 사진, 동영상 등의 모든 상관관계를 벡터로 인식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레쿤 교수는 이 시스템을 적용해 추론을 대수(代數), 즉 기호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매우 강력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임베드 더 월드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인공 신경망은 동일 장소에서 촬영된 두 장의 다른 사진을 사진 속 풍경의 시각적 유사성에 의거해 같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다. 또한 해당 사진의 설명이 사진 속 풍경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도 알아낸다.

“현실에 대한 가상의 기억을 되살려 다른 장소나 사건의 맥락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겁니다. 심지어 사용자의 기호와 관심, 디지털 경험 등에 기반해 한 개인을 기억해 놓을 수도 있어요.”

현재 해시태그의 추적에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는 이 기술은 분명 실험적 수준이다. 그러나 장차 페이스북의 뉴스 피드에서 발휘하게 될 영향력은 지대할 것이다.






FAIR 팀의 장기적 목표에 관해서는 이런저런 평가가 엇갈린다. 하지만 연구과정에서 거둔 작은 성공만으로도 페이스북은 더욱 똑똑해지고 있다. 참고로 지난 2014년 6월 연구팀은 국제 전기전자 기술자 협회(IEEE)에 ‘딥페이스: 인간 수준으로의 안면인식 성능 개선’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안면인식 기술 ‘딥페이스’ 의 정확도를 세계 최고 수준인 97%까지 높였다. 딥페이스는 현재 페이스북이 제공 중인 자동 사진 태깅 기능을 구현하는 원천기술 중 하나다.

“유용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한 달 내에 15억명의 다른 사용자들에게 선보일 수도 있어요. 우리는 지금도 저 멀리 지평선 너머의 궁극적 목표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에는 개발하고 완성해야할 단기적 목표들이 널려 있죠. 이를 하나하나 정복해 가다 보면 진정한 AI가 눈앞에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사진 자동 태깅 기술의 개발에는 뉴욕대학과 MIT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AI 연구를 지속해온 베테랑 연구자인 퍼거스 교수가 이끄는 AI 시각 연구그룹의 역할이 컸다. 사진에 이은 그의 다음 타깃은 바로 동영상이다.

“동영상은 별도의 설명이 없거나 메타데이터가 부족한 경우가 다반사예요. 때문에 상당수가 제대로 노출돼 보지도 못한 채 사라집니다. 저희 연구그룹의 목표는 AI가 각 영상을 보고, 유사한 영상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동 분류토록 하는 것입니다.”

이 기술은 페이스북이 자사의 서버에서 걸러내고 싶어 하는 포르노와 저작권 침해 콘텐츠, 그리고 여타 이용약관에 위배된 동영상들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특히 향후 실용화가 이뤄진다면 사용자들은 주요 영상들의 선별은 물론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영상들을 하나의 주제로 추출해낼 수 있다. 지금껏 페이스북은 외주를 통해 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AI가 대신한다면 상당한 비용절감이 예견된다.

최근의 테스트 결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AI가 농구, 하키, 탁구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동영상들을 정확히 구분해낸 것이다.

“야구와 소프트볼, 카약과 래프팅, 프로농구와 길거리 농구처럼 매우 유사한 스타일의 종목들까지 정확히 구별했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려라
앞서 언급했듯 페이스북의 AI 연구조직은 FAIR 팀만이 아니다. 랭귀지 테크놀로지의 경우 음성인식과 번역, 자연어 인식 등 당장이라도 서비스가 가능한 실용적 기능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FAIR 팀이 페이스북의 순수 AI 연구그룹이라면 랭귀지 테크놀로지는 응용 연구그룹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FAIR 팀과도 협력하고는 있지만 개발과 실용화 작업은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랭귀지 테크놀로지의 최근 연구성과로는 기계학습을 적용한 ‘다중언어 조정기(multilingual composer)’를 들 수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사용자는 자신의 모국어로 글을 작성한 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45개 언어로 자동 번역해 뉴스피드에 포스팅할 수 있다. 읽는 사람 역시 자신이 선택한 언어로 번역된 글을 볼 수 있다.

랭귀지 테크놀로지의 앨런 패커 팀장은 페이스북의 유저 중 절반 이상이 비영어권임에도 콘텐츠 대부분이 영어로 돼 있음을 지적한다.

“다중언어 조정기는 그동안 존재했던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릴 획기적 기술입니다. 세상의 개방성과 연결성 제고가 페이스북의 신조임을 감안할 때 AI 번역서비스 제공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 할 수 있죠.”

이 번역서비스의 이용자는 이미 3억3,000만명에 달한다. ‘번역 보기’ 버튼을 처음 눌렀다고? 축하한다. 당신은 방금 AI를 작동시켰다.

패커 팀장은 페이스북이 번역에 AI를 적용하려한 이유는 명확하다고 말한다. 문법도 맞지 않는 저급 번역이나 비유와 숙어, 속어를 이해하지 못한 오역은 인간들의 상호작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의 구글 번역기처럼 단어 대 단어를 직역하는 방식의 번역기들이 가진 문제점이기도 하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번역은 번역이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영어 ‘핫도그(hot dog)’를 단어 대 단어로 직역하면 불어로 ‘쇼 시앵(chaud chien)’이 돼요. ‘뜨거운 개’라는 뜻의 말도 안 되는 번역이죠. 또 영어 ‘핫도그’에는 스키나 서핑에서 묘기를 부리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어요. 앞뒤 문맥을 살피지 않으면 엉터리 번역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아직 AI도 이만한 수준의 이해력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다만 초기단계의 AI를 볼 때 그것이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패커 팀장은 그 비결이 비유나 숙어를 이해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언어는 계속 발전하며, 새로운 의미가 추가되고, 신조어가 탄생하기 때문에 AI가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끊임없이 인간의 언어를 배워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바로 이것이 태생적으로 적응력이 뛰어나고, 새로운 말을 신속히 배울 수 있는 AI의 강점이 빛을 발하는 부분입니다.”

이와 관련 최근 랭귀지 테크놀로지 팀은 프랑스 축구팬들이 ‘와우(wow)’라는 감탄사에 해당하는 새로운 속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포스팅된 글을 활용해 신경망 훈련을 수행했다. 덕분에 지금은 이 속어도 문맥에 맞춰 정확히 번역해낸다.

“오늘날 모든 언어는 매월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에 저희는 매일 새로운 데이터로 AI를 훈련시켜 페이스북의 어휘를 늘리고 있습니다.”






차세대 AI 개인 비서
애플의 ‘시리’와 MS의 ‘코타나’, 구글의 ‘나우’ 등 우리는 이미 AI 기술이 적용된 음성인식 가상비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페이스북도 동참을 선언했다. ‘M’으로 명명된 이 서비스는 휴대폰으로는 불가능했던 복잡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개인 가상 비서들과 차별화된다.

일례로 시리를 이용하면 음성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지만 M은 항공편 예약과 여행계획 수립도 가능하다. 이사를 앞둔 한 페이스북 직원은 M을 이용해 이삿짐 운송업체들의 가격과 서비스를 비교 평가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M의 런칭에는 작년 초 페이스북이 인수한 음성인식기술 스타트업 윗에이아이(wit.ai)가 많은 역할을 담당했다. 이들이 데이비드 마커스 부사장의 지휘 하에 페이스북 메신저 팀에 합류하면서 같은해 8월 M이 세상에 나왔다.

윗에이아이 팀의 책임자인 알렉스 르브룅은 페이스북의 AI 기술에 힘입어 M이 일반적인 가상 비서 업무는 물론 유아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등의 특별한 업무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한다.

“AI의 발전이 M의 능력 향상과 직결돼 있다는 뜻입니다. 현 추세대로 라면 향후 3년 내 M을 이용해 통신사나 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어 업무를 대신 처리하도록 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M과 같은 서비스가 가진 진정한 부가가치는 일반적이지 않으며, 이상하고, 복잡한 일들에서까지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M의 학습은 계속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AI 교육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끊임없는 자가 학습이 이뤄진다. 이따금 사용자가 M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요청을 하면 AI 교육팀이 해당 요청을 처리한다. 이때 M은 교육팀의 처리 방식을 보고 배워서 다음에 유사한 요청이 들어오면 교육팀의 도움 없이 알아서 해결하게 된다.

“자가 학습 프로그램에는 무작위적인 요소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인간의 학습방법과 가급적 가깝게 학습토록 하기 위함이죠. 그래서 M은 종종 일상적인 요청을 처리할 때조차 더 새롭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앞으로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요청의 건수를 파악하고 평가해 인간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르브룅은 개발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은 일정부분 필수적이라 말한다. 인간은 AI를 교육시키는 주체이자 품질 관리의 최후 방어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M은 FAIR 팀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맡고 있다.

“FAIR 팀은 뭔가 테스트할 것이 생길 때마다 M을 활용합니다. 인간의 교육과 감독을 받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위험을 예방할 수 있거든요.”

M의 플랫폼은 윗에이아이 플랫폼 위에 구축돼 있다. 대부분은 페이스북으로 인수되기 전에 개발된 것이지만 FAIR 팀은 사용자와 M의 상호작용에서 확보된 딥러닝 데이터를 추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레쿤 교수는 FAIR 팀의 모든 연구가 개방성을 지향한다고 피력한다. 실제로 FAIR 팀의 거의 모든 활동은 논문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코딩 또한 많은 부분에서 오픈소스 코드를 활용한다. 특히 이 자료들은 페이스북의 연구사이트(research.facebook.com)와 과학논문 사이트 ‘아카이브(arXiv.org)’에서 누구나 찾아볼 수 있으며, 여기에는 의료용 이미징 장치나 자율주행자동차에 적용될 수 있는 연구 논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덧붙여 레쿤 교수도 AI 개발을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 C++의 온라인 자료실인 ‘토치(Torch)’의 구축을 주도했으며, 트위터와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자들과 함께 모든 AI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자료실로 운영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이 자체적인 경쟁력 제고에 더해 AI 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이 AI 연구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핵심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알래스카 같은 곳에서 홀로 연구하던 천재적 과학자가 엄청난 성능의 완벽한 AI를 탄생시키곤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게 될 확률이 전혀 없습니다. AI 연구는 우리 시대의 가장 거대하고, 복잡한 과학적 과제의 하나예요. 한 개인이나 기업이 풀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해요. 유관 과학기술계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다다를 수 있는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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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FAIR Facebook AIResearch
CNN Convolutional Neural Networks.
SVM Support Vector Machine.


딥페이스: 인간 수준으로의 안면인식 성능 개선 DDeepFace: Closing the Gap to Human-Level Performance in Face Verification.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DAVE GERSHG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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