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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어디까지 와 있나

숙박·차량 공유 서비스 세계로 급속 확산 중<br>한국은 낡은 규제에 묶여 아직도 걸음마 단계





지난 1997년 말 들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는 우리나라를 국난의 위기로 몰고 갔다. 당시 우리 국민은 외환위기 속에서 하나로 똘똘 뭉쳤다. 특히 각종 외신에서 주목했던 것이 ‘아나바다 운동’이었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의 줄임말인 아나바다 운동은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보여준 가장 대표적인 자발적 시민운동으로 기억된다.

최근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른바 ‘공유경제’ 패러다임은 과거 우리 사회가 보여줬던 아나바다 운동을 일부 연상시킨다. 소유가 아닌 ‘나눔’을 통해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공유경제는 아나바다 운동과 큰 궤를 같이한다.

공유경제는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생활에서 아주 쉽게 공유경제를 실천해왔다. 새 학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중·고등학교 근처에는 졸업생들이 입었던 손때 묻은 교복을 물려주는 교복 장터가 마련된다.

긴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은 자신의 주차공간을 이웃사촌, 혹은 주차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여해준다. 주말마다 곳곳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는 자신들이 쓰지 않는 물건을 팔고, 또 이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인파로 넘쳐난다.

이처럼 우리가 매일 일상생활에서 접하고 있는 다양한 상황이 모두 공유경제의 한 부분이다. 비단 이는 국내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앞서 실생활 속 공유경제를 실현해왔다.

여기서 주목해볼 만한 사실이 있다. 과거 ‘아나바다 운동’이 펼쳐졌을 당시, 우리나라 경제는 그야말로 바닥이었다. 조금이라도 소비를 줄이고, 새는 돈을 막아야 했다. 어찌 보면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는’ 것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서민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공유경제는 조금 다르다. 글로벌 경기 침체기라고는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공유경제라는 패러다임에 투자하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과거 아나바다 운동에 투자하는 기업이 과연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기존 산업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저력을 가진 공유경제를 일컬어 일부 전문가들은 “좀 더 스마트해진 아나바다 운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포춘코리아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공유경제 패러다임, 그리고 이를 준비하는 국내 시장과 기업들의 전략을 확인해봤다.





전 세계적으로 공유경제 패러다임을 촉발한 것은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스타트업들이었다. 특히 에어비앤비가 공유경제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 내에는 무려 8,000만 개의 전동드릴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평균 전동드릴 사용시간은 불과 13분밖에 되지 않죠. 모든 사람이 굳이 전동드릴을 소유할 필요가 있을까요? 고작 13분밖에 쓰지 않는데 말이에요.”

글로벌 숙박공유 기업 에어비앤비(Airbnb)의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의 말이다. 먼지만 쌓여가는 물품은 비단 전동드릴뿐만이 아니다. 미국 내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개인 승용차가 주차장에 머무는 시간은 전체 사용 기간 중 무려 95%에 달한다고 한다. 비단 미국만의 사례는 아니다. 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는 일주일 내내 주차장에 고이 모셔져 있는 차량이 부지기수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물론 소비자들은 일주일 내내 주차장에 전시하기 위해 차량을 구매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사용시간에 비해 우리가 차량 구매에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물론 생계 수단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예외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말한다. “이 같은 고민은 꽤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물론 내 물건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는 것을 반길 사람은 찾기 어렵죠. 하지만 개인 소유의 제품과 자원, 더 나아가 재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소유자 역시 새로운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이러한 고민의 해답이 바로 공유경제입니다.”






저물어가는 소유의 시대, 부상하는 공유의 시대
공유경제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때는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틴 와이츠먼 하버드대 교수는 당시 발표한 ‘공유경제 : 불황을 정복하다’라는 논문에서 공유경제를 처음 언급했다. 하지만 당시 와이츠먼 교수가 말한 공유경제는 그저 ‘수익공유’의 개념에 가까웠다. 최근 통용되는 공유경제의 정의와는 사뭇 거리가 있다.

16년 후인 지난 2000년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자신의 저서 ‘소유의 종말’을 통해 공유경제의 본질에 조금 더 접근한 개념을 소개했다. 리프킨은 “머지않아 소유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접근’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리프킨은 “소유권(Ownership)은 시간이 흐를수록 제한적이고 구시대적인 개념으로 여겨질 것”이라며 “누구나 모든 재화에 접근하고자 하는 갈망이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접근’은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모든 재화를 이용할 수 있는 범용성의 확대로 해석할 수 있다.

소유의 시대는 인류가 공동생활에서 벗어난 시점부터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 특히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18세기 후반에 들어서며 경제활동은 ‘소유’라는 개념으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자산과 자원의 소유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경제 성장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해석 때문이었다.

리프킨은 소유의 시대가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언급했다. 산업의 중심이 굴뚝산업에서 정보통신산업(ICT) 패러다임으로 옮겨가며 소유라는 개념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ICT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소유가치를 추구하는 일보다는 공유나 교환, 재활용 등을 통해 사용가치를 극대화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기존에 ‘소유’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이윤을 추구해온 기업 집단 역시 ‘가치 극대화’를 통한 이윤추구의 방식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리프킨의 개념을 지금의 ‘공유경제’로 정립한 인물이 바로 미국의 저명한 사회운동가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로런스 레식(Lawrence Lessig)이다. 레식 교수는 공유경제를 일컬어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소유권을 거래하는 것이 아닌 ‘접근권’을 공유하는 것, 쉽게 말해 앞서 언급한 드릴과 자동차처럼 한번 생산된 제품을 한 사람이 소유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필요에 따라 공유하는 것이 바로 현대사회의 공유경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공유경제 패러다임을 촉발한 것은 다름 아닌 스타트업이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모델로 출범한 스타트업은 초기만 해도 기존 산업계에서 ‘이단아’로 불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공유를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는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은 기존 대기업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상린 교수는 말한다. “대기업과 공유경제 스타트업의 차이점은 그들이 중요시하는 가치와 철학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이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및 신뢰성을 핵심 가치로 여겼다면, 공유경제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을 핵심가치로 여기죠. 품질과 신뢰성은 사용자 경험에 의존했고요. 무엇보다 일반 기업은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해야 한다는 기본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제품을 개발·생산함과 동시에 자신들이 운영하는 직영 몰에서 물건을 직접 팔죠. 이유가 무엇일까요?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고객과 제품을 공유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시간이 흘러 기존 대기업이 모든 스타트업 영역을 잠식해나간다 하더라도 결코 공유경제 모델만큼은 진출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경제 스타트업이 ‘파괴적 혁신’을 이끌어냈다고 말한다. 기존 시장 패러다임을 흔들어놓을 만큼 막대한 파급력을 보여줬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파괴적 혁신’의 주인공이자 공유경제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는 우버, 에어비앤비는 과연 어떤 회사일까?


공유경제 중심에 선 쌍두마차 ‘우버·에어비앤비’
우버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승객과 운전기사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콜택시 플랫폼이다. 분명 운송 서비스지만 우버가 소유한 택시는 없다. 우버는 그저 모바일 앱을 통해 승객과 운전기사를 연결해주는 허브에 국한한다. 모든 결제는 우버 앱을 통해서 진행되며 승객이 결제한 택시 요금의 약 20%를 우버가 수수료로 가져간다. 나머지는 운전기사의 몫이다. 요금은 날씨와 시간, 요일에 따라 차등적으로 책정된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가격이 올라가고 평일 낮 시간대는 가격이 내려가는 방식이다.



지난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서비스가 시작된 우버는 현재 68개국 400여 개 도시에 진출해 있다. 지난 3월 기준 우버의 기업가치는 625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오랜 역사를 지닌 자동차업계의 대표기업 포드(524억 달러), 제너럴모터스(471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넘어선 수치다.

또 다른 대표 공유경제 기업은 에어비앤비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에 숙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숙박을 원하는 여행객들을 웹과 앱을 통해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우버와 마찬가지로 에어비앤비가 소유한 숙소는 없다. 사용자들은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통해 가정집이나 아파트 전체, 혹은 일부 빈방의 제공을 원하는 집주인과 연결해 숙박을 해결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장점은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형태의 숙소에서 묵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인과 함께 체류하면서 생활과 문화를 공유하는 것은 일종의 보너스다.

에어비앤비는 그동안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하며 기존 최상급 호텔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여행산업 전문기관인 스키프트(Skif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인터컨티넨털호텔(99억 7,000만 달러), 하얏트호텔(95억5,000만 달러)에 근소한 차로 앞선 수치다.

전문가들은 공유경제 시장 활성화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기업이 에어비앤비라고 평가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연택 한양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는 말한다. “에어비앤비의 성공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가장 중요한 자산, 즉 집이라는 것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낯선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게 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거죠. 공유경제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신뢰성의 문제가 어떻게 해결 가능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에어비앤비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양사가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협력적 소비’라는 공유경제의 본질을 앞세워 기존 법률과 규제를 벗어나 자신들의 영리 확대에만 몰입하는 방향으로 변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14년 우버가 선보인 저가 서비스 ‘우버엑스(UberX)’는 법률과 제도에 부딪힌 대표적인 서비스다. 기존 우버가 실제 운행하는 택시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라면, 우버엑스는 일반 자가용을 사용한다. 면허증 소지자로서 간략한 신원조회와 인터뷰만 거치면 누구나 우버엑스 운전자로 등록할 수 있다. 우버는 우버엑스에 대해 “이용자들에게는 효율적이고 안락한 이동수단을 제공하고, 운전자는 차량 소유로 인한 비용부담을 절감하는 동시에 차량을 공유함으로써 도시 전반에 교통체증 완화를 가져올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우버엑스는 기존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불법영업 논란에 직면했다.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영업이 중지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4년 8월 도입됐지만 얼마 못 가 서비스가 중단됐다.

에어비앤비도 문제에 직면했다. 순수한 개인 호스트와 손님을 연결하겠다는 기존 취지와 달리 임대업체들이 호스트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이는 에어비앤비의 정체성을 흔드는 효과를 불러왔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숙박공유 플랫폼 코자자의 조산구 대표는 말한다. “에어비앤비가 설립된 해가 2008년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4년 앞서 이와 유사한 서비스가 나왔습니다. 일종의 인터넷 여행자 커뮤니티인 ‘카우치서핑(Couch surfing)’이었죠. 여행자들을 위해 현지인이 자신의 카우치(Couch·소파)를 제공하고, 여행자들이 카우치에 머무는 방식이었습니다. 카우치서핑은 에어비앤비라는 콘셉트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해요. 실제로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도 카우치서핑에서 일정 부분의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에어비앤비가 임대업체의 주택을 중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죠. 물론 이것을 전부 에어비앤비의 잘못으로만 볼 수는 없어요. 모든 호스트를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을 테니까요. 실제로 사용자들 역시 이에 대해 별다른 반감을 품진 않았습니다. 문제는 숙박업계의 반발이었죠. 온갖 법적 근거와 규제를 들이대며 에어비앤비를 압박하려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었으니까요.”

이처럼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논란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오히려 갖가지 논란을 원동력으로 삼아 무섭게 성장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논란은 공유경제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활짝 연 공유경제 시장과 그 패러다임은 이제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비교적 단순하고 진입장벽이 낮아 유사 모델도 전 세계 로컬시장을 중심으로 생겨나는 추세다. 우버는 유사한 서비스 기업인 ‘리프트(Lyft)’에 추격을 허용했고, 글로벌 렌터카 기업인 에이비스(Avis)는 시간별 예약을 통해 자동차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운영해온 ‘집카(Zipcar)’를 인수하며 공유경제 플랫폼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밖에 다양한 분야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공유경제 서비스와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공유경제 패러다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대다수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공유경제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언급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과도한 규제’다.




최근 각국 정부와 지자체는 우버엑스(UberX) 합법화를 위해 규제를 풀고 있다. 규제를 고수하는 우리나라 정부와는 사뭇 다른 대응방식이다.


중국도 공유경제 시장 대대적 성장
그동안 우버의 해외 시장 실적은 좋지 못했다. 공격적인 투자의 여파도 있었지만, 규제의 탓도 분명 있었다. 우버가 지난달 네덜란드 상공회의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우버는 해외 시장에서 2억3700만 달러(약 2,89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에서의 고전은 치명적이었다. 중국 내 차량공유 시장에서 수년간 지속된 현지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과 우버의 경쟁은 사실상 디디추싱의 승리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우버는 그동안 중국 시장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유일하게 겸직하고 있는 직책이 바로 우버차이나 CEO일 정도다. 그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지난해 중국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썼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우버차이나의 현지 시장 점유율은 1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점유율은 전부 디디추싱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례에서 우리나라도 배울 것이 있다고 말한다. 공유경제 모델을 키우는 중국 정부의 지원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말한다. “중국 정부는 공유경제가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에 집중했습니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많은 규제를 하고 있지만, 경제적 효과가 확실한 시장에 대해서는 과감히 규제를 풀죠. 물론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는 아닙니다. 일단 규제를 푼 뒤, 상황에 따라 사후규제를 마련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한때 중국 상하이에서 차량공유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의 시위가 격렬하게 발생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차량공유 서비스 자체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의 시위는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상하이시 정부가 차량공유 서비스 규제가 아닌 합법화를 선택했던 거였죠. 곧이어 디디콰이디(현 디디추싱)에 인·허가까지 내줬습니다. 대신 면허 취득 여부, 신원조회, 과거 사고 이력 확인 등 차량공유 서비스 운전자에 대한 관리방안을 더욱 강화했죠. 이후 상하이를 시작으로 중국 내 400여 도시에서 차량공유 서비스가 합법화됐고, 그 결과 디디추싱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글로벌 서비스로의 도약까지 노리게 됐습니다.”

디디추싱으로 촉발된 중국 내 공유경제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정보센터 정보화연구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공유경제 규모는 1조9,500억 위안에 달했다. 공유경제 서비스 종사자는 약 5,000만 명으로 전체 노동 인구의 5.5%에 달하며 공유경제 활동에 참여한 인구는 5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판 에어비앤비라 불리는 중국의 숙박공유 서비스 ‘투자(途家)’는 지난 2011년 12월 설립 이후 꾸준히 서비스 지역을 넓혀왔다. 현재는 중국뿐 아니라 해외 1,085개 지역에 진출한 글로벌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공유경제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셰어링(업체 소유의 차량을 예약하고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린 후 반납하는 서비스) 기업 쏘카(SOCAR)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후발주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엄밀히 말해 쏘카 역시 쏘카라는 회사 소유의 차량을 빌려 쓰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 서비스라고 보기는 힘들다.

IT 강국, 모바일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공유경제가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O2O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A 씨는 말한다. “얼마 전 저희가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플랫폼을 들고 변호사를 찾아 법리적 검토를 부탁했죠. 그런데 기획안을 본 변호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관광진흥법상 불법’이라고 단언하더라고요. 다른 방안을 모색해봤지만, 도저히 길이 없었습니다. 숙박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예약 서비스뿐인데 이미 포화상태잖아요. 말로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외치면서 규제 완화에는 미온적인 정부의 대응에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월 신산업 육성·규제 완화 정책의 하나로 숙박 공유 서비스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다.

논란이 됐던 우버엑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12월 검찰은 유사 콜택시 영업을 했다는 혐의로 우버테크놀로지 대표를 기소해 현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는 자가용이나 렌터카를 이용해 돈을 받고 손님을 태우는 행위를 원천 금지하고 있다. 이미 합법화했거나 합법화를 검토 중인 미국 워싱턴DC와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호주의 사례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웃 나라 일본 역시 제한적으로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정회상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퇴근 시간 이후부터 개인택시 공급이 급격히 감소해 심야시간대 택시 승차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가 글로벌 서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 증가로 이어지기보다는 역량 있는 스타트업의 탄생 및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공유경제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유경제 스타트업 대표 B 씨는 말한다. “사실 곁가지만 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청정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의미가 있죠. 하지만 지금이라도 교통, 숙박 등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공유경제 시장에 뛰어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국내 시장에서부터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제2의 우버, 제2의 에어비앤비가 아닌, 제1의 무언가가 나올 수 있도록 공유경제 생태계 마련에 정부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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