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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로봇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버는 시대

FORTUNE'S EXPERT | 안병익의 ‘스마트 라이프'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옛말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을 조금 달리 쓸 데가 생겼다. 바로 ‘재주는 로봇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번다’로 말이다. 이는 돈을 벌어다주는 재주를 가진 ‘로보어드바이저’의 출현이 가져온 변화다.





지난 2016년 2월 12일 중국 증시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발표 되면서 한국 증시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코스닥에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까지 발동되면서 사상 최대 하락률인 17%를 기록했다. 이런 갑작스런 증시 폭탄에도 국내 벤처기업의 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단 1%의 손실만을 기록하면서 사람들을 깜작 놀라게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이후에도 수차례 발생했다. 지난해 6월 24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투표결과가 발표되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이 증시를 강타했다. 그날 한국의 코스피는 하락률 5.44%를 기록하며 떨어졌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단 0.5% 수준의 손실만을 기록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지난해 11월 9일에도 코스닥 지수는 3.9% 급락했지만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률 하락은 0.2~0.6%에 그쳤다.

금융 혁신을 주도했던 핀테크를 뛰어넘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등장했다. 바로 로보어드바이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금융(Finance)의 융합을 뜻하는 ‘로보파이낸스’의 개념을 가장 잘 설명하는 서비스다.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시장의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투자를 운용할 수 있게 하는 고객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의미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빅데이터 기반으로 기계학습, 인지, 추론 등 인공지능 기술에 포트폴리오 이론과 같은 투자자문 기술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특히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투자자의 투자성향 정보에 따라서 알맞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리스크 관리까지 한다.

이제까지 각종 페이(Pay) 서비스와 송금, 인터넷은행 등을 필두로 한 핀테크가 금융 서비스의 혁신을 주도했다면, 지금부터는 인공지능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파이낸스’가 금융 서비스의 새로운 혁신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로보파이낸스는 수년간 금융 서비스의 혁신 키워드였던 핀테크를 넘어서 미래 금융산업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의 발표에 의하면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에 의한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 2014년 190억 달러에서 2016년에는 3,0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무려 2조2,000억 달러 수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매년 평균 68%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주요 금융 선진국들도 발 빠르게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싱가포르개발은행은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이용해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도쿄미쓰비시은행은 최근 점포에 인공지능 기반의 로봇 은행원을 배치했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3월 ‘사이버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선보인 KEB하나은행을 시작으로 11월에는 신한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엠폴리오’를 선보였다. 또한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은 오는 4월경 금융위원회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결과를 바탕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새로운 수익확대에 있다. 자산관리 수익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한정됐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일반 고객들에게로 확대하려는 의도다.



금융위의 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는 ‘적극 투자형’, ‘위험중립형’, ‘안정 추구형’ 등 3가지의 포트폴리오로 구성돼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참여한 은행들의 투자 수익률을 분석해보면 적극 투자형에서는 3.7%, 위험 중립형에서는 2.9%, 안정 추구형은 1.2%가 제일 높은 수치였다. 숫자상으로만 보면 투자 수익률이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손실률은 모든 은행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 자산의 리스크 관리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카카오증권이 작년 10월 출시한 ‘모바일 투자일임 서비스(MAP)’는 10%가 넘는 대박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 서비스에서는 500만 원 이상 투자 비중이 전체의 53%를 차지하고 있고,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900만 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일임 서비스의 하루 평균 가입자 증가는 20명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증권뿐 아니라 대부분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도 높은 수익률에 비해 가입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쿼터백, 에임, 디셈버앤컴퍼니, 비에스엠아이티, 칸글로벌 등 다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가입자 성적도 초라하다.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로보어드바이저 가입 성적이 부진한 이유는 ‘대면 투자일임 계약’ 조항 때문이다. 핀테크 업계는 지난해부터 ‘비대면 투자일임 계약’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규제를 개선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투자 성향 파악 등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탓에 불완전판매의 소지가 있어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는 이유를 반대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기존의 ‘대면 투자일임 계약’은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개선돼야 할 규제임이 분명하다.

로보파이낸스의 출현으로 인해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직업을 로봇에게 빼앗긴다는 점이다. 최고의 펀드매니저가 고작 200~300개 종목의 과거 주요 데이터만 알고 있는 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국내외 수만 개 종목의 10년 이상 데이터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에서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는 586명으로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현재는 초기 단계지만 로보어드바이저의 실적과 안정성이 검증될수록 인간 펀드매니저들의 자리는 점차 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 펀드매니저는 미래를 예측하는 독특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부 로보어드바이저로 대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갑작스런 증시 폭락에도 끄떡없이 내가 맡긴 돈을 매일매일 눈덩이처럼 불려주는 똑똑한 로보어드바이저를 즐겁게 상상해본다.





안병익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현 식신 주식회사)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경제포춘코리아 편집부 / 글 안병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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