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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페이스북 논란이 예고하는 미래

류민호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자율주행차가 일상으로 들어온 미래의 어느 아침이다. 서울 시내를 달리던 일부 자율주행차들이 갑자기 멈춰 섰다. 출근길 도로는 이내 아수라장이 됐다. 무선망으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인터넷 업체가 국내 통신사와 망 비용을 놓고 갈등을 겪다가 국내 서버 접속을 막았기 때문이다.

출근길의 자율주행차 대란은 상상에 불과하지만, 최근 진실 공방으로까지 번진 페이스북 논란을 지켜보면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페이스북은 최근 국내 통신업체들에게 인터넷 전용망을공짜로 확충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해당 통신업체 가입자들이 페이스북의 한국 내 서버에 접속하지못하도록 차단해 갑질 논란을 빚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결국 수백 만 명의 애꿎은 사용자들만 속도 저하 등의 불편을 겪어야 했다.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인터넷 업체들이 국내 통신사와의 힘 겨루기에서이기기 위해 국내 사용자들을 얼마든지 볼모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문제는 이번 일이 그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망 확충 비용을 둘러싼 이번 갈등은 페이스북 가입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용량이 큰 동영상 서비스가 대폭 확대되면서불거졌다. 앞으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가상현실 등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 혁명이 본격화되면, 통신망을 타고 흐르는 데이터 용량이 급증하며글로벌 인터넷 업체와 국내 통신사와의 갈등이 더 첨예해 질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간 망 이용 대가에대한 형평성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6년 전 국내 통신사들이 유튜브 캐시서버를 무료로 설치해줬는데 많게는 수백억 원의 망 사용료를 부담해온 국내 기업 입장에서 역차별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6년이 지난 지금 사실상 국내 동영상 스타트업들은 비용 부담 증가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잘못된 첫 단추 때문에 국내 인터넷 시장의 경쟁 구도가 왜곡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통신사들은 구글 유튜브는 물론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에게도 트래픽 양에 맞춰 사용료를 청구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국내 업체들에게 받던비용을 과감하게 면제해야 한다. 통신망을 이용하는데 있어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간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통신산업은 정부의허가를 기본으로 하는 기간산업으로 관련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사들은 비즈니스논리만을 내세울 게 아니라 국내 인터넷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동영상, 쇼핑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한국 고유의 규제와 정책으로 역차별을 당해왔다. 이러한 역차별 속에서도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엄청난 자금력으로 도전해 오는 글로벌 사업자들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켜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토종 인터넷 플랫폼 산업이 발달한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은 AI 및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플랫폼 산업이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글로벌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이 중심을 잡고 버텨줘야 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 이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은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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