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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은 괴짜들의 전유물이 아니랍니다"

[서경-특허청 주최 좌담회 못다한 이야기]

서울대&포스텍 출신 두 엄친아, "발명은 내 성공의 밑거름"

"창의성, 고도의 문제해결 능력 향상에 큰 도움"

“발명이라고 하면 ‘괴짜’ 아이가 골방에 틀어 박혀 하루 종일 뭔가를 만드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천재 발명가 에디슨이 어린 시절 병아리를 만들겠다며 닭장에 들어가 하루 종일 달걀을 품었던 사례처럼 말이죠. 하지만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발명에 대한 이런 고리타분한 인식은 개선돼야 합니다. 발명이야말로 요즘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교육 도구라는 점을 우리 학부모들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발명 진흥사업을 총괄하는 한국발명진흥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일반인들이 ‘발명’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발명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의 저변을 탄탄하게 만들어 주는 핵심 요소인데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발명이란 ‘괴짜’들이 작은 공간 모여서 하는 그들만의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학부모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자녀들이 장래 희망으로 판·검사나 의사가 되겠다고 하면 반기지만 발명가가 되겠다고 하면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봇 등을 통한 기술융합으로 사람과 사물, 공간이 초연결·초지능화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존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체계로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인재를 배출할 수 없다. 발명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창의성과 고도의 문제 해결능력을 키우는데 어린 시절에 익힌 발명 습관만큼 좋은 교육은 없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달 12일 개최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발명교육의 미래’ 좌담회(★9월 16일자 17면)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지면 관계로 싣지 못했던 발명교육 관련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이관우 버즈빌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는 발명교육의 미래’ 좌담회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다./송은석기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관우 버즈빌 대표는 어린이 발명왕 출신이다. 1996년 특허청이 주최한 ‘대한민국 학생발명전시회’에 현관문 고정장치를 출품해 1등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그는 어렸을 때 습득했던 발명 경험이 오늘날 스타트업을 창업해 경영해나가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얘기한다. 그가 이끄는 버즈빌은 현재 60명 남짓한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지난해 말 미국의 1위 잠금화면 기업인 슬라이드조이를 인수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벤처창업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한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도 20대에 자신이 창업한 스타트업 2곳(이토프·데일리픽)을 네이버와 티켓몬스터에 매각한 보기 드문 사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과거 발명을 하면서 습득했던 경험들이 오늘날 기업을 경영하는 큰 자산이 됐다고 강조한다. “20년 전 초등학교 시절 대통령상을 받았어요. 현관문 고정장치인데 당시 일본과 한국에 특허출원을 했죠. 당시에 특허 신청 관련 서류를 직접 써봤죠. 창업을 하고 30여 개국에 특허를 냈는데 특허 분쟁을 겪은 기업들과 소송을 할 때 어렸을 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발명을 하면서 썼던 아이디어 노트가 있어요. 지금은 그게 저의 사업 아이디어 노트가 된 셈 이예요. 시제품을 만드는게 발명할 때 제품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고 발명대회 가서 제가 만든 발명품을 소개하는 것이 전세계 투자자들 앞에서 저희 회사를 소개하는 것과 별만 다르지 않더라고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는 시간도 많고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보니 아이들이 뭔가 발명하겠다고 방에 들어가 있어도 조바심을 느끼지 않으시죠. 그런데 중학교, 고등학교 올라가면 달라집니다. 대학 들어가는게 우선이니. 그런 면에선 제가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모니터를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방을 크게 어지럽혀도 큰 잔소리 하지 않으셨던 부모님께 감사드리죠”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발명에 대한 강한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고 이과였음에도 그가 서울대 경영대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됐다. 이 대표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무조건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고 강요할 게 아니라 스스로 ‘내가 왜 공부를 해야 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며 “아이들이 큰 비전을 세우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는 있는 습관을 만들어줘야 하며 발명 교육은 그런 점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세윤 MIDAS 연구소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는 발명교육의 미래’에서 참석자들이 발명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장세윤 MIDAS연구소 대표 겸 모바일닥터 최고기술경영자(CTO)도 발명교육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은 경우다. 현재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장 대표는 초등학교 때부터 특허청의 발명영재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발명교육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차세대영재기업인 육성 1기 과정을 수료했다. 그가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모바일닥터는 엄마들 사이에서 필수 앱으로 통하는 ‘열나요’를 개발한 어린이 대상 헬스케어 전문 서비스 회사다. ‘열나요’는 체온과 해열제 복용, 예방접종 여부 등 아이의 현재 건강상태와 관련한 기본정보를 입력하면 빅데이터를 분석해 해열제를 얼마나 더 먹여야 하는지, 병원에 가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인지 등을 파악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2015년에 출시된 이 앱은 홍보 마케팅 없이 이용자의 추천과 입소문만으로 2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30만건을 넘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출산·육아 카테고리에서는 다운로드 수 기준 상위 5위권을 꾸준히 유지할 만큼 ‘육아맘’들의 필수 앱으로 등극했다. 장 대표는 “창업은 발명과 다르지 않다”며 “일상에서 불편함 느끼고 그걸 해결하려는 과정이 발명인데 창업도 결국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니즈를 만족시켜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 대표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발명교육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은 물론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체계화된 발명교육으로 큰 혜택을 받았지만 주위 친구들을 보면 이 같은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일반대중이 발명이라고 하면 경제력 없는 괴짜 발명가들이 하는 일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것 같다”며 “지난달 15일 발명교육법도 통과되고 했으니 발명교육을 다른 교육 커리큘럼처럼 일반학생들도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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