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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영업맨의 삶]주말 새벽 호출에도 한달음... 짠내나는 '고객탐구생활'

매주 2~3일은 장례식장 출근

골프 접대에 잠 설쳐야하는

봄·가을 주말이면 만신창이

치열해진 경쟁서 승기 잡으려

연봉 절반 고객에게 투자도

'SNS 마케팅'이 대세 됐지만

찐빵 사들고 거래처 찾아가는

전통 영업방식 고수파도 많아





“브로커에게 고객 말씀은 돈이에요.” 오직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들어선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 ‘빽’도, ‘줄’도 없던 그는 수수료 수입 0원으로 해고 직전이다. 주문실수로 고객 돈까지 날린 그에게 고객은 신이고 고객의 말씀은 돈이다. 영화 ‘돈’의 한 장면이다. 영화를 본 A증권사 박모 팀장은 “요즘 저 정도는 아니지만…”이라면서도 쓴웃음을 짓는다. 영화에는 펀드매니저의 주문을 받아 그 수수료 수익에 따라 실적이 달라지는 증권사 영업팀 직원들의 애환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다.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나서는 펀드매니저에게 자녀 생일선물을 들고 찾아가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는 모습은 실적에 울고 웃는 영업맨의 모습이고 박 팀장의 과거와 현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술 접대, 골프 접대는 양호한 편”이라며 “세간에 나오는 갑을 관계로도 정리하기 힘든 게 영업맨과 고객 사이”라고 말했다.

영업직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중소제약사 영업직인 A씨. 봄·가을이면 주말 보내기가 괴로워진다. 날씨가 따듯해지면 VIP인 대형병원과 대형약국 관계자들과의 주말 골프라운딩 일정이 겨울·여름보다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 고객 ‘모시기’가 아주 고역이다. 전문의약품의 처방권한은 의사만 가진 만큼 제약사 영업맨들에게는 하늘이다. 도를 넘는 갑질을 해도 꾹 참을 수밖에 없다. A씨는 “어지간한 전문의약품들은 성분·가격·효능이 비슷비슷해 차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제약사 영업맨이 평일이며 주말이며 할 것 없이 스킨십으로 의사와 친분을 쌓고 눈도장을 찍어야 겨우 자기네 회사 약품을 선택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 몸만 고되면 다행인데 대놓고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의사·약사들도 상당하다”며 “정도가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불법·편법인 것을 알면서도 당장 영업실적을 펑크 내지 않으려면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크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제약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 대형 다국적제약사 영업간부인 B씨는 “일주일에 평균 두세 번은 아예 장례식장으로 출근하는 것 같다”며 “요즘은 상조업체에 장례를 위탁하는 상주들이 많아 과거보다 우리 영업맨들이 현장에서 서빙하고 조문객을 안내하는 노력봉사를 하는 경우가 줄었지만 과거에는 ‘상주 아닌 상주’처럼 일일이 고객 상가의 조문객을 모시고 식장을 정리하는 일까지 도와야 했다”고 말했다.



영업팀 직원들이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수익구조 때문이다. 대표적인 보험영업의 경우 보험설계사들이 초회보험료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그러나 상품에 따라, 특정 보험사 소속인지 독립대리점(GS) 소속인지 등에 따라 수수료가 다르다. 적게는 수십%에서 1,000% 이상까지 차이가 나는 구조다. 보험사들이 전략적으로 미는 보험상품들의 경우 수백%의 특별수당이 별도로 지급돼 초회보험료의 2,000%가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사례도 생긴다. 중간에 가입자가 보험을 해지하면 보험설계사들은 일정 비율로 환급해야 한다. 설계사들이 고객들에게 헌신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다른 영업의 메카인 자동차회사 영업팀 직원들은 기본급이 없다. 차를 판매했을 때 발생하는 판매수당만 있다. 판매수당도 대리점 사장과 7대3 비율로 나누는 터라 영업팀 직원들은 자동차보험상품, 캐피털 상품 등을 통해 추가 수당을 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될수록 영업팀 직원들의 경쟁은 더욱 심해진다. 이전과 달리 전단·현수막 등의 홍보보다는 인터넷 광고나 온라인 커뮤니티, SNS, 유튜브 등을 통해 마케팅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자동차 영업직원 C씨는 “6개월 동안 전단·현수막 광고 비용을 매달 40만원씩 썼지만 광고를 보고 찾아온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면서도 “인터넷 광고는 경쟁이 매우 치열해 마진이 10만원만 남아도 판매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SNS에 익숙하지 않은 영업직원들은 어려운 점이 많다. 주로 젊은 직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 ‘콘텐츠 생산자’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내며 마케팅을 한다. 반면 전통적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영업맨들은 그만큼 더 발로 뛴다. 25년 동안 승용차를 4,000대 넘게 판매하며 ‘판매명인’에 오른 김경보 현대자동차 제주광양지점 부장은 주말이면 찐빵집을 찾는다. 한 박스에 1만원. 매주 10박스를 사서 귤밭을 비롯해 외곽을 돌며 사람들을 만난다. 1년 동안 빵값만도 500만원을 족히 넘긴다. 그는 “인터넷·매체 등이 발달하며 마케팅에서 힘든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자동차를 인연으로 인간관계의 신뢰를 쌓다 보면 재구매로 이어져 평생 고객이 된다”고 말했다. 김 부장이 1년 동안 고객들에게 재투자하는 비용만도 6,000만원 이상이다. 현대차(005380) 상용차 부문의 또 다른 명인인 강병철 서부트럭지점 부장은 1997년부터 2,000대를 판매하며 네 번째로 명인 반열에 올랐다. 그는 20여명 되는 고객들과 긴 세월 동안 인연을 맺어왔다. 강 부장의 연봉은 2억3,000만~2억4,000만원 수준. 그중 절반을 고객들에게 재투자하며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공부하는 영업사원’이다. 강 부장은 한 대당 1억6,000만원을 훌쩍 넘는 상용차를 판매하다 보니 고객들이 안심하고 차를 살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는 것이 콘셉트다. 그는 “사업적 시너지를 내기 위해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시대에 계속 적응해나가는, 생각이 늙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공부를 계속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거래처와 손잡고 ‘취업지원센터’ 사업도 시작했다. 50대 중반에서 60대 중반까지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용차 운전, 방식 등 동영상과 인쇄물을 통해 교육하는 사업이다. 2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 관공서와 협약도 맺었다. 강 부장은 “자동차 영업은 개인차주, 중간관리자, 업체 사장 등이 윈윈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며 “힘든 상황에 처한 고객일수록 더 챙겨주려고 하다 보니 장기간 관계를 이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시진·민병권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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