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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미친 집값에 '복비'가 기막혀… 요율조정 안하나 못하나

■부동산중개수수료 이대로 좋은가

수도권 집값폭등에 수수료도 껑충

종부세 포함 보유세보다 더 내야

서울 중위주택가격 8.8억원인데도

9억원='고가주택' 최고요율 적용

현실맞게 개편 필요하나 정부는 난색

기준 상향은 '정책실패' 자인하는 꼴?

'고가' 비중 30%에 요율조정 전례 있어

담합구조 깨고 실질 경쟁유도 과제도

서울지역 중위주택 가격이 부동산 중개수수료 최상한구간인 9억원에 육박하면서 높아진 중개보수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 집값은 지난 2014년 이후 올해까지 6년 연속 상승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6년 이후 최장기로 기록된다. /연합뉴스




노모를 모시는 증권맨 김모씨. 경기도 용인 수지에서 여의도까지 출퇴근하기가 너무 불편해 서울 마포에 방 4개짜리 40평형대 아파트를 이달 초 계약했다. 매매 가격은 14억원 남짓.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이라 대출받기가 수월했지만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장난이 아니었다. 공인중개사가 제시한 보수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700만원. 요율로 치면 0.5%쯤 된다.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깎아달라고 하자 “0.9% 요율을 다 받는 것도 아닌데…”라며 말을 흐리더니 “집주인한테 잘 이야기해 집값을 2,000만원 정도 깎아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더 이상 수수료 협상을 하기가 어려웠다. 집 한번 보여주고 계약서 달랑 한 장 쓰는데 한 달 월급만큼 든다는 데 기가 막혔다. 김씨가 낸 중개 보수는 해당 아파트의 보유세보다 2배 이상 높다. 마포 아파트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를 합쳐 300만원쯤 된다. 옛 아파트 처분과 포장이사 비용을 합쳐 집을 옮기는 데만 1,500만원가량 드는 셈이다.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양상은 자못 심각하다. ‘헉’ 소리 나는 수수료 문제의 발단은 요율 최상한선(매매 0.9%)이 적용되는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이 속출하면서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10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매수·매도자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 ‘양타’라면 최대 1,8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현행 중개보수 요율은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된 것으로 거래가격에 연동되는 정률제가 적용된다. 서울시 주택 매매의 중개보수 상한선은 △5,000만원 미만 0.6% △5,000만~2억원 0.5% △2억~6억원 0.4% △6억~9억원 0.5% △9억원 이상 0.9% 등이다. 이 중 최상단구간은 ‘0.9% 이내에서 협의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미 서울지역 아파트 중간가격이 8억8,000만원인 상황에서 9억원 이상을 중개보수 최고구간으로 둬야 하는지 논란이다. 올해 서울지역에서 실제 거래된 주택 두 채 중 한 채가 9억원을 넘는다. 그래서 중개보수 체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비스 수준이 달라진 것도 없는데도 집값이 올랐다고 중개보수를 더 지급해야 하니 불만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주택가격이 5억원이든 15억원이든 중개하는 데 드는 품은 크게 다를 바 없기도 하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제기된 중개수수료 민원은 하루 한 개꼴인 301건에 이른다. 지난 1년간 289건에 비해서도 늘었다.

홍남기(왼쪽 두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2·16’ 주택시장 안정 대책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애초부터 요율 설계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있다. 우선 거래금액이 높을수록 요율이 낮아져야 하는데도 6억~9억원 구간부터 되레 높아졌다. 두 번째는 최저(5,000만원 미만)와 차상위구간은 촘촘한 데 비해 상위구간은 헐렁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최고구간 요율이 ‘0.9% 이내에서 협의’라는 형태로 어정쩡하게 결정된 것도 문제다. 당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갈등소지를 없애자며 정률 원칙을 내세웠지만 정부는 경쟁 유도를 위해 수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부가 기대한 경쟁 효과는 있는 걸까. 경쟁을 유도하려면 소비자들이 업소별 수수료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지만 계약 단계 또는 잔금을 치를 때까지 알 길이 없다. 협의 과정은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끌려가기 일쑤다. 사정이 급할수록 협상력은 떨어진다. 더구나 경쟁을 가로막는 지역별 카르텔은 고질이다. ‘00 산악회’ ‘XX 협의회’라는 이름의 중개업소 친목단체가 담합의 온상인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친목회의 주요 수칙이 수수료의 외부 공개 금지다. 비회원은 매물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 친목회 가입비가 수백~수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반값 수수료를 내건 법인 형태의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것은 그나마 기대를 갖게 한다. 변호사가 중개시장에 뛰어들어 화제를 모았던 트러스트를 비롯해 집주인만 수수료를 내는 집토스, 수수료를 0.3%로 고정한 부동산 다이어트 등이 그런 사례다. 분당과 수지·동탄을 영업권으로 두는 다윈중개는 매수자에게서만 반값 수수료를 받는다. 물론 한계는 있다. 시장 영향력이 미미하고 영업권도 한정돼 있어서다. 아직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

정부는 소비자 불만을 달래기 위해 계약 단계에서 수수료를 미리 책정하고 서명까지 받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입법 예고했으나 요율 조정은 검토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보수체계 개편이 손쉬운 정책과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2014년 개편 때 몇몇 지방자치단체 의회가 이익단체 반발에 정부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버티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중개수수료 1,000만원 시대가 고착화할 수 있다. 이를 납득할 소비자가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2014년 11월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안을 마련하자 공인중개사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중개보수 인하에 반대하며 삭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2015년 3월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부동산 중개보수 조례 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보수체계 개편에 난색을 보이는 것을 두고 뒷말도 나온다. 중개보수 체계상 고가주택을 상향 조정하면 주택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영향력이 큰 공인중개사 단체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비싼 아파트 거래이니 징벌적 수수료를 묵인한다는 비판도 있다. 2014년 중개보수 개편에 참여한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에 국한된 것이긴 하나 9억원짜리 아파트가 고가라는 말이 무색해졌다”며 “현실에 맞게 최고구간을 상향 조정하고 차하위구간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율 조정 불가론은 2014년 보수개편 전례에 비춰 보면 설득력이 약하다. 정부는 2014년 개편안(현행 규정)에서 고가주택에 적용하는 최고구간을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6억~9억원 구간을 신설했다. 서울에서 6억원 이상 고가주택 비중이 25~30%로 늘어난 현실을 보수체계에 반영했던 것이다. 지금 상황도 5년 전과 흡사하다. 지난달 말 현재 서울지역에서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44만여가구로 전체 125만여가구의 36%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6년 말 고가 주택 비중이 10% 중후반이었으니 집값 상승이 얼마나 가파른지 실감하게 한다. 집값 상승이 정책 실패 탓인데도 중개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중개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실질적인 경쟁 유도도 해묵은 과제다. 이현석 한국부동산분석학회장은 “정부는 20년 전 중개와 법률·조세·금융업무 등을 포괄하는 종합부동산회사를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이익단체의 반발에 밀려 여태껏 제자리걸음”이라며 “중개업무의 대형화와 법인화를 촉진할 기반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구찬선임기자 chans@sedaily.com

중개업소 하루에 40개씩 폐업...만성포화 포털종속 거래절벽 '3중고'


공인중개사들이 지난해 8월 중개사무소 무차별 단속을 촉구하는 시위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벌이고 있다. /연합스


지난 10월 발표된 제30회 공인중개사 합격자 수는 2만7,078명이다. 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로 한 해 두 차례 뽑은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합격자가 배출됐다. 한 해 대략 30만명이 자격증 취득에 도전한다. 수능 시험 다음으로 많은 인원이 응시하지만 정작 합격하고도 자격증을 장롱 속에 처박아두기 일쑤다. 1985년 제1회 시험이 시작된 후 올해까지 배출된 합격자는 45만명에 이르지만 실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는 10만명 남짓에 불과하다. 집 보여주고 계약서 쓰는 일로 수백만원씩 챙긴다고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현장의 사정은 녹록하지 않다는 의미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워낙 많은 합격자가 배출된 탓이 크다. 중개업계가 만성 포화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정부가 외환위기발 실업자 구제를 위해 1999년 자격시험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한 것이 결정적이다. 한 해 3,000명 안팎 합격하다 절대평가로 전환되자 곧바로 합격자 1만명 시대가 열렸다. 최근 5년 동안 해마다 2만명의 예비 공인중개사가 쏟아졌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영업 여건이 되려면 업소 1곳당 배후 주택 수가 300가구쯤은 돼야 하는데 지금은 150가구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이 대세로 자리 잡아 매물광고 부담이 수익을 갉아먹고 있다. 포털 광고비용은 1개월 동안 1건당 2,000원선. 하지만 주목도가 높은 상단에 게재하기 위해 같은 매물이라도 하루에 여러 차례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루 2만~3만원 지출은 기본이라고 한다. “광고하지 않으면 전화 한 통 안 온다”며 ‘포털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정책의 리스크와 거시경제환경에 따른 거래절벽도 시름을 키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개업만큼이나 폐업이 속출한다. 올 들어 10월까지 문 닫은 중개업소는 전국적으로 1만2,542곳, 하루에 41개꼴이다. 올해는 거래 절벽이 극심했던 2013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폐업이 개업보다 많을 것으로 협회 측은 우려하고 있다. /권구찬선임기자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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