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권 잠룡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8일 이른바 ‘정인이법’과 관련, “사건 보도 후 며칠 만에 법안이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오히려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국민들의 공분이 국회를 움직이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아동학대는 다른 범죄와 다른 미묘하고 특수한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법안이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며 이같이 적었다. 법안 통과를 재촉하기 보단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친 후 법안을 정교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국회 본회의는 이날 아동학대 관련 방지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관련 법안에는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신고시 즉시 조사에 착수,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을 분리해 조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원 지사는 이에 대해 “언뜻 보면 이런 엄벌주의 법안들이 효과적일 것 같지만 현장에서 오랜기간 수고해온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라며 “분리 후 갈 수 있는 쉼터 시설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정말 보호를 받아야 하는 위급 상황에 있는 아동을 보호받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동학대 형량 강화 법안이 발의된 것을 두고 “형량만 강화시키면 오히려 불기소되거나 무죄를 받는 경우도 늘어난다”며 “강화된 형량에 걸맞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와 재판이 혹독해지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받는 고통도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입증의 어려움, 다른 죄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형량강화 심사는 보류한 상태다.
/이혜인인턴기자 understa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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