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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새 기류급변…한전 자본잠식 우려 커져

■ 전기·가스료 사실상 동결

이틀만에 소폭인상서 기류 급변

여름철 다가오고 내년 총선 앞둬

재논의 해도 요금 정상화 쉽잖아

올들어 한전채 7조6100억 발행

회사채 시장 교란 재발 가능성도

사진 설명




당정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대신 추가 논의의 탈을 쓴 동결 결정을 내린 것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가 작동했다. 정부와 여당은 29일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지 불과 이틀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그 사이에 이렇다 할 대내외적 경제 이벤트가 발생한 것도 아니라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정체를 배경으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한국전력과 그 자회사 임원 등의 외유성 해외 출장으로 여론이 악화한 것은 ‘쓸모 있는’ 구실이 됐다. 요금 인상을 미루고 있는 동안 한전이 안고 있는 폭탄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데다 그 심지가 타 들어가는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가 아무런 결론 없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을 한 이는 많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요구한 1분기와 같은 ㎾h당 13.1원 수준의 두 자릿수 인상은 어려워도 한 자릿수를 인상하는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난이 워낙 심각해 더 이상 방치가 어렵다는 이유가 컸다. 이틀 전에는 당정이 요금 인상에 공감했다는 소식도 있었기에 더 그랬다. 실제 여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낙관론까지 있었다고 한다. 동결을 염두에 둔 야당과 달리 소폭 인상으로 여당의 선명성을 내보일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전날 최고위원회 등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30일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전기료 인상을 보류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최근 여당을 향한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이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런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을 추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악재로 판단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요금 정상화가 미뤄지면서 그 부담은 또 한전에 떠넘겨졌다. 한전은 지난해 20%가량 요금을 올렸음에도 32조 6034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앞서 산업부는 2026년까지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지난해 말 국회에 보고했다. 전기요금은 연간 네 차례에 걸쳐 조정하는데 올 1분기에는 ㎾h당 13.1원을 올렸다. 나머지 3번의 요금 조정에서 비슷한 폭의 인상이 이뤄져도 연간 1조 3000억 원의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올 들어서도 밑지고 장사하는 구조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1월 한전은 전력을 ㎾h당 164.2원에 구매해 147.0원에 판매하면서 17.2원씩 적자를 냈다. 이런 역마진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한전은 빚으로 손실을 메꿀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한전이 현재까지 발행한 회사채만 총 7조 6100억 원(3월 24일 기준)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3월 말 발행액(6조 8700억 원)을 넘어선 규모로 초우량물인 한전채가 회사채 시장을 교란하는 일이 재발할 수 있다. 한전 실적은 주요 주주인 한국산업은행 연결재무제표에도 악영향을 준다. 정부는 해외 채권 시장에서 한국물(코리안페이퍼)의 벤치마크 격인 산은채가 평가절하될 것을 우려해 LH 주식 현물출자 등 산은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연료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소매 요금을 지속적으로 추가 인상하지 않을 경우 향후 1~2년간 한전의 재무제표 개선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는 데다 한전의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점들은 한전의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당정은 4월 5일 한전 등을 불러들여 간담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를 시작으로 3~4주간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5~6월 적용될 전기·가스요금이 재논의될 수 있겠지만 여당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곧 다가오는 여름과 총선 국면에 접어드는 하반기에는 요금 인상이 더 힘들 수 있어서다. 에너지 공기업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길 기도하는 기우제식 정치가 야기할 파장이 걱정”이라며 “한전발 금융위기가 오지 말라는 법이 있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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