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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유전자가위 치료제' 美 상용화…기술 앞선 韓은 좌초 위기

■ 美FDA '카스거비' 품목 허가

3세대 크리스퍼 카스9 기술 적용

겸상적혈구빈혈 환자 치료길 열려

韓 4세대 기술 구현 성공했지만

정부마저 지원 외면에 임상 난항

글로벌 빅파마서 해당 기술 눈독


‘꿈의 기술’로 불리는 3세대 ‘크리스퍼 카스9’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가위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받은 가운데 국내에서는 이보다 한 세대 앞선 기술을 구현했음에도 자금 부족 탓에 임상 진행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빅파마들은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어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투자로 원천 기술 사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8일(현지 시간) 미국 버텍스제약과 스위스 크리스퍼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카스거비(미국명 엑사셀)’에 대한 품목 허가를 결정했다. 카스거비는 유전 질환인 겸상적혈구빈혈 환자를 위한 유전자 교정 세포 치료제다. 3세대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 가위 기술이 적용됐다. 문제가 생긴 DNA 부위를 찾은 후 카스9로 절단해 적혈구의 건강한 헤모글로빈을 증가시키는 방식이다. 임상시험에서는 31명의 환자 중 29명(93.5%)이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다.

다만 카스거비에 적용된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 가위는 DNA의 엉뚱한 부분을 자르거나 교정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표적에서 벗어난 부분을 자른 후 이 부분을 복구하면 돌연변이가 발생해 암 등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도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은 꾸준히 이뤄졌다. 툴젠(199800)은 세포 치료제 CTH-004,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TGT-001,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TG-wAMD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진코어도 안과 질환과 뇌 질환에 대한 유전자 가위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중에서도 김정훈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김형범 연세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이 개발 중인 선천 망막 질환 치료제는 카스거비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4세대 ‘프라임’ 기술을 적용한 사례다. 프라임 기술은 DNA 단일 가닥만 자를 수 있어 정확도와 안전성이 높다. DNA에 바꾸고자 하는 염기 서열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 가위보다는 말 그대로 ‘유전자 교정’이다. 김정훈 교수팀은 2021년 동물 모델에서 세계 최초로 프라임 기술을 사용해 유전자 교정을 성공했다. 유전성 망막 질환을 앓는 생쥐 모델을 통해 돌연변이가 발생한 유전자가 회복되고 정상 대비 83%까지 시력이 좋아진 것을 확인했다. 이후 인간화 마우스 모델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교수팀의 치료제 개발은 선천 망막 질환 아이들에게는 실낱 같은 희망이었다. 매년 3~4명의 아이들이 유전적인 이유로, 또는 원인 불명으로 시력을 잃고 있다. 6세에 시력을 상실한 딸을 기르는 김나영(가명) 씨는 “치료 선택지 자체가 없었다”며 “유전자 교정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교수는 “아이들의 유전자 돌연변이 양상을 고려할 때 기존의 크리스퍼 카스9를 이용하는 것은 제한적이어서 프라임 기술을 이용한 치료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 실험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는점이다. 김정훈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인체 임상시험 허가를 받으려면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전임상시험을 다시 진행해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데 AAV를 생산하는 비용이 25억 원 정도 소요된다”며 “이 비용이 없어서 진행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정훈 교수팀과 선천 망막 질환 환우회 등은 정부에 유전자 교정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지원이 가능한 금액은 수억 원에 그친다. 더구나 이미 진행된 적이 있는 과제인 경우 연구비 지원이 제한된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신약개발재단의 지원 규모는 신약 기반 확충 연구에 연 4억 원, 신약 R&D 생태계 구축 연구 및 비임상에 연 10억 원 수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의 연구비 규모는 재생의료 원천 기술 개발 연 4억 7000만 원, 허가용 임상시험 연 7억 원 이내 수준에 불과하다 .

국내 연구진들이 R&D에 고전하는 동안 해외 빅파마들은 유전자 가위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자회사인 알렉시온을 통해 지난해 10월 6800만 달러(약 890억 원)에 유전자 편집 전문 업체 로직바이오를 인수했다. 일라이릴리는 빔테라퓨틱스가 보유한 버브테라퓨틱스의 유전자 편집 약물 옵션 권리를 사들였다.

빅파마들은 국내 프라임 교정 기술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미 노바티스 등은 국내 연구진에 공동 연구를 제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범 교수는 “유전자 교정 기술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국내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인 지원을 표명한 곳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정훈 교수는 “상업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아픈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선한 의지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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