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전격 인하하고 정책금리 등을 낮춰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장기전이 될 수 있는 무역전쟁에서 버텨낼 ‘내수 체력’을 키우는 한편 이번 주말로 예정된 미국과의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은 7일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최 금융 분야 기자회견에서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시장에 장기 유동성 약 1조 위안(약 193조 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준율은 은행이 예치하고 있는 예금 가운데 중앙은행에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중이다. 지준율을 낮추면 은행이 공급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난다. 인민은행은 15일부터 인하된 지준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9월 이후 지준율을 유지하면서도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해왔다.
판 행장은 또 8일부터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현재 1.5%에서 1.4%로 0.1%포인트 내리고 이를 통해 대출우대금리(LPR)가 0.1%포인트 인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침체를 겨냥한 대책도 내놓았다. 주택 매입을 위해 기업과 근로자가 공동 부담하는 적금인 ‘주택공적기금’ 대출금리를 0.25%포인트 낮추고 만기가 5년인 첫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2.85%에서 2.6%로 조정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미국과 첫 무역 협상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이번 조치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10일께 스위스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포함한 중국 측 대표단과 경제·무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협상력을 높이는 한편 내수 부양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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