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 중국 베이징 남부 다싱구에 자리 잡은 징둥물류 ‘아시아 1호’ 스마트 물류센터에 도착하자 주차장을 가득 메운 대형 트레일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쉴 새 없이 쏟아져나오는 택배 상자들이 전국 각지로 향하는 트레일러로 옮겨지고 있었다. 물류센터 안으로 들어서니 높이 21m, 19층짜리 선반 사이사이로 택배 상자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다. 징둥물류 관계자는 “조만간 시작될 618 축제를 대비한 물량들”이라며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70만 개의 택배를 처리했는데 올해는 하루 최대 처리 규모인 72만 개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징둥의 창립 기념일인 6월 18일을 기념한 618 쇼핑 축제는 중국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가 참여하는 상반기 최대 쇼핑 행사다.
징둥물류는 최첨단 스마트 시스템을 물류센터 전반에 적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물품이 물류센터에 입고되면 한가운데 자리한 고속 로봇 팔이 품목별·지역별로 분류한다.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운반·적재·포장된 제품은 창고 선반에 쌓여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출고된다. 수십만 개의 택배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만큼 정확한 분류와 운반은 필수다. 징둥이 자체 개발한 무인운반로봇(AGV) ‘디랑(地狼)’이 물류센터를 지탱하는 일등 공신으로 통한다. 우리말로 ‘지상늑대’인 디랑은 매 시간 최대 250개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데 24시간 쉬지 않고 컨베이어 벨트 위로 물건을 분류해 올려놓는다.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간 제품들은 스캔 과정을 거쳐 배송될 차량에 실렸다. 첨단 로봇과 물류 시스템을 접목한 덕분에 창고 저장 용량은 300%나 올라갔다. 징둥물류가 지금과 같은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8년간 쏟아부은 돈이 1400억 위안(약 27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징둥은 알리바바·핀둬둬와 함께 중국 3대 e커머스 기업으로 꼽힌다.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 핀둬둬는 테무를 통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징둥은 아직까지는 중국 내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알리바바·핀둬둬가 판매 업체들이 입점하는 오픈마켓 형태라면 징둥은 한국의 쿠팡처럼 직매입을 통해 자체 물류창고에 저장했다가 배송하는 방식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징둥 관계자는 “‘211’ 시스템을 통해 직영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11 시스템은 오전 11시까지 주문할 경우 당일 오후 11시, 오후 11시까지 주문할 경우 익일 오전 11시까지 배송을 마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물류창고에 머무는 기간을 최대한 줄여 회전율을 높이고 있다.
전제 조건은 정확한 고객 수요 파악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최신 소비 트렌드, 계절, 기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약 3개월간의 판매 실적을 감안해 재고를 예측한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무더위가 시작돼 여름철 용품의 판매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징둥물류가 징둥 자체 상품 판매보다는 외부 업체 상품 배송에 주력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기준 3자물류(3PL·생산을 제외한 물류 전 과정을 전문 업체가 도맡아 소비자에게 상품을 최종 전달하는 것) 매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징둥물류가 운영 중인 스마트 물류센터는 3600개(2024년 말 기준)가 넘는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인천과 경기도 이천에도 물류센터를 마련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징둥물류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물류 서비스에 나섰다”며 “징둥의 한국 진출은 추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징둥물류를 통해 물류 시장에 먼저 진출한 뒤 징둥의 한국 상륙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당국은 올해 내수 진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유통 업체들도 소비 진작을 적극 지원하는 만큼 징둥이 경기부양의 중심에 있는 셈이다. 징둥은 온라인 판매부터 배송은 물론 최근에는 징둥 쇼핑몰까지 확장하며 완벽한 온·오프라인 유통 체계를 갖춰 1분기 매출이 15.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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