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50%의 고율 관세가 확정된 철강 업계는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쿼터제 도입, 관세율 인하 등을 기대하던 철강 업계는 수출을 못하는 수준이라는 절망감을 호소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닌달 31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에 적용돼오던 50%의 고율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각종 제조업계의 원자재 공급처인 철강 업계는 비상에 걸렸다. 25%의 관세가 부과된 3월과 관세율이 50%로 인상된 6월에도 철강 업계는 한미 협상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1기 때처럼 쿼터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당장 철강 업계는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 역시 똑같이 50%의 관세를 적용받아 수출 경쟁에서 출발선은 같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철강과는 경쟁조차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국내 생산 원가, 물류비에 50%의 관세까지 매겨질 경우 미국 현지에서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회사 US스틸을 인수한 덕에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관세율이 같더라도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이 없는 포스코나 현대제철(004020)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함께 2029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철강이 생산되기까지 4년의 시간이 남았고 실제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업계는 하반기부터 관세 충격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계약과 출하 사이에 3~4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대미 철강 수출은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4월 한국의 대세계 철강 수출액(미국 제외)은 전년 같은 달보다 2.6%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대미 철강 수출은 10.2% 줄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 25% 때는 수출, 수입업체들이 관세를 절반씩 부과해 수출이 가능했지만 50% 관세는 아예 수출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관세가 부과되면 현대제철의 신규 제철소 건설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 부담은 늘어난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의 고전이 예상돼 향후 미국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품목별 수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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