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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전기료에 물쓰듯…"자이언트 스텝式 충격요법 필요"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7.10 17:12:09한국전력(015760)은 지난해 ㎾h당 평균 155.5원에 전기를 사서 120.51원에 판매했다. 전기를 팔 때마다 ㎾h당 35원씩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이미 2021년 2분기부터 러시아발 가스난이 확산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에 따른 요금 청구’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전기요금 인상을 줄곧 외면했다. 대폭 인상이 불가피했던 지난해 1분기에도 요금을 동결하면서 3월 대선 이후인 4월과 10월로 인상을 미뤘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 5년간 전기요금 인상은 단 한 번에 그쳤고 그나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이후 올 2분기까지 총 네 번 인상이 이뤄졌다. 이번 정부 들어 단기간에 ㎾h당 40.4원이 올랐지만 40조 원이 넘는 한전의 누적 적자, 에너지 수입 단가 급등에 따른 15개월(2022년 3월~2023년 5월) 연속 무역 적자라는 부작용으로 귀결됐다. 그나마 이런 전기료 인상 흐름도 내년 4월 총선 탓에 끊겨 버렸다. 정부는 최근 올 3분기 전기료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미국 통화 당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한 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는 것과 같은 충격요법이 필요하지만 정치 논리에 전기료는 반짝 인상에 그칠 판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개입이 수시로 이뤄지는 이런 식의 전기료 결정이 에너지 빈국의 에너지 과소비를 낳고 갈수록 저전력을 요구하는 산업 흐름에도 역행해 중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하락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력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4위로 최상위인 우리나라가 ‘한전 경영 정상화 방안’대로 전기료를 ㎾h당 51.6원 올렸다면 지난해 전력소비는 15.2% 줄고 무역 적자도 124억 달러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 교수는 “지난해 전기료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 진작 ‘자이언트스텝’ 식 인상을 했어야 하는데 지금 전기료를 나눠서 올리니 올여름 갑자기 ‘냉방비 폭탄’ 이야기가 나오고 소비자들도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라며 “올해 안에 전기료를 51원 올린다는 계획대로 갔어야 하는데 총선 등으로 내년 2분기까지 인상은 물 건너간 것 같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수준의 전기료는 우리나라의 높은 전력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과 실제 에너지 수요를 비교해 봐도 잘 드러난다. 한전은 지난해 10월 전기료를 ㎾h당 7.4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는데 당월 전력소비량은 오히려 전년 대비 1.2% 늘었다. 올 초 전기료가 ㎾당 13.1원 인상된 뒤에도 1월 전력소비량은 전년 대비 2.9%, 2월은 0.7% 증가했다. 전력소비량은 3월에 들어서야 3.8% 줄어들며 감소세로 바뀌었다. 코끼리 비스킷 수준의 인상으로는 에너지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극적 변화를 유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겨울 난방비 폭탄의 충격으로 국내 도시가스 소비량이 대폭 줄어든 것과도 확연히 대조된다. 지난해 10월 도시가스요금이 MJ당 15.9% 오른 19.69원으로 결정된 직후에는 특별한 반응이 없었지만 날씨가 추워져 난방비 폭탄이 현실화하자 도시가스 소비량은 올 1월 3.0% 줄었다. 이후 2월(-12.0%), 3월(-16.3%), 4월(-15.1%)에도 이런 추세는 지속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전기료에 원가 인상 요인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전기료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한전은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전기료를 ㎾h당 분기 기준 ±3원, 연간 기준 ±5원씩 조정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1분기에만 ㎾h당 33원의 연료비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연료비연동제의 제한된 조정 폭으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었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 교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한 번에 급격히 올려도 정치적인 논란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정부와 독립된 기구이기 때문”이라며 “연료비연동제의 조정 폭을 유연하게 고치되 전기료 결정 거버넌스가 독립돼야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누적 손실 45조 달하는데 전기료 동결…한전 정상화 '요원'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7.02 17:35:01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015760)의 올해 영업손실은 6조 9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최근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면서 하반기에는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2021년부터 누적된 영업손실이 45조 원에 달해 경영 정상화는 요원한 실정이다. 이미 정부는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올 3분기에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정상화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이 대세다. 5월 인상률도 ㎾h당 8원으로 한전의 경영난에 견주면 코끼리 비스킷 수준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에너지 가격을 올린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소비가 계속 유지됐고 이는 한전에 엄청난 적자를 가져왔다”며 “이 상태로는 올여름에도 에너지 소비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가스공사(036460)도 가스요금 정상화가 더뎌지면서 2020년 2000억 원 수준이던 미수금이 11조 6000억 원까지 불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가스공사가 미수금을 회수하는 데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혁 계명대 교수는 최근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국제 가스 가격이 (요금에) 당장 반영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물가를 억제할 수 있겠지만 향후에는 급격한 요금 인상으로 지난해 말 난방비 폭탄과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
[이슈 리포트]전기료 최소 50원 올려야 연쇄 부작용 막는다
경제·금융 공기업 2023.05.26 06:00:002분기 전기요금이 ㎾h(킬로와트시)당 8원 올랐다. 본래 3월 말에 발표돼야 하는 2분기 전기요금 인상분이 한참 지난 5월 중순이 돼서야 결정됐다. 왜 이렇게 정부의 고민이 깊었을까. 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불러온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그 충격이 과거 어느 때와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컸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B급·C급 태풍이었다면 이번에는 A급, 아니 초A급 태풍이 불어닥친 셈이다. 예전에 그럭저럭 넘어갔던 전기요금 인상 억제의 후폭풍도 이번에는 그 규모와 여파가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몇 년에 한번 ㎾h당 10원도 안 되는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논란을 벌였다. 그런데 지난해 ㎾h당 총 19.3원, 올 1분기 13.1원, 그리고 2분기 8원이 올랐다.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h당 총 40.4원이 인상돼 속도가 엄청나다. 올여름 냉방비를 내고 나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는 충격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전력의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전은 지난해 32조 6034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발전 회사로부터 비싸게 사서 소비자에게는 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h당 평균 155.5원에 전기를 구매하고 120.51원에 판매해 ㎾h당 35원가량 손해를 입었다. 발전원가가 오른 원인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다. 그중 전력도매가격(SMP·한전이 발전 사업자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가격)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지난해 2020년 대비 7.7배, 2021년 대비 1.8배 올랐고 같은 기간 석탄 가격도 각각 5.9배, 2.6배 인상돼 연료 구입 비용이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한전의 적자를 키웠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조사에 따르면 원전을 LNG발전기로 대체하면서 SMP가 올라 지난해에만 12조 6834억 원의 전력 구입 비용이 추가됐으며 2018~2022년 총 25조 8000억 원의 전력 구입 비용이 증가했다. 한 해 30조 원이 넘는 적자는 우리나라 기업 역사상 처음 있는 숫자다. 보통 기업은 이 정도 적자를 기록하기 전에 망한다. 그리고 돈을 빌려준 은행도 망한다. 안 망하고 이렇게 버티는 것은 한전이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빚보증을 한다. 이 말은 한전의 적자가 다름 아닌 국민이 갚아야 할 빚이라는 뜻이다. 이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안다. 공무원도, 정치인도, 임직원도, 노조도, 은행도 안다. 그래서 다 같이 모럴해저드에 빠진다. 이런 문제를 우리는 공기업의 연성예산제약(soft budget problem)이라고 부른다. 민간기업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이제 내년 총선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잖아도 지금까지 누적된 전기요금 인상분이 3분기가 시작되는 7월 한여름에 ‘냉방비 폭탄’으로 터질 것이다. 그리고 4분기부터는 이미 총선 국면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어차피 모든 국민이 전기를 쓰는데 전기요금으로 돈을 내나 나중에 빚을 갚으나 별반 차이가 없으니 이처럼 어렵고 힘들 때는 전기요금을 덜 올리고 차라리 한전의 빚으로 쌓아두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면 소비자들은 전기 사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무역적자의 주원인은 에너지 수입의 증가였다. 수입액 증가분 1161억 달러의 68%가 에너지 수입 증가액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급증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올렸다면 소비자들도 전력 사용을 줄여 에너지 수입이 이렇게까지 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도시가스요금을 인상했을 때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나 날씨가 추워져 난방을 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난방비 폭탄’의 충격을 제대로 느꼈다. 곧이어 인터넷과 많은 매체에서 난방비 절감 방안이 쏟아졌고 소비자들도 가스 소비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소비자가 물어야 한다. 이를 납세자가 낸다면 첫째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는 시장경제 원리에 위반되고, 둘째는 전기를 많이 써도 자신의 부담은 작으므로 전력을 과잉 소비하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많이 수입하고 필요 이상으로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난해 한전은 ㎾h당 35원가량의 손해를 봤다. 지금까지 누적된 적자까지 해소하려면 전기요금을 ㎾h당 최소 50원 이상 올려야 한다. 실제 전기요금 인상 폭이 올려야 하는 정도에 비해 턱없이 작다는 것은 전기요금 억제에 따른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전기요금 억제의 여파는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먼저 전력 시장의 심각한 왜곡을 가져온다. 정부는 전기요금 억제로 한전의 적자가 심해지자 이를 다소 완화하려고 SMP에 상한제를 발동했다. 소매시장 가격 규제가 도매시장으로까지 파급된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3개월 동안 시행된 SMP 상한제로 민간에 전가된 손해는 약 2조 1000억 원이다. 한전의 100% 자회사인 발전 공기업도 한전 적자에 따른 정산조정계수 조정으로 인해 1조 8000억 원어치의 추가 부담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전 적자는 전기요금을 올려 해결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물가 인상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공공요금’인 전기요금을 인상할 때는 총괄 원가와 함께 경제 상황의 변화 등 종합적인 여건을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기요금은 제대로 인상되지 않고 한전의 적자와 채무로 누적돼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진다. 또 필요 이상의 전력 과소비를 일으켜 에너지 수입액을 급증시키고 무역적자와 원화 가치 하락을 불러온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 공기업 부채와 무역적자의 급증 등 연쇄적 부작용으로 번지는 것이다. 금융시장도 불안해지고 있다. 한전은 하루에 1000억 원 정도의 회사채를 끌어 쓰고 있다. 지금까지 한전이 끌어다 쓴 돈인 누적 부채는 무려 193조 원이다. 그럼에도 한전은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높아 회사채 물량을 싹쓸이한다. 그 결과 다른 민간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는 구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바람에 신용도가 어중간한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보다 이자가 높은 기업어음(CP) 시장을 기웃거려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우리는 전기요금 인상 때 정치적으로 많은 눈치를 본다. 2011년 9월 15일 발생한 수도권의 정전도 그 이전에 누적돼온 전기요금 억제의 후유증이 터져나온 것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국제유가의 급등은 천연가스와 석탄의 가격 상승을 가져왔지만 정부는 2011년까지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그 사이에 일곱 번의 전국적 선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력 수요는 급증했고 공급은 모자라 결국 수도권 순환 정전 사태가 터졌다. 이런 까닭에 선진국에서는 전기요금을 독립 규제 기관이 정치적 눈치를 볼 것 없이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정치적 고려를 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전기요금의 독립적 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요금 인상 압력은 요금 인상으로 푸는 것이 순리다. 이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 할수록 부정적 연쇄효과의 부작용은 점점 더 커진다. 조성봉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역임했다. 자원경제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와 에너지스쿨 책임교수를 맡고 있다. -
추경호 부총리 1년 '경제체질 전환'…'尹결재 1호’답게 현장소통 121회
경제·금융 정책 2023.05.08 15:44:38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로 취임 1년이 맞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 정부 출범일인 지난해 5월10일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과 함께 추 부총리의 임명을 결재 1호로 서명했다. 그만큼 복합경제위기 상황에서 경제를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했다. 추 부총리도 경제정책행보 59회, 경제장관 회의 38회, 현장방문 121회 등 현장 중심의 정책행보를 이어갔다. 경제외교도 힘을 줬다. 국제회의 17회, 국제기구·양자회담 45회, 국제신용평가사 면담 등 경제단체 교류 8회 등 현장과 거리를 줄이고 문제해결 속도를 높이는데 집중했다.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추 부총리는 지난 1년 동안 민간·기업·시장 중심으로 경제체질을 빠르게 전환시켰다. 8일 기획재정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경제분야 주요 성과 및 과제’ 자료를 내고 △민간중심 경제운영과 정부 혁신 △글로벌 복합위기 대응 △민생여건 개선 △미래대응 4대축을 기본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전분야 걸친 대변혁을 추진했다”고 지난 1년을 평가했다. 민간·기업·시장 중심 전환…1027개 규제혁신 우선 경제운용 기조를 정부 주도에서 민간·기업·시장 중심으로 전환시켰고,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에서 건전재정 기조하에 약자 보호 등 연대와 공정의 가치를 확립하는 데 집중했다고 자신했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원의 지출 재구조화를 통해 미래 대비 반드시 필요한 분야의 투자를 늘렸다. 올해 총지출 증가율을 5.1%로 최대한 억제시켜 재정수지 적자도 100조 원 내외에서 절반 수준으로 대폭 축소 관리한다는 목표다. 국고보조금 관리체계와 예비타당성 면제도 염격한 관리에 들어갔다. 재정누수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학령인구의 감소 등을 감안해 초·중등 교육에 지원하던 교육세를 고등·평생 교육 분야에 투자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도 재정누수 차단의 일환이었다. 무엇보다 민간의 역동성을 회복시키려는 1년이었다. 1년 간 1027개의 규제혁신으로 앞으로 5년 간 70조 원 규모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형마크 영업규제 해소, 그랜벨트 제도 합리화, 설악한 케이블카 설치 등이 대표적인 규제개혁 사업이었다. 민간 주도의 경제 규제혁신 TF를 설치해 8조3000억 원 가량의 민간 투자 집행하기도 했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형벌 규정 140건도 개선했다. 규제샌드박스도 228건이나 신규 승인해 신기술도입·확산의 기반을 마련했다. 투자 촉진을 위해 법인세율을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 씩 인하시켜 기업투자의 선순환을 독려하는 한편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로 기업들이 반도체 패권 경쟁에 우위에 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해외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 등 이중과세를 조정해 투자 기업승계 관련 세제도 글로벌스탠다드에 맞게 개편했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정원 1.2만명 축소·경비 1.1조원 감축…공공기관 효율화 공공기관 혁신에도 나섰다. 1만2000명 정원을 조정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경상경비는 1조1000억 원을 감축했다. 불요불급 자산 14조5000억 원을 매각하는 한편 과도한 복리후생도 715건 개선시켰다. 무엇보다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제도를 도입해 공공기관 부채관리에 집중했다. 앞으로 5년간 자산매각과 사업조정, 수익확대를 통해 부채를 총 24조 원 가량 감축하고 10조 원 수준의 자본이 확충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관운영의 자율성도 확대한다. 그간 기재부 관리감독을 받던 43곳의 공기업·준정부 기관을 기타 공공기관으로 전환시켜 기관 자율과 책임·성과를 올리도록 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시 재무성과 평가를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 지표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 성과 중심의 경영 지원으로 재편시켰다. 직무급 도입확대도 성과의 하나였다. 직무·성과 중심의 보수 체계를 확대 정착시켜 연공서열에 기댄 조직 문화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화…양호한 대외건전성 기재부는 추 부총리 취임 뒤 매월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 거시·금융정책 책임자 4인이 참석하는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해 거시-금융기관간 유기적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50조 원 플러스 알파 규모의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안정조치를 단행했고, 최근 글로벌 은행 위기 징후에도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즉시 대응해 시장안정 메시지를 내보내 동요를 막았다. 이 같은 결과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최고 수준의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울러 4월말 기준 4266억8000만 달러의 안정적 외환보유액을 유지해 글로벌 금융기관으로부터 위기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끌어냈다. 공공기관의 장기 외화채 발행 역시 독려해 외채 만기구조를 장기화시키고, 국내 은행의 외채 상환 능력도 개선됐다. 국가신용 위험도 지표인 CDS프리미엄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699bp(5년물 기준)를 기록한 것에 비해 2022년말 55bp, 2023년 4월말 45bp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상회교를 뒷받침해 대규모 투자유치 및 수출 현안을 해소한 것도 추 부총리 1년의 성과로 꼽혔다. 한-UAE 정상회담 성과로 UAE로부터 역대 치대규모인 300억 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한-일,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도 진행중이다. 민생 최우선 경제정책…13차례 민생대책 대내외 복합위기 속에 어려워진 취약층에 대한 생계비 지원 등 13차례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먹거리의 경우 할당관세를 도입·연장해 물가안정에 힘을 썼고, 유류세도 37%로 최대폭의 인하를 단행해 기름값을 안정시켰다. 도로·철도·우편 등 공공요금도 최대한 동결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지방공공요금 인상도 자제 시키거나 시기를 분산 유도해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신경썼다. 겨울철 난방비 폭탄이 벌어지자 에너지 바우처 단가를 2배 이상 인상시켰고, 장애인·유공자 등에게는 가스요금 감면폭을 3배 확대 하는 등 취약계층 위주로 난방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약자복지 민생안정을 위해 약자복지 예산 총 지출 증가율도 5.1%에서 12%까지 확대했다. 저소득층의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장애수당은 50%인상하는 한편 기초연금도 월 30만 원 가량에서 31만 원으로 인상했다. 0~1세 부모급여를 도입하고, 한부모자녀의 양육비 지원도 22만1000명에서 25만9000명까지 확대해 바우처 단가를 인상 아동양육 지원 수준을 높였다. 물가안정·경기반등·건전재정·미래대비 과제 기재부는 1년 간의 성과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도 인정했다. 주요국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 침체로 IT부문 중심의 수출과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최대 현안으로 꼽혔다. 미국과 유럽 은행 불안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상존한다는 게 기재부 평가였다. 물가도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원자재 가격 등 해외발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경제체질 개선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세계경제가 반등하더라도 한국 경제의 활력 회복과 도약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각별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위기 극복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
尹부부·한동훈 사진에 '활쏘기'…경찰, 시민단체 불송치 결정
정치 정치일반 2023.04.18 21:13:47경찰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을 향해 장난감 활을 쏘는 부스를 설치·운영해 고발된 진보 성향 시민단체에 대해 불송치를 결정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해당 단체가 대통령과 국가 정책에 대한 시민단체로서의 의견 표현 외에 개인 명예를 훼손할만한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다는 점 △행사 당시 참여자들의 인적 사항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 등을 고려해 불송치로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자주민주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2월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는 주말 집회 ‘제26차 촛불대행진’을 열었다. 당시 중앙무대 인근 천막에서는 접이식 책상 위에 윤 대통령 부부와 한 장관의 얼굴 사진을 붙인 인형을 표적으로 세워놓고 장난감 활을 쏘는 '윤석열에 활쏘기'라는 명칭의 부스가 운영됐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윤 대통령 부부와 한 장관의 얼굴 사진을 붙인 인형에 장난감 활을 쏘도록 한 것이다. 또 그 뒤편에는 윤 대통령의 얼굴이 한가운데 있는 과녁과 함께 '난방비 폭탄', '전쟁위기', '전쟁위기', '깡패정치', '친일매국' 등 문구가 인쇄된 현수막을 걸었다. 이에 김 여사 팬카페 건사랑 등은 같은달 해당 단체를 명예훼손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
쪽방·반지하 거주자, 보증금 5000만원 무이자 대출
부동산 정책·제도 2023.03.30 08:03:56쪽방, 고시원, 지하층 등에 거주 중인 무주택 세입자는 5000만 원의 보증금을 무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의 후속 조치로 침수 우려 지하층 등 비정상 거처 거주자의 주거상향 지원을 위한 ‘비정상거처 이주지원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내달 10일부터 접수한다고 30일 밝혔다. 대상은 쪽방, 고시원, 지하층 등에 3개월 이상 거주 중인 자로, 소득(5000만 원)·자산(3억 6100만 원) 요건을 충족하는 무주택 세대주다. 이들은 최대 5000만 원까지 무이자로 최장 10년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보증부 월세 주택 등으로 주거 상향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대출을 희망하는 자는 비정상 거처 거주 확인서를 거주 소재지의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아 계약하려는 주택의 임대차 계약서 등 서류를 함께 지참해 취급 은행(우리·국민·NH농협·신한·하나은행)에 방문 후 접수할 수 있다. 은행은 접수 받은 서류를 통해 심사를 거쳐 대출을 지원한다. 올해 5000가구에 대해 접수하므로 기금 소진 시 조기 마감될 수 있다. 대출 심사를 통과해 이주가 확정된 사람은 이주에 소요되는 이사비·생필품 등 이주비 40만 원 한도 내에서 실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은행의 대출거래 약정서, 지출 증빙서류 등을 지참해 이주하는 주택 소재지의 주민센터 등에 가서 신청하면 검증을 거쳐 실비 지급한다. 대출 지원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주택도시기금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사비 지원의 경우 이사하는 주택 소재지의 주민센터 등에 문의가 가능하다. 국토부는 올해 초부터 쪽방, 지하층 등 비정상 거처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에게 공공임대를 우선 공급하고, 입주 시 공공임대 보증금 50만 원 무이자 대출 및 이주비(40만 원 한도) 실비 지원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상주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관은 “고금리 시대에 반지하 등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에게 공공임대 공급 외에 무이자 보증금 지원을 통해 보다 양질의 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의 폭을 넓힌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거취약계층 지원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한전 경영난에 산은까지 휘청…'정공법' 외면땐 부실 더 커진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3.29 17:54:48한국산업은행에 대한 정부의 현물출자는 당분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가 3개월 간격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 현물출자를 통해 1조 원의 자본을 보충하기로 했지만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 등 정공법을 외면하는 이상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시장에서는 31일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전은 11원/㎾h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을 요청하고 있지만 반영될 확률은 낮다. 혹여 인상이 되더라도 그 폭은 최소화될 여지가 크다. 윤석열 정부가 연초 난방비 폭탄으로 홍역을 치렀고 최근에는 근로시간 개편을 두고도 혼선 속에 여론이 악화돼 또다시 전기료 인상 카드를 빼들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이번에 산은에 추가 현물출자를 의결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정부가 보유한 LH 지분이 산은 지분으로 바뀌며 산은의 자본 비율이 개선된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서도 한전 적자를 버티려면 채권 발행이 불가피하고, 정부로서는 산은에 공기업 주식을 수혈하는 식으로 건전성 지표를 관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전 적자가 개선될 가능성이 당분간 없어 이런 식의 돌려막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산은 직접 출자는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만 공기업 주식 현물출자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정부 입장에서는 유리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국책은행인 산은의 대출 여력을 축소하고 정부의 위기 대응력도 떨어뜨릴 수 있다. 산은은 지난해 채권시장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50조 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의 일환인 채권시장안정펀드의 20% 출자를 맡았고 여기에 10조 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2021년 14.9%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13.1%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실제 현물출자는 정부 보유 주식을 은행으로 옮긴 것에 불과해 대출 등에 필요한 실질적인 실탄 확보는 없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금융계의 한 인사는 “이미 산은의 BIS비율이 13%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일선 지점의 기업여신 담당 부서들은 리스크 한도에 여유가 없어 신규 여신은 못하고 기존 여신 연장이나 대환만 해주는 형편”이라고 귀띔했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유럽의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 전 세계적인 금융 불안이 국내로 번질 경우 기업 지원에 나서야 하는 국책금융기관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한전발(發) 불안증이 커지고 있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산은이 현금 확보를 위해 채권 발행에 나설 경우 이미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는 한전채와 함께 자금시장의 블랙홀이 될 여지도 있다. 올 들어 한전채는 이달 24일까지 7조 6100억 원어치가 발행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액(31조 8000억 원)의 24%에 이르는 규모로 1년 전 같은 기간 발행액(6조 8700억 원)보다 많다. 발행금리 역시 2월 3.81%에서 3월 4.25%로 뛰었다. 자칫 흥국생명에 이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콜옵션(조기 상환) 미이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DB생명의 2억 달러 규모 영구채 콜옵션 행사일이 5월 도래하는데 KDB생명은 배당 여력이 없어 대주주인 산은의 증자 없이 콜옵션을 이행할 수 없다. 산은이 흔들리면 자금시장에 위기가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구조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시점이 상대적으로 전력 사용량이 적다는 점도 인상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동결된다면)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폭탄이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른다”며 “나라의 운명을 주사위 위에 올려놓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2분기에 전기요금을 충분히 인상해 한전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줘야 한다”며 “내년 4월 총선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고 밝혔다. -
난방비 폭탄에 보일러 잠갔다…지난달 도시가스 사용량 '뚝'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3.28 17:05:41지난달 서울시 주택용 도시가스 사용량이 한 달 만에 27%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보다 따뜻했던 2월 기온을 감안한 전년 동월 대비 감소 폭 역시 6%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가스공사는 3월 서울시 주택용 청구금액이 전월 대비 약 1635억 원, 가구당 약 3만 7100원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서울시 주택용 도시가스 판매물량이 전월 대비 27%(15만 톤)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시 주택용 소매요금은 1만9610원/MJ을 기록했다. 과거 20년치 평년 기온으로 보정한 결과에서도 지난달 서울시 주택용 도시가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만 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날씨 효과를 배제한 보수적인 추정치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난방비 증가에 따라 국민들이 적극적인 소비절감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1월 난방비 폭탄을 받아들고서 놀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보일러를 잠그는 등 비용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분석 기간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분석 대상을 서울시에서 전국으로 늘린 주택용 도시가스 판매량을 봐도 전년 동기 대비 2.7%(12만 톤)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동절기 천연가스 구입대금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89억 원 절약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구입대금이 전액 해외로 지급되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수지 개선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가스공사는 국민과 함께 정부의 에너지 효율 혁신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불어난 난방비에 익숙해진 국민들이 점차 소비량을 예전처럼 늘릴 개연성이 커서 일시적인 감소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요금 인상 어렵고 주주 반발 불보듯…속 타는 에너지 공기업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3.26 18:01:12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국내 대표 에너지 공기업들이 주주총회와 요금 인상 결정 등 굵직한 일정을 소화하는 운명의 한 주를 맞는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만큼 이번 주총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경영 쇄신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그동안 억눌려온 전기·가스요금의 인상 여부 결정도 예고돼 있다. 하지만 여론의 눈치를 보며 차일피일 결정을 미뤘던 정부가 결국 ‘찔끔 인상’에 그칠 것으로 보이면서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 정상화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각각 28일과 29일 주총을 열고 지난해 재무제표와 사외이사 보수 등 주요 안건을 처리한다. 한전은 지난해 32조 6034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한전이 세웠던 국내 상장사 최대 적자 규모(5조 8465억 원)의 5배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에만 10조 원 넘는 영업적자를 내며 7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스공사도 사실상 환수가 어려운 민수용 미수금이 2021년 1조 8000억 원에서 지난해 8조 6000억 원으로 폭증한 상황이다. 미수금을 손실로 처리하지 않는 방식 덕에 적자가 흑자로 둔갑하면서 무배당 결정을 놓고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가스공사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고요했던 한전과 가스공사 주총장이 올해는 현 정부와 경영진에 대한 성토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에너지 전문가와 주주들은 정부가 강제로 억누르고 있는 전기·가스요금을 올리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팔면 팔수록 밑지는 구조에서 벗어나야만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회사 측 역시 요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23일 국회에 출석해 “올 1분기 실적도 조 단위 적자가 될 것”이라며 “전기요금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추가 요금 인상이 없으면 한전은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한전 신용도에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빚을 내 적자를 메우다 보니 한전의 부채 규모는 2020년 132조 4752억 원에서 지난해 192조 8047억 원으로 2년 새 45% 넘게 급증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전이 발행한 채권이 시중의 돈을 빨아들이며 단기자금 시장을 교란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불거진 ‘난방비 폭탄 사태’ 이후 공공요금 속도 조절 목소리가 커지면서 요금 인상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요금 결정 시한(31일)을 앞두고 16일과 17일 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인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기획재정부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에너지 비수기인 2분기마저 적정 수준 인상이 무산되면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영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어 동결보다는 소폭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전의 올 1월 전력 구입 단가는 ㎾h당 164.2원으로 지난해 평균 구입 단가(155.17원)를 이미 넘어섰다. 앞서 정부는 올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올리는 데 그쳤고 가스요금은 동결한 바 있다. 전기요금 정상화는 한전의 경영 부담을 줄이고자 일시 도입된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재개 여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국내 11개 에너지 단체는 “SMP 상한제로 인해 생산한 전력을 제 가격에 팔지 못하게 되면서 손실액이 2조 원에 달한다”며 SMP 상한제 즉각 종료와 손실 보전을 주장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SMP 상한제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공공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부당하다며 주민들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대법원 판결도 30일 예정돼 있다. 1심과 2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온 만큼 대법원에서도 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요금 체계 변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택용과 달리 산업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아 수차례 개편에도 형평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
"너무 오른 난방비…아이들 방과후 수업도 줄였다"
사회 사회일반 2023.03.25 17:57:16'저임금을 받는 마트 노동자"라고 밝힌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키운다. 하지만 올해는 두 자녀의 방과후 수업을 줄였다고 한다. 방과후 수업은 일반 학원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생활비 탓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정 위원장은 "빌라 꼭대기층에 설면서 창문에 뽁뽁이를 붙이고 난방텐트도 집 안에 설치했다"며 "올해 난방비 걱정에 4시간 마다 30분씩 보일러를 틀었지만, 작년 초 보다 난방비가 38%나 올랐다"고 말했다. 작년 1월 도시가스 요금은 16만원이었는데 올해 1월 22만원으로 오른 것이다. 정 위원장은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 보다) 5% 올랐는데, 도시가스 요금이 38%나 올랐으면 내 임금은 삭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 위원장이 지난 16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털어놓은 자신의 경험이다. 정 위원장처럼 공공요금의 급격한 인상이 근로자 생계에 큰 타격을 줬다는 지적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어려움은 더 컸다. 25일 서비스연맹이 학교급식실 조리실무사 245명, 마트판매원 112명 등 10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206만원으로 올해 월 최저임금(201만원)과 비슷했다. 그런데 이들이 1월 납부한 난방비는 평균 18만3000원으로 월 소득의 약 9%를 차지했다. 문제는 소득이 낮을 수록 소득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연맹은 "소득 월 100만원 이하의 경우 난방비 비율이 18%까지 올랐다"며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난방비 폭등으로 생계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사설] 난방비·청년 탈모까지 지원, 지자체 포퓰리즘 경쟁 멈추라
오피니언 사설 2023.03.08 00:00:00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난방비 지급에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경기 파주시는 1월 말 모든 가구에 20만 원의 긴급에너지생활안정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했으며 평택시와 광명시도 전 가구에 10만 원의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안양시와 안성시는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1인당 5만 원의 난방비를 나눠줄 계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 국민 난방비 보편 지원 방안을 들고 나오자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퍼주기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유례없는 난방비 폭탄 사태로 취약 계층에 선별적으로 난방비를 지원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중산층까지 포함한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난방비를 지급하겠다는 발상은 재정 악화를 부추기고 에너지 절감 정책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청년들에게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지자체들의 정책도 모럴해저드와 세대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울시 성동구는 올해부터 39세 이하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연간 2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충남 보령시도 올해부터 49세 이하 탈모증 환자에게 1인당 최대 200만 원(생애 1회)을 지급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지난해 말 탈모 환자 지원을 위한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해 관련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희귀·난치병 환자 지원이 더 시급하다”며 “탈모의 경우도 중증 환자를 집중 지원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재정 자립도가 지난해 45.3%에 머무른 상황에서 지자체의 현금 살포 경쟁은 재정난을 가속화한다. 파주시의 경우 지난해 예산 1조 5716억 원 가운데 지방세 등 자체 수입은 4852억 원으로 중앙정부의 지방이전재원(8127억 원) 중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자체들이 나랏돈을 믿고 선거 표심을 겨냥한 생색내기 현금 뿌리기에 나선 셈이다. 지자체는 선심성 현금 지원 같은 포퓰리즘 경쟁을 멈추고 취약 계층 지원과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 국세의 19%를 지원하는 지방교부금 규정을 바로잡아 지자체 예산의 거품을 빼는 방안도 더 미뤄서는 안 된다. -
[뒷북경제] 가스공사 미수금 회계처리 논란 톺아보기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3.04 10:00:56한국가스공사(036460)는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2조 4634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보다 99% 증가한 실적이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55% 늘어나며 1조 497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모두 증권가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주주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민수용 가스 판매에서 8조 6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2021년(1조 8000억 원)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지난해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는데, 가스요금은 그에 맞춰 인상하지 못하면서 민수용 가스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손실을 본 것입니다. 그럼에도 가스공사가 흑자가 난 이유는 이 8조 6000억 원의 손실이 ‘자산’, 즉 미수금으로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받을 수 있는 돈으로 간주하고 회계 처리를 한 것입니다. 영업 실적이 재무 공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액주주들은 “미수금 회계 처리는 위법”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시작된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가스공사의 회계 처리 논란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회계 전문가 중엔 지난 2010년대 초반 불거졌던 미수금 회계 논란을 떠올리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회계 업계에선 현재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에서 제정 중인 ‘요율 규제 산업’ 회계기준안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미수금 논란이 정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수금’ 회계와 ‘원료비 연동제’는 한 쌍 이를 이해하려면 우선 원료비 연동제와 가스공사의 미수금 회계처리 사이의 관계를 짚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원료비 연동제는 에너지 가격이나 환율 등이 급격히 오를 경우 이 상승분을 2개월 간격으로 가스요금에 반영하는 것으로 지난 1998년 도입됐습니다. 원료비 연동제 논리 하에선 가스 요금이 원가를 밑돈다고 해도 향후 요금 조정을 통해 원가 상승분을 반영한다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당장 지금은 에너지 가격이나 환율 급등으로 손해를 본다고 해도, 향후 그 손실분을 요금 인상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손실분을 ‘아직 가스공사가 못 받은 돈’, 즉 미수금으로 본 배경입니다. 이는 ‘미수금 회계처리가 타당성을 얻으려면 원료비 연동제가 원칙대로 수행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원료비 연동제를 ‘FM대로만’ 시행한다면 물가 부담과 서민들의 고통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단가가 2배가량 뛰었음에도 도시가스 요금을 30% 정도에만 올린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인상폭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어서 올 겨울철 ‘난방비 폭탄’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에서도 경기 상황이 나빠지거나 물가 불안 요인이 있으면 원료비 연동제를 당분간 유보하는 식으로 도시가스 요금을 관리합니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 7월부터 원료비 연동제를 유보했습니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원료비 연동제가 ‘원칙대로만’ 수행될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난점이 많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미수금이 향후 창출할 현금흐름이 불확실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미수금(자산) 회계처리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發 미수금 논란 데자뷔 가스공사 주식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이셨다면 최근 사태를 두고 2010년대 초반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도 ‘미수금 대신 손실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박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때도 원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전제 하에 회계처리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2010년대 초반과 현재의 가스공사 미수금 논란은 꽤나 닮아 있는 듯 보입니다. 발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습니다.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당시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가스공사는 2008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도시 가스를 도입원가 이하로 판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2년 들어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6조 원을 넘었습니다. 가스공사 미수금 문제는 회계 당국의 논의 테이블로도 올라왔습니다. 감사인 측에서 자산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금융감독원과 한국회계기준원이 가스공사 미수금에 대해 논의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론을 내기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공공요금에 대해선 IFRS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재무보고를 위한 개념 체계’에서 정의하는 ‘자산’ 요건에 부합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는 설명입니다. IFRS에선 △과거 사건의 결과로 취득하고 △현재 통제하고 있고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권리가 존재하는 것을 자산으로 정의합니다. 그러나 미수금의 경우 가스공사에 ‘통제권’이 있는지 모호했습니다. 이 ‘통제권’이라는 게 성립하려면, 가스공사가 손실분(미수금)을 향후 요금 인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가 명확해야 합니다. 원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통제권이 있는지도 모호하다는 판단이 가능한 셈입니다. 이후 논란이 정리된 건 정부에서 “요금 인상을 보장해주겠다”는 식의 공문을 보내면서였습니다.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한 회계 전문가는 “정부에서 당시 할 수 있었던 일은 ‘몇 년 후엔 가스 요율을 올려줄게’라고 말하는 것이었다”며 “다행히도 그 공문서가 나온 뒤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과거 손실이 자연스럽게 상쇄되고 당시의 이슈도 일단락됐다”고 전했습니다. 새 IFRS 기준에 따라 미수금 회계 바뀔 수도 회계 전문가들은 IFRS재단 산하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제정 중인 ‘규제자산과 규제부채’ 회계기준서에 따라 가스공사의 미수금 회계처리 동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정부와 맺은 계약에 따라 요율을 결정하는 회사들이 요금 규제로 인해 손실을 본 부분을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IASB는 지난 2021년 관련 공개초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간 IFRS에는 가스공사처럼 정부의 요율 규제를 받는 기업에 적용할 회계처리 기준이 없었습니다. 이번 회계기준서 최종안이 나올 경우 미수금 논란 역시 어느 정도 정리의 발판을 마련하지 않을까 전망되는 이유입니다. 다만 언제 최종안이 나올지는 미정입니다. IFRS 개정안에선 원료비 연동제처럼 정부와 기업이 맺은 요율 계약을 ‘규제 협약’이라고 정의합니다. 개정안은 현재 실제 수익이 정부와의 규제 협약에 보장된 총 수익(허용보상총액)보다 작아 손해를 본 경우 이를 향후 보상받을 것이라고 간주하고 자산(규제 자산)으로 잡도록 허용할 방침입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과 같은 논리입니다. 다만 문제는 가스공사가 IFRS 개정안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가스공사가 개정안에 따라 미수금을 회계처리하려면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향후 요금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 합니다. 하지만 원료비가 폭등할 경우 정부에서 물가 안정 등을 목표로 요금을 동결할 수도 있습니다. 원료비 연동제를 ‘규제 협약’으로 볼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새 회계기준에 따라 미수금을 모두 손실로 계상할 가능성도 있다는 배경이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스공사도 지난 2021년 회계기준원에 제출한 검토 의견에 “원료비 연동제 시행 지침을 중단할 수 있는 유보 규정이 존재한다”며 “유보 중단에 관한 규정이 불명확해 이론적으로는 요율 반영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어 지침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한 회계 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언제든지 요율 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스공사가) 정말 요율 규제 산업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건은 정부에서 2010년대 초반 당시와 비슷하게 회계기준과 관련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회계사는 “손실분을 보전하지 않고서는 가스공사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가스공사 간 약정 등을 통해서 회계기준 개정안에 맞추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
KT 사장? ‘안되면 되게하라’는 용산의 뚝심[양철민의 아알못]
산업 IT 2023.03.04 07:00:00최근 ‘난방비 폭탄’ 논란으로 국민들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최연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최 사장은 올 7월 가스공사 신임 사장 공모에서 서류탈락했지만, 정부가 ‘적격인사가 없다’는 이유로 9월 사장 공모 절차를 재진행해 결국 최연혜 전 의원이 사장 자리에 올랐다. 에너지 분야 전문성 결여를 이유로 애초 서류전형에서 탈락된 인사를 정부가 억지로 꽂아 넣은 것이다. 최연혜 사장의 서류탈락 당시 정치권에서는 부적절 인사를 추천했다는 반성 대신,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이 ‘항명’을 했다며 괘씸해 하는 기류가 강했다. 현 정권의 행보에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이유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곧바로 드러났다. 가스공사는 올 초 난방비 폭탄 이슈와 관련해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며 결국 ‘낙하산 인사’에 따른 피해는 국민이 떠안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KT 신임 대표 선정과 관련한 정치권의 행보를 보면 가스공사 사장 선임 관련 소요는 별일 아니게 보일 정도로 낮이 더욱 두꺼워진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헌법 제 119조의 문구가 무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연은 이렇다. 구현모 현 KT 대표는 “소유분산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 및 국민연금의 문제제기 등으로 지난달 진행된 신임대표 선정 과정 중 갑작스레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당시에도 정치권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구 대표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KT 이사회는 이후 차기 대표 선임절차를 통해 지난달 28일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임헌문 전 KT매스총괄,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등 4명을 KT 대표 후보면접 대상자로 선정했다. 앞서 윤진식(77) 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종훈(71)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권은희(64) 전 새누리당 의원, 김성태(69)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여권 출신 인사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용산의 말을 거역한 이사회의 반란’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응징은 빨랐다. 우선 여권이 총대를 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일 오전 KT 대표 후보면접 대상자를 두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구현모 대표는 KT를 장악하기 위해 ‘깜깜이 셀프 경선’으로 연임을 시도했으며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 부문장을 세웠다는 소문도 무성하다”며 “이는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며 KT가 ‘사장 돌려막기’를 고집한다면 국민들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연한 수순처럼 대통령실 또한 같은 날 오후 비난에 가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일 “ (KT 차기대표 인선과 관련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 중심의 시장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민생에 영향이 크고 주인이 없는 회사, 특히 대기업은 지배구조가 중요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낙하산 인사를 KT 사장에 꽂기 위한 절묘한 ‘티키타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IT 업계에서는 황당하다 못해 화가 난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적격심사 등 정부 개입이 불가피한 가스공사와 달리 KT는 민간기업이다. KT 신임사장 선정 과정에 대한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언급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압박에 오는 7일로 예정된 KT 신임대표 결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의 뚝심에 7일 끝나려던 KT 대표 ‘잔혹사’ 관련 스토리는 KT 주주총회가 개최되는 이달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Stay Hungry, Stay Foolish(By 스티브 잡스)'. '양철민의 아알못'은 IT 분야를 5년 넘게 출입했지만 IT를 잘 알지 못한다 생각하며 매일매일 공부중인 기자가 연재하는 IT 콘텐츠 입니다. -
이현재 하남시장 "취약계층 난방비 앞당겨 일괄 지급"
사회 전국 2023.02.27 15:28:20이현재 하남시장은 27일 “난방비 폭탄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28일 가구 당 20만 원씩 일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감안해 앞당겨 지급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시는 3월 중 ‘하남형 긴급 난방비’를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예비비 24억 원을 난방비로 편성했다. 특히 시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외에도 전국 최초로 4000여 가구의 국가유공자에게 보훈과 예우 차원에서 난방비를 지원한다. 또 주거·난방비 폭등과 교통비 등 고물가에 힘겨운 청년을 포함 시켜 400여 가구의 청년 월세 한시특별지원 대상자도 지원 받게 됐다. 이 시장은 “신속한 난방비 집행을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해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한 데 이어, 24억 여원의 예비비를 긴급 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
가스公 '무배당' 결정에 소액주주 뿔났다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2.26 18:23:37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 2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고도 9조 원에 육박하는 민수용(주택용·영업용) 가스요금 미수금 때문에 ‘무배당’을 결정하자 소액주주들이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26일 가스공사 소액주주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24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공사가 삼천리 등 도시가스 소매 업체를 상대로 미수금 반환 소송과 채권 추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소액주주연대는 “공사가 나서지 않는다면 미수금 방치를 이유로 30일 후 공사 이사·감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가스공사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은 공사 창립 이후 처음이다. 가스를 수입해 도매로 공급하는 가스공사가 소매 업체에 이미 공급한 가스의 요금을 받아 미수금을 해결하라는 의미다. 공사의 미수금 회계 처리 방식을 사실상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소송이다. 현재 가스공사는 판매 손실금을 자산 중 하나인 ‘미수금’으로 분류하는 독특한 회계 처리 방식을 적용한다. 영업손실을 추후 정부에서 정리해주는 것을 전제로 한 방식이다. 이로 인해 적자가 쌓여도 재무제표에는 흑자로 기재되는 착시 효과가 나타난다. 가스공사는 서민 부담 경감 등을 이유로 현재 민수용 요금을 원가 미만에 공급하고 있다. 민수용 요금에서 손해를 보는 만큼 미수금이 계속 쌓이는 구조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 1조 8000억 원에서 지난해 8조 6000억 원으로 1년 사이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는 1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가스공사는 그동안 장부상 순이익의 최대 40%를 배당해왔지만 올겨울 ‘난방비 폭탄’ 이슈가 터지자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무배당을 결정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가스공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1조 49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5% 늘었지만 미수금 때문에 주주 배당을 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현수 가스공사 소액주주 대표는 “한국전력이 전력 판매에 따른 손실을 영업손실로 기재하는 것과 비교해봐도 가스공사의 미수금 처리 회계 방식은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소액주주들은 정부가 공사를 장부가치로 공개 매입해 비상장사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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