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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불신의 골 깊었던 북미...반세기 협상 번번이 실패
국제 정치·사회 2018.06.12 17:36:40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일 “미국과 북한의 오랜 불신의 역사가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여정에 주요한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세기의 만남’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이뤄지면서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북미 두 나라가 불신의 장막을 걷어내고 한 발짝 더 진전된 관계로 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두 나라의 노력은 김일성 전 주석은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이어졌지만 서로를 믿지 못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6·25전쟁 이후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반복해오던 북미 양국은 지난 1990년 들어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차례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불신의 골짜기를 넘지 못한 채 반세기 이상을 보내왔다. 정전 후 견원지간이던 북미 간 접촉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외교의 전면에 등장하는 장면은 1994년 6월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과의 회동부터다. 1993년 당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데 대해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하자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으로 날아가 김 주석을 만났다. 김 주석은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해주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 뒤 김 주석은 사망했고 같은 해 10월 제네바 공식 회담에서 북미 합의가 도출되면서 1차 북핵 위기가 마무리됐다. 두 번째 협상은 북한이 1998년 8월 첫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1호를 발사하며 촉발한 미사일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행됐다. 클린턴 미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던 2000년에는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8년 11월 대북 강경파인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 조정관에 임명한 뒤 이듬해 10월에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계획을 전면 중단하도록 유도하고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킨다는 대북 포용정책을 뼈대로 한 보고서를 완성했다. 이후 북미 양국은 2000년 7월 말 태국 방콕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에서 첫 북미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한 데 이어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그해 10월10일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만나는 등 역사적 화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도 10월23일부터 2박3일간 평양을 답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논의했다. 하지만 미국 대선 이후 분위기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200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가 당선되자 클린턴 대통령은 평양 방문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취임 후 2001년 9·11테러를 겪은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으며 북한은 2003년 1월 핵확산금지조약을 전격 탈퇴했다. 후임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전략적 인내’를 내세우며 북한과 직접적인 대화에 나서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 교착 상태가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
[북미합의문 보니]사실상 판문점선언 재확인 그쳐...비핵화까지 가시밭길 이어질듯
정치 대통령실 2018.06.12 17:35:30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공동합의문은 총 4개의 항목을 담고 있다. △북미관계 정상화 추진 △한반도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위해 양국이 노력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sation)를 위해 노력 △북미는 유해를 즉시 본국으로 송환 등이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끝내 빠지고 ‘완전한 비핵화’만 담겨 빛이 바랬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핵화 부분이다. 4·27 남북 정상회담 때의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한 데 그쳐 한계가 있다. 앞서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라고 했으니 이보다 진전된 표현이 담기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외교가에서는 CVID까지는 아니더라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D)’ 정도는 합의될 것으로 봤지만 합의문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만 담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검증’ 부분을 강조해왔는데 빠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중요한 것은 ‘V(Verifiable·검증 가능한)’”라며 “우리는 검증할 수 있도록 충분히 탄탄한 시스템을 설정할 것이다. 검증이 이뤄져야 신속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도 주목할 점이다. 그동안 북한은 ‘북한의 비핵화’를 쓰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며 북한은 물론 남한에서 미군의 핵 폭격기 전개 중단 등을 요구해왔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11일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에 대해 북한은 잠재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미국의 한국·일본 등에 대한 ‘핵우산’ 축소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핵화 합의가 세 번째 항목으로 밀린 점도 아쉬움으로 지목된다. 문구를 자세히 보면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만 해 향후 미국이 “북한이 노력한다고 했으므로 우리의 해당 사항이 아니다”라며 핵 폭격기 전개훈련을 할 수 있고 북한은 ‘검증’이 안 들어갔으므로 검증에서 협조하지 않을 수 있어 불씨도 남겼다. 두 번째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양국이 노력한다는 것은 향후 비핵화 추이에 따라 불가침공약 등의 의회 인준, 종전 선언 등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의회 인준이 되면 정권이 바뀌어도 합의가 쉽게 깨지지 않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높은 체제보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비핵화 추이에 따라 종전 선언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종전 선언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이어져온 한반도 전쟁이 끝났다는 뜻이어서 의미가 있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핵을 포기하는 데 불만을 품은 내부 군부를 설득할 수 있는 카드다. 새로운 북미관계 등 관계 정상화를 수립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향후 비핵화 단계에 따라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및 이를 대사관으로 승격하고 국교를 수립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쟁 유해를 즉시 본국으로 송환한다는 점은 미국에서 인권 등을 강조한 목소리를 받아들여 미국이 요구했고 북한도 받아들인 것으로 추론된다. 전체적으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담에 앞서 비핵화 ‘데드라인’을 적시하면 성공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담기지 않았다. 과거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9·19공동성명도 비핵화 데드라인을 못 박지 않아 이행이 늘어졌다는 지적이 많았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암시하면서 이날 회담에서 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됐지만 선언은 없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있을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고위급 회담 추이에 관심이 집중된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북미정상회담]순항 → 취소 → 만남...90일간 롤러코스터
국제 정치·사회 2018.06.12 17:34:57올해 초까지만 해도 ‘핵 단추’까지 언급하며 막말 폭탄을 주고받았던 북미 정상이 6개월 뒤 역사상 첫 회담을 하게 되기까지는 손에 땀을 쥐게 한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처음으로 직접 비핵화 담판에 나선다는 소식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두 정상의 밀고 당기기로 한반도는 90일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물꼬를 튼 것은 지난 3월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방북 특사단의 백악관 방문이다. 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와 회담 의사를 전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즉석에서 수락하면서 회담 개최 논의가 공식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3월 말 극비리에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회담 개최는 더욱 굳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9일 각료회의에서 “5월 말 또는 6월 초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말하며 처음으로 회담 시점을 밝혔다. 그러나 회담 일정 발표가 계속 늦어지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지난달 7~8일 중국을 방문해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재확인하면서 회담 개최는 난기류에 휩싸였다. 이때 해결사로 등장한 인물이 폼페이오 장관이다. 그는 지난달 8~9일 두 번째로 방북해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동시에 북한 억류 미국인 3명을 송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튿날 회담 날짜와 장소를 ‘6월12일 싱가포르’로 발표하며 화답했다. 곧이어 북한이 지난달 12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몸짓”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회담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미 백악관의 ‘안보사령탑’인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일괄타결 비핵화의 대표적 사례인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면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23일 저녁 담화를 내고 펜스 부통령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내며 정상회담 ‘재검토’를 거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24일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이틀 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수락한 지 77일만으로 한반도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무산되는 듯 보였던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이 대화 의지를 보이면서 또 한 번의 국면 전환을 맞이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25일 담화에서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면서 북측의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확인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북미 회담은 취소 발표 하루 만에 다시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이달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6·12 싱가포르 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사진으로 본 북미정상회담] 70년 만의 만남…北美 발맞춰 나란히 걷다
경제 · 금융 정책 2018.06.12 17:34:2812일 오전9시4분(한국시각 오전10시4분)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호텔에서 손을 맞잡았다. 지난 1948년 남북 분단 이후 70년 만에 두 적성국의 최고지도자가 만난 것이다. 두 정상은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배치된 회담장 입구 레드카펫에서 12초간 악수하고 기념촬영을 한 뒤 세기의 담판을 벌일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140분간의 단독·확대정상회담과 50분간의 오찬을 마친 두 정상은 건물 밖으로 나와 카펠라호텔 정원을 통역 없이 1분 정도 산책했고 오후1시42분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냉전의 섬’ 한반도는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라는 험난한 여정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두 정상 간 만남의 순간들을 생생한 화보로 모아봤다. -
[북미정상회담]2차는 7월 판문점...3차는 9·10월께 백악관서 개최 유력
국제 경제·마켓 2018.06.12 17:33:20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문에서 이번 회담의 핵심의제였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중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부분이 빠지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은 벌써 북미 회담으로 쏠리고 있다. 이번 북미 정상의 첫 만남은 70년 한반도 냉전 종식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지만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북미 간 추가 협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두 정상이 서명한 공동합의문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추가 회담을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앞서 이번 싱가포르 회담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며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거듭 시사해 왔다. 12일(현지시간) 회담 후 공개된 공동합의문에 ‘CVID’가 명시되지 않은 데 대한 실망감이 제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후속 실무회담을 거쳐 최대한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정전협정 기념일인 7월27일 판문점에서 후속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시기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도 예정돼 있어 중국까지 포함한 4자 정상회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후속 회담이 꼭 북미 양자 간이 아니라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회담 형태로 성사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할 수 있다고 거듭 언급하면서 오는 9월이나 10월 미국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여지도 높다. 9월에 열리는 유엔총회는 각국 정상들이 한반도 평화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백악관 방문과 함께 유엔총회에 참석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백악관 초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빅 이벤트’가 된다는 점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그 중간중간에 여러 이벤트를 만들 수 있다”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
[북미회담 누가 배석했나]슈퍼매파 2인방 트럼프 옆에 나란히...金 '오른팔' 김영철- 폼페이오 마주앉아
정치 대통령실 2018.06.12 17:32:54북미 정상의 41분간 단독회담 이후 이어진 확대정상회담에서는 그동안 북미 협상을 추진해온 양국 실무진들이 총출동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 핵심 3명과 통역이 배석했다. 북한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등 핵심 브레인 3명이 모두 나왔으며 역시 통역이 자리했다. 우선 미국 배석자 면면을 보면 단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바로 왼쪽에 앉았다. 그는 지난달 뉴욕을 찾은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보여주고 업무만찬을 한 인물이다. 이번 회담 준비 과정에서 두 차례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했고 이번 회담을 준비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주일에 8~10시간씩 집중적으로 브리핑을 했다. 당초 북한의 맹비난을 받고 북미 협상을 엎기 위한 목적으로 ‘리비아식 모델’을 거론해 코너에 몰렸던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모습을 드러냈다. 테이블 중앙에서 가장 먼 자리에 앉기는 했지만 존재감만으로도 깐깐한 미국의 비핵화 입장을 드러내 북한에 무언의 압박 메시지를 주는 역할을 맡았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배석했다. 그가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자제시키면서 예측불허의 북미 회담을 큰 틀에서 관리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서도 김 위원장의 ‘오른팔’로 통하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 바로 오른쪽에 앉았다. 폼페이오 장관과 마주 보는 자리였다. 그는 지난 1일(현지시간) 북한 고위급으로는 18년 만에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인물이다. 북한 외교 전반을 총괄하는 리수용 부위원장도 자리했다. 그는 다년간 스위스 대사로 활동해 선진국의 외교와 국제사회의 외교 전략에 밝고 외교 인맥도 폭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절 뒷바라지를 책임지는 등 오랫동안 ‘북한 로열패밀리’의 집사 역할을 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김영철 부위원장 오른편에 자리했다. 그의 머릿속에 대미 협상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고 할 정도로 북한의 대표적 ‘미국통’이다. 리 외무상은 1990년대 초부터 핵 문제뿐 아니라 군축·인권·생화학무기·미사일 등 대미 외교 현안을 다루는 각종 협상에 핵심 멤버로 참여했으며 6자회담 경험도 풍부하다. 한편 북미 확대회담 이후에 열린 업무오찬에서는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미국 측에서 합류했다. 북한에서는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한광상 중앙위 부장 등이 합류했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북미정상회담] 민주당 "불가역적 세계 평화의 시작" 한국당 "안보가 벼랑 끝에 달렸다"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8.06.12 17:32:15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여야 정치권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12일 양 정상이 내놓은 공동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가 포함되지 않자 보수 야당은 일제히 ‘낙관적 평화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여야는 공교롭게 하루 앞으로 다가온 6·13지방선거에 북미 정상회담이 미칠 영향뿐만 아니라 향후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여야 간 주도권 경쟁이 촉발된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던 저의는 미풍으로 끝났다”며 “대한민국 안보가 벼랑 끝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공식논평을 통해서도 “(공동합의문에) CVID가 들어 있지 않으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스케줄이 빠져 있어 유감스럽다”며 “대한민국의 안보 불확실성을 높이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을 내고 CVID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 계획과 기한·방법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야당은 CVID 미반영을 끈질기게 문제 삼아 앞으로 대북문제의 주도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날 북미 정상이 서명한 공동성명에 대해 “상당히 원론적인 수준의 선언이기 때문에 앞으로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 아직 남지 않았나 본다”고 말했다. 유 공동대표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진짜 CVID를 달성하기까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는 당초 CVID를 위해 로드맵을 어떻게 짜고, 시한을 어떻게 정하고, 이행과 검증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원론적인 선언으로 1차 회담이 마무리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검증에 합의가 이뤄진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라며 “회담 추진 과정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운전대’를 놓지 않고 평화의 불씨를 되살린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세기의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불가역적인 세계평화의 시작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북미 정상회담을 높게 평가했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을 통해 유리한 선거구도를 만들고 향후 정국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
[화기애애했던 북미정상회담]金 "오늘 장면은 영화 속 판타지"에 트럼프 미소로 화답
국제 정치·사회 2018.06.12 17:30:09‘세기의 담판’으로 기대를 모았던 북미 정상회담은 경직된 분위기 속에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 달리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1분이면 북한의 진정성을 알아차릴 수가 있다”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시간이 넘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는 회담 직전까지 이뤄진 실무협상에서도 좁혀지지 않은 이견은 접어두고 일단 ‘큰 틀’의 기본적 합의에 만족하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두 정상이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몇 시간 전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진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곧 알게 될 것”이라며 양측의 의견 조율이 상당 부분 이뤄진 것을 암시했으며 회담 내내 수시로 “오늘 회담은 엄청나게 성공할 것”이라거나 “기분이 좋다”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김 위원장도 초반 긴장했던 모습을 지워내고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왔다.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화답했다. 그는 또 단독정상회담을 마친 뒤 2층 발코니를 따라 확대정상회담장을 향해 걸어가던 중 “많은 이들이 이번 회담을 일종의 판타지나 공상과학 영화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미소 짓게 만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정상회담을 마치고 업무 오찬을 시작하기 전에 취재진에게 “멋지고, 잘생기고, 날씬하고 완벽하게 찍어달라”고 당부해 주위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공동 합의문에 서명하기 전 이뤄진 짧은 산책에서도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산책을 하던 중 김 위원장에게 이른바 ‘비스트(야수)’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 대통령 전용 리무진인 ‘캐딜락 원’의 내부를 보여줬다. 이를 본 전문가들은 경호의 핵심인 캐딜락 원의 속살을 보여준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대단한 호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를 본 김 위원장은 미소를 지으며 “대단하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책을 마치고 이뤄진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서명식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 치켜세우기는 이어졌다. 그는 김 위원장을 보고 가장 놀란 게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위대한 인격에 매우 똑똑하고 자기 나라를 매우 사랑한다는 점도 알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매우 특별한 유대 관계를 갖게 됐다”며 “그를 백악관에 초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 ‘꼬마 로켓맨’으로 부르며 적대시했던 분위기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리비아식 비핵화’ 등의 발언으로 북한을 분노케 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취재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당초 북한의 반발로 정상회담장에 배석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던 볼턴과도 김 위원장이 커다란 거부감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이번 회담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모습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싱가포르=특별취재단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북미정상회담 트럼프-김정은 공동성명 [전문]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8.06.12 17:29:47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견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사안들을 주제로 포괄적이고 심층적이며 진지한 방식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아래와 같은 합의사항을 선언한다. 1.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2.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3.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4.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 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 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이 거대한 중요성을 지닌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북미 간 수십 년의 긴장과 적대행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동성명에 적시된 사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관련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약속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은 북미관계의 발전,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번영·안전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영문 원문> Joint Statement of President Donald J. Trump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Chairman Kim Jon Un of the State Affairs Commission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at the Singapore Summit President Donald J. Trump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Chairman Kim Jon Un of the State Affairs Commission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held a first, historic summit in Singapore on June 12, 2018. President Trump and Chairman Kim Jon Un conducted a comprehensive, in-depth and sincere exchange of opinions on the issues related to the establishment of a new US-DPRK relations and the building of a lasting and robust peach regime on the Korean Peninsula. President Trump committed to provide security guarantees to the DPRK, and Chairman Kim Jong Un reaffirmed his firm and unwavering commitment to complete denucl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Convinced that the establishment of new US-DPRK relations will contribute to the peace and prosperity of the Korean Peninsula and of the world, and recognizing that mutual confidence building can promote the denucl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President Trump and Chairman Kim Jong Un state the following: 1. The United States and the DPRK commit to establish new US-DPRK relations in accordance with the desire of peoples of the two countries for peace and prosperity. 2. The Unite States and the DPRK will join the efforts to build a lasting and stable peace regime on the Korean Peninsula. 3. Reaffirming the April 27, 2018 Panumunjom Declaration, the DPRK commits to work toward complete denucler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4. The United States and the DPRK commit to recovering POW/MIA remains, including the immediate repatriation of those already identified. Having acknowledged that the US-DRPK summit - the first in history - was a epochal event of great significance in overcoming decades of tensions and hostilities between the two countries and for the opening up of a new future, President Trump and Chairman Kim Jong Un commit to implement the stipulations in this joint agreement fully and expeditiously. The United States and the DPRK commit to hold follow-on negotiations, led by the US Secretary of State, Mike Pompeo, and a relevant high-level DPRK official, at the earliest possible date, to implement the outcomes of the US-DPRK summit. President Donald J. Trump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Chairman Kim Jong Un of the State Affairs Commission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have committed to cooperate for the development of new US-DPRK relations and for the promotion of peace, prosperity, and the security of the Korean Peninsula and of the world. -
[북미정상회담]통역없이 단둘이 정원 산책...'도보다리 회담' 연상
정치 정치일반 2018.06.12 17:28:58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양국의 공동합의문 서명에 앞서 회담장 주변을 짧게 산책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시사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9시(현지시각)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업무오찬을 숨 가쁘게 이어갔다. 140분간의 회담과 50분간의 오찬을 마친 두 정상은 건물 밖으로 나와 카펠라호텔 정원을 짧게 산책했다. 산책 시간은 1분 정도로 매우 짧았지만 두 정상은 통역 없이 정원을 거닐며 비핵화와 체제 보장 등에 대해 교감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정상회담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 정말로 아주 긍정적”이라며 “서명하러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의 ‘카펠라 산책’은 길지는 않았지만 지난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독대하던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나온다.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진행된 30분간의 도보다리 대화에서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평화와 번영에 대한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을 것이라는 해석에 이견이 없다. 이곳에서 돈독히 한 남북 정상의 친교는 이후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을 때 ‘번개 정상회담’ 등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해변 산책을 한 바 있다. 두 정상은 다롄 동쪽 외곽 해변에 있는 방추이다오 영빈관에서 회담하고 해안가를 거닐면서 양국의 ‘혈맹관계’를 과시했다. /싱가포르=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북미정상회담]"역사의 현장 놓칠라" 일거수일투족 전세계 타전
국제 정치·사회 2018.06.12 17:28:09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는 나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취재 현장이었다. ‘세기의 담판’ 현장을 전 세계에 타전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몰려든 3,000여명의 외신 기자들은 두 정상이 싱가포르에 입성하는 순간부터 두 정상이 출국하는 순간까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치열한 취재 경쟁을 벌였다. 취재진은 12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수 시간 전부터 싱가포르 정부가 포뮬러원(F1) 경기장에 마련한 국제미디어센터(IMC)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스위소텔 더 스탬퍼드에 준비한 기자실에 속속 모여들었다. 각각 2,500석과 500석 규모를 갖춘 기자실은 금세 북새통을 이뤘다. 미 백악관은 출입기자단을 위해 JW매리엇호텔에 별도 기자실을 운영했다. 전날 늦게까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깜짝 시내 투어와 북미 간 마지막 실무협상 취재가 이어졌지만 취재진은 피곤함을 뒤로하고 이른 아침부터 앞다퉈 두 정상의 ‘세기의 회담’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동이 트기 전부터 회담장이 있는 센토사섬으로 가는 길목마다 방송국 카메라들이 설치됐고 두 정상이 회담장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외신 기자들이 두 정상이 묶고 있는 호텔 앞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싱가포르 현지 날씨는 섭씨 30도가 넘는 기온에 습도가 80%를 넘어 이른 아침에도 기자들은 연신 땀을 닦아내기 바빴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들은 땀을 줄줄 흘리며 길거리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외신들의 모습을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두 정상이 역사적인 악수를 나누기 직전에는 IMC를 가득 메운 수천명의 취재진이 TV 생중계 모니터를 지켜보며 일제히 숨을 죽이기도 했다. 두 정상이 화면에 나타나자 여기저기 탄성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전 세계 취재진이 각국에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하면서 각국의 언어가 IMC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스톱워치로 두 정상의 악수 시간을 재는 기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IMC에는 전 세계 기자들을 위해 수십 종류의 음식이 마련됐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식사를 거르거나 쿠키와 빵이 담긴 상자만 들고 기자실로 올라와 실시간으로 기사를 송고하기에 여념이 없었다./싱가포르=특별취재단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북미정상회담]회담장 동시에 입장...대등한 관계 연출
국제 정치·사회 2018.06.12 17:27:29‘세기의 만남’은 첫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대등한 관계를 연출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은둔의 세계에 머물다 처음으로 바깥으로 나온 북한의 발걸음이 위축되지 않게 하려는 미국 측의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 마련된 북미 정상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양쪽에서 미소를 띤 채 서서히 걸어 나오며 역사적인 만남을 시작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숙소인 샹그릴라호텔을 나섰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회담장에서 맞이하는 주빈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지만 두 정상은 동시에 입장하는 것을 선택했다. 관례대로라면 통상 지위가 낮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해야 했지만 미국 측은 김 위원장과의 동등한 관계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이 첫 만남을 가진 장소 뒤편에는 성조기 6개와 인공기 6개가 번갈아 배치됐다. 각국의 깃발을 6개씩 총 12개를 배치한 것은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동시에 역사적인 순간인 6월12일을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2초간 가진 악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꽉 잡기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보여줬던 꽉 움켜쥐는 ‘공격적 악수’가 아닌 점도 눈에 띄었다. 또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을 보였던 김 위원장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는 등 친근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가벼운 담소를 건네기도 했다. 단독회담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말에 동조하면서 악수를 청하거나 김 위원장을 향해 ‘엄지 척’을 해 보이며 경직된 회담장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배석자나 통역 없이 이뤄진 짧은 산책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앞서가게 하는 등 작은 부분에서도 배려를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의 ‘호스트’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김 위원장을 배려해 대등한 관계로 보이도록 신경을 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북미정상회담]굳은 표정으로 회담장 등장...12초간 악수 나누고 미소 되찾아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8.06.12 17:26:1512일 오전7시50분(현지시각)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 밸리윙 출입구 입구. 대기하고 있던 경찰차와 오토바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곗바늘이 오전8시를 넘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비스트’가 모습을 드러냈고 역사적인 만남을 위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직선거리로 570m 떨어진 세인트레지스호텔에 머무르고 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12분 정도 늦게 출발했다.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 역시 경찰 오토바이 수십 대의 엄호 속에 센토사섬으로 움직였다. 두 정상의 숙소인 샹그릴라호텔과 세인트레지스호텔에서는 이들이 떠나기 직전까지 삼엄한 경계가 이뤄졌다. 샹그릴라호텔 로비에는 미국 백악관의 정예 스나이퍼팀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르는 밸리윙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완전통제된 채 무장경찰과 호텔 관계자 등이 주변을 지켰다. 오전7시30분께 미국 정상회담 관계자들 사이에서 “모두 대기 중”이라는 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가 별도의 건물로 분리된 샹그릴라호텔과 달리 북한 관계자와 일반인의 동선이 섞여 있는 세인트레지스호텔의 보안과 경호 강도는 더욱 높았다. 정문 검색대에서는 공항 탑승만큼 강도 높은 X레이 검색과 몸수색이 진행됐다. 호텔 로비에는 전날 밤 김 위원장이 ‘깜짝 시티투어’를 떠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라인이 만들어져 일반인들의 동선을 통제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의 출발에 앞서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대행 등 북한의 핵심 외교 라인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함께 오전7시54분 호텔 밖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의 출발시각이 가까워지면서 호텔 로비에 대기 중인 북한 경호원들은 점차 늘어났다. 일부 경호원들은 방탄가방을 손에 든 채였다. 이윽고 오전8시12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김 위원장은 다소 긴장한 듯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뒤를 따랐다. 오전9시5분 싱가포르의 휴양지인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시작한 북미 정상. 회담장 입구 레드카펫 양쪽에서 서서히 걸어 나온 두 정상은 12초간 악수했다. 근접 취재를 맡은 미국 ‘폴리티코’는 김 위원장이 악수를 하러 걸어가며 영어로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통령님(Nice to meet you, Mr President)”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해당 매체 소속 엘리나 존슨 기자는 “다른 사람들은 영어로 발언한 사람이 김 위원장이 아닌 통역사라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른손으로 김 위원장의 손을 잡은 채 왼손으로 어깨를 툭툭 치며 친근한 제스처를 취하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던 김 위원장도 금세 여유를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회담은 엄청나게 성공적일 것”이라며 “북한과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활짝 웃어 보인 뒤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이는 김 위원장이 과거 ‘김정일 정권’의 협상 방식이 잘못됐음을 시인하는 파격적인 발언이다. 전 정권과 선을 긋고 미국에 신뢰를 심어주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 말이 맞다”고 화답한 뒤 다시 한번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이어 김 위원장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웃기도 했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북미정상회담] CVID 원샷담판은 애초 무리...후속회담선 반드시 포함시켜야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8.06.12 17:25:03북미 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 및 서경 펠로들은 기대를 모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에 대한 구체적 성과가 없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부는 ‘4·27 판문점 선언’ 수준에서 진전된 부분이 없는 회담이었다고 지적했다. 논의한 의제들이 광범위해 한 번의 만남으로 이뤄내기 힘든 과제인 만큼 CVID에 대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추후 북미 회담에서 CVID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장정과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떼는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경 펠로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합의에서 CVID를 담지 못한 데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비핵화 로드맵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회담의 목적인 CVID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포괄적 논의를 했다고는 하지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보도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오늘 나온 것은 합의문으로 공동성명보다 낮은 단계인데 (비핵화에 대한) 단계가 구체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생화학무기나 미사일 문제, 인권 문제, 납북자 등 폭넓은 의제를 논의했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합의하는 것보다 미국 의회의 평가를 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지지를 받기 힘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로버트 캘리 부산대 교수는 트위터에 “회의론자들이 예측한 것보다도 약하다. 일반적”이라고 혹평했다. 처음부터 CVID를 명문화하기 어려운 회담이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북한의 체제보장까지 담보돼야 하는 만큼 한 번의 회담으로 담판 짓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한 번의 회담으로 북한 비핵화를 이뤄내는 것은 애초에 어렵다. 30년 이상 핵에 공을 들인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CVID에 대한 일괄타결은 어렵고 실무접촉이 더 이뤄져야 한다”고 전망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프로세스’를 강조한 것을 보면 몇 차례 추가 회담 필요성을 시사하며 오늘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추후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면 다시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고 예측했다. 북미가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기로 약속한 점은 큰 성과라며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서명한 뒤 ‘다시 만나자’고 했다”며 “추후 남북미, 남북미중 만남을 통해 진전된 결과물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적대적 대결 해결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고 최 교수는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에 동참한다고 했는데 첫 회담치고는 큰 수확”이라고 추켜세웠다. 한편 이날 오전 북미 단독정상회담이 예상보다 일찍 끝난 점을 주목하기도 했다. CVID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는 미진했지만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단독회담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는데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북미 최고지도자가 그동안 실무진이 합의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이에 대해 상호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견 조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호·박우인·하정연·양지윤기자 rho@@sedaily.com -
[북미정상회담] 일단 의제서 빠졌지만...北, 차후 무력감축 요구할 듯
정치 대통령실 2018.06.12 17:23:39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주한미군에 대한 것은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전히 주한미군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북한 역시 최소한 비핵화에 따른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 등을 원할 것으로 보여 양측이 비공개 회담에서 이를 논의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북미회담이 순조롭게 풀리면서 향후 주한미군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북미회담 공동성명에 따르면 주한미군에 대한 것은 한마디도 없었다. 하지만 여운은 남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협상 테이블 위에 없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대답하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의 조시 로긴 칼럼니스트도 7일(현지시간)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그룹이 되풀이해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에 반대론을 펴왔지만 그는 아직 설득되지 않은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연하게는 아니지만 여전히 사적으로는 주한미군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미국이 주한미군 유지를 위해 지불하는 돈에 대해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북한도 최소한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를 원할 수 있다. 자국은 비핵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으므로 남한의 주한미군 병력을 축소하거나 성격을 평화유지군 등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 2007년 정상회담을 추진한 남한 실무진의 회고록 등을 보면 북한은 비핵화를 하는 대신 남한에도 미군의 핵무기가 진짜 없는지 똑같이 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해왔다. 또 동북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노리며 주한미군을 껄끄럽게 보는 중국을 북한이 등에 업고 있으므로 주한미군 감축을 요구하는 중국의 목소리를 북한이 대변했을 수도 있다. 북미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논의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핵화의 발걸음을 뗐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도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지금으로부터 5년 후, 10년 후에 변화가 생긴다면 검토해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민주주의 국가 한국과 민주주의 국가 미국 사이의 일”이라며 논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미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 “(현시점에서) 공개되지 말아야 할 문제”라며 여운을 남겼다. 논의가 된다면 표면상으로는 일단 한미 간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주한미군 발언이 논란이 되자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라며 논의가 되더라도 한미 간에 될 것을 시사했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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