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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 실종된 남자, 빙하 녹자 발견됐다"…신분증·시신 그대로
국제국제일반 2025.08.12 00:30:00파키스탄 코히스탄 지역에서 28년 전 실종된 남성의 시신이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발견됐다. 10일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레이디 메도스 빙하 근처에서 나시르딘(실종 당시 31세)의 시신을 현지 목동이 발견했다. 나시르딘은 1997년 마을 분쟁을 피해 형과 함께 산으로 대피하던 중 빙하 틈에 빠져 실종됐다. 형은 생존했으나 나시르딘은 행방불명 상태가 됐다. 28년이 지났지만 시신은 옷과 신분증이 온전한 상태로 보존돼 있었다. BBC는 극저온 환경에서 인체가 빠르게 동결되고, 습기와 산소 부족으로 미라화돼 분해를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시신은 지난 6일 매장됐으며, 조카 말릭 우바이드는 "가족이 수년간 찾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 시신 수습으로 안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과거 실종자 시신이 발견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페루에서는 22년 전 실종된 미국 등반가가, 2017년 스위스에서는 75년 전 실종된 부부 시신이 각각 발견된 바 있다. -
대한체육회, 제29회 한일청소년스포츠교류 초청행사 성공적 마무리
문화·스포츠스포츠 2025.08.12 00:10:00대한체육회가 ‘제29회 한일청소년스포츠교류 초청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11일 밝혔다. 한일청소년스포츠교류는 한국과 일본의 초등학생(5~6학년), 중학생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국제 스포츠 경기 참여 및 다양한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1997년부터 매년 양국을 오가며 진행되는 초청·파견행사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는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전북특별자치도체육회와 익산시체육회가 주관해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는 3일부터 6일간 일정으로 전북에서 열렸다. 이번 교류행사에는 일본 기후현과 미에현에서 방한한 초등학생 및 중학생 청소년 218명이 참가했으며 축구, 농구, 배구, 탁구, 배드민턴 등 5개 종목에서 전북도를 대표하는 청소년들과 함께 친선 경기를 펼쳤다. 교류 기간 중 익산시의 자연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교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돼 참가자 간 상호 이해를 높이고 교류의 깊이를 더하기도 했다. 이번 교류에 일본 선수단을 이끌고 참가한 마스다 카즈노리 단장은 “한국에서의 교류를 통해 전북의 풍부한 문화와 한국 청소년 선수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2주 뒤 일본에서 다시 만나게 될 한국 선수단과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승민 회장은 “한·일 양국의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함께 땀 흘리며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는 값진 시간이 됐기를 기대한다”며 “대한체육회는 한일청소년스포츠교류를 포함한 다양한 국제 청소년 스포츠 프로그램을 통해 스포츠를 통한 국제 우정과 협력의 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번 달 17일부터는 지난해 초청행사 개최지인 제주도 선수단 218명이 일본 기후현을 방문해 파견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칼 가는 연삭기로 웨지 페이스 갈아낸 후 쳤더니…그루브에 대한 오해와 진실[호기심 해결소]
서경골프골프일반 2025.08.12 00:05:00F1(포뮬러원) 자동차 경주를 본 일이 있는가. 유심히 보면 어떤 F1 자동차의 타이어에는 홈이 없다! 이제 골프 얘기를 해보자. 아이언과 웨지의 페이스 표면에는 가로 방향으로 홈이 파여 있다. 그루브다. 클럽 제조업체들은 그루브가 마모되면 스핀 성능이 저하된다고 말한다. 다시 F1 이야기. 세계 최고의 스피드를 겨루는 자동차 경주에서 왜 홈이 없는 타이어를 사용할까. 가장 큰 이유는 지면과의 마찰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다. 마찰력이 커야 급가속과 급감속 등에 유리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웨지에 그루브가 없어도 스핀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게 아닐까’라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루브 없어도 백스핀 9000rpm 넘네” 실험 계획 후 가장 큰 어려움은 그루브 없는 ‘민무늬 웨지’를 구하는 것이었다(국산 골프클럽 브랜드가 없다!). 우리는 56도 샌드웨지의 그루브를 갈아 없애기로 했다. 공구상가가 밀집한 서울 중구 황학동의 어느 칼갈이 점포를 찾아가 평면 연삭기로 그루브를 갈아냈다. 주인은 “평생 칼날을 세웠지만 이런 건 처음 갈아본다”며 “일반 스테인리스스틸과 달리 훨씬 단단해 잘 안 갈린다”고 했다. 우리는 핑골프의 도움을 받아 일반 샌드웨지와 그루브 없앤 웨지를 5회씩 풀 스윙으로 때리며 백스핀 변화를 살폈다. 핑은 과거 미국골프협회(USGA),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의 그루브 소송에서 이겼을 만큼 그루브 관련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그루브가 있는 일반 샌드웨지의 평균 백스핀은 9343rpm(분당 회전수)으로 나타났다. 민무늬 웨지의 평균 백스핀은 9193rpm. 두 웨지의 백스핀 차이는 150rpm에 불과했다. 민무늬 웨지로 때렸을 때 스핀 양이 조금 줄긴 했지만 과연 의미 있는 차이인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따랐다. 물 뿌리자 2568rpm으로 뚝 감소 다시 F1 이야기. 비가 오거나 노면이 비에 젖어 있으면 F1 자동차들도 홈이 파인 타이어로 깔아 끼운다. 타이어와 지면 사이에 수막이 생겨 미끄러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웨지의 그루브도 수막 방지와 보다 깊은 연관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웨지 페이스와 볼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물을 뿌려가며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루브가 있는 일반 샌드웨지의 백스핀은 9326rpm으로 건조한 상태일 때(9343rpm)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루브가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민무늬 웨지에서는 놀랄만한 변화가 생겼다. 평균 백스핀이 4963rpm으로 뚝 떨어졌다. 다섯 차례 샷의 스핀 양도 4056rpm, 2568rpm, 3269rpm, 9200rpm, 5724rpm으로 들쑥날쑥했다. 가장 높은 백스핀과 가장 적은 백스핀 차이는 6632rpm이나 됐다. 가장 적은 2568rpm은 습기가 있을 때 일반 웨지의 평균 백스핀(9326rpm)보다 72%나 감소한 수치였다. “그루브는 물기와 이물질 있을 때 빛나는 역할” 실험을 진행한 핑 테크팀의 조승진 차장은 “마른 상태일 때는 그루브가 없더라도 페이스 자체의 마찰과 로프트 각도 영향으로 백스핀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물이 있는 상태에서는 그루브 유무에 따라 수막현상에 확실한 차이가 생기면서 백스핀 성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습기가 있을 때 민무늬 웨지 샷의 스핀 편차가 큰 이유는 임팩트 지점에 따른 것으로 보였다. 물이 페이스와 볼에 고르게 분포하는 게 아니라 방울 형태로 맺혀 있는데 물방울이 많은 지점에 임팩트가 되면 미끄러지는 현상이 커지면서 백스핀이 확 줄고, 물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점에 임팩트가 될 때는 그나마 스핀 성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짐작됐다. 그렇다면 그루브는 백스핀과는 큰 연관성이 없는 걸까. 핑 테크팀의 우원희 팀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우 팀장은 “장비 규정을 보면 그루브의 깊이, 폭, 간격 등에 제한을 둔다. 또한 그루브의 형태에 대해서도 규정을 하고 있다”며 “이는 그루브가 그만큼 백스핀과 관련이 깊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 우리의 실험이 아직 그걸 알아낼 만큼 정교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실험은 풀 스윙으로 매우 간단하게 진행했지만 스윙 스피드가 느린 하프 샷이나 칩 샷 등에서는 그루브 마모 정도에 따라 스핀 성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항상 건조한 사막에서 골프를 치는 게 아니다. 이른 아침에는 잔디에 이슬이 맺혀 있고, 여름에는 언제 폭우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다. 또한 골프는 연습장의 매트 위가 아닌 야외에서 이뤄진다. 때론 러프에서, 때론 거친 땅에서 샷을 날린다. 짧은 거리에서는 풀 스윙이 아닌 칩 샷이나 컨트롤 샷도 필요하다. 그루브는 이럴 때 더욱 빛이 난다. -
손흥민의 美 이적 결심에 ‘메시’ 있었다
문화·스포츠스포츠 2025.08.12 00:01:00프리미어리거 손흥민(33·LA FC)이 미국프로축구행을 결심한 데는 리오넬 메시(38·인터 마이애미)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손흥민은 최근 LA FC 입단 후 ESPN과 인터뷰에서 2023년부터 메이저리그사커(MLS)를 뛰고 있는 메시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메시와 같은 세대 선수란 자체가 영광이다. 그가 어떤 업적을 남기고 MLS에 왔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시와 같은 피치에서 뛰게 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적 결심에 메시가 있다는 사실도 한몫 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존 소링턴 LA FC 단장과의 통화에 마음을 굳혔다고 입단식에서 말한 데 대한 부연으로 “나를 정말로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맞는 거라고 마음먹게 됐다. 존과 대화하면서 LA FC가 나와 함께하려는 계획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털어놓았다. 10일(한국 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트긱 스타디움에서 이적 사흘 만에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은 17일 오전 8시 30분 매사추세츠주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릴 뉴잉글랜드 레볼루션과 원정 경기에서 데뷔골을 노린다. 시카고 파이어와 데뷔전에서는 후반 16분 교체 투입돼 페널티킥을 유도, 2대2 무승부에 기여했다. LA 홈 데뷔전은 다음 달 1일 샌디에이고 FC전일 것으로 보인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멕시코 대표팀 서포터스들도 손흥민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손흥민은 조별리그 독일전에서 막판 기적의 골을 넣었고 그 덕분에 같은 조 멕시코가 16강에 진출했다. 이를 생생히 기억하는 멕시코 팬들이 손흥민을 멕시코 선수처럼 반기고 있다는 것이다. 잘 알려졌듯 LA는 멕시칸 등 히스패닉이 가장 많은 미국 도시 중 하나다. 과거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뛰었던 LA FC 간판 카를로스 벨라(멕시코)가 떠난 뒤라 LA 내 멕시코 팬들은 손흥민이 벨라처럼 활약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194달러인 손흥민의 LA FC 7번 유니폼은 공식 입단 전부터 이미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
[사설] 美 주한미군 역할 조정 밀어붙이고, 北 “계선 넘는 도발” 망발
오피니언사설 2025.08.12 00:00:00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실시에 대해 비방하고 조건부 군사 대응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1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광철 북한 국방상은 “계선을 넘어서는 그 어떤 도발 행위에 대해서도 자위권 차원의 주권적 권리를 엄격히 행사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UFS는 해마다 열리는 방어 성격의 훈련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당초 계획된 야외 기동훈련을 20여 건이나 9월로 늦추는 유화 조치를 내놓았는데 되레 북한의 망발만 자초한 셈이 됐다. 미국의 주한미군 역할 조정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8일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능력’”이라며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브런슨 사령관이 올 4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밝힌 주한미군 병력 감축에 대한 부정적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다. 대북 억제 역할을 맡았던 주한미군이 언제든지 나라 밖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후 72년간 유지돼왔던 주한미군의 대북 억제 체제가 흔들린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오히려 우리의 군 병력은 7월 현재 45만 명으로 최근 6년 사이 11만 명 줄었고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해 핵·미사일에 이어 재래식무기도 고도화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공격 우려가 높아지면서 동아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같은 화약고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25일쯤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으로 대북 억지력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중국 견제 등에 집중하기 위해 유럽·아시아 동맹국들의 안보 부담을 늘리려는 미국의 전략에 일정 부분 부응할 필요가 있다. 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계기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 패싱’이 없도록 한미 동맹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블록화하고 있는 세계 정세에 대응해 누구도 넘볼 수 없도록 자강(自强)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
[사설] 국민 눈높이 벗어난 조국 사면, 국정 운영에 도움 되겠나
오피니언사설 2025.08.12 00:00:00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자녀 입시 비리 및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한 83만여 명에 대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입시 비리와 차명 주식 투자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았던 조 전 대표의 부인 정경심 씨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후원금 횡령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윤미향 전 의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으로 징역 10개월형을 언도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범여권 정치인들도 사면됐다. 야권에서는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실형을 살던 정찬민·홍문종 전 의원 등이 형벌을 면제받았다. 새 정부 집권 첫해에 대통령의 정치인 특별사면 결정이 내려진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조 전 대표는 약 5년간이나 재판을 끌다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는데 절반도 채우지 않고 약 8개월 만에 풀려나게 됐다. 윤 전 의원도 확정판결까지 약 4년이나 걸린 탓에 국회의원 임기를 다 채운 후에야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는데 이번에 사면까지 받았다. 이러니 사법 정의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조 전 대표 등에 대한 ‘정치적 보은’ 성격의 면죄부도 문제이지만 야당에서 광복절 특사를 요청했다가 철회한 인사들까지 굳이 사면시킨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크게 벗어난 일탈로 볼 수 있다. 이러고도 정부와 여당이 검찰·사법 개혁을 떳떳이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의 정치인 사면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범여권을 결집하기 위한 결단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범여권 내 진보 단체들조차 비판할 정도로 국론이 쪼개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4~8일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전주 대비 6.8%포인트 하락한 56.5%를 기록했다. 현 정부 출범 후 최저치다. 이제라도 강경 지지층만 바라보는 무리수를 멈추고 중도·실용 노선으로 국민을 통합시켜야 국정 동력을 살릴 수 있다. 사면받은 정치인들도 “대통령의 사면권은 부패와 비리를 덮어주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한 진보 시민단체의 지적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
[사설] “폭발적 혁신 무장한 K자본주의” 찬사도 기업 옥죄면 공염불
오피니언사설 2025.08.12 00:00:00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가 “폭발적인 혁신과 창의성으로 무장한 K자본주의로 미국의 관세정책을 극복할 수 있다”며 한국 경제의 실력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빈슨 교수는 한국전쟁 뒤 폐허에서 출발한 한국이 어떻게 고도성장을 이뤘는지 깊게 연구해온 한국 경제 발전사에 정통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는 11일자 서울경제신문에 실린 창간 65주년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성장의 궤적을 ‘2단계 발전 과정’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마스가(MASGA)의 뿌리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정치적 전환점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적 성취는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혁신과 창의의 K자본주의가 K팝을 화장품 산업으로 확장시켰듯이 차세대 혁신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이 혁신성에서 일본을 앞선다는 평가 등은 듣기에 좋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근원적 메시지까지 간과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K자본주의의 핵심은 기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정부와 여당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을 밀어붙이며 혁신의 싹을 자르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1일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세제 개편안의 10억 원이 아닌 50억 원으로 유지하자는 입장을 대통령실과 정부에 전달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인 ‘코스피 5000’과 배치되고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법안은 재검토해 거둬들여야 마땅하다. 정부와 대통령실도 “추이를 지켜보겠다”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시장의 요구에 순응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폭발적인 혁신을 지속하려면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을 속히 재정비하고 혁신을 막는 각종 규제는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기업을 압박하면서 혁신을 기대한다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노동 규제와 세제도 정치·이념 논리에 휘둘리면 혁신과 창의의 동력은 꺾일 수밖에 없다. 상호관세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았는데도 8월 1~10일 대미 수출이 14.2% 줄었다. 기업들이 숨 돌릴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법인세 인상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 로빈슨 교수가 강조했듯 미국의 관세정책에는 긴 호흡의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호흡을 유지하려면 기업의 역동성을 되살려 폭발적인 혁신과 창의가 항구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
"시트 위치가 달라졌는데?"…블랙박스 영상 본 차주 '깜짝', 공항에서 무슨 일이
사회사회일반 2025.08.11 23:21:21인천국제공항 공식 주차 대행업체를 사용한 한 남성이 차량 무단운행 의혹을 주장하면서 서비스 관리 부실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널(T2)로 구분해 주차 대행 서비스를 외부 민간업체에 위탁 운영 중이다. 업체는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된다. 공사 측이 입찰자를 낙찰하는 기준은 입찰가로 알려져 있다. 다만 유사한 논란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계속되는 만큼, 운영 능력이나 도덕성 등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앞서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인천국제공항 공식 주차 대행업체에 차량을 의뢰했다가 현금과 귀중품 절도를 당했다. A씨는 이날 오전 7시쯤 귀국해 차를 찾으러 갔다. 그는 껌통이 밖으로 나와 있는 게 의아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가 물품을 도난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놀라운 장면이 담겼다. 주차 직원이 현란한 손놀림으로 운전석 상단 카드 홀더에 있는 현금을 주머니에 그대로 넣은 것이다. 직원은 이후 수납공간을 뒤지더니 동전 등 현금과 돈이 될 만한 것은 싹 긁어 갔다. A씨는 1년 전 자동차 급발진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때 계기판과 운전자 다리도 함께 찍을 수 있는 내부 블랙박스를 운전석 상단에 부착했다고 한다. 이 블랙박스는 광각 렌즈여서 운전석과 주변을 모두 찍을 수 있었다. A씨는 업무 때문에 공항 주차 대행 서비스를 한 달에 서너 번은 이용하는데 직원의 절도를 잡은 적은 처음이라고 한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해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늘면서 인천공항의 주차 대행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는 실정인 가운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기간 동안 인천공항 공식 주차대행업체에 맡긴 차량에서 내비게이션 기록과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무단 운행 정황을 발견했다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 B씨는 "7월 29일 저녁에 차키를 받고 차량에 탑승해 내비게이션을 켰는데, 최근 목적지 목록에 8개 정도가 기록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또 "기록을 보니 특정 음식점이나 차량 정비소 등이 있었고, 출국 전후 약 40km 정도 운행한 것으로 나와 있다"며 "장기주차장에서 발렛까지 왕복 40km는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에 있는 약 10일 동안의 블랙박스 영상 기록이 지워져 있고, 영상이 일부러 끊긴 흔적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조수석 시트 위치도 평소와 달리 넓어지고, 차량 내 냄새도 달라져 있었는데 이러한 여러 가지 정황상 차량이 주차장에 머물지 않고 인근 지역을 주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발렛업체 직원에게 문의하니 "누가 차량을 운행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민원팀 연락처만 남긴 채 대응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해당 글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고,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는 댓글들이 잇따르며 인천공항 발렛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다. A씨, B씨 등이 사용한 공식 주차 대행 서비스 외 불법 사설 업체들이 만연해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경우 업체 측이 보험에 가입되지 않을 수 있어, 차량 파손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배상이 어려워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
"탕후루처럼 반짝 인기인 줄 알았는데?"…너도나도 사먹더니 급격히 늘어난 '이곳'
산업생활 2025.08.11 23:19:56배달 전문점에서 시작한 디저트 프랜차이즈 요아정이 가맹사업 등록 5년 만에 680개 매장을 돌파했다.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까지 본격화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자료에 따르면 요아정 가맹점은 2022년 5곳에서 2023년 15곳으로 3배 증가했다. 이후 성장세는 가속화돼 지난해 말 374곳, 올해 초 680곳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규 개점만 358곳에 달했고 계약 해지는 단 1건에 그쳤다. 이는 신진 프랜차이즈 중 매운맛 떡볶이 열풍을 이끈 '불닭발땡초동대문엽기떡볶이' 매장(659개)을 넘어선 규모다. 요아정은 2021년 성수동에서 처음 오픈돼 2022년부터 이대·을지로·망원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매출액은 2022년 40억원에서 2023년 50억원, 지난해 471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6억원에서 120억원으로 20배 증가했다. 올해 요아정은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작년 하와이 최대 규모 쇼핑센터인 알라모아나에 1호 직영점을 열었고, 올해는 호주·홍콩·중국·일본에 매장을 선보였다. 특히 중국 상하이 매장에는 많은 고객이 몰리며 긴 대기줄이 형성됐고, 일부 소비자들은 매장 오픈 전부터 대기하는 오픈런을 하기도 했다. 향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도시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는 하와이 관광청과 함께 특별한 '여름 휴가 이벤트'를 진행하며 브랜드 인지도 확산에도 나섰다. 삼화식품이 지난 2024년 약 400억원을 투입해 요아정을 인수한 이후 매장 출점 속도가 빨라졌다. 2023년 166개에 그쳤던 매장 수는 작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올해 600개를 돌파했다. -
'尹 대통령실 민간인 동원' 신고한 신혜식, 면책신청 취하
정치대통령실 2025.08.11 22:43:34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의 신혜식 대표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민간인 시위대 동원 의혹을 공익 신고하면서 요청했던 면책을 11일 취하했다. 신 대표의 변호인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 저녁에 유튜브 신의한수 운영자 신 대표는 권익위에 제출한 공익신고 중에서 면책 신청 부분 관련해 취하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이 사건에 있어 본인은 떳떳하므로 면책 신청은 불필요하다고 보고 면책 신청 부분을 취하했음을 알려드린다”며 취하 이유를 설명했다. 신 대표는 전날 성삼영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과 석동현·배의철 변호사 등 윤 전 대통령 국민변호인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을 내란선동·선전, 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 등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하면서 자신을 공익제보자로 인정하고 면책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신 대표는 공익신고서에서 “성 전 행정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한 뒤 체포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관저로 올 수 있으니 지지자들을 특정 장소로 이동시켜 막아달라고 신씨에게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 전 행정관은) 현재 군경의 지원이 어려워 경호처 인력이 대응하기 어렵다며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방패’로 활용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은 자신을 공익제보자로 취급해 달라는 신 대표의 요청에 대해 “범죄사실이 있고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기 때문에 피의자 신분인 것은 변하는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대표는 현재 전광훈 목사 등과 함께 서울서부지법 난동을 교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
"술만 마시면 때리는 남친, 평소엔 괜찮아요"…처벌 원치 않아도 경찰 개입한다
사회사회일반 2025.08.11 22:33:09“술을 마시면 난폭해지지만, 평소엔 괜찮아요. 처벌은 원치 않아요.” 앞으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경찰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교제폭력에 직권으로 개입한다. 최근 데이트폭력·스토킹이 살인 등 강력범죄로 번지는 사건이 잇따르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경찰청은 10일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최초로 제작·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거부하거나 교제를 지속하면 경찰이 강제 개입하기 어려웠지만, 이번 매뉴얼로 적극적인 대응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지침에 따르면 경찰은 연인 간 다툼에서도 특수폭행·협박 등 범죄 소지가 있으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형사입건할 수 있다. ‘스토킹처벌법’도 적극 적용해 일회성 행위라도 현장에서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접근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과거 이별을 통보한 적이 있는 연인 관계라면, 피해자가 원할 경우 단 한 번의 위협 행위에도 긴급응급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스토킹 범죄 성립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미수 사건에선 경찰이 가해자 유치를 신청했지만, 검찰이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해 논란이 됐다. 경찰은 이런 허점을 막기 위해 직접 개입 범위를 넓혔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 등의 행위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경우 적용이 가능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제폭력은 반복성과 위험성이 높아 조기 차단이 필요하다”며 “이번 매뉴얼을 통해 피해자 보호가 더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트럼프 "워싱턴을 다시 위대하게"… 주방위군 투입하나
국제정치·사회 2025.08.11 22:19:5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는 오늘 해방될 것"이라며 "범죄, 야만, 오물, 그리고 인간쓰레기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우리의 수도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무고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거나 해치는 시대는 끝났다"며 "나는 신속하게 (불법이민자 단속 등을 통해) 국경을 바로 잡았고, 다음은 워싱턴 DC"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워싱턴 DC 내 범죄 및 노숙자 일소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워싱턴 DC 치안과 관련한 연방 정부의 관여를 강화하는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동원을 대책의 하나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앞서 지난 5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워싱턴DC에서 벌어진 청소년 갱단원들의 폭력사건 등을 열거한 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나는 내 권한을 사용해 이 도시를 연방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4장의 사진과 함께 "노숙자들은 즉시 떠나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물 곳을 제공하겠지만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이 글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버지니아 골프클럽으로 이동한 직후 올라왔다고 짚었다.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도 모두 백악관에서 골프장으로 이동하는 대통령의 차량 행렬에서 촬영된 것이었다. 골프장에 가는 길에 눈에 거슬린 노숙자들의 텐트 사진 등을 SNS에 올리며 자발적으로 떠나지 않으면 강제로 쫓아내겠다고 경고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성향이 강한 워싱턴DC의 행정에 여러 차례 불만을 드러내며 연방정부가 자치권을 회수해갈 수 있다고 시사해왔다. 특히 지난 3일 '머스크 키즈'로 유명한 에드워드 코리스틴이 폭행당한 사건을 계기로 워싱턴DC를 연방정부 직할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로이터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후 주말새 워싱턴DC 전역에 연방 법 집행관 450명을 배치했고, 야간에 발생하는 차량 강도 사건 등에 대응하기 위해 연방수사국(FBI) 요원 120명도 동원했다. 다만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워싱턴DC의 노숙자 문제나 폭력 범죄 현황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연방정부가 발표한 메트로폴리탄 경찰국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워싱턴DC의 폭력 범죄는 전년 대비 35% 감소해 30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민주당 소속인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도 MSNBC와 인터뷰에서 "지난 2년간 이 도시의 폭력 범죄를 줄이기 위해 애썼고, 결국 30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낮췄다"며 경찰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폭력 범죄도 추가로 26% 더 줄었다고 강조했다. -
'새벽 5시 일어나 자정 퇴근'…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의 민낯
사회사회일반 2025.08.11 22:17:00지난해 서울시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통해 입국한 필리핀 여성 A 씨는 단체 숙소를 무단이탈해 도망자 신세가 된 끝에 결국 10월 부산에서 강제 출국당했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A 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집 3곳을 오가다 자정이 돼야 기숙사로 돌아오는 비효율과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렸다. ‘일이 어려우니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측과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운 돌봄 모델로 주목받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관리 부실로 좌초된 끝에 이주노동자들의 이탈만 불렀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따라 서울에 들어온 100명의 가사관리사 중 14명이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대부분 필리핀 정부가 인증한 돌봄 자격을 갖춘 가사관리사들이었으나 낮은 임금과 인권침해를 호소하며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고충을 제기할 수 있는 상담소 역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에 접수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관련 상담 내역은 0건이었다. 고용부는 앞서 지난해 7월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 등을 통해 업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 대비한 긴급 신고수단과 고충 상담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방 관서에서도 필리핀 가사관리사 관련 상담이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낯선 나라에 온 이들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드러낼 창구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셈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의 좌초는 부실한 정책 설계가 수요자들의 외면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통제 강화라는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제도는 한국인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여줄 저출생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됐지만 돌봄 노동 시장이 형성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모호한 업무 범위, 사측과의 소통 부재, 불안정한 체류권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코리안 드림’을 찾아 온 이주노동자들 몫으로 돌아갔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은 지난해 9월 저출생 및 경력단절 문제의 대안으로 도입됐다. 필리핀 정부가 인증한 돌봄 자격을 가진 100명의 여성 가사관리사를 선발해 6개월간 서울시 가정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당시 돌봄 공백 해결 시도일 뿐 아니라 불법체류자에 의한 외국인 노동에서 벗어난 제도적 혁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수요 예측 작업에서부터 어긋났다. 중산층 가정에선 한국어가 서툰 데다 고용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수요가 높지 않았다. 실제 이번 시범 사업에선 비교적 소득이 높은 강남 3구 가정 의존도가 40%를 넘겼다. 반면 나머지 22개 자치구의 수요는 저조한 수준이었다. 한국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소득을 올리고 싶었던 이주노동자들의 욕구와도 대비됐다. 이들은 대중교통을 통한 서울 내 이동 시간조차 낭비로 여겼을 정도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약 800시간에 이르는 시간을 들여 현지 돌봄 노동 자격증을 갖췄다. 한국 입국을 위해 최대 수백만 원에 이르는 수수료까지 지불했다. 수요 가정들이 돌봄과는 별개인 각종 허드렛일 수행까지 원했다는 점도 공급자인 가사노동자들의 실망만 불렀다. 지난해 한국에 들어와 서울시 가사관리사 사업에 참여한 한 필리핀 여성은 “돌봄 계약에 사인하고도 정작 아이는 만나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오히려 가사 노동을 넘어 반려동물 관리와 고용주의 친척 집 청소에 이르기까지 업무 범위만 날로 늘었다. 낮은 임금에 더해 서울 시내 곳곳을 오가는 비효율적인 동선과 그로 인한 피로라는 현실에 내몰렸다. 소통 부재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이탈을 방지하려다 보니 업체들에 의한 기숙사 통금과 ‘쪼개기 계약 연장’이라는 기형적 통제 방식이 생겨났다. 서로 간 교류도 감시 대상이 됐다. 서울시가 지정한 두 곳의 가사관리사 위탁 업체는 이주노동자 관리 경험이 없다시피하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탈을 막을 근본적 해결책 없이 통제 책임만 떠안은 꼴이다. 이미애 제주대 학술연구교수는 “위탁업체들이 이주 가사노동자 중 일부를 내근직으로 두고 이들을 통해 요구사항을 전달하게 하고 있다”며 “중간 관리자들이 고용주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현장의 의견을 왜곡해 전한다면 대등한 협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화된 통제 탓에 제도를 둘러싼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앞서 6월 서울시의회가 연 토론회에서는 필리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벌금 부과와 협박, 성추행 행태가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이주민 인권단체들은 당초 인터뷰에 참여해 문제를 제기한 노동자들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전한다. 송은정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은 “노동자들은 최소 3년 이상 일할 생각으로 한국에 왔기에 사업이 중단될 정도로 문제가 커지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우려가 크다”면서 “이들 입장에선 실제 피해를 외부에 말하기 더욱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미리 예견하고도 대책에 소홀했던 점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정부가 2023년 7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공청회를 열었을 때 여성·노동계는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착취가 발생하는데도 개인이 거부할 수 없는 구조는 ‘현대판 노예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취지였다. 인권단체들은 관리 업체를 통해야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외부에 표출될 수 있는 특성상 알려지지 않은 피해 사례가 더욱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고용부와 서울시는 당초 본사업에서 1000명 이상으로 규모를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이 계획은 사실상 유보됐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조사 당시 소수 인원을 제출한 부산과 세종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지자체에서의 수요도 거의 없는 상태다. 이미 한국에 들어와 활동중인 가사관리사들의 취업 기간만 최대 36개월로 연장되는 데 그쳤다.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체계적 제도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엉성한 설계로 이탈 위험만 키운 채 운영을 업체에 떠넘기면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부고] 박종만씨(안산상록경찰서 수사과장) 모친상
사회사회일반 2025.08.11 22:10:43▲김옥순씨 별세, 박종만씨(안산상록경찰서 수사과장) 모친상=11일 대전보훈병원장례식장 401호, 발인 13일 오전 7시 (042)939-0575 -
60대 노동자, 출근 첫날 화물차 리프트에 끼어 숨져
사회사회일반 2025.08.11 22:10:41경남 김해의 한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화물차와 전동 리프트 사이에 끼어 숨졌다. 경찰은 11일 오전 7시 20분께 김해의 전자부품 제조업체에서 60대 노동자 A 씨가 화물차량 뒷문과 전동 리프트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전동 리프트는 화물차 짐칸을 자동으로 여닫는 장치로, A 씨는 사고 당시 짐을 싣는 작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이날 처음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작업 중지 조치를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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