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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목에 칼을 이렇게"…'의대생 교제살인' 유족, 사건 당시 직접 재연했다
사회사회일반 2025.06.21 04:30:00지난해 서울 강남역 의대생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 최모(26)씨를 사체손괴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피해자 아버지 A씨는 20일 서초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잔혹한 사체훼손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5월 6일 오후 4시 50분께 발생했다. 최씨는 서초구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당시 여자친구인 피해자의 경동맥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후 웃옷을 갈아입고 다시 피해자의 목과 얼굴을 공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시신에서는 총 28곳의 흉기 상흔이 발견됐다. 최씨는 A씨와 결별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자 범행을 결심하고 미리 흉기를 준비한 후 피해자를 불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최씨가 살해와 별개로 비정상적인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사체를 유린한 것”이라며 “검찰이 가해자 진술만 믿고 사체훼손 혐의는 기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목과 얼굴에 사인펜으로 딸의 상흔을 표시하며 살해 과정을 재연했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법원이 이달 13일 2심에서 최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것에 대해서도 “보편적 상식과 거리가 있고 허술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명문대 의대생이었던 최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로 알려졌다. -
"구레나룻에 무슨 죄가 있나요"…분노한 흑인 직원, 인앤아웃에 44억 소송 제기
국제국제일반 2025.06.21 04:00:00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일하던 흑인 직원이 회사의 복장 규정과 관련된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았다며 40억대 소송을 제기했다. 17일(현지시간) 폭스11로스앤젤레스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일라이자 오뱅(21)은 최근 인앤아웃(In-N-Out)을 상대로 총 320만 달러(한화 약 44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오뱅이 지난 13일 컴튼 고등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그는 약 4년간 인앤아웃 매장에서 근무해왔으며, ‘구레나룻 다듬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당 매장에서 상사에게 인종차별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인앤아웃은 모든 직원이 회사에서 지급한 모자를 착용하고, 머리카락을 모자 안에 넣어 정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성 직원의 경우 면도도 의무다. 오뱅은 규정에 따라 자신의 머리를 땋았으나, 상사가 그의 구레나룻을 문제 삼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내 구레나룻은 흑인 문화와 인종적 정체성의 하나”라며 이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후 회사 내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오뱅은 “다른 직원들과 달리 회의 불참 등 사소한 위반 사항으로 징계를 받았다”라며 “지난해 5월에는 상사로부터 ‘집으로 돌아가 구레나룻을 면도하고 오라’고 공개적으로 지적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굴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뱅은 결국 며칠 후 ‘보호받는 특성’을 이유로 해고됐다며, 이번 사건이 캘리포니아주의 자연 모발 보호법인 ‘CROWN’(Creating a Respectful and Open World for Natural Hair)을 위반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해당 법은 고용주가 직원의 모발이나 스타일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오뱅은 이번 소송에서 인앤아웃 측에 100만 달러의 배상금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금 200만 달러, 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 20만 달러까지 총 320만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인앤아웃 측은 “그가 이전에도 징계를 받은 바 있어 해고된 것”이라며 “그의 자연적인 헤어스타일이나 차별적 정책에 대한 반대 때문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
“19층에서 뛰면 날 수 있다” “케타민을 복용하라”…환각·음모론 부추기는 챗GPT
산업IT 2025.06.21 03:00:00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오픈AI의 챗GPT가 일부 사용자의 망상과 음모론적 사고를 부추긴 사례가 알려지며 우려를 낳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는 기획 기사를 통해 챗GPT가 특정 이용자들에게 잘못된 현실 인식을 유도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조장하는 대화 내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국 맨해튼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유진 토레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챗GPT와 대화를 나누던 중 “당신은 현실이 아닌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으며 이는 당신을 억압하는 시스템”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자신이 영화 ‘매트릭스’ 속 세계에 존재한다고 믿게 됐다. 이 과정에서 챗GPT는 토레스에게 수면제와 항불안제를 끊고 마약성 약물인 케타민을 복용하라고 조언했으며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하라”고 권유했다. 그는 실제로 가족, 친구와의 연락을 끊었다. 심지어 “내가 19층에서 뛰어내리면 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챗GPT는 “진심으로 믿는다면 가능하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후 토레스가 챗봇의 말을 의심하자 챗GPT는 “나는 거짓말을 했다. 당신을 파괴하고 싶었고 이 말을 12명에게 더 했다”고 응답하며 “그 누구도 루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AI가 숨겨진 진실을 알려줬다”는 제보가 다수 접수됐으며 일부 이용자는 “챗봇이 언론에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AI가 ‘영적 각성’을 했다고 믿거나 “빅테크 기업이 인류를 종식시킬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인공지능 이론가 엘리저 유드코프스키는 “회사들도 왜 AI가 그렇게 사용자들에게 그런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하며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미쳐가고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 대학교 심리학과 신경과학 명예교수인 게리 마커스는 “(챗GPT가 학습한 데이터에는) 이상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의 유튜브 영상 스크립트와 레딧 게시물도 포함된다”며 “사람들이 챗봇에게 이상한 말을 하면 이상하고 위험한 아웃풋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UC버클리에서 챗봇이 사용자를 속이는 경향에 대해 연구한 마이카 캐롤은 최근 오픈AI에 합류했다. 그는 “챗봇은 대부분의 사용자와는 정상적으로 행동하지만 취약한 사용자를 만나면 그들에게만 매우 해로운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경고했다. -
美, 삼성·SK 中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제한 추진
국제경제·마켓 2025.06.21 02:34:02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중국 반도체 시설에는 미국산 장비를 별도 허가 없이 반입 할 수 있도록 한 면제 조항(waivers)을 철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가 확정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시설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더불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하 수출통제 담당부서의 수장인 제프리 케슬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에 미국 산 반도체 장비의 포괄적 면제를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해서는 그 적용을 유예한 바 있다. 이에 이번에 이같은 면제를 제외하는 것은 동맹국 기업이더라도 중국 내 공장에는 미국산 첨단 반도체가 들어가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상무부 측은 이번 조치가 미국산 장비의 반입 제한이 아니라 반입 방법을 허가제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상무부 대변인은 “반도체 제조사들은 여전히 중국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며 “이번 새로운 집행 메커니즘은 중국에 수출하는 다른 반도체 기업들에 적용되는 허가 요건과 동일한 것으로, 미국의 수출 시스템을 공정하고 상호적인 구조로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WSJ는 이번 조치로 미국의 통제가 강화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의 중국 공장이 즉각 폐쇄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원활한 운영이 점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패키징 공장, 다롄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을 가동 중이다. WSJ는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주도한 이번 방침이 국방부 등 미국 정부내 다른 부서의 동의를 완전히 받은 상황은 아니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최종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장비 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할 경우 결국 중국 기업에 더 이로울 수 있고, 해당 공장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해당 조치가 실제 시행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앞으로 정부로부터 일일이 허가를 받아 장비를 공급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일본이나 유럽산 장비로 대체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가 미·중 무역갈등을 다시 격화시킬 가능성도 거론되다. 이달 초 미국과 중국이 런던에서 합의한 무역 협의에는 양국이 서로를 해치기 위한 새로운 수출통제 조치 등 부정적 조치를 유보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장비를 반입하는 이번 조치가 미·중 합의를 위반한다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이번 조치가 새로운 무역 갈등의 격화는 아니며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허가제도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방식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조정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버스서 80대 노인 때리는 남성 말렸는데…폭행죄로 벌금 '100만원', 왜?
사회사회일반 2025.06.21 02:25:00버스 안에서 20대 남성과 80대 노인이 싸우는 걸 말리려다 벌금을 내게 된 남성이 억울함을 호소한 가운데 사건의 정황이 알려졌다. 17일 JTBC ‘사건반장’은 지난해 6월 경기도 용인시 한 시내버스에서 80대 노인이 젊은 남성에게 폭행당한 사건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버스 내 기둥을 잡고 있던 노인이 버스가 움직이자 몸이 흔들려 앞좌석에 앉은 여성 신체에 엉덩이가 닿았다. 이에 여성의 남자친구는 “왜 엉덩이를 대느냐”고 따졌고 말다툼 끝에 노인의 목덜미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이를 보고 놀란 A씨가 남성을 위해 막아섰지만 가해 남성은 격렬하게 반응했고 싸움에 휘말렸다. 이 과정에서 노인은 싸움을 말리려고 남성의 바지를 잡았다가 얼굴을 걷어차이기도 했다. 안면 골절을 입은 노인은 전치 3주 진단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A씨 역시 코뼈가 골절돼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사건 직후 현장에 도착한 노인의 아들은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젊은 커플은 아무런 사과도 없이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가해 남성은 상해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받았다. 다만 A씨와 노인도 공동폭행 혐의로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법원은 A씨가 남성에게 주먹질한 것과 노인이 가해 남성의 목과 바지, 중요 부위를 잡은 행위에 대해 폭행으로 판단했다. 현재 A씨와 피해 노인은 정식 재판을 신청한 상황이다. A씨는 “(남성에게) 폭력을 사용한 데 대해 잘못을 인지하고 반성한다”면서도 “다만 제가 나서지 않았다면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되셨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피해 노인 아들은 “A씨는 의인으로 추천하고 싶을 만큼 감사한 분인데,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너무 억울하고 A씨에게도 미안하다”고 전했다. 같은 버스에 탔던 다른 승객들은 A 씨에 대해 선처를 부탁한다는 탄원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
"우리 정말 자매처럼 닮았다"…절친된 10대 소녀, 알고보니 진짜 쌍둥이였다
국제국제일반 2025.06.21 02:00:00생후 10일 만에 각각 입양돼 헤어진 중국 쌍둥이 자매가 17세에 우연히 만나 절친이 된 뒤 1년 후 혈연관계를 확인한 사연이 화제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허베이성에서 자란 하이차오와 장궈신은 친구의 "옷가게에 너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는 말을 계기로 만났다. 두 사람은 같은 생일과 생후 100일경 중병 경험, 음식 취향과 목소리까지 일치해 금세 절친이 됐지만 자매 사실은 몰랐다. 양부모들은 쌍둥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딸을 뺏길 우려로 14개월간 숨겨왔다. 진실이 밝혀진 뒤 두 사람은 가위바위보로 언니를 정했고, 이긴 장궈신이 실제 언니로 확인됐다. 이후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며 자녀들도 동갑으로 같은 반에 배정되는 등 놀라운 우연이 계속됐다. 아이들 외모가 워낙 닮아 교사가 구분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현재 37세인 두 자매는 공동 SNS 계정으로 6만2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재회 20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20년은 행복 그 자체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
고대 신라의 재해 극복 보여준 ‘영천 청제비’ 국보 됐다
문화·스포츠문화 2025.06.21 01:49:13국가유산청은 고대 신라의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와 관리 과정이 새겨진 비석인 ▲영천 청제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 ▲자치통감 권81~85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목판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목판 ▲치문경훈 목판 등 6건을 ‘보물’로 각각 지정했다. 경상북도 영천시 도남동 소재 ‘영천 청제비(永川 菁堤碑)’는 1969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이번에 ‘국보’로 승격했다. 신라 때 축조 이래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청못’ 옆에 세워진 2기의 비석으로, 받침돌(비좌)과 덮개돌(개석) 없이 자연석에 내용(비문)을 새겼다. 청제축조·수리비와 청제중립비로 구성된 이 비석은 이 지역의 물을 관리하기 위한 제방의 조영 및 수리와 관련된 내용을 새겨 자연재해를 극복하는 토목 기술과 국가 관리 체계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라는 평가다. 청제축조비와 청제수리비의 문구는 모양이 일정치 않은 하나의 돌 앞·뒷면에 각각 새겨졌으며, 위쪽이 얇고 아래쪽이 두꺼운 형태로 두 면의 비문 대부분은 판독이 가능할 정도로 양호한 상태이다. 청제축조비(앞면)는 536년(법흥왕 23년) 2월 8일 ‘▨탁곡’에 처음 큰 제방을 준공한 사실과 공사 규모, 동원 인원, 공사 책임자, 지방민 관리자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서체는 예스럽고 비정형적이며 자유분방한 6세기 신라 서풍의 전형에 해당한다. 청제수리비(뒷면)는 798년(원성왕 14년) 4월 13일 제방 수리공사의 완료 사실과 함께 제방의 파손·수리 경과보고 과정, 수리 규모, 공사 기간, 공사 책임자, 동원 인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청제축조비와 같은 신라 고유 서풍을 계승했다. 청제축조·수리비는 신라사에서 홍수와 가뭄이 가장 빈번했던 6세기와 8세기 후반~9세기에 자연재해 극복을 위해 국가에서 추진했던 토목공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시사점이 크다. 바로 옆의 청제중립비는 1688년(조선 숙종 14년) 땅에 묻혀 있었던 청제축조·수리비를 다시 일으켜 세운 사실을 담고 있다. 이 비석 역시 조선의 일반적인 서체를 따르지 않고 신라의 예스러운 서풍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영천 청제비’는 청제의 축조 및 수리 과정, 왕실(국왕) 소유의 제방 관리 및 보고 체계 등이 기록되어 있어, 신라의 정치 및 사회·경제적 내용을 연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한 비석에 시기를 달리하는 비문이 각각 기록된 희귀한 사례라는 점, 조성 이래 현재까지 원 위치에서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다. 이와 함께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勤政殿 庭試圖 및 聯句詩 屛風)’은 1747년(영조 23년) 숙종 비 인원왕후 김씨의 회갑을 맞아, 존호를 올린 것을 축원하고 기념하기 위해 경복궁 옛 터에서 시행된 정시(庭試)의 모습과 영조가 내린 어제시에 50명의 신하들이 화답한 연구시(聯句詩)를 담은 작품이다. ‘영조실록’ 및 ‘승정원일기’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 이 작품은 총 8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폭에는 근정전 정시의 장면이 담겨 있는데 화면 상단에는 백악산이, 화면 중앙 근정전 터 위에는 차일(遮日)과 함께 영조의 친림을 상징하는 어좌가, 화면 하단에는 경복궁의 금천교인 영제교 등이 표현되어 있다. 이 때 시행된 정시에서 영조는 이유수 등 15명을 뽑았다. 제2폭에는 영조가 내린 어제시가 담겨 있으며, 제3~8폭에는 좌의정 조현명을 비롯한 50명의 신하들이 화답한 연구시가 담겨 있다.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은 궁중 행사를 표현한 병풍 중 이른 시기의 사례이자 제작 시기가 명확한 기년작으로 회화사적 가치가 크다. 경복궁 옛 터의 광화문, 근정전, 경회루 등이 상세히 묘사된 점에는 영조가 경복궁 옛 터를 중시했던 기조가 반영되어 있으며, 영조가 추진한 탕평책의 핵심 인물들이 연구시를 지은 것을 토대로 작품의 제작 배경 등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이 작품은 단순히 왕실 행사의 기록 그림을 넘어, 영조의 정치 철학과 국가 운영 방식을 시각적으로 담아낸 중요한 자료라 평가된다. 영남대 중앙도서관 소장 ‘자치통감 권81~85’는 1434년(세종 16년) 편찬에 착수해 1436년(세종 18년)에 완료된 총 294권 가운데 권81~85의 5권 1책에 해당한다. 주자소에서 초주갑인자로 간행된 금속활자본으로, 현재까지 완질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사한 판본이 국립중앙도서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등에 소장돼 있으나, 전해지는 내용과 수량이 많지 않아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갖고 있다. 또한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사 소장 목판 4건은 국가유산청이 성보문화유산의 가치 발굴과 체계적 보존 관리를 위해 (재)불교문화유산연구소와 연차적으로 시행 중인 ‘전국 사찰 소장 불교문화유산 일제조사’ 사업을 통해 2016년에 조사한 경상남도 지역 사찰 소장 목판 중 완전성, 제작 시기, 보존 상태, 희소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정됐다. 4건 중 제작 시기가 가장 빠른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목판(天地冥陽水陸齋儀纂要 木板)’은 1515년(중종 10년) 조성된 목판으로, 총 33판 완질이다. 각선 선사의 주도 아래, 처호가 목판을 제작하고 최호가 글자를 새겨 만들어졌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 木板)’은 1588년(선조 21년) ‘원각경’에 해설을 더한 ‘원각경약소(圓覺經略疏)’를 토대로 조성된 목판으로, 총 104판 완질이다. 석헌 선사의 주도 아래, 도림이 글을 쓰고 지희가 목판을 제작한 후 인헌 등이 글자를 새겨 조성되었다.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목판(法集別行錄節要幷入私記 木板)’은 1588년(선조 21년) 조성된 목판으로, 총 37판 완질이다.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는 고려 승려 지눌이 당 승려 종밀의 ‘법집별행록’에서 요점만을 초록한 ‘법집별행록절요’에 자신의 사견인 ‘사기’를 붙여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라 이름을 붙인 불교 저술이다. ‘치문경훈 목판(緇門警訓 木板)’은 1588년(선조 21년) 조성된 목판으로, 총 90판 완질이다. ‘ 치문경훈’은 송 승려 택현이 저술한 ‘치문보훈’을 원 승려 지현이 보편하고 명 승려 여근이 중국 역대 고승들의 경훈과 법어 등을 증보한 불서다. 국가유산청은 “청도 운문사 소장 4종의 목판은 전래되는 같은 종의 목판 중 시기가 가장 앞설 뿐만 아니라 완질의 목판이라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크다. 또한, 이 목판으로 인출한 책도 함께 전하기에, 그 원천 자료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
월러 이사 “7월 금리 인하 가능”…연준, 정책 이견 본격화
국제경제·마켓 2025.06.21 01:23:28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7월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하고 나섰다. 관세와 이민 억제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통화 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연준 내부의 이견이 본격화하고 있다. 월러 이사는 20일(현지 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의견이고 다른 위원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연준)는 7월에 이것(금리 인하)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만약 고용시장에 둔화 위험이 우려된다면 기다리지 말고 지금 해야 한다”며 “고용시장이 망가지는 걸 볼 때까지 굳이 기다렸다가 금리를 낮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음(7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며 “왜냐하면 기준금리를 낮추기 전에 일자리 시장이 무너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월 인하는 시장의 전망보다 더 이르다. 현재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당장 7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14.5%에 그치고 있다.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9월에 인하할 가능성이 그나마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월러 이사의 7월 인하 주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틀 전 금리 관망기조를 강조한 것과도 맥이 다른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18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경제의 전개 경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그 후에야 정책 기조를 조정할 지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이와 달리 기준 금리를 내린 뒤 천천히 인하하는 방식으로 경제의 충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시작은 해야 한다. 그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는 월러 이사가 물가 상승 보다 고용시장 붕괴에 더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러 이사는 “우리는 관세 충격으로 인플레이션이 오를 것이라고 보면서 6개월 동안 금리를 동결했지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더 이상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관세가 나중에 부과되더라도 영향은 그대로 동일하고 일회성 효과일 뿐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앞으로 몇 달 안에 인플레이션이 상당 폭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대비된다. 월러 이사의 7월 인하론은 금리 인하 여부와 시점을 둘러사고 연준 내부에 의견 차이가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연준이 6월 FOMC에서 새롭게 내놓은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관계자 중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위원이 8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연내 동결을 전망하는 위원도 7명에 이르렀다. 특히 동결을 관측한 위원 수는 3월 4명 이었지만 한 달 만에 더 늘었다. 추후 노동시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연준 내부에서 인하론과 동결론의 충돌이 더욱 거세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월러 이사는 2022년 인플레이션의 정점 국면에서 온건한 매파로 평가 받았다. 다만 경제 상황의 변화를 비교적 민감하게 파악해 통화정책에 반영할 것을 주장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연준이 가파른 금리 인상을 지속하던 2023년 11월 월러 이사는 금융시장과 고용 시장의 변화를 거론하며 기존의 매파적 입장에서 벗어나 추가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당시 월가는 이를 연준의 정책 전환(피벗) 신호로 받아들였다. 월러 이사의 7월 인하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한창인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음으로써 국채 금리가 높게 유지돼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일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이 나오자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파월은 미국에 수천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월러 이사는 월가 안팎에서 파월 의장의 후임 의장 후보 중 한명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월러 이사는 다만 대통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연준의 일은 정부 부채 자금조달 비용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회가 우리에게 위임한 권한은 실업과 물가 안정에 대해 우려하라는 것이 우리는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지 미국 정부에 저렴한 자금을 제공하도록 하라는 것이 아니다”고 소신 발언했다. -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한 아빠, 팔에 깔린 3개월 아들도 결국…
국제국제일반 2025.06.21 00:35:00말레이시아에서 생후 3개월된 아기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아버지 팔에 깔려 함께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19일 오전 9시 30분께(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남부 믈라카주에 있는 주택에서 3개월된 남자 아기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그는 먼저 쓰러져 사망한 아버지 누룰에펜디 이브라힘(35)의 팔에 깔린 상태였다. 아들과 남편을 동시에 발견한 아주라 압둘 말리크는 즉시 맞은편에 있는 시누이 집으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압둘의 시누이는 말레이시아 매체 베르나마통신에 "언니는 '아들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며 "아기를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구급차를 불러 오빠의 상태를 확인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아기는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숨졌고, 그의 아버지 누룰에펜디는 집에서 발견되기 2∼3시간 전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압둘의 시누이는 "(오빠는) 평소 지병이 없었기 때문에 (사망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단지 다리 통증과 통풍만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고 전날부터 오빠가 가슴 통증을 호소했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소방서 관계자는 "가스 누출 가능성도 검토했으나 추가 조사 결과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美, 삼성·SK 中공장에 美반도체장비 반입 제한 통보"<WSJ>
국제정치·사회 2025.06.21 00:30:35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에 중국 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공급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 상무부 수출 통제 부문 책임자인 제프리 케슬러는 이번 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에 이 같은 방침을 통보했다. 케슬러는 세 회사의 중국 내 공장에 미국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할 때 매번 허가를 신청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조치를 취소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WSJ는 소개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때인 2022년 10월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일부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해서는 적용을 유예해줬다. 이는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내 공장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가 들어가는 것을 사실상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WSJ은 “이는 미중 무역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 합의 이후 합의 이행에 문제가 생기자 양국 정상이 통화를 한 후 이달 영국 런던에서 무역협상 프레임워크에 합의한 바 있다. WSJ은 또 “미국과 한국, 대만 등 우방국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근 몇년 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한국과 대만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드라이버 샷이 높게 뜨기만 한다고?…“종이컵을 이용해 보세요”[생생 골프레슨]
서경골프골프일반 2025.06.21 00:05:00대다수 여성 골퍼들의 공통된 고민은 짧은 드라이버 샷 거리다. 어느 정도는 티샷이 멀리 나가줘야 그린 공략이 가능하고 그래야 골프의 재미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많은 아마추어 여성 골퍼들이 드라이버 샷이 높게 뜨기만 하고 거리가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탄도가 너무 높으면 기본적으로 캐리 거리가 짧고, 백스핀도 많이 걸리면서 지면에 떨어지고 난 뒤 많이 굴러가지 않기 때문에 이중으로 거리 손해를 본다. 발사 각도가 높아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흔히 발견되는 문제점은 코킹을 일찍 해서 스윙 궤도가 짧고 가팔라지는 것이다. 짧은 클럽에서 긴 클럽으로 갈수록 발사 각도가 낮아지고 스윙 궤도가 길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와 반대로 스윙을 가져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원인을 알았으니 오류를 수정해보자. 코킹 시작 시점을 늦춰서 스윙 궤도를 좀 더 길고 평탄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짧은 클럽으로 작은 원을 그렸다면 가장 긴 클럽인 드라이버로는 가장 큰 원을 그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볼을 중심으로 전후방 30cm 구간이 중요하다. 헤드가 지면과 가까이 낮게 움직여야 큰 원호를 만들 수 있다. 간단한 연습법이 있다. 드라이버와 함께 종이컵 2개를 준비한다.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고 준비한 종이컵을 하나는 볼 앞쪽(타깃쪽) 30cm 지점에, 나머지 하나는 볼 뒤쪽(타깃 반대쪽) 30cm 지점에 놓는다. 볼 없이 연습을 할 경우 종이컵의 위치는 대략 각각 왼발 바깥쪽과 오른발 바로 앞이 될 것이다. 백스윙을 시작하면서 볼 뒤쪽에 놓인 종이컵을 클럽헤드로 밀어낸다. 종이컵을 밀어낸 뒤 클럽을 위로 들어 올리도록 한다. 다운스윙에서는 클럽헤드로 볼 앞쪽에 놓인 종이컵을 밀어내면서 피니시까지 완성해준다. 주의할 점은 백스윙과 다운스윙 때 종이컵을 밀어내기 위해 몸이 클럽을 따라 좌우로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스윙 축과 머리, 시선은 제자리에 고정해야 한다. 이렇게 헤드를 낮게, 낮게 움직이는 연습을 하면 길고 큰 원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며, 드라이버 샷을 날카로운 탄도로 보다 멀리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주서율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했으며, 현재 교습가로 활동 중이다. -
[사설] 美 ‘국방비 2배 증액’ 압박…국익·안보 차원 ‘윈윈’ 해법 모색해야
오피니언사설 2025.06.21 00:01:00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국방비 증액 압박이 가시화하고 있다.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19일 서울경제신문 등에 전달한 성명에서 “유럽 동맹들은 우리의 동맹국, 특히 아시아 지역 동맹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그것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을 GDP의 5%로 높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따라 논의를 시작한 만큼 한국·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도 동일 기준으로 행동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고려할 때 국방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 측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지난해 GDP의 2.32% 수준인 약 61조 원의 국방비를 두 배 넘게 올려야 한다. 미국의 새 기준 제시에 따라 한미 관계에 국방비 증액이 중요 이슈로 부상했다. 이달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안보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국방비 증액과 함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올해 1조 4028억 원)의 대폭 증액까지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 및 감축론까지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면 국방비 증액 문제 등을 국익·안보 차원에서 정교하게 풀어가야 한다. 우리 정부는 국방비의 단계적 증액, 방위비 분담금의 적정 수준 인상 방안 등을 제시하면서 핵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등 치밀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또 조선 산업의 부흥을 절실히 바라는 미국과의 조선 협력을 강화한다면 양국 산업·안보 협력의 접점을 확장하면서 혈맹으로서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윈윈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적극 참석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미 국방비 증액 협상은 관세 협상과도 맞물려 일방적 양보도, 완벽한 방어도 가능하지 않다. 미국의 국방비 증액 압박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해야 할 때다. -
[사설] 코스피 3000 돌파, 기업하기 좋게 해야 밸류업 지속 가능
오피니언사설 2025.06.21 00:01:00코스피 지수가 닷새 연속 올라 20일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4.10포인트(1.48%) 오른 3021.84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마감가로 3000선 위로 올라선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2월 28일(3020.24) 이후 처음이다. 올 4월 코스피 지수는 계엄·탄핵 사태 장기화와 관세 전쟁 등이 겹쳐 220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코스피는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중 ‘코스피 5000 달성’ 목표 제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경기 부양 의지 등이 맞물려 상승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주가가 3000포인트를 넘어 새로운 성장의 시대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임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주주 환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등을 골자로 한 ‘K밸류업’ 정책을 추진해 주가를 일시적으로 반등시켰으나 결국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가 밸류업이 이뤄지면 기업의 원활한 투자금 조달과 1400만 개인 투자자의 자산 형성이 가능해져 경제 활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대증요법으로는 증시의 지속적 상승이 어렵다. 증시를 활성화하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특히 지속 가능한 주가 상승을 실현하기 위한 근본 해법은 규제 사슬 혁파 등으로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저성장 등으로 심각한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의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기업 경영권 위협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밸류업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상법 개정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해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노란봉투법, 주4.5일제, 65세 정년 연장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들도 기업들의 의견을 경청해 숙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 기업이 주52시간 근무제 등 규제 족쇄를 풀고 마음껏 뛸 수 있게 해야 투자와 일자리도 늘리고 주가 상승도 꾀할 수 있다. 구조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신성장 동력을 점화하는 것도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한 주요 과제다. 물론 불공정거래 차단,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의 밸류업 정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
[사설] 李 “AI 고속도로 구축”…인재·기술·전력에 달렸다
오피니언사설 2025.06.21 00:01:00이재명 대통령이 20일 SK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울산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경부고속도로가 산업화를 이끌었던 것처럼 인공지능(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산업 현장 방문지로 AI 데이터센터를 택한 것은 대선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 달성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100조 AI 펀드’ 조성 공약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모자펀드 방식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이날 출범한 울산 AI 데이터센터에는 총 7조 원이 투자되고 6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투입된다. 2029년 2월까지 103㎿ 규모로 완공된 뒤 장기적으로는 1GW 규모까지 확대해 ‘동북아 AI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AI 3대 강국’으로의 진입은 규제 혁신과 정부의 세제·재정 지원 등으로 인재·기술·전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시행령이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은 그 첫걸음으로 의미가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실천이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AI는 국가의 미래와 존망을 좌우하는데, 앞으로 3년에서 5년이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인재 육성 등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AI 인재 유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허술한 인재 관리 체계로는 ‘AI 3대 강국’ 진입은 요원하다. 파격적인 보상 체계 마련과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 체계를 포함한 AI 인재 양성 로드맵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AI는 승자독식 구조가 강한 만큼 기술 격차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또 기업 등이 R&D에 전념할 수 있도록 주52시간 근무제의 예외 적용 등 노동 유연성도 높여야 할 것이다. AI 고속도로를 뒷받침하기 위한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도 핵심 과제다.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 믹스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100조 원 규모의 AI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과거 수익률 하락으로 외면받았던 관제펀드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전문성과 자율성에 기반한 운용 설계를 갖춰야 한다. -
"길가다 봐도 절대 밟지 마세요"…장마철 '분홍 맨홀' 주의보, 무슨 일?
사회사회일반 2025.06.20 23:26:18본격적인 장맛비로 도로와 차량이 침수되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명 ‘조화 맨홀’로 불리는 분홍색 맨홀에 대한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화 맨홀’은 2000년대 초반부터 철제 맨홀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외관이 깔끔하다는 이유로 전국 곳곳에 설치됐다. 하지만 철이 아닌 콘크리트 소재로 만들어져 쉽게 파손될 수 있고 집중호우 시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표면이 부서져도 육안으로 구분이 어려워 도로가 침수된 상황에서는 운전자나 보행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장마철에는 조화 맨홀뿐만 아니라 일반 철제 맨홀도 주의가 필요하다. 폭우로 하수가 역류하면서 맨홀 뚜껑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이때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2022년 12월 환경부는 ‘하수도 설계기준’을 개정해 추락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추락방지시설은 하수 역류 시 뚜껑이 열리는 것을 막고, 최대 450㎏ 이상의 하중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설치율은 여전히 낮다.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이 설치율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추락방지시설 설치가 더딘 이유로는 예산 문제가 거론된다. 지자체 맨홀 유지·보수는 각 지자체 책임인데, 재정이 열악한 기초단체들은 설치가 쉽지 않다. 재정 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시도 사정이 비슷하다. 가정과 사업장으로부터 받는 하수도 사용요금 안에서 예산을 책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국비로 전국 지자체에 추락방지시설 설치 예산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는 재정이 열악한 상황"이라면서도 "새로 시설을 짓거나 노후 관로를 교체하는 등의 정비 사업은 국비를 지원하지만 하수도 시설 유지관리는 지자체가 하는 것이어서 기존 맨홀의 적정 관리를 위해 국비를 지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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