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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 빚 폭탄을 넘겨줘선 안 된다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경제 회복에 돈줄 조이기 본격화

세계가 나랏빚 축소에 나서는데

세수 늘었다고 "돈 더풀자" 기막혀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




세계경제가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각국이 통화와 재정 정책 정상화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공식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하나 언론은 이번 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 완화 축소를 논의할 가능성을 점친다. 돈줄이 조여진다는 뜻이다. 가계·기업·정부 모두 빚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는 경종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가계 부채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으로 지난해 말 2,000조 원이 넘어 한 해 국내총생산(GDP)보다 많다. 미국 등 선진국이 GDP의 80%, 신흥국은 54% 정도임에 비하면 훨씬 높다. 증가 속도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더 빠르게 확대됐고 최근 발표된 4월 통화량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이 증가했다.

주택 매입 및 전세를 위한 대출과 주식 및 가상자산 투자 등 용처도 전방위로 확산하고 청년층 대출 비중도 빠르게 늘어났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소득 대비 대출이 과중하거나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고위험 대출이 많아 금융 리스크가 커졌다.

가계 빚 폭탄이 터지기 전에 이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금리 인상 가능성을 비쳤는데 불가피한 선택이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높아지고 유가 상승 등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도 있어 통화 수요를 줄여야 한다. 외화 유출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5%포인트 금리 인상 시 연간 이자 부담이 28조 원, 가구당으로는 250만 원까지 늘어난다고 분석한다. 빚을 내 주식을 사고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행태를 접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 발생 후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했던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9월 만료된다. 기업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잠재적인 부실을 더 키웠으며 금융기관이 해야 할 기업의 옥석을 구분하는 기능을 상실케 했다. 기업 구조 조정을 통해 회수 불능한 대출은 정리하고 은행들이 필요한 충당금을 더 쌓아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현 정부는 재정 지출을 대폭 늘리며 재정 적자를 확대해왔다. 국가 빚은 2016년 650조 원에서 올해 1,000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36%에서 48.2%로 올라갔다. 물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발생한 재정 지출 소요가 영향을 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경기가 회복함에 따라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짜고 있다. 독일은 올해 GDP 대비 9%까지 늘어난 재정 적자 비율을 내년에는 3%로 줄일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내년 예산에서도 확장 재정을 지속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확실한 경기 반등을 위해 내년까지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더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추진도 지시했다. 여당은 바이러스로 위축된 국민이 ‘으쌰으쌰’ 힘을 내라는 의미에서 전국민재난지원금을 포함하자고 한다.

올해 3월 1차 추경까지 포함해 한해 국가 빚이 126조 원 늘어나게 됐다. 세계가 국가 빚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한국은행도 가계 빚 관리 방안을 세우고 있는데 정부가 세수가 조금 늘었다고 돈을 풀자는 발상이 기막히다.

가계·기업·정부 부채를 다 합치면 5,000조 원, GDP의 두 배 반이다. 다음 정부에, 미래 세대에 빚 폭탄을 생각 없이 넘겨줘서는 안 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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