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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추적자

날개 달린 동물들을 추적해 날씨 예측, 질병 확산 방지, 생물종 보호에 나선다

"동물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 주에 또 지진이 일어날 거야. 다음번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할 지역을 말해주지. 긴장하고 잘 들으라구."

독일 막스 플랑크 조류학 연구소의 마틴 위켈스키 소장은 세스나 경비행기의 조종석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프랑스 남부에서 유럽산 검은새를 추적 중이다.

물론 지금 당장 검은새로부터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이들의 등에 부착한 무선 태그를 통해 심박수, 날갯짓 속도 등의 데이터를 얻어 분석하고 있다.

또한 며칠 내 과일박쥐를 쫓아 서아프리카를 횡단할 예정이며 그 다음에는 산꿩과 나방을 찾아 각각 부탄과 알프스를 방문할 계획이다. 위켈스키 소장에 의하면 지구에서는 매초마다 수십억 마리의 날개 달린 동물들이 대규모 이주에 나선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 대다수의 이주 목적이나 목적지를 알지 못한다.

그의 말이다. "과일박쥐는 아프리카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은 포유동물로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를 옮깁니다. 하지만 1년 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이들이 어디에 머무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위켈스키 소장의 궁극적 목표는 지구 전체의 날개 달린 생물들의 이주를 추적, 도식화하는 것이다.

이의 중요성은 지금껏 간과돼 왔지만 인간 게놈프로젝트와 비교해도 결코 받았다. 위켈스키 소장은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새벽 6시에 가정집 문을 두드려 새 잡는 그물을 뒷마당에 설치해도 괜찮겠냐고 묻고 다녔죠. 어떤 이는 집안으로 불러 모닝커피를 내주기도 했지만 문 뒤에서 산탄총을 장전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속눈썹용 접착제를 넣은 주사기로 곤충의 등에 무선태그를 붙이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조종사 면허를 취득하고는 뉴저지주에서 잠자리를, 독일에서 호박벌을, 캔자스주에서 제왕나비를 추적했다. 위켈스키 소장은 이 연구로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냈다. 그중에는 지빠귀가 비행할 때보다 휴식을 취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 갈색 박쥐가 초음파가 아닌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먼 거리를 여행한다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쫓는 동물들처럼 1년 내내 5대양, 6대주를 마음껏 활보할 수 없다. 때문에 확실한 연구를 위해서는 매우 작고 가벼운 송신기, 그리고 이 송신기와 동조화된 글로벌 위성시스템이 필요했다.

결국 그의 연구팀은 중량 1g 미만의 무선태그를 개발하고 지상 400㎞ 궤도를 돌며 무선태그의 저주파 신호를 수신하는 인공위성의 설계에 착수했다. 하지만 설계가 완료되기 전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위켈스키 소장이 278~460㎞ 궤도를 회전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소형동물 추적시스템을 설치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은 것이다.

그는 '이카루스(ICARUS, 우주 이용 동물연구 국제협력)'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2014년에 이르면 수십 종의 동물들에 대한 동시 추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동물 수만 마리의 상태를 언제든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또한 이들로부터 위치, 에너지 소비량 등 수십 가지의 정보를 실시간 제공받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이카루스는 새를 통해 전염병이 옮겨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전장에서 미군 병사들의 위치 파악을 위해 개발됐던 GPS처럼 원래 목적을 뛰어넘는 용도로 활용될 것이 확실하다.

실제로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이미 자동차 키 등 ISS와 교신하는 소형 물체에 사용할 센서 개발에 뛰어들었다.

물론 이카루스가 완성된 뒤에도 위켈스키 소장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새와 벌들을 쫓아다닐 계획이다. "우리의 연구방식은 '무차별 공격'입니다. 동물에게 무선 태그를 부착한 뒤에는 그들과 하루 종일 같이 있지 않으면 미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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