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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위성을 찾아서

처음에는 모든 것이 희망적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온난화를 감시할 수 있는 심우주(deep space) 인공위성을 개발했다. 하지만 그 위성은 빛을 보지도 못하고 메릴랜드주의 한 창고에 처박혔다.

아직도 위성은 그곳에서 잠자고 있다. 트리아나(Triana)로 명명된 기상관측위성은 왜 발사되지 못했을까. 기후과학에 대한 전 지구적 관심이 고조된 지금 창고 밖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By Bill Donahue

트리아나는 지난 1998년 MIT에서 열린 국가혁신지도자회의에 참석한 당시 엘 고어 부통령에 의해 처음 제안 됐다. 연단에 선 고어 부통령은 이 위 성이 지구로부터 160만㎞ 떨어진 중력 균형점 L1 라그랑주 포인트를 비행하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그랑주 포인 트는 서로 공전하는 두 천체 사이의 인 력이 0이 되어 역학적으로 안정된 곳 을 의미하는데 지구와 달 사이에는 L1 에서 L5까지 총 5개의 포인트가 있다.

어쨌든 트리아나는 L1 포인트에 정 지한 상태로 항상 햇볕이 내리쬐는 지구 절반부의 데이터를 관측, NASA에 전송할 예정이었으며 위성의 촬영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고어 부통령은 크게 두 가지 부류의 장비가 위성에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보 여줄 장비와 기후변화 연구 장비가 그 것이었다. 전자는 구름 반사율과 대 기 중의 에어로졸, 오존, 수증기 농도 를 파악하는 '다색광 이미징 카메라 (EPIC)'고 후자는 복사에너지와 조명 도 등을 측정하는 복사계 'NISTAR'였 다. 이렇게 트리아나는 상당한 과학적 가치를 지닐 수 있었다.





특히 NISTAR는 지금에 조차 과학 자들이 하지 못하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일례로 알베도(albedo), 다시 말해 지구에 쏟아진 햇빛 중 반사 된 빛의 양을 측정할 수 있으며 지구가 흡수하는 태양에너지와 반사하는 에 너지를 알 수도 있다.

지구 관측 위성의 한계

우리는 지구의 에너지 균형에 대해 어 느 정도 알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래언덕에서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모든 곳에서 태 양에너지가 흡수되는 동시에 반사된다는 사실을 안다.

구름은 태양광을 반 사하며 이산화탄소 등 대기 중 온실가 스 농도가 높아지면서 과거보다 많은 태양에너지가 지구 내에 붙잡혀 있다 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 역시 하나 둘이 아니다.

아직도 우리는 이 같은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직접적이고 지 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장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야 말로 지 구온난화의 실태를 가장 정확히 분석 할 수 있는 핵심지표가 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관 련 강수량, 기온, 에어로졸 및 오존 농도 등에 의존한다.

이런 측정치는 NASA, 미 해양대기청(NOAA), 유럽 우주기구(ESA) 등이 쏘아올린 여러 지구관측 위성들이 전해주지만 이 위 성들은 지구와 가까이 위치해 있다. L1 라그랑주 포인트와 비교하면 50분 의 1 수준이다. 따라서 이들의 활용도 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어떤 우주기구도 아직까지 지 구 전체를 하나의 태양에너지 시스템 적 관점에서 관측할 수 있는 위성을 발 사한 적이 없다. 고어 부통령이 제안한 트리아나 위 성의 역할이 바로 이것이다.



트리아나 는 콜럼버스 휘하의 선원으로 신대륙 을 처음 발견한 로드리고 데 트리아나 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고어 부통령 의 발표가 있었던 그해 NASA는 62세 의 물리학자 프란시스코 발레로 박사 에게 트리아나의 설계 책임을 맡겼다.

당시 NASA는 작업속도를 높여 트 리아나의 개념 정립에서 발사까지 소 요될 예상시간을 5~6년에서 3년으로 단축시켰다. 트리아나 프로젝트의 수석 엔지니 어였던 줄리오 로사노바 박사는 매주 금요일마다 페퍼로니롤 빵을 미끼로 15 명의 팀원들에게 주말작업을 하자고 구슬리기도 했다.

"그때 우리는 모두 흥분된 상태였죠." 실제로 NASA의 지구과학부서에 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NASA는 홍보동영상을 통해 트리아나 발사 이 후 또 다른 위성을 L1 포인트와는 정 반대에 위치한, 지구에서 150만㎞ 떨 어진 L2 포인트에 발사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 위성이 발사 되면 트리아나와는 반대로 항상 햇빛이 비추지 않는 지구의 나머지 절반을 관측할 수 있어 NASA는 두 위성을 통해 지구 전체의 태양에너지 균형 확인이 가능해질 터였다.

하지만 2001년 조지 부시 대통 령 취임 후 몇 달이 지나면서 트리 아나 프로젝트는 소리 소문 없이 중단 됐다. 로사노바 박사의 말이다. "위성 을 발사장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던 중 갑자기 계획이 중지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1억 달러가 투입된 트리아나 는 발사장에도 가보지 못하고 창고로 옮겨졌다.

정치적 희생양

이 임무는 관료주의적 장애물에 부딪힌 것이었다. 부시 행정부 집권 기간 동안 트리아나는 정치적 관점에 의해 휘둘렸는데 그 이유는 부시 대통령의 경쟁 대선주자였던 고어 전 부통령의 제안으로 추진된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NASA는 2003년경 트리아 나를 심우주 기상관측 위성(Deep Space Climate Observatory)의 약 자인 'DSCOVR'로 개칭, 고어 부통령 의 이미지를 제거하는 시도를 펼쳤지만 효과는 전혀 없었다.

당시 텍사스 출신의 공화당 하원의 원 딕 아미는 트리아나를 이렇게 폄하 했다. "이 아이디어는 말도 안 되는 꿈 에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저 또한 3m 짜리 물고기를 낚는 꿈을 꾼 적이 있습 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어류·야생동 물보호국(FWS)에 3,000만 달러를 쓰 라는 요구는 차마 못하겠습니다." 여러 과학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 고 NASA는 결국 위성 발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항의한 과학자 중에는 대기 화학자이자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파 울 크루첸 박사도 있었다. 그는 NASA 에 "이처럼 의미 깊은 임무를 포기한다 는 것은 과학적 노력과 기회의 막대한 손실"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현재도 NASA의 관료들은 이 임무 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다.

작년 여름 필자가 처음으로 NASA에 편지 를 썼을 때 새러 드위트 대변인이 보내 온 답장은 마치 사이가 멀어진 자식에 게 보내는 부모의 마지막 메시지와도 같았다. "현재 DSCOVR의 담당 부서 는 없습니다. NASA는 아직 누구에게 서도 임무를 재개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이 임무의 미래에 대해 명확히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NASA와 함께 이 임무에 깊숙이 관여했던 NOAA와 접 촉해 볼 것을 권했다.

이 권유를 따라 NOAA에 문의하자 그곳의 대변인은 오히려 NASA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이렇게 필자의 전투는 시작됐다. 그 후 8주 동안 필자는 의미 없는 짓임을 알 면서도 전화, 이메일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다수의 정부기관과 접 촉을 시도했고 NASA에 의해 개발됐 지만 발사되지는 못한 유일한 위성인 트리아나에 대해 물었다. 결과는 예상 대로 였다.





지구관측시스템의 주춧돌

지난 1999년부터 NASA와 NOAA는 위성을 주축으로 여타 장비들을 네트 워크로 연계한 통합적 지구관측체계 구축을 요구해왔다. 지구의 기후변화 를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작년 미국 연방회계감사원 (GAO)은 보고서를 통해 이의 구축이 지지부진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은 향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 라고 밝혔다.

사실 지구관측 위성들은 그동안 혹사를 당해왔다. 일례로 지구 복사 를 측정하는 위성의 분광계는 우주선 (宇宙線)에 피해를 입고 있다. 또한 위 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원래의 궤도를 이탈, 지구 가까이로 하강한다.

때문에 이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차츰 일 관성이 없어지게 된다. 단적으로 말해 위성의 기대수명은 정해져 있다. 또한 NASA가 발사한 14기의 지구관측 위성 중 일부는 이미 정해진 수명을 초과 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여전히 사용되 고 있다. 이 모든 정황은 10년이라는 세월동 안 트리아나가 동면을 취했던 실정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주지하다시피 이 위성은 지구의 알베도를 미세한 단 위까지 측정할 수 있으며 대규모 위성 네트워크의 한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궤도상에 떠 있는 다른 모든 위성들을 볼 수도 있다. 기 존 위성들이 트리아나의 측정 결과를 기준 삼아 자신의 위치와 센서를 보정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트리아나는 계속 달을 향해 떠 있다. 달은 대기가 없어 알베도 수치 도 항상 동일하다. 이로 인해 트리아나를 포함한 위성들은 달의 알베도를 활 용해 측정기기의 보정이 가능하다. 트 리아나는 이런 방식으로 현재와 미래 의 우주 기반 지구관측시스템들이 의 지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

결국 트리아나를 중심으로 한 네트 워크는 NOAA의 기본 임무 목표인 '지 구 환경 변화에 대한 이해와 예측을 누 구보다 먼저 수행한다'를 완벽히 충족 시킬 수 있다. 1958년 미국 국가항공 우주법에서 정한 '지구와 대기, 우주 현상에 대한 인류의 지식을 확장한다' 는 NASA의 설립목적도 마찬가지다.

이와 달리 NASA는 지난 10여년 간 지구관측보다는 우주탐사에 우선 순위를 부여했다. 올 봄에도 '스테레오 (STEREO)'라는 2기의 위성을 이용해 태양의 앞뒷면 360도의 모습을 촬영 하는 데 성공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 은 바 있다. 물론 이 와중에도 트리아 나는 창고 안에서 언제가 될지 모를 부 활을 꿈꾸고 있을 뿐이다.

기억에서 잊힌 존재

작년 가을 필자는 NASA에 무수 한 탄원서를 보냈다. 그 결과 필자는 DSCOVR을 보기 위해 NASA의 고다 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할 기회를 얻 었다. 하지만 DSCOVR을 실제로 보기 전 NASA의 안내로 다른 지구관측프 로젝트에 대한 견학부터 해야 했다.

이는 왠지 필자의 주의를 NASA의 긍정적 측면으로 돌리기 위한 수작이 아닌 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조치였다. 이렇게 필자가 먼저 만난 사람은 오 는 2013년 시작될 다중 위성 프로젝트 인 '글로벌강수관측(GPM)'의 수석과 학자 아더 후 박사였다.

GPM 프로젝 트의 연구자들과 일일이 수인사를 나눈 뒤 필자는 차갑고 어두운 우주에서 위성을 보호해주는 반짝이는 금속판 의 성능에 찬사를 보냈고 GPM의 엠블 럼이 새겨진 머그컵과 자동차 번호판 을 선물로 받아들고 연구실을 나왔다. 이후에도 우회는 계속됐다.



이틀로 예 정된 견학기간의 마지막 날 아침에조차 고다드 센터 내의 3D 극장에서 홍보 영화를 감상했다. 이렇게 시간을 허비한 후에야 이 곳에 온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DSCOVR을 본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 면 DSCOVR의 실제 모습이 아닌 위성 이 들어있는 컨테이너를 본 것에 불과 하지만 말이다.

카펫이 깔린 작은 방에 들어선 필 자는 관측창을 통해 청정실 안을 들여 다봤다. 그곳의 구석에 놓인 흰색 금 속 컨테이너에 DSCOVR이 들어있었 다. 안내자는 DSCOVR의 오염을 막기 위해 불활성 질소가스가 컨테이너 속 으로 계속 주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DSCOVR은 이미 잊힌 존재처럼 느껴 졌다.

책상서랍 어딘가에서 썩고 있는 유선 볼마우스처럼. DSCOVR이 이런 취급을 받고 있 는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도 공식적으로 속 시원하게 밝힌 바가 없다. 다만 고어 전 부통령은 지난 2009년 자신 의 저서 '우리의 선택(Our Choice)'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시-체니 행정부는 2001년 1월 20일 취임 후 며칠 만에 트 리아나 발사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그 리고 NASA를 압박해 위성을 창고로 보내도록 했습니다." NASA의 선임 물리학자 워렌 위스 콤비 박사 역시 NASA의 지구과학계 획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정치적 결정 을 비난한다. "누가 이 임무를 취소시 켰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러나 배후 에 딕 체니 전 부통령이 있었다는 얘기 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

DSCOVR 암살자

캐나다 밴쿠버에서 기자로 활동 중인 미첼 앤더슨도 DSCOVR 스토리를 집 요하게 추적한 적이 있다. 그 또한 익명 을 요구한 NASA 출신 정보원을 거론 하며 임무 연기의 배후에 체니 전 부통 령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정보공개법에 의거, 5건의 DSCOVR 관련 문서 공개를 요청했다.

2006년 그가 NASA 에 요구한 문서를 받아보는 데는 무 려 11개월이 걸렸다. 당시 블로그를 통 해 앤더슨은 이런 글을 남겼다. "처음 NASA는 이 문제를 변호사와 상의중 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이메일로 해당 문서를 보내오기는 했지만 스캔 방향 을 제대로 잡지 않아 문서의 맨 위와 아래가 잘려 있는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NASA가 전해준 70페이지 분량의 문서 대부분은 과학계의 저명 한 학자들이 DSCOVR의 중단을 막기 위해 보낸 편지였다.



임무 중단과 직접 적으로 관련된 문서는 하나도 없었다. DSCOVR 발사가 취소된 지 6년이 흐른 2007년 5월, NASA는 35명의 위 성 전문가들을 모아 워크숍을 열었다.

DSCOVR이 과연 수명을 다해 퇴역을 앞둔 기존의 미국 위성들을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참가자들은 이 위성이 독특한 관 측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 했다. 워크숍 보고서에도 "DSCOVR 의 센서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중 요하고 혁신적 관측을 해 낼 잠재력이 있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DSCOVR이 장 기적으로 전체 위성네트워크를 대체 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워크숍을 주재한 대기화학자 할 마링 박사는 당시 진행 중인 다른 위성 프 로젝트들이 DSCOVR의 임무 중 일 부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 다. 일례로 NASA는 향후 10년 내에 새로운 지구 저궤도 기후관측 위성인 CLARREO를 발사할 계획이다.

마링 박사는 이와 관련 "CLARREO가 제공 할 위성 보정 능력은 DSCOVR의 그것 보다 훨씬 더 유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위스콤비 박사의 판단은 다 르다. 그는 DSCOVR이 누명을 썼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DSCOVR을 '고 어 위성'이라고 칭했습니다. NASA는 DSCOVR에 가장 적대적인 인물에게 워크숍의 주재를 맡긴 것입니다. 논란 을 종결시킬 암살자를 선발한 셈이죠." 물론 아직 DSCOVR은 죽지 않았다.

계획 취소에 대한 모든 논의에 맞 서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연방총 괄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DSCOVR의 탐사장비를 새로 바꾸고 비행에 투입할 준비를 갖추기 위한 예 산 900만 달러가 배정됐다.

기상관측 없는 기상관측위성

고다드 센터에서 필자는 DSCOVR 프로젝트의 리더였던 조 버트 박사를 만 났다. 그는 2009년 말 15명의 엔지니어 로 이뤄진 작업팀이 DSCOVR을 상자 밖으로 꺼내 점검한 결과, 아직까지 매우 뛰어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 인했다고 전했다.

"추진제 탱크는 수년 동안 방치됐 음에도 내부 압력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위성의 모든 기계장치가 잘 작동하고 있어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 면 발사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는 또 얼마 전 200만 달러의 예 산을 들여 DSCOVR 위성에 탑재된 두 개의 탐사장비 EPIC과 NISTAR 의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탐사장비들의 상태는 여전 히 우수합니다. 작업팀은 여러 개의 필 터를 교환했는데 필터가 많을수록 더 많은 종류의 에어로졸과 구름을 볼 수 있습니다." 버트 박사에 따르면 NASA는 얼마 전 DSCOVR의 모든 업그레이드를 완료했으며 이르면 2014년경 L1 포인트 로 발사할 수 있다.

단지 그러기 위해서는 한가지 전제가 선결돼야 한다. 태 양 기후의 영향에 많은 관심을 가진 NOAA와 미 공군이 발사에 필요한 약 1억2,500만 달러의 자금을 분담해줘야 한다. 필자가 NOAA를 방문해 입장을 듣기 전까지 DSCOVR의 부활은 희망 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국 정부기구 사이의 입장차이가 DSCOVR의 장 래를 여전히 위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실제로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 링의 NOAA 본부에서 만난 메리 키크 자 부청장은 DSCOVR이 발사된다면 EPIC, NISTAR 등의 기후측정 장비 가 언제쯤 탑재될 수 있을지 설명해줬다. 하지만 인터뷰 막바지에 키크자 부 청장은 이렇게 못 박았다.

"하지만 지 구과학은 NOAA가 추구하는 임무 목 표가 아닙니다." 대신 그녀는 NOAA가 태양이 지상 의 전자장비에 미치는 악영향에 관심 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DSCOVR에 태양이 내뿜는 플라즈마와 자기장 등 을 측정할 수 있는 천체망원경 '코로나 그래프'의 장착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태양의 플라즈마와 자기장은 지상 전 력망이나 위성의 전자장비를 고장낼 수 있으며 항공기의 항법시스템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키크 자 부청장은 재차 NOAA의 위성 발사 목적은 지구에 경고를 보내기 위함이 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에 필자는 이렇게 되물었다.

"그러면 EPIC과 NISTAR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그 장비들은 NASA의 프로그램에 필요한 것입니다. 장비 운용에 필요한 지상시스템과 알고리즘을 개발하면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알고리 즘이 개발됐는지를 묻는 것인가요? 그 렇다면 NASA에 물어보세요." 필자는 부처간 이기주의가 매우 심 각한 모순을 유발할 수 있음에 전율했다.

NOAA의 입장대로 라면 심우주 기 상관측 프로젝트에서 기상관측 임무 가 배재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인류 현안 해결의 열쇠

과거 트리아나 설계팀을 이끌었던 발레로 박사는 이 같은 관료주의에 익숙 하다. 75세인 그는 이미 오래 전 은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만든 위성의 운 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트 리아나가 언젠가 제 역할을 수행할 능 력이 있는지 정확히 평가할 사람은 아 마 없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NASA와 NOAA를 방문한 지 몇 주가 지난 뒤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산꼭대기에 있 는 그의 집을 찾았다. 발레로 박사는 열성적으로 대화에 임했다. 그는 먼저 자신의 과거를 풀어냈 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발레로 박사는 1968년 군사 쿠데타 직후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왔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안 정된 나라에서 과학을 연구하고자 함 이었다.

이후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인 간 활동이 지구의 알베도에 미치는 영 향을 연구하면서 보냈다. 그래서인지 트리아나 프로젝트를 이끌 기회가 주 어졌을 때 이 위성이 가진 잠재력을 익 히 알고 있었다. "트리아나의 성능은 지구저궤도 위 성으로는 흉내 낼 수 없어요. 트리아나 와 비교하면 지구저궤도 위성은 책의 한 페이지에서 단 한글 자만 읽는 것과 같죠. 그래서는 절대로 전체 스토리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도 그 는 트리아나로 인해 또 다른 정치적 소 용돌이에 휘말리고 말았다.

트리아나, 즉 DSCOVR이 창고에 처박힌 이후 그 는 공개적이고도 끈질기게 NASA 지 구과학 프로그램의 방향에 의문을 제 기했다. DSCOVR에 투입될 예정이었 던 예산의 행방도 추궁했다. 그런 가운 데 지난 2004년 우크라이나가 자국 로 켓을 사용해 DSCOVR을 L1 포인트로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접했다.

그것도 무료로 해주겠다고 했다. 발레로 박사 는 NASA에게 이를 수락하라고 종용 했다. "위성은 이미 개발 완료됐고 무료로 발사해 주겠다는 이들까지 있었습니 다. 그런데 NASA에서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그런 곳에서 발사를 하면 위성 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안 된 다더군요. 위성에 대해 생각할 때면 도 무지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입니다."





미래의 상징

그에게 DSCOVR은 단순한 위성이 아 니다. 현재 인류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 중 하나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다. "우리는 그저 진실을 알고 싶고 과학을 연구하고 싶을 뿐입니다.

DSCOVR이 발사되면 이 목표는 이뤄지는 거죠. 이 때는 정치가들도 훨씬 탄탄한 기반 위 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이런 발레로 박사의 생각 과는 달리 DSCOVR에 예산을 뺏앗 긴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분노를 품고 DSCOVR을 공격했고 NASA 내부에 서 조차 발레로 박사의 적은 늘어났다.

위스콤비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NASA 본부의 미움을 받았어요. 발레 로 박사의 이름은 그곳에서 저주의 대 상이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발레로 박사를 만난 지 1주일이 지난 후 오바마 행정부가 발표한 2011년도 예산안에서 향후 5년 간 NASA의 지구과학 연구 예산이 24 억 달러로 증액된다는 뉴스가 대대적 으로 보도됐다.

이 자금이면 NASA는 2011년 한 해 동안 3대의 지구관측 위 성을 발사할 수 있다. 발사 대상 위성 중에는 DSCOVR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알베도를 모니터링 할 지구 저궤도 위성 '글로리(Glory)'도 포함돼 있다. 필자는 발레로 박사에게 전화를 걸 어 이 소식에 대한 감회를 물었다. 그는 조심스러웠다.

"NASA의 예산 증 대가 과연 DSCOVR에도 좋은 소식일 까요? 솔직히 그 부분은 조금 의심스 럽습니다. 적어도 현재의 NASA 분위 기를 보면 그렇습니다. 지금의 NASA 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싫어합니다. NASA는 과거처럼 지구저궤도 위성에 수십 년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의 돈을 더 쏟아 부은 후에야 그만한 시간과 비 용을 다시 투자해 L1 포인트와 같은 새 로운 장소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것입 니다." 그는 잠시 침묵하고는 이내 밝은 태도로 말을 이었다.

"DSCOVR은 언젠 가 날아오를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과학에도 나름대로 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 학은 계속 질문을 하고 답을 요구하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DSCOVR은 미래 의 상징입니다. 그 위성은 꼭 발사돼야 하며 그렇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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