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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C로 사교육 문제 해결한다

'망국병'으로 불리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규모 무료 온라인 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MOOC)이 급부상하고 있다. 교육 시장 전체를 뒤흔들 새로운 교육 혁명의 시발점으로 평가 받고 있는 MOOC에 대해 알아봤다.

김의준기자 eugene@hmgp.co.kr


2월 19일. 소셜 벤처기업 촉(www.playchalk.com)이 언론에 처음 공개된 날이다. 이날 촉의 사이트 조회 수는 100만 건을 넘었고 서버는 20번도 넘게 다운됐다. 문의 전화가 폭주했고 포털사이트 기사 검색어 순위에도 이름이 올랐다. 어떤 서비스이기에 이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을까?

촉은 MOOC를 제공하는 소셜 벤처 기업이다. 현재 중·고등학교 영어, 수학, 과학 과목부터 일반 물리학과 미적분학을 포함한 대학 과목까지 총 200여 개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이스트 학생들을 주축으로 70명 정도의 대학생들이 무료 강의를 제작하고 있으며 서울대, 숙명여대, 경희대 등에서도 강의 기부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제는 대학 교수들도 강의 참여를 원할 정도다. 서남표 전 카이스트 총장은 2013년 신년사에서 학교 발전에 공헌한 학생 활동으로 가장 먼저 촉을 언급하기도 했다.

카이스트 물리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여수아 촉 대표는 "사교육 문제와 대학생들의 기초 학력 부족 문제 등 크게 두 가지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사교육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거론된 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교육비 시장은 19조395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대학생들 간 실력 편차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특히 하위 20% 정도의 학생들이 어려운 대학 과목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여 대표는 말한다. "타 대학 학생들이 대학 수학이 너무 어렵다는 이메일을 자주 보내와요. 그래서 앞으로 강의를 더욱 다양하게 마련하려고 합니다."

촉이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히 모든 강의가 무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든 수업 영상은 10분 내외로 규격화 돼 있다. 일반적으로 8분에서 12분 동안 최고의 집중력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각각의 강의는 개념별로 정리가 돼 있다. 기존의 40분짜리 영상에서는 자신이 찾는 특정 부분을 찾기 위해 영상을 뒤져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강의를 잘게 쪼개 놓음으로써 학습자는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다. 게다가 각 강의는 나뭇가지형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개념 트리'를 형성한다. 한 가지 개념이 이해가 안되면 '개념 트리'를 통해서 그전에 사용된 개념을 배우고 다시 올라가는 것이다. 여 대표는 말한다. "완전 기초부터 심화학습까지 강의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과학, 수학부터 예술, 영어까지 전부 다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시켜 일종의 통합적인 학습이 가능하게 됩니다."

촉은 아직 구체적인 수익 구조가 없다. 재능 기부가 목적인 사회적 기업이지만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 모델이 필수적이다. 창업 초기에는 엔젤 투자와 대회 상금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스마트 Q&A'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일종의 질의응답 애플리케이션으로 학생들은 앱을 통해 서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달아주는 '협력 학습'을 할 수 있다. 교수나 조교도 물론 참여할 수 있다. 지난 1월에 처음으로 카이스트에 사용권을 판매했고, 4월에 정식으로 론칭한다. 여 대표는 전한다. "지금은 수익이 별로 없는데 '스마트 Q&A'로 당분간 수익 창출을 하려고 해요. 당분간 광고를 달 생각은 없습니다."

촉의 사업 가치는 여러 창업 대회 입상을 통해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청년기업가 대회'에서는 결선 진출까지 하고 인기상도 받았다. 지난 2월 중소기업청에서 주최한 '최강창업동아리 리그'에서는 대상과 함께 1,000만 원의 상금도 탔다. 특히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음에도 벤처캐피탈 투자자로 이뤄진 심사위원들이 사업 가치를 인정해줬다는 점은 고무적이다.여 대표는 "기존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당한 수준의 수익 모델을 찾는다면 지속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 강의가 기존 교육의 대안이 아닌 수업 보조수단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MOOC가 주도하는 교육 혁명

사실 일반적인 온라인 수업은 10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하지만 MOOC는 교사와 학습자 간의 교류를 증대시키고 대부분의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온라인 수업의 진화로 해석된다. 국내에서 MOOC 서비스가 이제 막 태동했다면 해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 비영리 교육사이트 칸 아카데미 Khan Academy가 대표적인 예다. 이 사이트의 살만 칸 Salman Khan 대표는 2006년부터 4,000개 이상의 무료 강의를 업로드하며 현재까지 2억4,0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칸은 빌 게이츠로부터 "미래 교육을 엿보게 해줬다"는 평가를 들었고 미국 타임 지가 매년 발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칸 아카데미의 출현은 새로운 형태의 MOOC서비스로도 확산되고 있다. 두 명의 스탠퍼드대 교수가 설립한 코세라 Coursera는 개인 강의가 아닌 미국 명문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들이 직접 진행하는 수업을 제공한다. 스탠퍼드, 프린스턴, 유펜 등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진 대학의 수업들이 모두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다. 현재 200개 이상의 강의를 250만 명의 수강생이 듣고 있다. 각 영상은 단순히 수업 영상을 녹화해서 올려 놓는 수준이 아니라 코세라를 위해 따로 제작된다. 강의마다 일정이 있고 과제가 있으며 전 세계에서 접속하는 수만 명의 학생들과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 게시판에 질문을 올리면 순식간에 수많은 답변이 달리고, 채점은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한다. 정식 학위를 제공하지 않지만 새로운 형태의 교육 기관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코세라를 공동 설립한 앤드류 응 Andrew Ng 스탠퍼드대 교수는 "페이스 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MOOC가 국내 시장에 더 확산되기 위해서는 저작권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말한다. "보통 온라인 수업이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제공하면서 오프라인보다 더 풍성한 자료들을 활용하잖아요. 근데 그게 학교 울타리, 닫힌 공간에서만 제공하면 문제가 안되는데, 이게 개방이 됐을 경우 당장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는 사이버대학에서 강의하는 콘텐츠의 글자체까지도 저작권 검열이 이뤄진다며 온라인 수업에 활용되는 사진, 동영상, 언론 기사 등이 모두 저작권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순수하게 사회 공헌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으로 저작권료까지 지불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민 교수는 말한다. "그런 것들을 풀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들이 수반되지 않으면 아무 생각 없이 콘텐츠를 개방했다가 좋은 의도로 개방한 학교들이 저작권료 폭탄을 맞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또한 강의를 수료한 학생들에게 좀 더 전문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식 학위는 아니더라도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 형태의 수료증을 제공한다거나 또는 현재의 TOEIC과 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시험 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얼마 전부터 애리조나대학과 신시내티, 아칸소대 등 몇몇 미국 대학들은MOOC를 수강한 학생들에게 정식 학위를 주는 'MOOC2Degree'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불과 1~2년 사이에 MOOC는 가장 잠재력이 큰 시장 중 하나로 성장했다. 학생뿐 아니라 강의를 제공하는 교수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준다. 기존 시장에서는 교수 개개인의 연구 성과와는 무관하게 소속 학교의 명성에 따라 교수 인지도가 정해지는 풍토가 강했다. 하지만 열린 시장에서 소속 대학과는 무관하게 오직 자신의 수업 콘텐츠만 가지고 경쟁을 하고 평가를 받음으로써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 교수는 말한다. "기존의 교육은 학교 울타리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이제는 교육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는 경로가 상당히 다변화 된 거죠. 수백 년간 이어오던 학교 중심 교육 제도가 완전히 다른 형태로 전환이 되는 일종의 교육 혁명입니다."


주요 MOOC 서비스

Khan Academy: MIT, 하버드 출신의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 살만 칸이 사촌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기 위해 시작. 4,000개 이상의 무료 강의 영상 제공. 빌앤멜린다 게이츠 파운데이션(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에서 500만 달러의 지원금 받음.

Coursera: 두 명의 스탠포드대 교수 앤드류 응(Andrew Ng)과 대프니 콜러(Daphne Koller)에 의해 설립. 실제 대학 교수들이 Coursera에 특화 된 강의 영상을 올림. 현재 33개 대학에서 200개 이상의 강의를 제공.

edX: MIT, 하버드에서 3,000만 달러를 출자해 설립. 온라인 수업 제공이 가능한 오픈 소스 기술을 개발, 다른 학교와 공유하고 있음. 'The Future of Online Education for anyone, anywhere, anytime'이 모토.

Udacity: 스탠포드대 교수 이자 구글 펠로우인 세바스챤 쓰룬(Sebastian Thrun)이 설립. 89달러를 지불하면 오프라인 시험을 볼 수 있으며 기업에서 인정해주는 수료증을 제공. 'Learn. Think . Do. Invent your future through free interactive college classes'가 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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