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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기업: 뉴로스

강소형 중소기업이 국가경쟁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다. 강소형 중소기업들의 존재 없이는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이나 선진국으로의 도약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파퓰러사이언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부응하고 기존과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강소기업 도약을 꿈꾸는 중소기업들의 사례를 4회에 걸쳐 살펴본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뉴로스
터보 기술로 일군 터보 성장


“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세계에 통하는 핵심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제품과 비슷한 것으로는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뉴로스의 대표 상품인 ‘터보 블로워’도 기존에 없는 첨단기술 덕분에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인정받고 있습니다.”

터보기기 개발업체 뉴로스의 수장인 김승우 대표의 이런 말에는 킬러 기술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그의 설명처럼 터보 블로워는 실제로도 국내보다 외국시장에서 더욱 뜨거운 반응을 받고 있다. 생산량의 70%가 외국, 그것도 터보기술의 메카라 불리는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300억원 벤처의 꿈

“창업 전에는 삼성테크윈의 항공터보엔진 생산기술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던 중 연구개발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때 터보 엔진이라는 첨단기술의 부가가치가 굉장히 크다는 사실을 알게됐어요. 이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여러 가지 구상이 머릿속에 떠오르더군요.”

그랬다. 김 대표와 9명의 창업 동지는 지난 2000년까지 삼성테크윈 연구팀에서 근무한 직장동료들이다. 첨단기술을 다각도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사내에서 이 같은 꿈을 펴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고심 끝에 마음이 맞는 동료와 함께 창업을 결심한 것이다.

당시 삼성테크윈은 대전에서 경남 창원으로, 다시 경기 성남으로 엔진연구소를 이전했는데 김 대표는 대전에 둥지를 틀었던 젊고 우수한 연구진을 중심으로 중지를 모았다. 대전은 창업 멤버들에게 제2의 고향과도 같았다.

뉴로스의 역사적 첫 발은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한 공구상가의 3층 사무실에서부터 내딛어졌다. 이후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부지 5,000㎡의 전민동 사옥에서 사업을 키워나갔으며 2009년 지금의 관평동에 자리를 잡은 뒤 현재는 연매출 350억원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당시 10명이었던 임직원은 2004년 20여명을 거쳐 현재 110여명에 이른다. 해외지사에만 8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주식시장 상장까지 성공리에 마쳤다.

세상을 놀라게 한 로봇새

창업 후 처음부터 히트작을 내놓으면 좋겠지만 직원 10명의 회사에서 이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항공 터보엔진 분야 전문가라는 연구 인력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주력 제품을 찾는 데에만 2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때까지는 각종 엔지니어링이나 설계 용역을 주축으로 사업을 이어나갔다. 경남 사천 소재 항공기능대학(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의 가스터빈엔진 시운전실 설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비행선 추진기 공급용역 등을 통해 신뢰를 쌓아나갔다.

그러던 중 세상에 뉴로스의 존재를 알릴 깜작 히트상품 ‘사이버드(Cy-Bird)’가 나왔다. 실제 새처럼 날갯짓을 하며 비행하는 로봇이었다. 고정익 날개를 채용한 무선조종 비행기는 많이 있었지만 날갯짓 방식의 비행메커니즘을 채용한 것은 사이버드가 처음이었다. 기술적 창의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은 사이버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전야제에서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등장, 전 세계에 알려졌고 뉴로스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신개념 장난감 로봇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중국, 일본에 수출돼 10억 원의 수익을 올렸어요.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죠. 중국에 생산기반을 갖춘 기업과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 직후 협력업체가 부도나면서 공장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뉴로스의 진짜 전성기는 사이버드를 아쉽게 떠나보내고 나면서 찾아왔다.

독보적인 공기베어링 대형화 기술

“사이버드가 주목을 받을 때에도 뉴로스의 주력 아이템은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했습니다. 의도치 않게 사업을 접은 뒤 뉴로스의 미래를 책임질 캐시카우를 찾고자 치밀한 조사를 펼쳤고, 터보 블로워(Turbo Blower)가 최적의 해답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터보 블로워는 일종의 산업용 송풍기다. 하수나 폐수를 처리할 때는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미생물을 활용하는데 이들을 위한 압축된 공기나 산소의 공급에 쓰인다. 섬유, 의료, 화학, 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에 맞춰 활용이 가능하지만 뉴로스는 그중에도 수처리 분야에서 큰 성장 동력을 봤다.

김 대표는 “녹색성장 등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수처리 분야의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미국, 캐나다 시장은 이미 활성화돼 있고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의 국가는 최근에야 환경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해서 미래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물론 기존에도 터보 블로워는 있었다. 그럼에도 뉴로스의 제품이 유독 많은 러브콜을 받은 이유는 뭘까. 김 대표는 기존의 첨단 기술을 접목시켰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 파급력을 더하고자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끝임 없이 반복하는 고달픈 과정을 통해 제품의 신뢰도를 하루하루 높여나갔다.

해외에서 인정한 뉴로스의 첨단기술은 다름 아닌 윤활유 없는 터보 회전 기술이다. 보통 베어링에는 윤활유가 필요하지만 뉴로스의 터보 블로워는 베어링과 축의 틈새를 마이크로 수준으로 좁혀 윤활유 없이도 공기의 점성을 이용해 고속회전이 이뤄진다. 김 대표는 “사람들은 잘 느낄 수 없지만 미세한 틈새 사이에서는 공기에 점성이 나타난다”며 “윤활유를 쓰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효율도 높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공기 베어링’ 또는 ‘자기 베어링’이 개발돼 있었지만 수처리 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대형화하는 기술은 뉴로스가 독보적”이라고 덧붙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공기베어링 전문가가 뉴로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기 베어링 대형화 기술에 감탄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가시밭길 같았던 해외 진출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한 번에 완벽해질 수는 없는 법. 김 대표가 회상하는 해외진출 과정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뉴로스는 가장 먼저 캐나다에는 합작기업, 중국 상해에 영업법인을 설립하고 경쟁사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내놓았다. 먼저 반응이 온 곳은 중국. 하지만 수출한 뒤의 뒷감당은 쉽지 않았다. 중국 하북성에 터보 블로워를 공급한 뒤로 수도 없이 원정 A/S를 다녀야 했다.

“출장비도 나오지 않을 만큼 수익보다 손실이 더 컸지만 경험이라 여기고 싫은 내색없이 출장을 다녔습니다.”

또한 실험실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었던 제품이 설치 후 이상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럴 때면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고 한다. 하지만 원인을 꼼꼼히 찾아내 개선하면서 제품의 신뢰성은 더 높아졌고, 노하우도 향상됐다.

중국에 이어 진출한 미국에서도 어려움은 계속됐지만 한 번 겪은 일이라 마음의 준비가 단단히 돼있었다. 미국 같은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제품 수명 20년의 터보 블로워를 판매하려면 신뢰성 높은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불가결했으며 이것이 최대 과제였다. 판매와 A/S망을 제대로 구축하기 전에는 제품에 만족하고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고 한다. 또 하수처리와 관련된 공적 개념의 사업 특성상 사업자가 해당 국가의 지방자치단체인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이용해야 하는 등 다른 제약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판매망과 A/S망이 자리를 잡아갔다.

성장의 전환점

창립멤버가 10명이나 됐지만 큰 불협화음은 없었다. 각자 잘하는 분야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그러나 많은 벤처기업이나 신생 창업 기업들이 그렇듯 문제는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연구만 붙잡고 산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케팅을 몰랐다. 생산과 품질 경영도 낯설었다. 급기야 2006년 뉴로스에 어려움이 닥쳤다. 연구개발에 투입한 자금만큼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자금난에 부딪힌 것. 몇 차례 누적된 수출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제품이 인정받기 시작할 때여서 안타까움은 더했다.

바로 그때 천군만마 같은 지원군이 등장했다. 뉴로스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산업은행이 투자를 결정한 것이었다. 그 뒤로 뉴로스는 본격적인 성장의 물꼬가 터졌다. 밑 빠진 독처럼 욕심 없이 쏟아 부었던 마케팅 노력이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하면서 수출물량이 늘어났고 네트워크는 안정됐다.

뉴로스는 대덕 연구개발 특구에 위치한 덕도 조금 봤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토탈 디자인 사업이나 전시회 참가 지원 등 마케팅 관련사업을 통해 마케팅 분야에서 도움을 받았다.

이제 어느덧 강소기업의 면모를 갖췄지만 뉴로스는 성장의 기반이 됐던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있다. 영업과 생산, 관리 못지않게 연구개발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 터보 블로워를 뛰어넘는 제2의 히트작을 탄생시키고자 함이다.

김 대표는 수처리, 환경분야를 넘어 항공, 자동차 등 회사의 특징을 살릴 수 있다면 어느 분야든 도전해 볼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의 공격용 헬기 개발 사업에 참여, 조종석의 공기조절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또 자동차 분야에서도 대기업과 협력해 차세대 터보차저 등 다양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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