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옥스퍼드 경영대학원 이야기

[GAME CHANGERS] THE OXFORD (B-SCHOOL) BLUES

미국인인 피터 투파노 Peter Tufano 교수는 옥스퍼드 경영대학원을 세계적 교육기관으로 키우길 원한다. 과연 동료 교수들이 그를 도와줄까?
By Anne VanderMey

하버드 출신으로는 제프 이멜트 Jeff Immelt와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 셰릴 샌드버그 Sheryl Sandberg가 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출신으로는 비노드 코슬라 Vinod Khosla와 필 나이트 Phil Knight가 있다. 옥스퍼드 사이드 경영대학원(University of Oxford’s Said Business School) 출신으로는 2010년 졸업한 캐머런 윙클보스 Cameron Winklevoss 와 타일러 윙클보스 Tyler Winklevoss 형제*역주: 저커버그가 자신들의 페이스북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해 유명세 를 탄 형제. 현재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가 있다.

영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11세기에 개교했다-옥스퍼드는 최고의 학자와 정치인들을 계속 배출해왔다. 하지 만 사업가 양성 면에선 미국 대학에 뒤처져 있다(윙클보스 형제는 그나마 예외에 속한다). 여기에는 영국 문화 자체가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도 자연과학에 집중해 경쟁력을 갖췄지만 사업가 양성은 활발하지 않다. 문제는 미국에서 각광받을 만한 사업가가 영국에서는 대우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사업가는 야단스럽게 문제를 일으키고 돈 냄새나 풍기는 존재로 치부된다. 옥스퍼드와 같은 일류 대학에서 사업을 권장하고, 경영학을 철학·문학과 동등한 수준의 학문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하면 학자들이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지난 1996년, 한 영국인 교수는 옥스퍼드 경영대학원 설립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경영학을 “가짜 학문”일 뿐만 아니라 “사악한 거짓말을 조장하는 얄팍한 현대판 암구어(a shallow contemporary shibboleth)”라고 비난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22년 동안 재임한 피터 투파노 교수가 이처럼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2011년 옥스퍼드 경영대학원학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옥스퍼드 경영대학원의 네 번째 학장으로, 비영국인 출신으로는 처음 이 자리를 맡았다. 그의 임무는 미국 MBA의 ‘마법’을 조금이라도 영국 교육기관에 이식하는 것이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옥스퍼드 경영대학원 MBA과정은 파이낸셜 타임스 Financial Times 경영대학원 순위 조사에서 24위, 이코노미스트 Economist 순위 조사에서 48위라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두조사 모두에서 1~3위를 차지한 경영대학원은 모두 미국 대학이었다(옥스퍼드 입장에선 경영대학원 역사가 아직 17년밖에 안돼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떼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시리아 태생의 사업가 와픽 사이드 Wafic Said가 경영대학원 설립을 위해 3,000만 달러를 내놨을 때, 옥스퍼드는 이를 거절할 뻔했다. 사이드가 사우디 왕가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나 대학원 건물의 위치 등도 거절의 사유였지만, 전문 경영대학원은 학문적으로 질이 낮다는 편견도 한 가지 이유였다.

옥스퍼드는 막판에야 사 이드의 기부금을 받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스퍼드 경영대학원의 첫 번째 학장이었던 존 케이 John Kay 교수는 웹사이트에 올린 서한에서 “영국에서도 경영학이 학문으로서 존중받는다고 믿을 수 있게 됐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케이 학장은 경영대학원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방해되는 대학 내 요소들을 언급하고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사임했다. 투파노 교수는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확신한다. 혹은 최소한 그가 분위기를 바꿀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 10년간 옥스퍼드는 행정 및 환경 관련 과정을 개설하면서 직업 학문에 대해 개방적인 변화를 꾀했다. 경영대학원은 꾸준히 명맥을 유지했다. 또 경기침체로 유럽 경제가 파탄 나자 신성한 교육기관이 사업 양성의 본거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세계에 팔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투파노 교수는 경영학에 대한 옥스퍼드 내의 평가를 잘 알고 있다. 학장으로 부임하기도 전에 여러 교수, 교직원, 학생과 250차례의 면담을 진행했다. 이제는 자신의 계획 실행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대학의 의지를 믿는다. 그는 “우리의 전략은 함께 성공할 기회를 만들어 옥스퍼드의 다른 학과가 경영대학원과 협력하길 원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지 못하면 우리는 실패한다”고 말했다.

몇몇 동료 교수들이 투파노 교수의 노력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옥스퍼드 스미스 기업 환경 대학(Oxford’s Smith School of Enterprise and the Environment)의 고든 클라크 Gordon Clark 이사는 “피터가 내게 전화를 걸어와 ‘고든, 와서 나랑 얘기 좀 합시다’라고 해서 함께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투파노 교수는 환경대학 같은 학과와 경영대학원이 함께 새로운 학위과정을 개설하는 내용을 설명했다. 1+1이라 불리는 이 과정은 옥스퍼드 경영대학원에서 1년, 다른 옥스퍼드 학과에서 1년을 이수하는 석사과정으로 두 학과가 학위 수료를 함께 관리·협력하는 형태다. 마치 2년 과정의 로즈 장학금(Rhodes scholarship)과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 클라크 이사는 “5분 동안 그의 얘기를 듣고는 ‘네, 좋아요. 함께 합시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클라크 이사는 투파노 교수가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여타 학과의 전문지 식을 활용하고자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이런 형태의 조화는 넓은 의미에서 MBA의 개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 나은 모델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투파노 교수가 재정문제를 해결한 점도 한몫했다. 하버드에서 투파노 교수의 제자였던 해지펀드 억만장자 빌 애크먼 Bill Ackman이 1+1 과정에 7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투파노 교수는 ‘경영대학원과 다른 학과와의 자연스러운 접점이 되는’ 사업가 초청 프로그램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13년째 개최되고 있는 ‘실리콘밸리 컴스 투 옥스퍼드 Silicon Valley Comes to Oxford ’ 행사에는 테슬라 Tesla의 엘런 머스크 Elon Musk와 트위터의 비즈 스톤 Biz Stone 같은 캘리포니아의 최고경영자들이 방문했다. 이런 행사를 원하는 학생 모임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옥스퍼드 내 최대 학생 모임은 ‘옥스퍼드 기업가들(Oxford Entrepreneurs)’이다). 또 투파노 교수는 이베이의 억만장자 제프 스콜 Jeff Skoll이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을 위한 스콜 센터(Skoll Center for Social Entrepreneurship)’를 교내 한가운데의 매끈한 유리 건물로 옮기기도 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인덱스 벤처스 Index Ventures의 파트너 솔 클라인 Saul Klein은 영국이 기술업체들에 호의적인 나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기업은 아직 없지만, 영국인 10대 소년 닉 댈로이시오 Nick D’Aloisio가 올해 초 회사를 야후에 매각하면서 지역 타블로이드 신문의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컨설팅 기업 매킨지에 따르면, 인터넷 관련 사업이 영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스웨덴에 이어 세계 2위다. 물론 클라인은 MBA 과정이 신생기업의 성공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는 “내가 보기에 최고의 경영대학원은 런던에 위치한 신생기업 양성기관 시드캠프 Seedcamp와 와이 콤비네이터 Y Combinator다”라고 말했다.

투파노 교수의 계획은 여전히 실현하기 어렵다. 그가 협력하길 원하는 학과 중에 는 이를 원치 않는 곳도 있을 것이다. (저명한 경영자를 교수진으로 영입하는 데 중요한) 높은 수준의 경영대학원 교수 연봉도 다른 학과가 불편해 할 사안이다. 진정으로 경영대학원의 순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야 할일이 많다. 투파노 교수는 “경영대학원의 거대한 잠재력을 진정 알기 때문에 조바심이 난다”고 말한다. MBA에 대한 그의 미국적 생각이 영국인 교수들에게 전파될지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현재로서는 그 자신이 오히려 약간의 영국 문화를 수용하고 있다. 그는 “원래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곤 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차를 마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