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건강 지킴이는 보건의료 앱이 아니라 사람이다

[GAME CHANGERS] HEALTH APPS DON’T SAVE PEOPLE, PEOPLE DO

고혈압, 성인 당뇨병 등의 생활습관성 질환이 세계 보건체계에 큰 부담을 주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바로 스마트폰 앱이다. 올해에만 1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벤처자금이 운동, 식습관, 수면 및 여러 건강 관련 요소를 기록·분석하는 모바일 앱 개발업체에 쏟아져 들어왔다. 이러한 앱의 대부분은 사용자들이 동료나 친구를 상대로 게임을 하거나, 가상의 보상을 얻도록 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준다.

수많은 사용자들이 이러한 종류의 앱을 다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밴처캐피털협회(National Venture Capital Association)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폰이나 구글 안드로이드폰에서 구동되는 모바일 보건의료 앱이 총 7억 1,8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추정치 1억 달러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1,8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마이피트니스팔 MyFitnessPal은 자사 앱으로 운동내역을 기록하는 사용자 수가 4,000만 명에 달하고, 스스로를 ‘주머니 속의 개인 트레이너’라고 말하는 런키퍼 Runkeeper는 자사앱 사용자가 2,200만 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이 생활습관성 질환자체나 그 치료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줄여준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지난해 미국 내에서 진단이 확정된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은 2,4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당뇨에 걸린 사람은 건강한 사람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2.3배 더 많으며, 지난 20년 동안 미국 내 당뇨병 진단 건수는 거의 3배 증가하기까지 했다). 저널 오브 헬스 커뮤니케이션 Journal of Health Communication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 앱에 모아지는 관심과 기대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대부분의 기술에 대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환자 스스로 충실히 기록해야만 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제시되었다.

존스 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 연구진은 건강진단만큼 면밀하게 보건의료 앱을 진단한 후, 이에 대한 보고서를 올해 처음으로 내놓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앱이 생각만큼 훌륭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질병관리기능의 품질이 떨어지며 앱 대부분이 선진국에서만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 선진국에서만 이용된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건의료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충실히 기록할 수 있는 사람(예를 들어, 기술벤처투자자나 사업가 등)은 당뇨에 큰 위협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당뇨는 가난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더 위험한 질병이다.

정보통신기술과 자금이 풍부한 신생기업도 사람의 건강을 보장할 방법이 없다면, 어디서 해답을 찾아야 할까? 지금까지 등장한 해결책 중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진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1990년 말 당뇨 환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자 미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은 이를 해결할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전국의 중년층 미국인을 모집해 수백 명씩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눈 후, 첫 번째 실험군은 당뇨병 예방 약품(Prediabetes drug) 메트포민 metformin을 복용하게 했다. 두 번째 그룹인 대조군은 위약(僞藥)을 복용하게 했고, 세 번째 그룹은 최소 7%의 체중을 빼는 ‘생활 습관 변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다.

5년 계획으로 시작된 이 연구는 그 효과가 너무 놀라워 1년 앞당겨 2002년 결과를 발표했다. 생활 습관에 변화를 준 그룹이 위약을 복용한 그룹보다 건강했음은 물론, 치료제를 복용한 그룹보다도 2배나 더 건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그룹에선 예비 당뇨 단계에 있던 사람의 약 60%가 당뇨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2010년 국립보건원은 미 질병통 제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YMCA, 거대 보험사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United Healthcare 와 함께 2002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 전역에서 당뇨 예방 프로그램(Diabetes Prevention Program, 이하 DPP)을 시작했다. DPP는 매우 단순한 저비용 프로그램이다. YMCA가 12개월간 그룹 프로그램을 운영, 사람들이 건강한 식습관과 활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해 체중을 7% 감량하도록 돕는 것이다. 한 사람당 400달러가량의 비용이 필요한데, 보험에 가입한 사람에게는 보험이 적용된다. 보험 미가입자에겐 보조금을 지급한다.

뉴욕시 YMCA의 DPP 관리자 주디 우치엘 Judy Ouziel에 따르면, 원하는 사람은 모두 참여할 수 있으며 이 프로그램의 효과는 참가자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치엘은 “지금 상황을 보면 한 사람에게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참가자들은 자기가 배운 것을 배우자나 가족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아내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남편도 함께 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비용 절감 효과는 탁월하다. 한 사람의 당뇨 발병을 막으면 첫해에 1만 달러를 절약한 셈이 되며, 당뇨 조기 대응을 통해 보험사와 환자 모두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수만 달러에 달한다. 미국 YMCA의 의료보건 담당자 조너선 레버 Jonathan Lever는 “당뇨로 발생하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당뇨에 걸리면 한순간에 몸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몸이 조금씩 악화된다”고 덧붙인다. 레버는 YMCA뿐만 아니라 교회, 시민회관, 도서관 등 다른 곳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도시 전체에 제공되는 뉴욕시 프로그램을 한 개로 봤을 때, 현재 총 614개 지역에서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그중 절반 정도는 YMCA 이외의 장소에서 진행된다.

기업이 생활습관성 질환을 퇴치하려는 좋은 의도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을 배가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른 질병과 달리 당뇨를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은 수술이나 미 식약청의 승인을 받은 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당뇨 발병의 위험이 있는 사람은 좀 더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면서, 좀 더 걷고 계단을 많이 이용하면 된다. ‘빅 데이터 big data’ 같은 향상된 도구를 통해 신체상태를 더 잘 관리할 수도 있고, YMCA 프로그램에서처럼 가족과 지인(즉, 인간 관계)에게 도움 받을 수도 있다. 지금이 IT기술을 통해 보건의료분야를 혁신할 좋은 기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건의료 앱에 거짓말을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앱을 무시하기도 한다. 사람이 직접 관리해주는 경우에는 그렇게 하긴 어렵다.

물론 모바일 보건의료 앱 산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기술과 데이터를 이용한 예방의료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 또 보험사, 병원, 양로원 등의 보건의료 기관들이 앱 개발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미 당뇨학회지(Diabetes Care)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보건의료 앱을 예전부터 활용한 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바로 아동들이다. 이 연구에서는 제1형 당뇨병(Type 1 diabetes)에 걸린 아동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혈당수치를 측정하고 관리한다. 비영리 보건의료기업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의 CEO 버나드 타이슨 Bernard Tyson은 보건의료 분야에 기술을 도입해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중요한 것은 어떤 특정 기술이 효과적인지를 알아내 의사와 환자가 건강을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YMCA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당뇨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디지털 기술’이 아니다. 뉴욕 YMCA의 우치엘은 평생동안 건강 및 식습관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 “브롱스 Bronx에서 온 베티 수 Betty Sue가 퀸스 Queens에 사는 당신과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얘기를 하면 뭔가 자극이 된다”고 지적한다. 당연히 이런 기능을 가진 앱은 없다.

“당뇨로 인한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당뇨에 걸리면 한순간에 몸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악화된다.” -미국 YMCA의 조너선 레버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