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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굴지의 기업되다

[정경원의 ‘디자인 이야기’] 코니 코퍼레이션의 성공스토리

디자인을 기반으로 기업을 창업하고 성공적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 이른바 ‘디자인 창업가 정신(Design Entrepreneurship)’의 가능성에 대해 알아본다.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장


디자인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의 하나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디자인으로 고객의 머릿속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때로는 새로운 관점에서 외부의 도움을 받기 위해 외부의 디자인 컨설턴트들과 긴밀히 협력하기도 한다.

지난 호에서는 IDEO의 사례를 통해 디자인 컨설턴트가 어떻게 디자인 재능과 해결안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상세히 다루었다. 이번 호에는 디자인을 기반으로 기업을 육성한 사례를 살펴보자.


여성디자이너에서 사업가로 변신

2011년 미국 여성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코니 코퍼레이션 Koni Corporation의 사장이자 최고 디자인 책임자인 코니 김이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 미국 국립 여성 비즈니스 소유자 협회 NAWBO·National Association of Women Business Owners가 주최하는 이 연례행사에서 소수민족 출신인 한국계 미국인이 수상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샌디에고 San Diego에 본사를 두고 있는 코니 코퍼레이션은 호텔 등 환대산업을 위해 디자인을 기반으로 특별한 침대, 이불, 인테리어 소품들을 공급해주는 전문업체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간 코니 김은 디자인 창업으로 자수성가한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냈다. 미술은 물론 음악에도 재능을 보인 코니 김은 캘리포니아 미술대학을 졸업하였으며, UCLA에서 인테리어 디자인과 응용미술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76년 코니 김은 ‘코니아트 Koniart’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하여 ‘환대산업(hospitality industry)’을 위해 섬유류와 그래픽 장식을 맞춤형으로 디자인해주기 시작했다. 그녀가 개발한 고품격 디자인 제품들은 호텔업계에 종사하는 비즈니스맨들과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사업이 빠르게 성장했다. 미국 전역에서 주문이 쇄도하자 코니아트는 앨라배마 Alabama 주에 3,000㎡(약 900평)가 넘는 공장을 세우는 등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김 사장은 여성 디자이너다운 꼼꼼한 관찰력과 섬세한 감성을 기반으로 아주 특별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전념했다. 코니의 제품들은 고객의 개별적인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주문 제작방식으로 색채, 패턴, 질감 등에서 특별하게 디자인되며, 그동안 상표 등록된 섬유의 패턴이 3,000종이 넘는다. 호텔경영주, 투숙객, 객실청소부 등 다양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하여 완벽하게 해결해내는 것이 코니 제품이 인기를 얻는 비결이다. 덕분에 코니 제품은 미국 최대의 호텔 체인인 윈햄 Wyndham과 스타우드 Starwood, 옴니 Omni, 메리어트 Marriot, 힐튼 Hilton 등에 납품되고 있으며, 한 해에 거둬들이는 수익은 2,400만 달러(약 264억 원)에 달한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웨스틴 천국 침대’

김 사장이 환대산업을 위해 만들어낸 창조적인 혁신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1998년에 웨스틴 디자인팀과 함께 개발한 ‘웨스틴 천국 침대(Westin Heavenly Bed)’를 꼽을 수 있다. 상표 등록된 이 침대는 집을 떠난 호텔 투숙객들이 익숙지 않은 잠자리 환경과 시차 등으로 인하여 밤잠을 설치기 쉽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어 디자인되었다. 외견상으로는 보통 침대와 비슷해 보이지만, 누워보면 천국에 온 것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이 침대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투숙객들의 수면 만족도와 깊은 연관이 있는 코일 스프링에서부터 일반 제품들과 크게 차별화된다. 보통 침대들은 코일 스프링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 사람이 누워 몸을 뒤척이게 되면 크게 출렁거리고 소음이 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웨스틴 천국 침대는 미리 압축된 코일 스프링을 개별적으로 포장한 다음 비알레르기성 섬유로 둘러쌈으로써 내구성이 뛰어나고 소음이 나지 않게 했다. 또한 고객의 체형과 몸무게에 따라 매트리스가 가장 편안한 형태로 조정된다. 고성능 트리톤 받침(High-performance Triton Foundation) 기술을 활용하여 코일 스프링의 양쪽 측면에 탄탄한 틀을 설치하여 2,000파운드(약 900㎏)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했다. 신축성이 뛰어난 니트 섬유와 탄력이 높은 매트리스를 사용하여 고객이 침대에 누었을 때 편안한 느낌을 극대화하였다.

이처럼 고객의 안락함을 최대한으로 배려하여 디자인된 웨스틴 천국 침대의 출현은 호텔 업계가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경쟁하는 계기가 되었다. 금년 6월부터는 델타 항공사가 뉴욕-로스앤젤레스 구간 등 장거리 노선의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에게 ‘웨스틴 천국 침구’를 제공하는 등 다른 환대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성공 비결은 특별함을 만드는 디자인

김 사장이 설립한 호텔 인테리어 소품 스타트 업이 북미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김 사장은 성공의 비결로 남들처럼 손쉽게 값싼 물건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꼽았다.

‘특별함(Extraordinariness)’으로 차별화되는 제품을 디자인하려는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작은 부분들이 제품을 크게 다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코니 코퍼레이션의 제품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좌우명은 다음 네 가지로 정리 된다: 심미적인 즐거움, 기능적 가치, 사용의 편의성, 우리의 지구를 지키기 위한 지속가능성.

특히 코니 김은 훌륭한 디자인이란 투자를 많이 해야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훌륭한 디자인이든 그렇지 못한 디자인이든 생산과 조립 등에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품을 디자인할 때, 소재와 생산 프로세스 등을 최대한 간소화하여 비용을 줄여주는 것이 승부처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여성 디자이너에서 북미 굴지의 사업가로 성공한 코니 김 사장은 여성이기에 얻을 수 있는 특권과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수(Minority)인 여성이라는 점을 실패했을 때 둘러대기 위한 핑계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지름길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으로 사람들을 진정으로 배려한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함으로써 여성 차별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얻어내는 성과야말로 더욱 더 가치 있는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 가지 결점이 있다면 자신감과 지식의 부족뿐이라고 굳게 믿는 김 사장이 사업가가 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자신의 재능을 믿으세요. 당신의 꿈을 믿고 따르되 결코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는 선택의 자유를 갖고 있고, 우리의 미래 모습을 선택할 수 있어요.” 특별함을 디자인하기 위한 열정이 곧 디자인창업가 정신의 핵심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정경원 교수는…
한국 디자인 진흥원장을 역임한 정경원 교수는 국내 산업디자인 분야를 대표하는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 본부장(부시장)을 지냈으며 현재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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