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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류 서비스 산업] 이익단체·정부 사사건건 밥그릇 싸움… 대통령 결정마저 발목

<1> 중국에도 밀린다<br>영리의료법인·원격진료, 의료계 반발로 도입 제동<br>전문자격사간 동업 등도 이해관계 엇갈려 보류

대한항공이 호텔 건립을 추진해온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주한미대사관 숙소 부지. 정부가 최근 제3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학교 주변에 유해 부대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의 건립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서울시가 반대하면서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서울경제DB


지난 2009년 11일12일 '전문자격사 선진화' 공청회가 열린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 100여명의 약사가 난입했다. 이들은 회관앞에서 '영리법인 약국 설립,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허용 등 정부의 선진화 방안은 약사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며 시위를 벌였고 결국 공청회는 무산됐다. 정부의 용역을 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마련한 의료 분야 선진화 방안은 발표조차 못한 채 사장됐다. 이뿐인가. 대통령도 필요성을 인정했던 대한항공이 종로구 송현동에 지을 7성급 호텔은 서울시의 반대로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정부가 10년여째 서비스산업 진흥을 부르짖고 있음에도 좀처럼 진척을 내지 못하는 주요 배경에는 이른바 '밥그릇 싸움'이 있다. 각 업종별 이익단체가 기득권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고 이를 풀어야 할 행정당국과 정치권은 도리어 각자의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규제의 칸막이를 방치하면서 서비스산업은 정책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대표적인 게 영리의료법인(투자개방형 병원) 도입 여부다. 영리의료법인은 참여정부 당시 보건의료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논의가 시작됐으나 의료계의 반론에 부딪혀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의료민영화 논란까지 겹치면서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킨 채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의료계는 의료 공공성 유지를 영리의료법인 도입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정설이다.

정부와 이익단체 간 힘겨루기는 부처 간의 대리전 양성으로 전개됐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통해 의료산업을 발달시켜 국민들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환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료계 이익을 대변하는 보건복지부는 우수 의료인이 영리법인으로 모이면서 저소득층의 의료기회가 축소되고 의료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면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의료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중소병원의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도입도 이익단체의 반발에 막혀 공회전한 대표적인 예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캐치프레이즈하에 도입을 서두르면서 조만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확정해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영세병원 고사를 우려하는 의료계의 반대가 만만찮아 국회 통과 여부가 미지수다. 영리의료법인 도입과 함께 논의된 의료법인간 합병, 의료채권 발행 등 영업규제 완화도 논란 끝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지 못한 사례들이다.

법조계도 의료계 못지않게 강력한 이해집단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기재부는 영리의료법인과 유사한 영리법무법인(투자개방형 로펌) 도입을 추진했다. 변호사에 한정된 로펌 설립 주체를 비변호사로 확대해 민간자본을 유치함으로써 로펌의 대형화를 유도하고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단순 고용인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한 변호사업계와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무부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법률ㆍ회계 분야의 원스톱 서비스 제공을 위한 변호사ㆍ회계사ㆍ변리사 등 전문자격사 간 동업 허용도 각 자격사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보류된 상황이다.

변호사 수 확대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재부의 연구용역을 받은 KDI는 우리나라 변호사 수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고 이는 수임료 상승의 원인이 된다며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한변협 등은 법률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 수 확대는 수임료와 직결되기 때문에 변호사 업계에는 가장 예민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밖에 투자개방형 약국(법인약국) 도입, 외국교육기관 유치 등 교육서비스 선진화 역시 해당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진전되지 않고 있는 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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