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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결렬 이후 앙금이 남은 정부와 노조 대표가 해외에서 열린 국제행사장에서 서로 으르렁거리며 날을 세웠다.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ILO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는 노동 시장을 개혁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일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줄어드는 노동 시장을 만들고자 한다"며 "대기업이 이익의 일정 부분을 중소기업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사용하게 하고 불공정거래 관행을 근절시켜 지속 가능한 성장 체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노사가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임금 인상분의 20%를 협력사에 지원하는 '상생협력 임금공유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한 SK하이닉스의 모범 사례도 소개했다. 이 장관은 이어 "한국 특유의 호봉 중심 연공형 임금체계, 장시간 근로, 비효율적인 노동 시장 규제 등 낡은 노동 시장 구조가 청년 취업난, 좋은 일자리 부족, 노동 시장 격차 심화 등의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노동 시장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노동계는 발끈했다. 실제 총회에 함께 참석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 요건 등을 완화하고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해고와 임금 삭감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고 모든 고통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관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그 자리에서 헐뜯은 것이다. 그는 또 "정부가 개입해 단체협약을 후퇴시키려는 것은 명백히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를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1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총회에는 전세계 185개 회원국 노사정 대표가 참석하는 자리다. 재계에서는 노정 대표가 서로 날을 세우다 보니 본의 아니게 한국 노동 시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며 민망하다는 반응이다. 또 외국인 투자가의 국내 투자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 어린 분위기도 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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