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전세계 '대마불사 은행(몸집이 너무 커 결코 망하지 않는 은행)'들에 이전보다 강력한 개혁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독일ㆍ영국ㆍ미국 등 규제당국은 은행의 소매업과 투자은행(IB)을 분리하는 링펜스 법안 도입은 물론 이를 어기는 경영진을 징역에 처하고 은행을 해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독일 재무부는 은행의 리스크 관리규칙을 어기거나 이로 인해 은행을 파산으로 몰고 간 경영자에게 최대 5년의 징역을 선고하는 방안을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6일(현지시간) 전달했다. 재무부는 링펜스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메르켈 총리에게 전했다. 로이터는 "규제 대상이 당초 알려진 도이체방크ㆍ코메르츠방크ㆍ란데스방크 등 3곳에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내년 초부터 이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은 한술 더 떠 규제당국에 은행을 해체하는 권한까지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 오즈본 재무장관은 4일 "링펜스 조항을 어기는 은행을 완전히 강제 해체하는 권한을 규제당국에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링펜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며 현재 4대 은행이 장악한 결제 시스템을 개방해 경쟁력과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프랑스가 링펜스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독일과 영국도 이에 합세하면서 유럽 내 대형은행 규제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칼바람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도 불고 있다. 4일 블룸버그는 대니얼 타룰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와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 셔로드 브라운 상원의원을 중심으로 지난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을 대체할 새로운 법안 도입을 위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드프랭크법은 2008년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의 은행 규제를 강화하고 은행의 소매업과 IB를 분리(볼커룰)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이들은 대형은행의 자산규모상한제를 도입하는 것과 무분별한 인수로 몸집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무자본 보유량을 늘리는 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은행 개혁이 최근 들어 속도를 내는 것은 그동안 마련한 은행 개혁안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탓이다. 오는 9월 총선을 실시하는 독일은 최근 메르켈 총리가 지방선거에서 패배했기에 대중이 원하는 은행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 영국은 최근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리보(LIBORㆍ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으로 5억파운드의 벌금을 물 위기에 처하면서 당국의 규제에 구멍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지난해 JP모건의 파생상품 투자손실로 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독일은행협회(BDB)는 "은행 규제가 너무 빠르다"며 "현재의 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금융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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