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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異物 보고 기준은 "인체 위해성"

담배꽁초는 안되고 머리카락은 괜찮다?<br>이물질 보고 건수 증가세 작년 상반기만 4,000여건<br>전년 동기比 5배 달해<br>양·크기 명확한 기준 없어 생산자·소비자 논란 빈발<br>과학적 규정 마련 시급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 내에서 발견되는 이물(異物)을 '보고대상'과 '비보고대상'으로 분류한다. 머리카락은 인체 위해성이 적어 보고대상에서 제외됐다.

'쥐식빵' 사건이 뇌리에서 잊혀지기도 전인 이달 18일 베트남산 마른 멸치에서 약 26㎜의 쇠못이 발견되며 식품위생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관계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도 이처럼 매번 반복되는 사고에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넘어 충격을 받고 있다. 만일 내가 먹는 음식 속에서 이물질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조업체나 음식점을 고발해 처벌받게 할 수 있을까. 식품위생법상 '이물(異物)'은 제조·가공ㆍ조리ㆍ유통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사용된 재료가 아니며 섭취했을 때 직접적 위해를 줄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이러한 이물이 보고되면 즉각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조사를 거쳐 법적 처분을 받게 된다. 일례로 이번 쇠못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89조에 의거, 시정명령 및 해당 제품 폐기처분이 예상된다. 쇠못이 이 정도라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처벌이 너무 가볍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특정기업이 아닌 식품산업 전반을 고려한 조치다. 법이 너무 처벌 위주로 가면 식품 생산자의 생산 의지를 꺾어 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위해성이 관건=쇠못은 법적 처분과는 별도로 식품위생법상 보고 대상이다. 이물 발생 사실을 식약청 등 행정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식약청 식품관리과 최용훈 사무관은 "금속·유리조각·칼날·플라스틱·고무·이쑤시개·담배꽁초·동물 사체·기생충 등이 보고 대상에 속한다" 며 "소비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는 의무 사항" 이라고 밝혔다. 이중 금속성 이물은 별도의 규정이 있다. 최 사무관은 "쇳가루는 식품 1㎏당 10㎎ 이상, 그 밖의 금속성 이물은 크기 2㎜ 이상이 검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외의 다른 이물은 양이나 크기에 대한 규정이 없으며 인체 위해성이 처분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보고 대상 이물들은 위해성이 확연한 것들이다. 김진만 건국대 축산식품생물공학과 교수는 "유리, 칼날, 금속성 이물은 장기 손상, 충수염 등 내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플라스틱 같은 합성수지는 물리적 위해성에 더해 화학적 위해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동물 사체의 경우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다"며 "최소한 식품 생산현장이 그만큼 오염돼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기생충 역시 세균성 식중독 등 전염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인체에 무해한 이물?=이와는 반대로 몇몇 이물은 보고 대상이 아니다. 음식 속에서 가장 흔히 만나는 머리카락을 비롯해 비닐·종이·실·끈·풀씨 등이 그런 이물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위해성이 적어 보고대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생산자가 자율적으로 소비자와 합의 하면 된다. 찌개 속에 머리카락이 빠져 있다고 무조건 식당을 고소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는 대다수 국가가 마찬가지다. 위해성이 없거나 극히 적은 이물은 일정 수준 이하라면 생산 과정의 자연적 혹은 불가피한 실수로 인정한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경우 토마토소스 캔 속에 구더기가 나와도 두 마리까지는 안전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로 먹어도 해가 없을까.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위해성 평가 결과로 볼 때 사실이다"며 "소량 섭취시 인체에 별다른 영향 없이 체외로 빠져나간다"고 전했다. 일례로 머리카락은 케라틴 단백질로 이뤄져 있고 화학적으로 불활성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머리카락을 통째로 먹지 않는다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씨앗 등의 풀씨류도 식물류인 만큼 대체로 무해하다. 몇몇 독성을 지닌 씨앗은 위험하지만 이들은 유독물질로 분류돼 이물과는 차원이 다른 엄격한 처벌이 가해진다. 물론 보고대상 제외 이물이라도 소비자가 위해를 입었다면 법적 처분이 가능하다. ◇과학적 근거 따른 명확한 기준 필요=식약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이물 발생 신고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보고대상 제외 이물 1,640건을 포함, 총 4,217건의 보고가 접수됐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접수된 이물의 종류는 벌레가 37.7%로 단연 수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고위험 이물에 속하는 금속과 플라스틱도 각각 10.2%, 6.6%나 됐으며 곰팡이가 5%로 그 뒤를 이었다. 식품 종류별로는 라면ㆍ국수 등의 면류가 26%로 1위에 올랐고 커피(11.1%), 과자류(9.5%), 빵 및 떡류(8%), 음료류(6.2%)순으로 많은 이물이 발생했다. 이 같은 이물 발생량 증가와 관련, 식품학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식품업체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물의 종류에 따른 명확한 위해성 기준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생산자(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이물의 유해성을 놓고 논란이 빈발하고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선진국들은 실험을 통해 각 이물들의 유해성을 철저히 규명, 세부규정을 수립한다"며 "우리도 과학적 근거에 따른 명확한 규정을 세우는 등 정부차원의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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