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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위치한 한화케미칼 태양전지 연구센터에서는 요즘 태양전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연구가 한창이다. 태양광의 최대한 흡수율을 높이고 반사율을 낮춰 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것이 연구 프로젝트의 핵심목표다. 일반 결정계 태양전지 효율은 지난 22년간 11% 상승하는 데 그쳐 연평균 0.5%밖에 효율이 향상되지 않은 더딘 발전을 해왔다. 그만큼 고효율 태양전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한화 연구센터 관계자는 "독자 개발한 공정처리 기술(RIE)과 셀 효율 증대 기술(SE)을 적용해 16%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태양전지의 광전환 효율을 최대 1% 이상 향상시킬 계획"이라며 "연간 1,700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최근 인도의 통신장비 업체 ACME사와 2년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공급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년간 총 110㎿h 규모의 ESS를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거대 인도 시장에 한국산 ESS가 장착되는 셈이다. LG화학과 더불어 ESS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대변되는 제3의 에너지를 잡기 위한 글로벌 업체들 간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혈투전의 양상이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세계 신재생에너지 투자금액은 지난 2012년 2,2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2020년에는 4,000억달러, 2030년에는 4,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과 풍력 등 미래 에너지를 선점하기 위해 성큼성큼 앞으로 내닫고 있다. 독일 큐셀을 인수해 세계 3위 태양전지 회사로 도약한 한화케미칼은 이미 원료부터 발전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다 갖춘 상태다. 한화에서는 다이렉트 웨이퍼(Direct Wafer)라는 최첨단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기술은 잉곳(원통형 막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응용 상태의 폴리실리콘에서 직접 웨이퍼를 생산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태양전지는 현재 결정계가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미래 전지로 꼽히는 'CIGS 박막태양전지'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아직 상업화 단계는 아니지만 조만간 큰 기술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태양광에너지연구단에 따르면 현재 CIGS 박막태양전지는 KAIST·LG이노텍과 공동연구를 통해 에너지 변환효율 20%를 달성했으며 현재 삼성SDI와 LG이노텍·GS칼텍스·SK이노베이션 등 기업에서 상용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실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며 "최첨단 태양전지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개발이 지금도 한창"이라고 말했다.
풍력발전에서 핵심은 터빈이다. 현재 전세계 기업들이 육상풍력을 넘어 해상풍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핵심 부품인 터빈에서 현재 독일의 지멘스, 미국의 GE, 덴마크 베스타스 등 글로벌 빅3 등 해외 10개 업체가 세계 시장을 틀어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은 그 틈을 비집고 조금씩 시장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조선과 중공업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토대로 효성·두산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이 육상과 해상풍력 시장에서 하나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풍력·태양광 등이 에너지를 생산한다면 ESS는 에너지를 저장했다 나중에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에너지 혁명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과 발전 시점이 불규칙하다. 한마디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ESS가 필수라는 점이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소형 이차전지에서 축적한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의 기술로 글로벌 ESS 시장에서 정상급 수준에 올라와 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이 세계 주요 ESS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더해지면 우리 기업들이 향후 ESS 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새해는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대변혁이 올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잡기 위한 전세계 및 기업들의 각축전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특히 유럽이 경제위기로 주춤한 사이에 일본·중국·미국이 빅3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빅3 국가가 전세계 태양광 수요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과점적 시장지배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3국 기업 간 시장쟁탈전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혈투를 벌이는 것은 제3의 에너지가 가져올 대변화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오는 2014년부터 태양광 발전이 본격적인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에 도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리드 패러티는 1㎾의 전기를 태양광으로 생산하는 단가가 기존 화석 연료로 생산하는 단가와 같아지는 시점을 말한다. 한마디로 신재생에너지의 새로운 변화 포인트인 셈이다.
2010년 기준으로 전세계 발전량은 약 5,000GW. 이 가운데 신재생에너지는 5%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석탄(32%), 가스(26%), 원자력(7.5%), 수력(20%) 등으로 기존 원료가 우세하지만 그리드 패터리를 기점으로 큰 변화가 예고돼 있다. 실제로 에너지원별 발전단가(1㎾h)를 보면 조만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은 2011년 60원에서 2020년 100원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는 이 기간 90원에서 105원, 석탄은 70원에서 150원으로 상승이 예상된다. 반면 풍력과 태양광은 발전단가가 내려갈 듯하다. 풍력은 100원에서 90원으로, 태양광은 220원에서 110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2020년께는 원자력 못지않은 에너지원이 태양광과 풍력이 되는 셈이다. 신재생에너지 기술 발전과 시장 확대, 화석 연료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머지않은 시기에 주력 에너지원의 탈바꿈이 예견되고 있다.
물론 셰일가스·타이트오일 등 비전통자원이 최근 부상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시대 도래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시기의 문제일 뿐 차세대 에너지원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기업의 경쟁은 이제 진검승부의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결국 누가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점해나가느냐가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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