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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IMF탈출?
입력1999-04-09 00:00:00
수정
1999.04.09 00:00:00
崔性範 정경부차장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간 지 어느덧 1년반이 다 돼 간다.
일단 외형적인 모습은 IMF체제에서 탈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선 경제의 종합적인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주가는 680선으로 IMF이전 수준으로 복귀했고 부동산경기는 일부 지역에선 과열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꿈틀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의 해외차입금리도 리보에서 2~3%수준으로 낮아져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신인도가 거의 회복된 듯한 모습이다.
실물경기도 일부 업종의 경우엔 이미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로 그 회복세가 뚜렷하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을 넘어서는 4%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지표경기에 이어 실물경기까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드는 추세는 그동안 IMF체제하에서 국민모두가 한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속에서 좌절해야 했던 점을 감안하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드디어 우리는 IMF를 극복한 것일까.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나 과연 우리사회는 뭐가 달라졌는지 한번 되돌아보자. 외환위기를 초래한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소위 「관치금융」과 「재벌체제」는 오히려 더 굳건해 졌다.
우선 은행의 경우 일부 우량은행을 제외하곤 정부가 대주주가 된 탓인지 정부의 영향력은 압도적으로 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개혁의 분위기 속에서 관치금융이 노골화되지는 않고 있으나 워낙 정부의 영향력이 강해진 탓에 앞으로 상황변화에 따라 과거보다 훨씬 심한 관치금융이 재연될 소지가 없지는 않다. 이미 「줄대기인사」「낙하산인사」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재벌체제도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단단해 졌다. 재벌개혁의 목소리만 높았을 뿐 비본질적인 「빅딜」에만 국한됐고 재벌체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오너체제는 사정권밖에 놓아두었다. 5대재벌은 오히려 그 비중만 높아졌다.
민간부문엔 구조조정을 강요하면서 정작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기에 소홀한 정부의 사고방식에 대해선 언급할 가치도 없다. 국민연금이나 동강댐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정부의 오만함도 여전하다.
표피적인 변화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하나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람이 셀 때 잠시 누웠던 셈이어서 바람이 수그러들면 다시 일어설 게 뻔하다.
결국 IMF체제로 일반국민들만 30%이상의 소득감소를 감내하는 동안 정작 재벌과 정부는 거의 상처를 입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주식과 부동산열기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반국민들도 과거의 인플레 기대심리를 버리지는 않은 듯한 모습이다.
어찌보면 우리사회는 말로만 개혁과 구조조정을 외쳤을 뿐 어느 경제주체도 진정으로 구조조정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몇가지 성과는 체질적인 변화라기 보다는 대증적인 요법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사회는 이미 충분한 수준의 구조조정을 성취한 것인가, 아니면 외부로부터 강요된 개혁의 태생적인 한계인가./SB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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