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는 올 상반기에 1조8,891억원에 이르는 당기순이익으로 1위를 기록했다. 경영 성적표만 따지면 신한은 누가 뭐래도 국내 금융회사의 명실상부 리딩뱅크다. 국내에서 경영방식이 가장 가장 '세련된 기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일본식 경영 문화를 받아들여서인지 삼성과도 그룹 문화가 비슷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민들은 신한에 2% 부족함을 느낀다. 그것은 바로 신한이 가진 '차가움'이다. 철저하게 실적 위주로 경영을 한 데 따른 결과다. 그 때문일까. 신한금융그룹의 요즘 화두(話頭)는 '따뜻한 금융'이다. 한동우(사진) 회장이 직접 '따뜻한 금융'의 전도사가 되겠다고 나섰다. 한 회장은 최근 "신한금융의 이미지를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라"고 계열사 사장들에게 지시했다. 한 회장은 지난달 13일 취임 후 국내 언론사 중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첫 인터뷰에서도 "지난 1982년 신한은행이 출범할 때 '새롭게-알차게-따뜻하게'였다. 신한은행이 많은 성장을 했지만 따뜻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종합플랜을 만들어 변화하겠다"(본지 7월14일 7면 참조)고 밝혔다. ◇2% 부족한 리딩뱅크 지위, 따뜻함으로 채운다=올 상반기 최고의 실적을 구가했지만 한 회장은 리딩뱅크로서는 2% 부족하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한 회장은 "과거에는 규모 등에서 2% 부족했다면 현재는 다른 측면에서 2%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는다"면서 "2% 부족한 게 따뜻함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 등은 뛰어나지만 비올 때 우산을 뺏는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꺼낸 카드가 '따뜻한 금융'이다. 한 회장은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따뜻한 금융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내라고 주문하면서 "일시적인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많은 검토도 하고 업무를 추진하더라도 '따뜻함'에 많은 방점을 찍으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신한금융은 따뜻함의 콘셉트에 맞는 모토를 새로 만드는 등 종합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한 회장은 또 상품을 내놓을 때도 고객의 입장을 배려할 것을 지시했다. 신한은행이 최근 내놓은 연 최고 12% 금리의 적금상품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상품의 의도는 좋지만 고객들로부터 '미끼상품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는다"고 지적한 뒤 "상품의 시너지를 강조할 때 고객의 이익이나 조화 등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뜻한 금융, 여타 금융그룹으로도 확대될 듯=신한의 새로운 모토는 다른 금융그룹으로도 확산될 움직임이 보인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서울경제신문과의 첫 인터뷰에서 "은행들도 과거 SK의 장학퀴즈처럼 색깔 있는 사회공헌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본지 7월28일 1ㆍ7면 참조)고 언급하면서다. 권 원장은 당시 "금융그룹이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많지만 상징적인 뭔가는 없다"고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공적자금 투입 등 수혜를 입었다. 이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뜻한 금융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KB금융의 고위 관계자는 "권 원장의 은행의 사회적 책임 관련 발언을 놓고 많은 회의를 했다"고 했다. 그는 "사회공헌에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현재의 금융 그룹 가운데 과거 '장학퀴즈=SK그룹'처럼 바로 떠오르는 프로그램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사회공헌 프로그램 전반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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