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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中企적합업종제의 필요성


중소기업적합업종제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를 실시하면 이들 제품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제한돼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고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낮은 신뢰성으로 이들 제품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해 제도가 목적하는 중소기업의 경영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선호가 요체인데 이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정책적으로 대기업 제품을 제한하더라도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는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다. 소비자후생에 대한 인식의 差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안타까운 것은 대기업 제품의 상당 부분이 중소기업 제품으로 구성돼 있지만 최종 브랜드에 현혹돼 이 사실이 종종 망각된다는 점이다.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소비자 선호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은 거시경제 차원의 소비 성향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개인의 소비자 선택에 적용시킨 데 따른 혼동이라고 생각한다. 정보의 신속성, 매체의 다양성, 마케팅 전략 등으로 개별 소비자 선택의 가변성은 매우 높아졌고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성공하는 중소기업도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튀김닭시장의 B사, 얼리 어답터, 인터넷 구매, 군소 온라인 쇼핑몰의 성공 등이 그 사례다. 그러나 필자가 논하고자 하는 핵심은 소비자 후생 부분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과연 중소기업적합업종제는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킬 것인가. 예를 들어 두부의 경우 중소기업 간 경쟁으로도 충분히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저가의 두부를 공급하고 있다. P사의 비싼 두부가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켰는지 의문이다. 소비자 후생을 측정할 수만 있다면 답은 간단하지만 아직 사회과학은 그에 못 미치고 있어 연역적 추론에 기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에서 카푸치노 한 잔은 4,000원쯤 한다. 반면 뉴욕의 스타벅스에서 이 돈(3.75달러)이면 카푸치노 한 잔과 샌드위치 하나를 먹을 수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우리나라의 3분의1 수준인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는 햄버거 하나에 8,000원이나 한다. 뉴욕과 서울의 스타벅스 인테리어나 원두에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고타의 햄버거점이 그곳의 여타 스낵점이나 서울의 햄버거점보다 화려한 것도 아니다. 한국ㆍ미국ㆍ콜롬비아 간 소득불균형, 다소 비이성적이고 과시적인 소비행태, 소비자 기호와 임대료ㆍ소득수준의 차이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처럼 엄청난 가격 차이는 이해가 안 된다. 과연 한국과 콜롬비아의 시장에서의 성과(market performance), 즉 소비자 후생은 미국에 비해 만족할 만한가. 그 자체를 소비자 후생이 최적화된 파레토 균형으로 인식해야 하나. 소비자 선택의 문제니까 그냥 체념해야 하나. 우리는 한 달 소득이 50만원인 나라가 햄버거 하나에 8,000원인 콜롬비아와 같이 되어도 괜찮은가. 가격 차별화 전략은 다소 소비자 후생의 손실이 있더라도 카르텔법적 위반이 아니라면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독과점적 효과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기업의 추동력이다. 선의의 경쟁에 의해 서로 독과점적 이윤을 분점하려 노력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슘페터적 혁신, 즉 동태적 효율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의의 경쟁으로 독과점 타파 이 같은 동태적 과정의 핵심요소는 바로 경쟁이다. 그런데 우리 산업의 대다수는 이 같은 경쟁의 실효성을 구가할 수 있는 경쟁이 없다. 오직 힘의 논리에 의한 밀어내기 경쟁만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건전한 기업가 정신과 창업을 기대할 수 있는가. 몇몇 업종에서 대기업의 비경제적 경쟁을 한시적으로 배제하더라도 소비자 후생의 손실은 미미할 것이고 중소기업 간 경쟁으로도 충분히 경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 글은 권명중 교수(연세대 경제학과)의 13일자 시론 '실효성 없는 中企적합업종제'에 대한 반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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