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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구조조정 정부개입 차단/「기아,삼성제소」 배경·각사입장
입력1997-06-07 00:00:00
수정
1997.06.07 00:00:00
정승량 기자
◎기아적대적 인수합병 강력 대응 의지/삼성“회사 공식입장 아니다” 애써외면/정부선 “국제경쟁력 확보차원 구조조정 필요”삼성과 기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기아가 삼성의 「구조조정 보고서」를 들어 강력대응, 불가피해졌으며 삼성의 대응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갈등의 출발은 삼성이 만든 자료에 언급된 기아와 쌍룡자동차에 대한 견해다. 기아는 이를 「음해성 악성루머」라며 삼성을 공박하고 있고 삼성은 『개인적으로 만든 자료로 삼성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일 뿐 사태의 본질은 따로 있다. 바로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문제다. 민간자율이 아닌 정부의 개입은 차제에 완전 차단하겠다는게 기아를 비롯한 기존업체들의 입장이다. 삼성의 자료내용, 기아의 공세와 전략, 삼성의 대응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기아그룹(회장 김선홍)이 이른바 「삼성보고서」에 모든 수단을 총동원, 대응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끊임없는 악성루머에 시달려온 것을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두번째는 보다 근본적 문제인 「정부지원(개입)에 의한 구조조정」과 「적대적 인수합병」에 강력대응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두가지 목표에서 기아는 공통으로 삼성을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수합병 문제는 삼성의 기아주식 매집 등을 통해 확인됐으나 그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악성루머의 진원지가 어딘지를 확인, 강력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기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통산부·재경원 등에 제출했다는 내용이 증시를 중심으로 유포돼 왔는데 실제로 이런 문건이 나왔고 특히 기아가 경영진 갈등 등으로 장래가 불투명한 것으로 언급했다』며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아는 일단 보고서 내용의 음해성을 들어 ▲6일 검찰 악성루머신고반 신고 ▲7일 검찰고발 ▲손해배상소송 제기 등으로 강력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선홍 회장은 지난 2일 기아자판 출범식에서 『인위적 구조개편은 불과 몇년전 일본에서도 실패했듯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삼성을 공박하고 있다.
기아는 확고하다. 김회장은 5일 긴급사장단회의에서 『지금 우리는 삼성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단단히 마음 먹으라』고 주문했다. 기아는 『삼성이 공식사과하지 않는 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해당사자인 기존 자동차업체들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으나 정부의 개입에는 절대 반대한다. 업계의 자율조정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업계는 7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긴급 비상회장단 회의를 열어 그동안 개별적으로 제기해온 이같은 입장을 종합정리, 정부에 공식 제출하기로 했다.
이 문제에 대해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들은 그동안 여러차례 입장을 밝혀왔다. 정몽규 현대자동차회장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업체간 자율조정이 돼야 한다. 그 다음에 정부가 나서는게 순서다』고 말했다. 또 김우중 회장은 『2000년대에는 3개 내외의 업체가 살아남을 환경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보고서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것으로 표현된 쌍룡자동차는 『삼성에 대한 법적조치를 검토중이다』며 『우리도 그동안 자제해 왔지만 삼성자동차에 대해 할말이 많다』는 입장이어서 사태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은 우선 기아가 제기하고 있는 「구조조정 문서」에 대해 『삼성그룹이나 삼성자동차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며 사태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6일에도 그룹은 물론 자동차고위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모색했다. 하지만 기아, 쌍용을 비롯 다른 업체들이 삼성공격에 가세하고 여론이 비등해 지자 당혹감 속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기아의 공세에 대한 삼성의 입장은 『법적으로 문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문제에서 기아가 주장하는 음해가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목적을 갖고 공식입장을 담아 이를 외부에 고의적으로 누출했어야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파장의 배경에는 자동차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삼성과 기아, 삼성과 기존자동차 업체간의 상충된 이해관계가 깊이 작용하고 있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눈치다. 삼성자동차는 기회있을 때마다 『우리는 기아나 쌍용을 인수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지만 삼성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방향에서 자동차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는 많은 고충이 있다는게 그룹내외의 공통된 견해다.
즉 삼성이 그룹의 미래와 사활을 좌우할 수도 있는 자동차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단시간내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며 그 방안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인수합병이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삼성 내부자료에는 정부에서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는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은 98년 3월 첫 자동차출하 외에 ▲추가차종 개발과 기술제휴 ▲새로운 공장부지 ▲부품업체 확보 등이 당장의 해결과제다.
통상산업부는 경쟁력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당위성이 일관되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상산업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기간산업인 자동차의 국제경쟁력 확보는 매우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실시 하고 있지만 부처간 협의를 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통산부는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과 세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나 재경원측은 『빚 많은 기업에 중과세하고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자는 마당에 특정재벌에 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박원배·정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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