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결과를 놓고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가 미국 측에 자동차를 중심으로 상당 부분 양보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미국 내 자동차 업계와 정치권 등의 반발이 거셌던 만큼 우리 측이 한발 물러서면서 협상단이 내세웠던 '이익의 균형' 부분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볼 때 한미 FTA 자체가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장기 표류하고 있는 한미 FTA의 조기 비준과 발효를 위해서는 일종의 '고육지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재협상을 통해 자동차를 중심으로 상당 부분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측은 돼지고기 관세 철폐 연장 등 일정 부분을 챙겼지만 경제 전반적으로 큰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우리 측 협상단이 농산물과 의약품 등에서 일부 얻었다고는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 등에서 잃은 점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양보한 셈"이라며 "미국이 당초 강력하게 재협상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여 협상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사항"이라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도 "이번 추가협상 결과 나온 협정문 자체만 놓고 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지난 2007년 타결된 FTA보다 후퇴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 주장대로 돼지고기와 의약품으로 '이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시작된 추가협상인 만큼 그동안 우리 측이 상당히 수세적인 입장에 놓였던 상황이었다. 더구나 협상 과정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 등 협상 이외 요건에서 미국 측과의 동맹강화 필요성이 급부상한 점이 이번 협상 결과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한미 FTA가 체결된 후 미국 내 정치권, 자동차 업계와 노조 등의 반발에 부딪혀 협정이 시행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 타결이 한미 FTA 시행의 결정적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지적됐다. 2007년 협정 당시 우리 측은 미국 측의 자동차 관세 철폐 효과가 매년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추가협상 과정에서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2007년 협정내용 등을 고려할 때 FTA 발효를 지속적으로 지연시키는 것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시행하는 것이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득이라는 지적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이번 협상만 놓고 보면 '이익의 균형'으로 보기 힘들지만 그동안 한미 FTA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시행되지 못했던 기회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빨리 (한미 FTA를) 발효시키는 것이 경제적으로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곽 연구원도 "추가 협상 결과물만 놓고 본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예상되지만 근본적으로 발효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 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더 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어 우리의 경쟁 상대인 일본 기업도 상당히 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도 "현실적으로 그동안 미국 의회의 반발을 고려하면 FTA가 무작정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반영해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이번 추가협상은 미국에 '심리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준 수준이라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추가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했고 앞으로 조문화 과정에서도 미국 측의 추가적인 요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한미 FTA는 자동차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협상에서 우리 측이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양보했고 쇠고기 수입 개방 압력 역시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며 "FTA가 아니더라도 미국 시장이 닫혀 있지 않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뛰어난 만큼 한미 FTA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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