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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베이비 부머들의 현주소


인구는 국가 경제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인구가 국력의 절대적 변수였던 과거와 차이는 있지만 현재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이 짧은 시일 내에 세계 최대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것도, 인도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것도 10억명이 넘는 인구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어느 한 세대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인구는 역사를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현재에 발생하는 모든 사회현상들은 과거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퇴직이후 자영업으로 몰려 미국의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은 지난 2005년에 펴낸 '괴짜경제학'에서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세스코 정권의 붕괴를 인구정책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차우세스쿠는 1966년 '태아는 사회 전체의 재산'이라며 낙태를 금지시켰고 루마니아의 출산율은 두 배로 늘어났다. 이른바 '차우세스코의 아이들'은 이전보다 훨씬 비참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1980년대 말 동구권의 사회주의가 몰락할 즈음 루마니아의 수많은 인파는 '차우세스쿠 타도'를 외쳤고 그는 끝내 총살당했다. 그의 몰락을 주도한 세대가 낙태 금지 이후의 젊은이들이었다. 우리도 인구가 집중적으로 몰린 세대가 있다. 전쟁 이후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베이비 붐'세대다. 700만명이 넘는 그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축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경제적으로는 최저 극빈국을 경제강국으로 만들었고 정치적으로는 민주화를 이끌어낸 세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점차 베이비 붐 세대들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우리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은퇴한 베이비 부머들이 음ㆍ식료 등 자영업에 대거 몰리고 있어 사회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상으로만 보더라도 '자영업 대란'이 우려될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만9,000명 증가한 310만3,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3월 이후 꾸준히 10만명 이상 늘어나며 9월에는 19만이나 증가했다. 이들은 창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만큼 성공 확률이 낮아 퇴직금이나 노후자금을 날리는 낭패를 보는 경우도 다반사다. 특히 실패할 경우 재취업 길이 제한돼 고령 빈곤층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대학 입시난까지 베이비 부머 탓으로 돌린다. 가뜩이나 대학 입학률이 80%가 넘는 나라에서 베이비 부머들의 아이들이 몰려 경쟁률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베이비 부머가 고령화 사회의 '주역'이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인 1,23명이지만 평균수명은 80세에 육박하면서 급격한 인구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16년부터 14세 이하 인구보다 65세 이상 인구가 더 많아지고 2020년에는 770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의 노인인 셈이다. 고령화된 베이비 부머들의 위한 경제ㆍ사회적 복지 부담을 젊은 세대들이 짊어지면서 세대 간의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개인이 늙는 것은 서글프지만 나라가 늙어가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고령화된 국가는 생산인력 부족으로 국가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사회 장기대책 마련을 우리 사회에서 고령화에 대한 문제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아직 뾰족한 대책이 없다. 다행히 정부는 간헐적이지만 다각적인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고 기업들도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거나 정년 퇴직자를 재고용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더 중요한 일은 베이비 부머들이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한 준비를 통해 미래의 불안을 줄여가는 것이다. 대한민국 성장의 주역들이 '공공의 적'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대책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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