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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스타트업 자고나면 수십개씩… '창업 생태계' 정부가 앞장

■ K벤처 패러다임을 바꿔라

1부. 데스밸리를 넘자 <3> 세계는 창업플랫폼 전쟁중

중국의 창업자들이 지난 4일 상하이 양푸취에 있는 창업 인큐베이터 이노스페이스 공용 사무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이노스페이스

아이디어만 내면 전폭 지원

中 상하이 '창조단지' 등 2년새 스타트업 본산 우뚝

전세계 창업 인큐베이터 1만5,000개로 3년새 2배

국내는 10개도 채 안돼

성공기업 스토리 공유 등 인큐베이터 역량 강화해야


지난 4일 중국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서 차로 1시간쯤 달리자 '창조단지'라는 의미의 '촹즈톈디(創智天地)'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홍콩의 3대 부동산 개발 그룹인 루이안그룹이 10여년간 조성해오고 있는 촹즈톈디 빌리지는 상하이외대·푸단대 등 명문 대학가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100만㎡ 규모의 촹즈톈디는 대학과 창업인큐베이터센터,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상가, 주거단지 등이 모여 있어 창업자들이 생활하기에 아주 편하게 돼 있었다. 촹즈톈디의 중앙광장으로 들어서자 IBM과 EMC·오라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중국 본사 사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창업 인큐베이터 이노스페이스 빌딩이 보였다.

2012년에 조성된 이노스페이스에는 아이디어만 갖고 뛰어든 30여개의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사무공간 한 쪽에서는 창업자들이 손잡이 진동으로 목적지를 안내해주는 자전거를 시험해보고 있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컴퓨터를 놓고 여럿이 모여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들이 맨몸으로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된 데는 사무공간은 물론 투자자금, 비즈니스 모델 개발, 해외진출 등 창업에 관련된 모든 것이 이 공간에서 충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노스페이스에 입주한 기업들은 루이안그룹과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털(VC)의 시드머니를 곧바로 받을 수 있고 파이낸싱 서비스와 법률, 인력개발 자문도 전문기관을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 창업 관련 미디어도 함께 입주해 있어 개발이 완료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미디어 홍보도 가능하다. 해외 인큐베이터와 업무협약이 맺어져 해외진출 시 창업 초기부터 지원 받을 수 있다. 중국 상하이 지역에만 민간 인큐베이터가 2년 전 10개 수준에서 현재는 총 50개 규모로 늘었다. 리처드 탄 이노스페이스 총서기는 "최근 중국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으면 2~3개월 만에 450만위안(약 8억원) 규모의 엔젤투자를 받을 수 있는데다 창업을 할 수 있는 공간과 보육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다"며 "루이안그룹은 이노스페이스 입주업체들에 초기 지분투자를 진행하면서 기업을 성장시켜 차익을 얻고 오피스 임대수익을 꾸준히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촹즈톈디에서 다시 차로 20분을 이동하면 상하이시에서 주도하는 모태펀드인 상하이창업기금회(EFG)가 있다. 이곳의 특징은 자금을 제공하는 출자자(LP)인 상하이시 모태펀드와 투자자(GP)인 VC,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인큐베이터, 벤처기업이 한 지역에 모여 있어 정보교류와 의사소통이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모태펀드인 한국벤처투자가 모집공고를 내 벤처캐피털에 자금을 투자하는 LP 역할만 하는 것보다 비중이 확장된 셈이다.



전통적으로 대기업 밀집지역이었던 상하이에는 최근 양푸취 같은 창업 플랫폼 단지들이 생기면서 신흥 스타트업의 본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잔는 중국판 실리콘밸리 중관춘(베이징)과 제조업 벤처가 밀집된 선전, 그리고 마윈의 알리바바를 중심으로 e비즈니스 창업이 활발한 항저우는 상하이와 함께 중국 창업 플랫폼의 4대 요충지다. 주항원 칭화대 교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한 2008년부터 중국 정부는 세제혜택 등 창업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고 민간자금도 정책에 호응하면서 4곳의 특색 있는 창업 플랫폼 단지가 형성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도 서부 실리콘밸리와 유사한 창업단지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최근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곳은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뉴욕대 등 동부 지역 명문대를 중심으로 한 보스턴과 뉴저지 지역이다. 미국 창업 플랫폼을 이끌고 있는 곳은 미국 상무부다. 이곳은 미국 상위 11개 기업의 기업가들이 스타트업 멘토가 돼 노하우를 전수하고 각 지역 혁신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플랫폼별로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액셀러레이터인 주스탱크의 무케시 파텔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들은 자본을 투자하는 투자자를 찾는 것 이외에도 스타트업들이 가지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소비자들에게 적중할지 조언할 수 있는 멘토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의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4,000개가 넘는 기술창업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상업지구 카나리워프에 문을 연 '레벨39'에는 160개 핀테크 기업이 입주해 유럽 최대 핀테크 단지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이스라엘도 기술 인큐베이터 프로그램(TIP)을 통해 1991년부터 2013년까지 1,900개 이상의 기술기반 벤처기업을 육성해 1,600여개의 벤처기업을 성숙단계로 끌어올렸다.

국내도 2년 전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세운 디캠프(D.CAMP)를 시작으로 창업 플랫폼 구축을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디캠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마루180과 구글캠퍼스, D2 스타트업팩토리, 중기청이 추진하는 팁스 프로그램 등 민관 모두 창업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국내 창업 플랫폼 역시 해외 창업 생태계를 벤치마크 삼아 하드웨어적으로는 그 면모를 갖췄지만 소프트웨어는 아직 취약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법률과 회계 등의 자문 서비스에만 얽매이지 말고 성공기업의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후배 벤처인들의 실질적인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멘토링으로 창업 플랫폼의 소프트웨어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의 창업 플랫폼 전쟁은 이처럼 규모를 늘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국내는 첫걸음을 뗀 수준이다. 주스탱크에 따르면 전 세계의 창업 인큐베이터는 2012년 7,000개에서 올해 최대 1만5,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지역은 올 들어 2,000개를 넘어섰고 미국은 자체적으로만 2,000개의 인큐베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디캠프를 포함해 아직 10개도 되지 않는다. 최선 창조경제연구회 객원연구원은 "이제는 기업 간 경쟁이 아닌 창업 플랫폼 간의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의 수와 플레이어의 규모가 중요하다"며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플랫폼 내에서 창업자들이 공정하게 사업을 하고 독점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고 규모를 당장 키우기 힘들다면 특화된 창업 플랫폼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에 비해 태생적으로 내수시장 규모가 작아 플랫폼의 규모도 아직 청년기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국의 창업보육센터 등 창업 허브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묶어 메타 플랫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교수는 "창업 플랫폼을 활용하면 창업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자들이 아이디어와 시제품 제작 등 사업화 단계마다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메타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주효하다"고 강조했다.

기술 거래시장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김주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 ICT전략연구실장은 "미국과 일본·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기술 거래시장이 이미 활성화됐지만 국내의 운영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기술거래소를 만들어 초기에는 시장 활성화에 집중해 기술 평가에 대한 선례를 많이 만들어 가치평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후 점차 평가 기준안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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