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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과학자들 존재가치 커진다

농산물값 상승이 물가 올리는 애그플레이션 시대<br>슈퍼벼·형질전환 고추등 세계적 연구성과 많지만<br>사업화 나설 국내기업 없어 시장 주도권 뺏길판<br>과학계도 GM작물 편견 해소등 적극 나서야

국내 유전자재조합(GM) 연구기업인 농우바이오가 병충해 저항성 등을 크게 강화시켜 개발한 형질전환 고추

일반 고추의 비교 모습. 형질전환 고추가 생육 과정에서 훨씬 풍성하게 자라 고추 열매를 맺고, 그 크기도 일반 고추에 비해 4배 이상 크다.

GM과학자들 존재가치 커진다 농산물값 상승이 물가 올리는 애그플레이션 시대슈퍼벼·형질전환 고추등 세계적 연구성과 많지만사업화 나설 국내기업 없어 시장 주도권 뺏길판과학계도 GM작물 편견 해소등 적극 나서야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국내 유전자재조합(GM) 연구기업인 농우바이오가 병충해 저항성 등을 크게 강화시켜 개발한 형질전환 고추 일반 고추의 비교 모습. 형질전환 고추가 생육 과정에서 훨씬 풍성하게 자라 고추 열매를 맺고, 그 크기도 일반 고추에 비해 4배 이상 크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질서에서 가늠하듯 농업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농본국가를 꿈꿨던 조선시대, 국부(國富)와 사회계층를 구성하는 요체였다. 반면 근대화 이후, 특히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1차산업'으로 단순 분류되며 농업은 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과학계에서도 농업에 대한 홀대는 예외가 아니었다. 농산물의 고부가가치를 위해, 그리고 국가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병충해에 강한 새로운 종자 개발에 주력해왔던 농업생명공학 과학자들은 오히려 '유전자 조작(GM)의 추종자'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을 끌어 올리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들에게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한 뼘의 땅에서 보다 많은 수확을 실현할 신품종을 시장(market)이 요구하면서 그간 바닥을 쳤던 GM과학자들의 존재가치가 서서히 오르고 있다. 물론 이들이 연구개발 중인 농산물이 하루 아침에 20% 이상 요동치는 국제 곡물가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GM의 안전성 논란 역시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들이 존재 하는 이유가 저렴한 값으로 양질의 농산물을 얻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와 어느 한 곳 틀리지 않다는 것. "GM 연구자입니다"는 말조차 쉽게 꺼내지 못했던 국내 농업생명공학 분야 '은둔'의 과학자들은 지금도 늦은 시간까지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있다. ◇'슈퍼벼' 등 세계적 연구성과 속속=GM 관련 연구성과는 최근 1~2년 새 산ㆍ관ㆍ학 모두에서 거세게 쏟아지고 있다. 다만 GM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으로 이 같은 연구 성과가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 일단 GM에 대한 호칭부터 짚고 넘어가자. GM(Genetically Modified)을 유전자 조작이 아닌 유전자 재조합으로 불러주기를 과학자들은 간절히 원하고 있다. 조작이 주는 부정적 어감이 GM에 대한 편견의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물리학 분야에서 영국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존재하듯, 국내 GM 분야에도 세계적 과학자로 평가 받는 연구자가 있다. 바로 최양도 서울대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장이다.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은 지난해 10월 독일의 세계적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사에 작물 생산량을 지금보다 최소 4배 이상 크게 늘릴 수 있는 GM 유전자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할 만큼 세계적 기업들이 그의 연구성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김주곤 명지대 생명과학정보학부 교수도 국내 대표적 GM과학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03년 환경스트레스에 강한 유전자를 재조합한 '슈퍼 벼'를 개발, 지난해 인도 최대의 종자기업인 마하라슈트라 시즈컴퍼니(Mahyco)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정액 기술료 액수는 그리 크지 않지만 '기술수출'의 첫 물꼬를 텄다는 점 만큼은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산업계의 경우 ㈜농우바이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 어떤 작물보다 형질전환이 까다로운 고추 품종에 도전, 특정 유전자 주입으로 병충해와 환경스트레스 모두에 강한 신품종을 개발 완료한 상태다. 농우바이오 한지학 박사는 "올해까지 상품화를 위한 모든 행정 절차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 상품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 경우 국내 R&D로 개발된 GM품종이 국내에서 상품화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고 말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 중에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연구 성과가 주목 받고 있다. 이곳 유병태 박사는 애기장대에서 바이러스와 환경스트레스 모두에서 견딜 수 있는 '복합 저항성' 유전자를 찾아내 최근 관련 특허를 제출했다. 유 박사는 "운이 좋게 병과 환경 모두에서 효과가 있는 세포막 지질(지방산) 신호전달 조절 유전자를 발견하게 됐다"며 "복합저항성을 갖는 유전자는 세계적으로도 확보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우수 유전자를 벼와 토마토, 고추에 넣어 GM 작물로 상용화하는 작업이 남은 과제다. ◇빛나는 연구성과, 그러나 '기업'이 없다=문제는 이 같은 우수 연구 성과가 모두 해외 기업에 팔려 나가고 있다는 것.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 발생 후 2년 동안 국내 5대 종자회사 중 흥농ㆍ중앙ㆍ서울종묘 3곳이 다국적 종자회사에 넘어갔다. 뛰어난 연구 성과를 소화할 국내 기업이 없는 만큼 당연한 현상이다. 뿐만 아니라 GM 관련 기초 비즈니스 모델(BM)조차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농우바이오 한지학 박사는 "농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이 없는 마당에 어떻게 돈이 될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겠느냐"며 "산ㆍ관ㆍ학 협력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확보 노력도 없이 그간 우리는 급속도로 커져왔던 GM작물 세계 비즈니스 시장을 손 놓고 구경만 했다"고 아쉬워했다. 과학계의 소극적 태도 역시 문제라는 자조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GM에 대한 일반의 편견으로 십 수년을 '은둔자'처럼 연구해왔던 탓에 누구 하나 자신 있게 GM 연구의 중요성을 피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대학 소속 한 GM 연구자는 "지금이라도 앞장 서서 대중의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한 주장을 펼 수 있는 학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향후 GM 관련 주도권을 뺏긴 뒤 국민들로부터 '세금으로 연구해놓고 지금까지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비판을 받을 상황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고 씁쓸해했다. 아울러 과학자들은 유전자 재조합을 둘러싼 현실세계의 혼재된 상황을 지적했다. 아직까지 GM작물에 대한 반감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 공통현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세계적 GM작물기업인 몬산토사의 주가가 지난 5년 새 10배 이상 급등했고, 국내 GM작물 개발기업의 주가도 최근 주식시장에서 잇달아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GM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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