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부패확산" 고액권 다시 실효성 논란 ■ 5만·10만원군 2009년 나온다한은 "年5,000억 절감등 경제적 혜택 막대" 뇌물수수·인플레 심리 촉발등 부작용 우려도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고액권 발행시기가 확정됨에 따라 그 실효성을 놓고 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당장의 비용절감은 물론 국민들의 편의 증가를 내세우고 있지만 뇌물수수나 불법거래 성행, 인플레이션 심리 촉발, 위폐 범람 등 사회적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일부에서는 고액권 발행의 최대 수혜자인 한은이 눈에 보이는 경제적 효과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은 "유무형의 경제적 혜택 막대"=한은이 추정한 절감 비용은 연간 5,000억원가량. 이외에도 한은은 지폐 휴대장수가 줄고 현금 입출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는 등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누리는 편익이 적지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액권 발행의 최대 수혜자는 한은이다. 우선 국내 유일 화폐발행기관으로서 갖는 고유의 수익창출원인 화폐주조차익(시뇨리지)을 기대할 수 있다. 한은의 주조차익은 통화안정증권 발행을 줄여 통안증권 이자지급 부담을 덜 때 생긴다. 가령 화폐발행과 통안채발행은 똑같이 한은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지만 통안채를 발행할 경우에는 연 5%(4월 말 현재 통안증권 1년 만기 금리는 5.09%)의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반면 화폐를 발행하면 이자를 주지 않아도 된다. 고액권이 연간 9억5,000만장이 유통되는 자기앞수표를 완전 대체하면 한은은 연간 1,700억~1,800억원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유통지폐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1만원권 가운데 40%(9억장) 정도가 고액권으로 대체돼 제조ㆍ운송ㆍ보관ㆍ검사 등 화폐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임으로써 연간 4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반면 자기앞수표를 발행하면서 사실상 한은을 대신해 주조차익을 챙겨온 시중은행의 입장에서는 고액권 발행으로 이윤이 줄게 된다. 또 고액권이 발행되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현재 시중은행은 자기앞수표의 금액에 해당하는 현금을 별단예금 형태로 보유해왔는데 고액권이 발행돼 자기앞수표를 대체하면 별단예금의 현금이 시중으로 풀리고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지준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수표발행과 보관 등에 따른 비용으로 연간 2,800억원 정도를 부담해왔는데 이를 절감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 이득을 보게 된다.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은행들 사이에서 돈이 안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다. ◇불법거래 촉발 등 부작용도 우려=한은은 경제적 효과를 내세우지만 '검은 돈'의 유통을 부추겨 부패 문화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지하경제 규모가 커지면 눈에 보이지는 않는 사회적 비용이 경제적 이익을 압도할 수 있는 것. 미국의 경우 100달러 지폐가 실제 유통되는 최고액권이지만 위폐가 범람해 실제 상거래에 쓰이는 빈도가 낮으며 20달러 지폐가 가장 널리 쓰인다. 이처럼 10만원권 도입으로 위폐 범람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또 고액권 도입으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의 음성적 무자료 거래나 탈루가 성행하면서 조세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뇌물수수 단위가 커지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인플레 심리가 촉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눈에 띄는 비용 부담도 생긴다. 고액권 사용을 위해 금융기관의 CDㆍATM 등 현금 취급기기를 바꿔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얼마가 들지 추정하기 어렵다. 입력시간 : 2007/05/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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