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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그린스펀의 한숨


천하의 그린스펀 영감님의 권위와 근력이 떨어지는 걸까. 지난달 초 미 하원예산위원회 청문회장. 무려 20년 가까이 미국과 세계 경제를 조타해온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답변에 어쩐지 힘이 빠져보였다. “엄청난 달러를 움켜 쥔 외국인들이 다른 통화로 옮겨 타는 것이 아닌가”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그린스펀은 답했다. “현재는 아니지만 수년 후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어 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미국의 적자에 대해 한숨에 가까운 우려를 표명했다. “그도 아시아 눈치를 보는 신세가 됐다.“ 청문회 분위기를 전한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윌러엄 페섹의 말이다. 이미 미국의 통화정책이 FRB 의장보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칼럼니스트 스티브 펄스타인은 한걸음 더 나갔다. “그린스펀이 세계경제 거품을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 거품 경제와 실물 경제와는 별개라는 그의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단정했다. 그린스펀을 궁지에 몰 만큼 지금 세계 경제가 부딪힌 가장 심각한 고민은? 바로 달러화가 문제의 출발점이다. ▲“달러는 이미 돌아오지 못할 선을 건넜다. 각국은 추락에 대비한 안전띠를 매라” 뉴욕타임스의 섬뜩한 최근 충고다. 타임스는 펀드운용사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터의 보고서를 인용, 중국이 페그제를 포기할 경우 달러자산을 일거에 내다 파는 상황이 발생될 확률이 높다며 특히 아시아 통화에 대한 달러 폭락 가능성을 비쳤다. 달러 붕괴의 목소리가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로 다가서고 있다는 권위지의 경고다. 달러 위기에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 경제의 또 하나 큰 걱정거리는 거품론이다. 이번엔 워싱턴 포스트다. 부동산에서 주식 채권 원유시장에 이르는 총체적 과열을 지적한 포스트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거품 붕괴에 안일한 대비를 강하게 꼬집었다. 포스트는 버블의 원인인 과잉 유동성을 만든 주범으로 세계적 저금리 추세를 지목했지만 미국이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이용해 만들어간 신용 초과 창출이 더 근본 원인이다. 세계무역불균형으로 달러 흑자를 미 달러 표시 자산에 재투자토록 하는 구조를 확대시킨 미 국내에서 경제적 과열과 자산 가격의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한 결과다. 달러본위제도가 만든 거품 신용창조가 밑바닥에 깔린 문제의 본질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해결 역시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기축통화국이 누리는 프리미엄 이른바 ‘세뇨리지 효과’ 등 온갖 특혜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책임이기도 하다. 쌍둥이 적자를 메꾸기 위해 달러 약세 만을 밀어붙이는 미국의 통화정책은 윈윈(win-win) 전략이 결코 아니다. 자신부터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재정적자는 무엇보다 공공 및 민간의 긴축으로부터 풀어가야 하는 게 순서다. 저축을 늘려 달러가치 하락을 막아내는 상황 인식부터가 미국이 해야 할 일이다. 대중적 인기에 편승한 감세 등 거꾸로 가는 미국의 재정 정책은 전면적인 적자 감소 방안을 실시하지 않는 한 개선이 요원하다. 또한 미국의 아시아 외환시장에 대한 일방적 정책 틀도 해당국들과 협의를 거쳐 개선이 필요한 일이다. 미국의 이기주의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아시아가 살아남을 일이 걱정이다. 아시아 3개국 공조가 미국의 견제에다 한중일간 특수한 상황으로 갈수록 틈새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통합과 특히 정치적 의지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는 아시아 분열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달러 위기와 거품 경제 등에 대한 경고를 불필요한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그린스펀 영감님의 모양새가 예전 같지 않아 보이는 건 80을 넘긴 고령 탓만이 아니다. 임기 말에 겪는 레임덕 때문도 아니다. 천하의 그도 한숨이 이어지는 상황에 맞닥뜨린 게 오늘 세계 경제가 처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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